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간이 없을때는 속으로 되뇌이는 주문 같은 것이 있다.
"모든 시간이 그냥 내게 흘렀으면"

이런 주문을 혼자 되뇌이고 있으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내가 너무 여유가 없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로 떠나는 날 아침. 조금은 얼떨떨했다. 방은 모두 치워져있고, 내 앞에 남은건 그 모든 추억거리를 잠시나마 정리한 캐리어 두개.

캐나다를 떠나면 뉴욕에서 머무는 밤, 그리고 그 다음은 다시 한국행이다.
언제나 이별을 준비하는건 새로운 걸 만날때의 즐거움과 그 크기는 비례한다. 즐거움이 클수록 이별은 더욱 힘들어지는 거니까.

캐나다에 가면 모든 시간이 내게 흘렀으면 좋겠다.
마지막을 보다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지하철을 타고 오랜만에 JFK공항에 닿았다. 한달 전과 같이 사람들은 북적였고, 비행기는 쉴새없이 뜨고 내렸으며 끊임없이 방송이 흘러나온다. 동적인 그곳을 바라보면서 난 에어포트 5번 홈. 젯블루 공식 플랫폼에 닿는다. 젯블루 운임가격은 나이아가라 버팔로 공항까지 왕복 120달러,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저렴해서 맘에 든다.

미끄러지듯 서는 AIRTRAIN 처럼 수속도 생각보다 정말 빠르다. 자판기식 티켓팅을 하고 있어서 그냥 내 예약번호만 입력하면, E-Ticket이 나오고 수속 화물은 그냥 카운터에 믿고 맡겨두면 된다.


모든 시간이 내게 흘렀으면,
저 멀리 뉴욕이 멀어져가고 있다. 센트럴파크가 아니었으면 뉴욕인지도 몰랐을거다


비행기를 탑승하고 저가 항공이라 기내식 대신 제공되는 과자. 멀어져가는 뉴욕. 또 다른 새로움을 보여주리라는 비행기의 의지 같이, 은색의 무거운 새는 1시간이 되지 않아서 날 버팔로 국제공항으로 내려 놓았다.


새로움에 적응하는건 이래서 참 힘들다.
일단 공항에 내리긴 했는데, 사실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내가 구입한 가이드북에도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가는 방법이 나와있지 않았다. 그래서 캐리어를 가지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마침 저 멀리 보이는 인포메이션 센터.

무작정 찾아가서 내가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려는데 영문으로 된 괜찮은 안내서가 없냐고 물으니 흔쾌히 일목요연하고 해석하기 쉽게 만들어진 빨간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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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 Transportation to Niagara Falls (CANADA)
버스 교통편을 나이아가라 폭포 가는법

To Naiagara Falls. Ontario(Canada) :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기 위해
By Metro Bus : #24 or #204 Bus to Washington & Eagle(Downtown Buffalo)
($1.75 exact amount only)
Walk on block down Eagle street to Metro bus terminal

THEN

Greyhound bus to Niagara Falls, Ontario
($3.60, or *7.60 - One-way  buy ticket at counter or driver)
Departures times : 3:45am* , 6:45am , 7:30am*(M.F.S)
10:15am(M.F.S), 11:15am*(M.F.S), 2:00pm, 4:30pm*, 6:45pm, 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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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내용을 해석하자면 공항 앞에서 24번이나 204번을 타고 버팔로 시내에 있는 워싱턴&이글로 가서 내린다. 부가금은 1.75 달러. 버스에서 내려 1블럭 내려오면 이글스트리트에 메트로버스 정류장이 있다. 그럼, 그곳에서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로 가는 티켓을 끊어서 가면 된다. 시간은 블라블라~ 가격은 블라블라.

이렇게 되어있다. 이 외에도 미국령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는법도 소개되어있지만 내가 가야할 곳은 캐나다령 나이아가라 폭포니, 일단 24번이나 204번을 찾는게 중요했다.

