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와서 변하는 점 한가지. 먼곳으로 떠나왔을때는 게을렀던 나도 꽤 부지런해진다. 아침에 알람을 맞춘다고 핸드폰 진동알람을 해놨는데, 다행이 제때 울려서 주문진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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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주문진으로 출발하자!

303번을 타면 주문진까지 갈 수 있는데, 아침일찍부터 이리 서둘렀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맑은 아침에 바다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아침의 활기참을 포구에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문진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니 저 멀리 어제 올랐던 동해전망대를 비롯해 대관령의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전히 하얀 풍력발전기는 바다를 등지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버스 안에는 오대산으로 가시는지 등산객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제법 많았고 꽤 시끌벅적 할 것 같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조용한 가운데서 다들 하늘을 즐기고 계셨다. 자연을 벗삼아 세상 살아가는것에 대해서 전혀 이질감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사람들이었다.
버스는 어느새 주문진을 지나 주문진항 정류장에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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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항의 모습


주문진에서 제일 먹고 싶었던건 오징어 회. 그래서 냅다 뛰어 항구로 뛰어갔더니 역시나 아침햇살을 받으며 새벽내내 잡혀 올라온 싱싱한 오징어 몇백마리가 바닥에서 열심히 물펌프질을 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게도 팔고 있고 말린 오징어도 이곳저곳 널려있다. 배는 정박해있지만 선장과 선원들은 열심히 새벽에 잡아 올린 해물을 실컷 풀어놓고 흥정을 하고 있다. 아침부터 활기참을 제대로 맞은 셈이다. 그 활기참을 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져 그냥 오징어 회만으로는 안돼겠다 싶어서 근처에 있는 알탕 전문집에 들어갔다. 아침에 왠지 알탕으로 밥 한그릇 뚝딱하면 속이 든든할 것 같았다.

“ 아주머니 알탕 1인분이요~”
“ 아이구 학생 알탕 1인분은 안돼요 보통 같이 먹는거로 밖에 안돼서 비싸~”
“ 아 저 근데 혼자 왔는데, 알탕 너무 먹고 싶어서 왔어요”
“ 아 ... 그래요? 그럼 7천원치를 따로 해줄께요. 원래는 기본이 15000원이야 여긴”
음.. 그래 이게 바로 강원도 인심이지. 언제부턴가 흥정과 매수에 뻔뻔한 여행자로 변해있다. 이제 혼자 밥을 먹어도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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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알탕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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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려지고 있는 오징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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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소금강으로 간다.

맛있게 알탕을 먹고 다시 한번 포구에 나가서 바다냄새를 즐긴 다음 오대산 소금강을 가야겠다 싶어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갔다. 다시 되돌아 간 이유는 다시 강릉으로 가는 방향 중간 연곡삼거리에서 소금강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 탈 수가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게 시간 계산을 아주 잘 해야한다. 강릉발 소금강(오대산)행은 하루에 단 8∼10대밖에 없다. 때문에 거의 1시간 30분에서 2시간 텀으로 있다. 강릉에서 옥산삼거리까지 보통 40분정도 걸렸기 때문에 대강 강릉에서 오전 9시에 출발을 한다 치면 옥산삼거리는 9시 40분 쯤이면 도착하겠구나 해야 하는거다. 이번에 삼거리에서 소금강을 가는 버스가 10시 40분 쯤이면 올 것 같아서 삼거리에서 과자를 먹으면서 기다리다가. 정확한 시간에 오는 버스를 보자마자 타고 바로 소금강으로 향했다.

옥산삼거리에서 소금강까지는 약 30분 더 가야 하는데 가는 동안의 경치가 정말 악소리 나게 멋지다. 소금강으로부터 흘러오는 것 같은 강물줄기는 겨울 하늘과 햇살에 비춰 반짝거리며 흘러가고 황금빛 들녘이 굉장히 운치있다. 굽이굽이 계속되는 길을 지나 몇 번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어느새 오대산 소금강에 도착했다.

