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에서 맞이하는 마지막날은 어제보다 더 푸르고 아름답다. 아침부터 분주한 주방. 왜 이렇게 정신이 없나 했더니 샛별이가 요리를 하고 있다


“이야~ 이게 뭐야? 대체”

“아, 오늘 피크닉 간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집에서 살짝 샌드위치를 준비해왔어요. 그리고 두부케잌도 한번 만들어봤는데 이게 채식용 레시피로 한거라서 두부를 베이킹 파우더랑 섞어서 만들어봤어요” 


살짝 먹어보려고 했는데, 안된다며 나중에 먹으면서 음미하자고 뒤로 쓱 숨긴다.

오늘은 고달사지에서 피크닉을 즐기기로 했다.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준비해와서 이야기를 공유해보자고 했었는데 역시 요리를 좋아하는 샛별이는 음식을 준비해왔다.  그것도 일반적인 음식이 아니라 채식을 위한 레시피로다 말이다. 


난, 커피를 대접하기로 했다. 보통이라면 아메리카노를 커피집에서 사먹곤 했는데 매번 사먹자니 너무 부담되어 원두를 사와 핸드드립을 간단히 해 먹어왔었다. 그런데 로스팅 된 원두도 너무 비싸 이왕 할 거 생두를 사서 집에서 볶아보는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콩 볶는 후라이팬으로 볶던것이 벌써 1년.

요즘은 제법 먹을만한 커피를 만들 수 있다. 그걸 이 자리에서 보여주기로 했다. 


규환형은 영상과 사진을 촬영해서 다큐멘터리 클립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가 신나게 준비한  이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생동감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고달사지로 향하는 길은 우리가 파사성 뒷편으로 본 금빛 논이 펼쳐진 곳이었다. 눈 앞에서 쉴새없이 피고지는 논 풍경과 고달사지까지 높아져가는 고지 뒷편의 그림이 스위스 부럽지 않을정도로 아름답다. 


이내 도착한 고달사지는 역사의 현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는 고달사지는 이제 그 터만이 남아있다. 우리는 그곳에 걸터앉아 모래가 있는 평지에서 로스팅을 시작했다. 약한불부터 서서히 커피콩을 볶고 살짝 고소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질때 쯤 샛별이는 샌드위치랑 케익을 준비했고, 가지고 있는 모카포트로 진하게 내린 커피와 핸드드립으로 연하게 내린 커피가 준비되었다. 












 


로스팅을 일일히 다 하고 체프를 입으로 불어서 날리고, 그라인더에 원두를 갈고 핸드드립으로 내리니 정성이 안들어갈 수가 없다. 커피를 마시자 모두가 너무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샛별이의 맛있는 샌드위치와 케잌도 베스트셀러였다 


"어쩜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야 이게 진짜 두부로 만든거야?"


다들 너무 맛있어서 난리다. 나도 처음 먹어본 두부 케잌과 샌드위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전, 사실 여행을 다니게 된 이유가 다른게 없었어요. 너무 실패만 하게 되니까 극한 상황에서 여행을 하면 그게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떠난 여행이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운을 얻고 돌아와서 그 이후로 쭉 혼자서 여행을 다니고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적으로 만들어 나갔던거 같아요. 그렇게 블로그를 하게 되고. 강연할 수 있는 기회도 얻고 했죠. "  모노트레블러 장준영


"사실, 음식 만드는게 이유가 있어서 시작한건 아니에요. 하다보니까 너무 즐거운거에요, 그래서 음식에 대한 레시피도 준비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다보니 지금까지 이르게 된거죠. 외국 블로그를 본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음식을 채식 육식으로 쭉 나눠서 채식이면 나뭇잎 개수로 얼마만큼 웰빙요리인지 표시하고 이야기를 블로그 스피어에 알리는 것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지금은 조금씩 조금씩 레시피를 모으고 갈고 닦고 있어요" 즐거운 요리연구청춘 이샛별 


"샛별이 말처럼 나도 사진이 좋아서 찍기 시작한건데, 벌써 이렇게 까지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할 줄은 몰랐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진은 취미생활의 일부분이고 진짜 계발하고 있는 건 광고 홍보와 매스커뮤니케이션 쪽이야.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이게 조만간 빛을 발할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점을 찍고 있지. 언젠간 연결 될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광고계의 달인  Qhwan 멋지지 않아?" 광고홍보의달인 Qhwan


여행지에서 이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서 피크닉을 즐기고 이야기를 진하게 공유했던 적이 있었던가, 내 여행을 한번 되돌아 봤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건 그간 많이 해왔는데, 원래 알던 사람인데 여행지에서 이야기를 나누니 내가 알지 못하던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닳았다. 그들의 빛나는 청춘을 위해서 이렇게 갈고 닦고 있었던게 많았다니. 나도 절대 이렇게 고여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이들의 청춘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생동하는 청춘의 눈빛은 정말 새로운 세계를 향해 설레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청춘은 고이지 않고 흐른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다음 청춘은 어디서 흐르게 될 지 벌써부터 설렌다.



 



 

날짜

2011. 10. 1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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