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이거나 혹은 플라스틱이거나,


극명하게 차이나는 두사람에 대한 책을 읽었다.
사실 이 글은 석가탄신일을 맞아 쓰려던 포스팅이었는데, 약간 늦어 이제서야 공개하게 되었다.

당신은 솜털, 플라스틱 어느쪽인가? 적당히 합성수지가 되고 싶은가?



오늘 소개할 이 글은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와 전혜린의 유고집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에 관련된 내용이다.
먼저 법정스님은 한국의 승려이자 수필 작가이다. 대표적인 수필집으로는 《무소유》 《오두막 편지》등이 있고, 2010년 3월 11일에 입적하셨다.
그리고 전혜린은 대한민국의 번역자이자 수필가이다. 독일 유학파출신이다. 수필이자 일기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와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가 유명한 저서이다. 1934년 1월 1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났다. 1965년 1월 10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뒤, 경기도 안양시 조남리 선산에 묻혔다.

우연히 이 두 책을 동시에 읽게 되었다. 어찌보면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극명하게 다른 양식을 가지고 있던 책들이라 오히려 읽기 복잡했다기 보다는 중복되지 않았으니 더 술술 읽혔다.

이제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은 '소유'할 수 없다. 법정 스님이 입적하시기 전 무소유 외 자신이 출판했던 모든 책에 대해 출판을 하지 말아달라고 유언했기 때문. 그래서 이 두 책은 이전보다 오히려 당사자가 세상에 없을때 더욱 치열하게 읽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10점
전혜린 지음/민서출판사
 
무소유 - 10점
법정스님 지음/범우사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며 솜털같은 성격으로 자연을 끌어안으려고 했고 어떻게든 거스르려 하지 않았던 법정스님, 숱하게 재조명 되고 있는 그는 다큐에서도 볼 수 있듯이 흘러가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만지려 하지 않았다.
그의 저서 '무소유'에도 나타났듯이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잠시 맡아두는 것일 뿐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책 초반 그의 일화중 '도둑이 절에 들어와서 자신의 물건을 훔쳐갔었는데도 맡아둔걸 다시 가져갔구나 하고 생각했다'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조망했고, 입적하는 그 날 까지도 병원에서 인위적으로 치료해가기 보단 자연 그대로 바람처럼 세상을 살다 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것이 곧 세상을 소유하려 하지 않았던 무소유였고 법정 스님에겐 죽음 조차도 잠시 맡아 둘 뿐, 곧 보내야 하는 존재였다.

그에 반해 전혜린의 에세이들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다. 평소에 번역작가로서 자신의 책은 없고 현재 그녀의 이름으로 나온 책들은 전부 일기장이나 한줄 글들을 모아 유고집으로 묶었을 뿐, 유명 번역본을 찾아보자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생의 한가운데》라던지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정도가 있겠다. 그녀의 문체는 법정 스님의 글처럼 자연스레 읽히기 보다는 조금 머금고 머금어야 읽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다시 읽기 위해 접히는 책장도 많다. 그녀는 독일 뮌헨에 거주하며 어찌보면 도시적인 삶을 살았고, 회색빛깔에 억눌려 사랑과 죽음에 대해 자신을 끊임 없이 재평가하고 삶을 억척스럽게 지속하려 했던 인물이었다.

그녀의 글에도 나와있듯이 그녀는 번역작업을 하면서 여러번의 고통을 당해야 했고, 사랑의 불꽃을 쉴새없이 꽃피우다가도 한순간에 나락을 빠져 죽음을 생각해야 하기도 했으며 그런 일련의 과정속에서도 치열한 삶을 살았다.

요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전혜린을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유고집 말고는 역자로 표현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으니까. '불꽃처럼 살다간 천재'로 대변되는 그녀. 어떻게 보면 치열한 삶 뒷편에는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 더 강하진 않았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회색빛깔의 치열함을 배우기 위해서 그녀의 에세이를 많이 찾는 것 같다. 
사실 자살을 한 이유 누가 알겠는가, 다만 그녀의 책으로 미뤄 짐작할 뿐이다.
 

그들의 삶은 극명하게 대조되지만 어느 누가 참된 삶을 살고 있다고는 그 누구도 평가 할 수 없다. 거스르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살았던 법정 스님의 삶, 불꽃같이 치열하게 살고 세상을 등진 전혜린. 

이 책들을 비교하면서 이런생각이 들었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솜털처럼 사는것, 혹은 플라스틱 처럼 사는 것보단 때론 우리에게 합성수지처럼 보통을 이루면서 사는게 어찌보면 현대를 사는데 가장 적합하지 않냐는 것이다.  



사진의 출처는 책 속에 있습니다.

날짜

2010. 5. 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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