“ 아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오대산 소금강이구나 ”
역시나 날이 너무 추워서 그런지 소금강에 내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를 포함해서 약 4명정도 되었다. 소금강 안에 있는 모든 식당과 점포도 추위 때문에 잔뜩 움추려 들어 문을 꼭 잠그고 영업하고 있었다. 굴뚝에 연기까지 안났으면 영업 안하는 줄 알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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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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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참 대단한거 같아. 여기서 소금강 오르면 구룡폭포까진 1시간 30분정도 걸리니까 천천히 갔다 와 ”
버스 기사 아저씨의 말에 힘을 얻어서 열심히 소금강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산을 타는 것은 우리 가족의 취미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렸을때부터 단련된(?) 나만의 등산비법이 있다. 그래서 그냥 보기에는 체력 되게 없어 보일거 같다 싶은데, 야물딱지게 잘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래서 사실 오대산 소금강도 그렇게 어려운 코스라고 느끼지 못했으므로 여자들도 편히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늘은 높고 바닥은 차갑지만 햇살이 강하게 비추고 있어서 따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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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바로 구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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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을 보면서 자연생태계가 애완동물로 인해 혼란이 올 수 있다는 말에 한바탕 웃고 서서히 바위와 바위를 밟고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오대산을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천천히 오르면서 중간중간 보이는 나무들도 유심히 보고 중간에 있는 사찰도 한번 스윽 둘러보고 처마 끝에 달린 종도 눈을 감고 소리가 날때까지 기다려보기도 한다.
날씨는 춥지만 왠지 마음은 따듯하다.
기분도 한결 좋아지고 이 끝에는 구룡폭포가 어떻게 자리잡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날이 이렇게 추우니까 얼어있겠지만 말이다. 계속 오르고 오르다 보니 물줄기가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소가 보이며 골짜기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장엄히 서있는 골짜기를 보니 웅장함에 감동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흐르는 소에도 살얼음이 얼어 겉에는 살짝 얼음이 얼어있지만 아랫부분에는 물이 계속흐르고 있어서 재밌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왠지 멋져보였다. (표현이 이상한데 정말 멋져보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오르고 올라 천천히 2시간 정도 올랐을까 드디어 구룡폭포에 도착했다. 구룡폭포라길래 엄청 큰 폭포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리 큰 폭포는 아니었다. 아주 작은 폭포였지만 생각해보면 놀라운게 이 작은 물줄기가 아래에서는 그렇게 큰 소가 만들어지고 강으로 흘러 간다는 게 참 경이롭다고 느껴졌다.
오대산 등산객들이 다 어디있나 했더니 다들 여기서 머물고 있었다. 이제 내려간다고들 하는데 다들 내려가면서
“오대산 온거 잘했다고 생각하지요?”하면서 인사를 대신했다. 정말 잘 온거 같다. 구룡폭포 이후의 구간은 동계라서 출입통제 기간이지만 여기까지만 해도 적막함에 오대산의 풍채를 실컷 구경했으니 만족스럽다. 구룡폭포에서 계속 머물다가 내려오면서 다시 적막함을 즐기고 버스를 타고 돌아갈 때 즈음 기사아저씨가 아까 날 이리로 대려온 아저씨다.
“ 학생, 천천히 잘 즐기다 왔어?”
“ 예 ”
“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네 혼자서 여행하는게 말이야. 굉장히 어려보이는데 몇 살이야?”
“ 이제 20살이 됩니다”
“ 그래.. 참 그래서 청춘이 부러워 이렇게 추운데 여기올 생각을 했다니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네, 우리 아들도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
“ 에이 아니에요 언젠가는 이렇게 혼자 와야지 할 때가 분명히 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버스에 올라 터덜터덜 다시 강릉으로 돌아가는 길에 괜시리 마음이 짠해지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언제부터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었지 라는 생각도, 이렇게 혼자 여행하는게 뭐가 그리 대단한 발상인가에 대한 그런 생각이었다. 다시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와 아까 보았던 풍력발전기를 보며 웃음짓다가 어느새 다시 강릉에 진입했다. 강릉에 진입하기 전에 기왕이면 오죽헌을 갔다가 오는게 좋겠다 싶어서 오죽헌에서 내려서 혼자 터벅터벅 입구로 걸어갔다. 2000원을 내밀며 성인 1장이요 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돈을 내밀었는데 “학생인거 같은데 학생증 있으면 할인 되요”