옆에 있는 카운터에서 마침 버스 안내서가 있어서 24번을 꺼내들었더니 친절하게도각 정류장의 표시가 되어있어 어느쯤이서 시내에 들어서고 어디서 내려야할지 쉽게 감이 잡혔다.

그렇게 정류장에서 기웃거리니 도착하는 24번 버스. 혹시나 다른데로 갈까봐 기사아저씨에게 Washington & Eagle 가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간다고 웃으며 반겨준다.
다행이 첫번째 관문은 잘 통과한 듯 하다.


처음에 공항에서 타는 사람은 별로 없더니, 점점 갈수록 사람들이 많이 탄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체구의 사람들이 내 옆을 낑기다 시피 앉으니 가뜩이나 캐리어를 들고 있어 손이 덜덜 떨릴 정도. 이대로 약 20분은 더 가야 할텐데 걱정이 크다. 

다운타운에 전쟁하다시피 도착하고 나서 제대로 내렸는지 확인하고 재빨리 버스터미널을 찾으러 두리번 거렸다. 그런데 아까 버스에서 같이 내렸던 사람이 비슷한 길로 가고 있기에 뒤를 스리슬쩍 밟았는데 역시나 버스터미널로 가던 사람이었다. 운도 좋지, 덕분에 헤메지 않고 잘 도착했다. 사실 그래봐야 한 블럭이지만.



내가 탈 차는 2시에 출발, 3시 25분에 도착한다.
내일 집으로 돌아올때는 1시 55분에 탑승해서 3시 30분에 이곳으로 다시 오는
왕복티켓이다.
표를 구매하면 타임테이블도 함께 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탑승수속을 밟기 위해 그레이하운드 안내데스크에 갔다. 2시에 출발하고, 지금시각은 12시쯤이 되었으니 충분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표는 1시부터 팔기 시작한다고 해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른 곳으로 가서 설레어 하는 여행자들과 서둘러 터미널을 빠져나가려는 현지인들. 다들 제각가의 모습이다.

오후 1시가 되자 그레이 하운트 티켓팅이 시작되었고 왕복으로 티켓을 구입했다. 티켓을 구입하면 막연히 드는 생각이 지하철처럼 바로 플랫폼으로 내려가 마치 지금 떠날것 처럼 걸음을 옮기지만 이내 다시 의자에 앉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 뭔가가 날 끌어당기는데 난 그것에 순응할 수 없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그래서 또 한참을 기다려보지만 차는 오지 않는다. 약속이 되어있던 시간인 2시가 넘었는데도 방송 조차 없다. 초조하게 버스를 기다리는데 3시가 되려고 할 무렵,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다. 알고 보니 이 버스는 뉴욕시에서 출발해서 여러 도시를 경유한 다음 장장 10시간에 걸쳐 이곳 버팔로 마저 경유하기 위해 온 버스였다. 버스를 타니 장거리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의 노곤한 표정이 날 맞아준다.

그리곤 다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버스는 이곳을 출발한다.
차창밖엔 강이 흐르고 차들이, 그리고 도로가 사람이 흘러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흘러가는 사람들은 적어진다. 도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이윽고 버스는 국경인 포트에리에 정착하여 안내를 한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캐나다 국경이니 차는 저쪽에 대놓을게요. 짐 검사와 수속을 마치고 다시 반대편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캐리어를 들고 밀려나와 수속을 밟는다.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때완 달리 이곳의 수속 직원들은 전부 백인이다.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여자 경비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직접 수속을 도와준다.
"어디서 왔나요?"
"한국에서 왔습니다. 뉴욕여행을 하고 오는 길입니다"
"그래요? 별다른건 없네요. 짐에는 뭐 특별한거 없죠?"
"네 없습니다"

그렇게 너무 간단하게 이방인을 맞아주는 캐나다.
아무래도 내 여권안에 미국비자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이들도 20분채 걸리지 않아 입국수속을 마쳤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캐리어를 들고 튕겨나왔다.

버스는 그렇게 또 제 갈길을 묵묵히 갔고, 미국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펼쳐졌다. 안그래도 날씨까지 좋은데 아기자기한 전원풍경과 파란 하늘에 대조되는 빨간색 벽돌집.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다.



