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집에서 머무는 동안, 매일 아침마다 포리지(Porridge)를 먹는다. 여기 영국에서는 하나의 아침식사처럼 먹는데 시리얼처럼 포리지(오트밀) 가루를 사서 데운우유에 부어 졸여(?)먹는다고 해야하나... 거기에 건포도와 꿀을 조금 넣어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홍차를 내어먹는데 그냥 먹는거보다 보통은 밀크티 형식으로 우유를 조금 넣어먹는게 일반적이다. 




나를 호스트해주고 있는 이 아저씨와의 인연은 깊다. 그다지 영어를 잘못해 전전긍긍하던 나를 많이 자극(?)하고 도와주셨던건 물론이고 내게 살 곳을 소개시켜주기까지 하셨던 분이니까. 아저씨 덕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영어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영국은 생각보다 발음체계가 미국과 달라서 딱딱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나는 항상 어설프게 미국식 발음을 구사하곤 했는데 아저씨는 청력이 별로 좋지 않아 발음만 조금 엇나가도 잘 알아들으시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발음기호를 가지고 알려주시곤 했는데 덕분에 이제는 r과 l발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이곳에 머물고 있던 다른 영국인 두명, 크리스와 조슈아다. 조슈아는 이곳에 아예 살고 있는 플랏메이트 중 하나였고 피아노 교사로 코츠월드에서 왔다. 조슈하는 카디프에서 일을 구하기 위해 런던으로 왔다. 둘 다 구직자인 덕분에 "누가 먼저 일을 구할 수 있을까 내기 해볼까?"라고 농담을 걸어 온 친구. 상당히 친절했다. 



아저씨의 플랏에는 이렇게 특이사항들을 항상 걸어두신다. 어떤 친구들이 머물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서왔는지. 지금 보니 저기에 적혀있는 구스타보는 멕시코 출신인데 잘못표기 되어있네. 




워낙 처음 런던에 도착하고 나서는 영국, 런던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 처음 5일간은 열심히 런던시내를 쏘다녔다. 집앞에서 버스를 타면 시내까지 20분정도면 닿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유명하다는 옥스퍼드 스트리트, 빅벤, 트라팔가 스퀘어를 얼마나 들락날락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서울 외곽에 살기 때문에 이런 생활이 굉장히 편리하게 느껴졌다. 당장에 서울에 가는것만해도 버스를 네번이나 갈아타야 하고, 1시간 반은 족히 걸리는데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시내를 자전거 타고 나갈 수 있는 점도 참 맘에 들었다. 그리고 공원도 걸어서 3분거리. 역시 나는 운이 좋다. 




하지만, 영국의 날씨는 들었던 악명만큼 늘 날씨가 좋지 않다. 일주일에 한 이틀정도가 날이 맑고 대부분이 흐리거나, 비가온다. 게다가 중앙난방(센트럴 히팅)이 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에 집안이 굉장히 춥다. 그래서 홍차를 주기적으로 마시는것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오자마자 이틀만에 감기에 단단히 걸렸다. 목이 칼칼해져 거의 1주일 동안은 몽롱한 상태로 한국에서 온 비상약에 의지하며 지냈다. 같은 방을 쓰고 있던 이탈리아 친구에게 미안해하며 양해를 구하고 매일같이 집에 쳐박혀서 열심히 이력서를 쓴다. 


나는 영국 워킹홀리데이 1세대로, 비자를 받자마자 바로 영국으로 갔기 때문에 흔치 않은 워홀러였다. 게다가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정도였냐면, 내가 비자에 대한 정보와 계좌를 얻기 위한 구글링을 할 때, 외국의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야후 ANSWER를 하루종일 들여다 봤을 정도니까. 그래도 거기엔 일본, 대만, 호주, 캐나다 등의 YMS 비자 선배들의 경험담이 조금 있었기 때문에 참고할만했다.


일을 구하기 앞서,  


일단. 현실적인 상황을 좀 고려해보기로 했다. 

일을 구하는데 있어 내 상태를 파악하는것이 중요했다. 

일단, 나는 비지니스 회화 수준이 안됀다. 문장을 만들어 이야기하면 한줄 이상이 되질 않는다. 

두번째로, 말하는데 자신이 없다였다. 


그럼 내가 잘하는 것을 생각해본다. 

첫번째, 전문적으로 디자인과 포스터 쯤은 제작 가능하다. 

두번째, 일본어를 할 줄 안다였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웠고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인턴을 하고 갈 생각을 접고, 일단은 밑바닥부터 한국어나 일본어를 사용하는 일을 잡자. 기왕이면 일본어를 활용하는 쪽을 선택하자. 

두번째, 영어학원을 등록한다. 한국에 있는 유학원과 최대한 커넥션이 없으며 괜찮은 가격대의 학원을 직접 서치하자

세번째, 계좌를 개설하자. 


일단, 이력서는 어느정도 작성을 했고 특히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을 강조하여 이틀동안 근처에 있는 일본식당을 돌아다니며 무작정 CV를 뿌리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정보를 굉장히 많이 모아 온 편이었는데 대부분의 후기들을 보며, 고작 알바하나 하면서 레벨을 따진다는 것이 참 맘에 들지 않았다. 가령, 스타벅스에 취직했다거나 브랜드 있는 어떤 직종에 들어갔다는 것에 굉장히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직종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였다. 중요한 것은 영어를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만큼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영어도 못하는데 기회가 주어질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상황을 알고 일본어를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그것이 어떤 직종이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총 50장의 레쥬메를 뿌렸고, 구직을 시작한 지 5일만에 세군데의 연락을 받았다. 나는 2년간 이를 악물고 이곳에 왔고 좀 더 야무질 필요가 있었다.



본 런던생활기는 영국워킹홀리데이 비자(YMS) 1기로, 2012년 9월부터 2014년 9월까지 2년간 머물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엮었습니다. 런던은 언제나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과는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에 감안해서 참고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현재 사정상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해드리지 못하게 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신 제가 가지고 있는 팁은 가감없이 블로그에 공개하도록 하겠으니 그것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날짜

2015.05.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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