.. 그래 맞아 아직까지는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분명 고등학생 신분이 맞아.
할인된 표를 가지고 이곳저곳 기웃기웃 하면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나 어르신들 사이에 껴서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오죽헌을 쭉 둘러본다. 여러 가지 작품들을 둘러보니 역사의 향기가 포근히 느껴지는것 같다. 주위를 쭉 둘러보면서 다시 강릉을 향해 가는데 오죽헌이다 보니 주위에 대나무가 듬성듬성 많이 보인다. 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대나무가 멋지기도 하고 앞으로 내가 확고히 해야 할 진로도 저렇게 곧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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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헌의 모습

버스를 타고 입김을 훅훅 불어대는 시민들과 함께 다시 강릉 시내로 향한다.
어느새 다시 난 신영극장에 도착했고 다시 그 떡볶이 집을 찾아 떠난다. 이곳저곳 기웃기웃 거리다 보니 다시 그 곳을 찾았는데, 아니 오늘은 왠일로 문이 열려있다. 아주머니가 반겨주시면서 자리에 앉아 오뎅과 떡볶이를 시키고 앉아서 먹었다. 점심을 거른 탓인지 엄청 배가 고팠다.
계속 쩝쩝쩝 먹어대다 보니까 내가 참 신기한가보다. 아주머니가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본다.
“ 학생 혼자 다니는거에요?”
“ 예~ 혼자서 강릉여행 왔어요. 여기는 인터넷 검색하다 젤 맛있는 떢볶이 집이라길래 왔구요”
“ 아유~ 그건 또 어떻게 알구..(웃음) 대단하네, 여기 일본 손님도 많이 오고 그래요 하하 근데 어디 사는데 여기까지 온거에요?”
“ 아 저 경기도 오산 살아요 .”
“ 아? 저도!! 거기 그 LG 공장 있잖아요? 예전에 거기서 있었는데 굉장히 반갑네요. 하하 저도 거기서 일하다가 강릉으로 다시 왔거든요”
“ 하하. 정말요? 거기 근처가 저희집이에요... ”
“ 음 혼자 강릉을 왔다라 .. 그럼 어디보자 ” 끄적끄적
아주머니가 갑자기 포스트잇을 들더니 뭔가를 끄적이신다.
“ 여기 이거 참고해요. 이거 어떻게 보면 순전히 내 위주인데. 괜찮아서 그냥..”
“ 아 ! 감사합니다 ”
“ 아 거기 적어준데 중에 테라로사 라는데는 여기서 주문진쪽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곳인데 커피가 그냥 커피가 아니라 완전 유기농 원두커피라서 되게 좋아요 사진찍을 곳도 많구.”
“ 와 저 커피 되게 좋아하는데 감사합니다.”
“ 근데 학생은 강릉 온지 꽤 된거 같은데 어디어디 갔다왔어요?”
“ 아 저는 주문진이랑 대관령 갔다 왔지요 ”
“ 어머 자가용 없이?”
“ 예 그냥 다녀왔어요”
“ 대단하네 대관령은 가기 쉽지 않았는데 ”
“ 그래도 대관령이 제일 좋았어요 하하하 아무튼 아주머니 덕에 떢복이 잘 먹구 가요 ”
속까지 든든해지는 떡볶이에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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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올께요 라는 말을 남긴채 어느새 저녁이 되어가서 마지막 목적지인 경포대로 떠난다. 경포대로 가는 버스 202번을 타구 쭉 올라가는데 웬걸 이 버스는 경포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 관동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였다. 그래서 관동대에서 다시 빙글 돌아 경포대로 향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허난설헌 생가를 갔다가 경포대로 가는 편이 나을 거 같아서 허난설헌 생가에서 내리기 위해 강릉고 근처로 가려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강릉고에 내렸는데 왠 그냥 아파트 단지에 툭 떨궈진 기분이다.
“아..아무것도 없어 강릉고는 어디지?”
이곳저곳 수소문 하니 그제서야 강릉고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강릉에서 그렇게 자부심이 많다는 강릉고를 지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초당두부마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서히 어두워 져서 혹시나 허난설헌 생가가 닫지 않았을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조금 빨리 걸어 생가로 향했는데,
이런.
이미 문은 굳게 잠긴 뒤였다. 아 정말.. 큰일이군. 꿩대신 닭이라고 생가 밖사진을 찰칵찰칵 찍으면서 뒤를 돌아보니 어둑어둑 해져버려 이미 인적은 드물고 골목 골목에는 나 하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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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생가는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아 길 모르는데 어떻게 하지? 배고파. 밥은 먹어야겠는데 오늘 이곳을 떠나야 해서 8시까지는 터미널까지 가야하는데’ 그래서 초당두부마을에서 순두부 찌개를 먹을까 하다가 가족도 맛보게 하고 싶은 나머지 두부만 파냐고 했더니 두부만 따로 팔지는 않는단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다. 어둑어둑 해지기도 하거니와 바람도 불어서 날이 제법 쌀쌀한데 그래도 ‘경포대’는 가야겠다는 계획은 꼭 지켜보자 싶어 경포대가 왠지 저쪽에 있겠지 하면서 쭉 계속 걸어갔다.
어딘지 모르는 길을 걷다 보니깐 개가 짖어대고 사람은 없고 이상한 길로 들어서더니 결국은 이상한 공터로 들어서게 되었다. 저 멀리 경포대가 어둑어둑 보이는거 같은데 그냥 공터를 가로 질러 쭉 걸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를 쭉 걸어갔다. 새로 길을 낼 모양이었다. 딱딱한 길을 저벅저벅 걸어갔다. 한 1시간 즈음 걸으니 간신히 경포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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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무사히 왔어.