정말. 내가 캐나다에 온게 맞구나. 하면서도 실감나지 않는다.

그렇게 풍경에 취해 있을무렵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미놀타 전망대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나이아가라 폭포에 도착 한 것이다. 

"생각보다 참 빠르네요"
라는 옆사람의 이야기. 
"네, 벌써 나이아가라 폭포네요"

그렇게 버스는 나이아가라 폭포 근방을 수없이 배회하더니 이윽고 시내 터미널에 관광객 단 세명을 내려놓고 토론토로 홀연히 떠났다. 

 

그렇게 우리들은 홀연히 내려지고 "즐거운 여행 하세요~"라고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그래, 즐거운 여행해야지. 날씨가 좋으니 상쾌하다. 근데 참 황량해서 어떻게 하면 이 넓은 곳에서 숙소를 찾을 수 있을까.

두리번 두리번 길을 건너고 건너 내가 찾을 호스텔 주소를 따라가보지만 도저히 나오지를 않는다. 저 멀리 유모차를 끌며 오는 아주머니에 물어보니 "뒤에있어요~ 조금만 가면 되요~"해서 또 가보니 도저히 못 찾겠고 또 다른 학생에게 물어보니 "뒤에있어요~ 조금만 가면 되는데요?" 해서 가보니 못 찾겠고 물어물어보지만 다들 뒤에 있는데 왜 못 찾고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걸로 봐선 이 근방인게 분명하긴 했다.

실마리는 결국 관공서에 있었다. 관공서가 스트릿 사이를 막아버려 지래 난 관공서 뒤에 또 스트릿이 있을거라곤 생각을 못했던 것. 그곳을 빠져나오니 또 다른 길이 이어졌고 그곳에 예쁘장한 숙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Backpacker's International Inn. 빨간 지붕을 찾으라는게 바로 이러한 이유였구나.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들어서니 맞아주는 프랑스식 영어를 구사하는 주인 아저씨. 딱 보니 퀘벡사람 같았다. 문득 슈퍼마리오를 닮은 이 아저씨는 아주머니와 함께 호스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안에 손님은 나 혼자 있는 듯 했다.

조용한 숙소에서 짐을 풀고 아저씨의 안내를 듣고 주변 관광지를 대충 파악하고 나니 너무나 가고 싶어 몸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길로 난 다시 사진기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폭포까지는 걸어서 15분도 안되는 짧은 거리니까.

 
밖으로 나와서 강 하류방향으로 슬슬 걸어가니 벌써부터 얼마나 웅장했으면 폭포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온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커져가는 폭포소리. 새로운 세상으로의 울림같았다. 내가 걷는 이곳의 반대편은 미국령. 걸어가다 보이는 레인보우 브릿지를 통해서 국경을 넘고 넘는 듯 했다. 난 다른 방법으로 이곳에 왔지만, 대부분의 관광버스들은 이쪽으로 오기도 하는 듯 싶다.


폭포에 들어서자마자 산뜻한 물안개가 몰려온다. 마치 거대한 미스트를 얼굴에 혼자 맞는 느낌. 수분이 부족할일은 없는 것 같다. 폭포에서 아무 생각없이 배회했다. 폭포가 규모가 크든 작던 자연의 경이로움에 딱 한번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질렀을 뿐이지 나에게 제일 중요했던건 바로 소리었으니까. 그 울림이 난 더 감동적이게 들렸다.

외국인들에게 내 사진을 부탁하고 난 외국인을 찍어주고, 폭포 사진을 쉼없이 찍다보니 어디선가 한국인 관광객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단체로 온 것 같은 아주머니 아저씨들. 간만의 여행이셔서 그런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최고다"를 연발하며 사진에 담고 계신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찍어드리고 난 다시 홀연히 떠났다. 아마 그분들 입장에서는 혼자 온 신기한 한국 사람쯤으로 인식하셨겠지.

