런던에서 사는 동안 저는 유독 스페인 친구들과 많이 친해질 수 있었어요. 워낙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가고 싶다고 어필하기도 참 많이 했었고, 성격도 저랑 잘 맞는 친구들이었거든요. 그리고 저의 과한 리액션을 좋아하던 친구들도 바로 이 스페인 친구들이었죠. 반에 아시아인이 저밖에 없었던 것도 큰 메리트로 작용했었습니다. 


저는 친구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고, 친구들에게 언제 파티하냐고 항상 물어보곤 했었는데 우리 착한 이레네 누나(맨 오른편)이 쭈니쭈니(제 애칭을 이렇게 부르더군요)가 어마어마한 음식을 해준다고 공공연하게 떠벌리고 다녀서 급하게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사는 곳도 비슷해서 우리의 이름을 Southwark union 이라고 했었네요. 





이레네 누나는 저랑 정말 가까운 친구였는데, 이레네 누나에게 열심히 까미노를 주제로 열변을 토하는 중에 본인의 집이 마침 까미노 중심에 있어 꼭 한번 찾아오라고 했었어요. 이레네 누나가 사는 곳은 폼페라다 (Ponferrada) 성채로 유명한 곳입니다. 1년을 같이 어학원에서 공부했고 그 이후로도 자주 런던에 들러주었죠.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를 하는 재원입니다. 나중에 제가 영국생활을 마치고 돌아갈 즈음 까미노를 걸을때 폼페라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어요. 그때 정말 감사한 기억이 많습니다. 






오늘의 식사는 여러가지 타파스 (스페인식 안주) 들과 스페니시 오믈렛, 그리고 로스티드 치킨에다가 대망의 빠에야까지! 스페인 음식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난리들입니다. 빠에야는 만드는데 꽤 시간이 걸리고 영국에선 제대로 된 식재료를 구하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고 하더군요







하비는 열심히 빠에야를 만들 준비를 합니다. 닭을 육수로 해서 만들어본다고 하더군요. 만드는데 기본 4시간이나 걸린다고 하는데, 이번엔 간단하게 2시간으로(?) 줄인 간편식 빠에야라고 합니다. 





 

닭 육수와 함께 쌀을 넣어서 막 볶기 시작합니다. 저는 스페인 음식을 단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지만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괜히 기대하기로 합니다. 어떤 맛일까요?









요렇게 닭육수를 부어서 졸이고 졸이고 익히고 익히고 난리도 아닙니다. 근데 쌀을 베이스로 해서 그런지 제 입맛에는 아주 잘 맞을것 같단 확신이 드는 느낌입니다. 향도 굉장히 좋았어요.






이렇게 남자들끼리 사진을 찍으면서 와인에 서서히 취하면서 흥은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왼쪽의 Victor 는 브라질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고, 스페인 갈리시아에서 선박 관련된 일을 했어요. 왼쪽에서 두번째 하비는 폼페라다에 사는 이레네의 남자친구로, 바르셀로나 까탈란(바르셀로나 사람)입니다. 매일같이 사투리 가지고 티격태격합니다. 중간에 있는 자비에도 까탈란입니다. 스페인은 현재 까스티야령, 안달루시아(남쪽), 갈리시아(왼쪽지방)들은 고만고만 하지만 경제적으로 번성한 바르셀로나(까탈란), 바스크(북동쪽 지방)들의 독립의지가 매우 강해서 분열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티격태격 많이 하더라구요.



이번엔 여성분들 소개입니다. 왼쪽의 브루나는 브라질 출생으로 영국에 영어공부를 하러 왔는데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중간은 빅터의 여자친구 루이싸로 브라질리안 아버지, 스페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2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도 할 줄 아는 수재입니다. 영국에서는 인턴쉽을 하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 이레네 누나입니다. 






(불고기 다 됐다!)


빅터는 제 불고기를 난생 처음봐서 신기한 눈치입니다. 냄새가 너무 좋다고 계속 킁킁 대는데, 니 인생에서 제일 맛있을거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궁극기인 불고기까지 완성될 즈음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뭐 늘상 하는 이야기는 각자의 비전, 그리고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늘 했었던 것 같아요. 스페인은 Unemployed (실업)비중이 높아서 많은 이들이 영국으로 건너오고 있다고 해요. 유치원 선생님을 하고 싶으면 FCE(캠브리지 테스트, 영국의 토익같은 비중으로 FCE는 토익으로 환산하면 80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를 획득하기 위해 오는 학생들도 많다고 합니다. 




















먹어도 먹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들때문에 배를 제대로 채운 느낌입니다. 회비는 단돈 만원 정도(5파운드)를 걷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해먹다보니 앞으로도 영국의 레스토랑을 이용하느니 차라리 파티를 매일 하는게 이롭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네요. 이날의 음식 랭킹! 모두를 제치고 저의 유니크 에디션인 불고기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들 처음 먹어보고서는 YOU WIN! 하더군요. 고기는 물론이고 소스를 빵에 적셔먹기까지. 다음에 또 만들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강남스타일을 비롯한 광란의 파티 뿐만 아니라,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고래고래 부르면서 광란의 파티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지역분쟁도 웃으면서 농담따먹기 하다보니 시간이 새벽이 훌쩍 지나더라구요. 9월에 영국에 왔고 어느새 11월입니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하고, 그리고 진심을 다해서 어울릴 수 있다니 자신감도 많이 얻게 된 하루였습니다. 친구를 사귀고 싶으면 가만히 있는다고 사람들이 다가오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먼저 대쉬하도록 하세요! 그럼 영어도, 친해지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을테니까요. 






날짜

2015. 6. 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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