경포대에 올라서 혼자서 사진을 찍고 경포대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7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앗차 큰일이다. 집에 가는 버스가 8시인데”
무조건 오는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로 냅다 달렸다.
“아저씨 8시차니까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그렇게 해서 도착한 터미널.
사.람.이 거.의.없.다. (두둥)
‘왜지? 분명 8시차로 알고 있는데 벌써 다 매진이고 버스가 출발했다니!’
알고보니 18시를 8시로 착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미 버스는 6시에 출발해버린것,
그래서 차를 놓쳐버려 어떻게 하지 하다가 그냥 왔던길로 돌아가기로 하고 강릉역에 전화했다.
“예 10시에 청량리로 가는 기차가 있네요”
그래도 기차가 아직 있어서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신영극장으로 가서 저녁을 먹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버스를 탔는데 왠지 아까 그 떡볶이집이 다시 가고 싶어졌다.
“어머 다시오셨네요?”
8시 30분쯤에 도착하니 거의 하루 일과가 마감한 듯 정리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예 집에 가려고 했는데 차를 놓쳐서요.. 하하 ”
떡볶이와 여느때처럼 오뎅을 시켜서 의자에 털썩 앉아서 점심겸 저녁을 먹었다. 오늘 한번 해본거라며 공짜로 우동을 주셔서 그것도 맛있게 먹는다.
“ 왜 혼자서 여행해요?”
“ 예.. 그냥 생각 정리할겸 왔어요. 근데 처음에는 진짜 반신반의 했는데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얻어가요. 혼자 하는 여행이라는게”
“ 저도 한번 해보고 싶네요 하하 나중에 꼭 여기 또 놀러와요~”
분식을 다 먹고 나서 일어나 일찍 역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얼마 못 있다가 일어났다. 그런데 아줌마 검은봉지에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오늘 새로 만든 생과자라면서 한봉다리를 주시면서 먹은 분식값은 안내도 된다는거다.
“ 아주머니 이러시면 안되요~ 제가 더 미안해지잖아요 ”
“ 아니에요 학생. 그냥 강릉 기억하라고 주는거니까 사양하지 말아요”
“ 그럼 제가 4000원 드릴테니까 마음속에 강릉 샀다고 하면 안될까요?”
이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거의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왔다
“ 아주머니! 다음에 정말 또 들를께요~”라는 말을 남기면서
다시 신영극장으로 가서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집에가면 이곳은 안녕이다. 아까 떡볶이 집에서 아주머니의 친절 때문에 왠지 가슴 훈훈하고 뭉클해서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네온사인을 바라보면서 눈을 지긋이 뜨면서 버스를 기다린다. 사람들이 교차되고 교차되면서 입김을 훅훅 불어대는 사람 옹기종기 버스에 오르는 사람 술을 먹고 비틀거리며 타는 사람 등등 많은 사람들이 또 내일을 준비하러 뿔뿔이 흩어진다. 강릉의 버스 기다리는 풍경도 다른 도시와는 거의 다를바가 없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왠 버스가 내 앞에 쿵 하고 섰다.
“ 어이 학생 아직 집에 안갔네?”
어? 누군데 나한테 아는척을 할까 고개를 들어 “네?”하며 반문하는데 어이쿠나, 아까 오대산 갈 때 탔던 버스 기사 아저씨다.
“ 어디가는데? 지금?”
“ 저 강릉역 가려고요”
“ 강릉역? 그럼 이거 타 내가 데려다줄게”
“ 근데 이거 강릉역 방향 아니잖아요”
“ 괜찮아 일단 타.”
어어... 하면서 얼떨결에 버스를 탔다.
“ 저기요 여러분 이 학생이 강릉역 간다고 해서 잠시 좀 돌아서 갈께요. 기차를 놓칠 수도 있잖아요 하하”