이곳에 온 목적, 위에서도 말했듯이 난 풍경보다는 울림을 듣고 싶었다. 내면의 울림을. 폭포의 울림을. 어쩌면 세상의 울림을 느껴보고 싶어서 마치 정신이 나간양 혼자서 그렇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안개아가씨호 선착장에서 만난 나와 같은 사색 여행객 한분을 만났다.


내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하나같이 굳은표정에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구나.
나이아가라 폭포 맨 끝에 다다랐을때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강물을 보고 한참을 멍해있었다.
난 그때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무슨 이유를 멍해있었는지를.
무엇을 동경해서 그랬던걸까? 어떤 이유에서였지?

그렇게 멍한 얼굴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으니. ..
사진찍어주던 호주여자는 그랬다 "표정이 밝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는거야?"

그 질문에 난 쉽게 답할 수 없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만난 그 사색여행객은 바로 호주에서 온 30대 중반의 여성 여행객이었다. 내가 올라와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으니 대뜸 내게 "혼자 왔죠? 사진 찍어줄까요?" 하며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 호의가 고마웠고, 나도 사진을 찍어줬다. 여자는 표정이 밝지 않다며 내게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난 그렇게 묻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나중이 되서야 내 사진을 보고 알았다. 내가 너무 굳어있어서 그랬구나.
서로의 통성명을 하는데 그녀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북한이냐고 재차 물었다. 북한 아니라고 했더니, 서울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면서 멋진 곳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여행자의 질문과 대화는 늘 한결같지만 여자와 나는 알수없는 방랑객의 느낌이 물씬, 그리고 사색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느낌으로 알아챘을거다 서서히 져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서로 무슨생각을 했을까? 난 서둘러 그녀의 여행이 최고의 여행이 되도록 빌어주었고 이윽고 다시 내 길을 떠났다.



배가 너무 고파 들린 허름한 테마파크. 아무래도 관광지다 보니 미놀타 타워 근처로보이는 테마파크와 카지노는 오늘 성업중이 아니다. 아직은 낮이라 그랬을까 조금은 고즈넉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몇 없다. 밥을 먹으려고 하니 이제 여행 막바지가 되어 돈이 그다지 많지 않다. 캐나다 달러에 대한 개념도 정확하지 못하니 어떻게 거스르고 받아야 할지도, 어느 가격이 적당한지도 사실 모르겠다.

그러다가 반가운 SUBWAY를 만났다.
예전에 코넬대학교에서 싼값으로 맛있게 먹었던 그때 풋롱을 생각하면서 들렀건만 그때보다 훨씬 비싼 10달러정도의 가격에 먹었다. 그땐 분명 6달러도 하지 않았던걸로 기억하는데, 갑작스런 지출에 조금 당황했다. 그렇게 되면 이제 앞으로 폭포 앞 어트랙션을 이용하는 것은 제한이 많이 되는데, 걱정이다. 돈을 뽑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뉴욕으로 돌아갈 수 조차 없어질거다. 

허탈한 마음으로 약간은 손해본거 같다는 심정에 신발을 질질 끌며 허쉬 매장을 지나 다시 숙소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울림은 아까보다 덜했다. 그래서 조금은 더 우울해졌다.

숙소로 오다가 저 멀리서 개에 끌려다니다 시피하는 여자를 만났다. 아무래도 이 근처에 사는 듯. 개가 자꾸 내게 달려들려 한다. 개가 뭔가 직감했을까? 왜 나한테 재롱을 떨려고 했을까? 그러나, 그 생각도 하기 직전. 여자는 "멍멍아 쟤는 너 싫어해~" 라고 하며 다시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간다. 

정말 지나치게 드라마틱 하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빵이랑 주전부리를 놓아뒀다는 아저씨말에 밥을 먹으러 갔더니 식당에 왠 아시아계 여자 하나가 신라면과 함께 한쪽 손에는 스니커즈를 들고 먹고 있었다. 

나 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그새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 듯 했다.
뭐지? 한국인인가? 저 신라면은 보통 사람이 먹는게 아닌데 반신반의 하면서 용기있게 물었다. 

