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산티아고라는 영화가 한창인 것 같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산티아고를 꿈꾸던 사람들에게는 설렘을, 이미 다녀온 이에게는 추억을 준다고 하더라. 시간이 허락하면 가능한 한 빨리 보고 싶은데, 그 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까미노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놓을까 한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여행지의 일부분이 되었지만 까미노는 여행으로 만만하게 가는 여행지는 사실 아니다. 막장 아무 생각없이 왔어도 뭔가를 얻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까미노. 조금은 힘들지만 그 안에서 정말 온전히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게 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을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투영해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 또한 생기기 때문이다.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나서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이자 영국 워홀의 목표인 많은 사람들과 영어로 소통하고, 까미노와 러시아 횡단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모두 대성공. 


한 문장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나는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그 덕에 까미노에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하나 깨닳은 것은 영어를 잘한다고 소통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까미노에는 영어 화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기에 눈빛으로 이해하고 손짓 발짓으로 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한다. 

하나 가지고 가야할 것은 바로 '적극성'이다.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보라. 그러면 이 여행이 도전이 아니라 깨닳음이 될 수 있는 값진 여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때는 2014년. 영국 워홀을 마치고 나는 까미노를 가기 위해 프랑스에 도착했다. 벌써 세 번째 파리 방문이기에 나는 파리를 당일 관광하고 까미노가 있는 생장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파리 마레지구 돌아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들른 퐁네프다리. 파리여행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 개인적으로 해지는 시간이 가장 예뻐서 파리에 올 때 마다 찾게 되는 마력이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다리 밑으로 다니는 바토뮤슈(유람선). 영국 템즈강에서도 유람선 같은거 타보지도 않았는데. 타볼 걸 그랬나 싶은 아쉬움이 있다



아쉬운 퐁네프 다리를 뒤로하고, 다시 파리 북역을 찾았다. 이제 짐을 찾으러 가야지. 크기에 따라 사물함이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큰 짐도 걱정없이 보관할 수 있는데다가, 철통보안이라 짐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이렇게 보관했던 번호를 다시 입력하면 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조. 덕분에 호스트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기차역 전광판을 보는걸 정말 좋아하는데 파리 북역의 전광판은 수동이다. 게다가 넘어갈 때마다 촥촥촥하고 소리가 나는데 그게 왠지 모르게 멋지더라. 뭔가 옛스러워서 참 보기 좋더라. 



카우치 서핑을 할때마다 나는 절대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문화를 교류한다는 명목으로 일부 여행자가 무료 숙박이라는 '도구'로 카우치서핑을 활용하는데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나는 늘 불고기를 만들어주거나 초코파이를 하나씩 사가는데 이게 은근히 좋다. 자연스럽게 한국과자나 음식을 소개하면서 문화를 교류하기 좋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파리에서 꽤나 유명한 호스트. 직업은 영어 선생님이라 프랑스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엄청나게 잘한다. 나는 그를 위해 초코파이와 와인을 준비했다. 뒤에는 여태까지 왔다간 사람들의 엽서들이 즐비하다. 


제일 미안했던 점은 파리를 하루만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 카우치 서핑 요청메일을 보낼때도 구구절절히 양해를 구했다. 카미노를 가게 된 계기부터 하루만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유들 등등. 이렇게 길게 메일을 적어본 것도 오랜만이다. 


다행히도 요청은 수락되었고, 이 호스트와 와인과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짧막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름 2년간 갈고 닦은 영어를 써먹을 수 있었던 기회인데.. 이날 술을 먹어서인지 영어가 갑자기 막힘없이 나오는 현상이! 호스트는 너무 한국에 대해 인상이 깊고 진심으로 한국에 가고 싶어졌다고 하더라. 




나중에 카우치 서핑 사이트를 들어갔더니 이렇게 좋은 코멘트를 나에게 남겨줬다. 너무 수다스러운 바람에 다음날 일을 가야하는데도 까먹게 했.....  

암튼 이때부터 더 열심히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이른 아침. 엽서에 고마움의 인사를 적어놓고 나왔다. 새벽 5시에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내심 차를 놓치면 어쩌지 하고 선잠을 자긴 했으나.. 긴장하고 수면을 취한 탓에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향한 몽빠르나스 역. 남부로 가는 기차는 이곳에서 출발한다. 


이제 드디어 가는구나 까미노를 향해.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나름 20대를 정말 정신없고 후회없이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 마무리는 까미노에서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커피와 햄버거로 간단히 아침을 떼우고 플랫폼으로 간다. 내가 탔던 객차는 바로 TGV이긴 하나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는 IDTGV다. 


이 열차의 경우에는 TGV객차와 같지만 IDTGV용 객차 2량이 또 메달려서 간다. 가격은 정말 저렴. 28유로정도에 예약할 수 있었다. 원래 St Jean Pied port 로 가야하지만, 바로 가는 기차는 별로 없어 나는 우선 바욘으로 향한다. 바욘에서 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원래 한번쯤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상 패스했던.. 와인의 고장.. 보르도를 지나.. 남으로 남으로 향한다. 그런데 원래 3시간 가량 걸린다는데 시간이 좀 더 지체되고 있다. 선로에 30분 정도는 멈춰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인고 하니.. 옆자리 할머니가 내 표정으로 보고 시계를 가리키며 delay ... delay 한다. 아아.. 뭔가 지연되고 있나보다. 객차에서 프랑스어밖에 안나오니... 내가 알턱이 있을까. 



오른쪽 위측에 보면 IDZEN 객차 표시가 있는데 IDTGV는 두가지 테마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객차가 있고 이렇게 책읽기 좋도록 조용한 객차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조용한 객차를 선택했는데 정말 만족했다. 



드디어 도착한 바욘. 내 눈앞에 순례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다들 어디 계셨습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Camino 를 걷기 위해 바욘에서 점심을 먹고 생장으로 출발한다. 




P.S. 지금까지 프리퀄이었습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까미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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