하며 아저씨는 갑자기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그냥 문을 닫고 바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 임마 아저씨가 니가 아들같아서 태워주는거야~ 알았지? 차비는 내지마”
“ 아저씨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날 어떻게 발견했을까 싶기도 하거니와 왠지 가슴이 뭉클해서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런데 또 이렇게 감동을 받다가도 그걸 표현하기도 전에 헤어지게 되어서 자꾸 그 감동이 향수처럼 남아 맴돌게 된다.
버스를 탄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강릉역이다.
“ 자 여기가 강릉역이여, 몸 조심히 집에 돌아가고 나중에 또 오대산갈일 있으면 놀러와 공짜루 태워줄테니까 어서 내려요오~ 흐흐”
“ 아..아저씨 감사합니다!!” 하고 내렸다.
버스는 출발했고. 그때서야 왜 더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여운이 남았다.
우유를 사들고 기차를 타고 왔던길로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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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열차는 청량리행 무궁화호 열차입니다. ”
라는 멘트와 함께 기차는 다시 출발했고 일전에 왔던 정동진을 거쳐 다시 청량리로 거슬로 올라간다.
발 밑의 스팀을 받으며 떡볶이 집에서 준 생과자를 먹으며 슬슬 눈을 감는다.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여러 사람들과 차디찼지만 마음은 훈훈해졌던 강릉의 공기. 그리고 내 뭉친가슴을 풀어냈던 대관령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잘 왔어. 정말 잘 온거야” 라고 자꾸만 되뇌었다.
그리고 또 이따금 강릉에 또 오노라. 선택이 필요할 때 꼭 다시 오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나의 청춘은 강릉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에필로그,
요즘도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서 힘을 내곤한다. 강릉에서 들었던 노래만 들으면 다시금 향수처럼 그때의 향기가 전해져오는 듯 하다.
친구가 힘들때면 항상 추천해주는 코스가 바로 이곳,
“ 나 생각 좀 정리하려고 하는데 혼자 여행하기 좋은 여행지 좀 소개시켜줄래?”라고 하면
“ 음. 그래? 그럼 한번 강릉을 가보는게 어떨까?” 하면서 추천해주곤 했다. 꼭 12월 제일 추운 날에 가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갔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컬러메일사진으로 대관령 설원을 배경으로 한컷 찍고 전화를 해주었다
“ 준영아 정말 너무 좋았어! 감동받아서 눈물이 났어. 여기 지금 나 혼자 있어 춥기는 엄청 춥긴한데, 많이 정리된거 같아”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사람들 속으로 뭍히는 여행, 비록 혼자 여행을 했지만 사람사람을 만나면서 결국은 혼자하는 여행은 아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더 사람과 많이 부딪히는거 아닐까? 그래서 더 혼자하는 여행이 즐겁지 않나 싶다.
나는 그때 대관령에서 정했던 나의 진로를 묵묵히 가고 있는 중이다. 너무 적성에 맞거니와 그때 그 여행이 없었다면 열정적인 지금의 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제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를 청춘일주라 한다. 나의 청춘을 다시 불타오르게 했던, 그때의 파란하늘을 떠올리며.

날짜

2010. 7. 2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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