"저기 한국 사람이세요?"

... 순간 정적이 흘렀고 여자는 날 올려다 보며 "SORRY? (네?)"하고 되물었다.
 그리곤 다시 고쳐 물었다. 영어로.
"어디서 왔어요?"
"싱가폴에서 왔어요~"

알고보니 싱가폴에서 온 여행자였다. 신라면은 어떻게 먹느냐 했더니 자기네 나라에선 이렇게 많이 먹는다고, 숙소 뒤에있는 슈퍼에 신라면이 있어 너무 반가웠다고 한다.

머나먼 타국에서 만난 동양인 여자다 보니 통성명을 하게 되었다. 이름은 제씨 엉. 친구가 코넬대학교에 있어 같이 있다가 여행차 와본것이라고 했다.

나도, 잠깐 코넬에 있었다고 하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코넬 예찬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제씨는 나에게 제안하나를 건냈다.

"내가 알기로는 저녁에 레이저쇼를 한데, 폭포가 그렇게 이쁘다던데! 하이라이트야! 같이갈래?"

고마웠다. 사실 계속 숙소에서 쉬려고 했던 참이다. 그런 정보를 아예 몰랐고 말이다. 근데, 좋은 기회를 알게 되고 누군가 알게 되어 간다는게 반가운 일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말할 수 없던 그 무엇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 고국에 대한 향수병 같은 것이었을 거다. 이내 기분을 되 찾을 수 있었다.

밤이 되어 깜깜해질 무렵 다시 폭포를 향해 움직였다.
다시 울림이 저 멀리서 들려왔고, 그 울림은 아까 느꼈던 울림과는 다르게 좀 더 웅장했고 기분 좋은 울림이었다. 

우리는 가는 길 내내 계속 영어로 대화를 했다. 싱가포르 항공이 어쨌느니 일본어 할 줄 아냐느니, 사실 제씨는 중국어와 영어는 기본적으로 유창하게 했는데 일본어까지 어느정도 구사할 줄 알았다. 
난 제씨 앞에서 어이구 저주스런 영어실력때매 너랑 유창하게 말할 수 없어서 유감이다. 라고 몇번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이윽고 우린 폭포에 도착해서 황홀한 폭포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미스트는 더 강해졌고 빛이 반사되어 오색깔 조명들이 날아다니는 듯 했다. 안개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풍경을 돌아보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제씨는 숙소로, 나는 아저씨에게 시티은행 ATM을 사용하려 하는데 어디에 ATM이 있냐 물었다. 처음에는 아저씨 발음을 못 알아 듣겠더라. 시티은행인데 자꾸 티티은행이라고 발음을 하셔서 내가 잘못 물어보고 있나 해서 반신반의 하며 길을 떠났는데, 아까 숙소 오며 그 헤메이고 해맨 길. 11시에 이곳을 배회하는 희안한 가족들이 날 데리고 ATM까지 데려다 주는 바람에 밤 12시쯤이 되서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카드엔 돈이 없었다. 그래서 수수료가 무섭지만 내 주거래 통장에 있는 돈을 빼기로 했다. 그래봐야 약 50달러 정도. 이정도로도 사실 넉넉하지 못했다. 어쨌든 뉴욕까지 돌아가는건 가능 할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니 제씨는 노트북을 하다가 방으로 들어갔고 아저씨는 날 불러세우더니 므흣한 표정으로 은밀히 물었다.

"니네 사귀는거야?"
나는 버럭했다!

"아니에요!! 그냥 오가다가 만난 사이라구요!!"
아저씨는 껄껄 웃었다. 아저씨와 난 밤에 농담을 주고 받으며 내일 일정에 대해서 의논했다.
아이스 와인 양조장을 가려는데, 그게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에 있더라. 자그만치 20km쯤 되는데 어떻게 가야 하나? 걸어서 갈 수 있나? 물어 봤더니 1박 2일 일정이라면 포기해야 한다고 아저씨는 못 박았다.

과연 나는 그곳에 갈 수 있을까?...



날짜

2010. 8. 3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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