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함께가요!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
 


2005년 9월 11일 30도를 웃도는 후덥지근한 날씨, 나는 땀에 흠뻑젖어 산을 오르고 있다. 왜 그리 정신나간 짓을 하냐고? 바로 이곳, 수락산에서 내게 제일 존경하는 한비야 누나의 강연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1년간을 토굴에서 살듯 학원에서만 살다가 이게 몇달만에 맛보는 산공기 인것이냐!! 올라가는 길에 나뭇잎 물소리 모두 옛날에 만난 친구인냥 반갑기만 하다.
그러다가 타이밍을 놓쳐 부랴부랴 올라가서 10분전에 강연회장에 간신히 도착했다.
갔더니만 글쎄 누나가 저만치에 있는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오도방정을 다 떨며 쌩쇼를 했었을텐데 명색이 이젠 성인이니 문화시민의 긍지를 갖추어 제법 담담하게 서있었다.
사회자의 낭낭한 멘트가 곧 시작되었다 " 홍익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유타주.. 긴급구호를 하고 계시고... 최근 지.구.밖으로 행군하라.." " 지도!" 한비야 누나의 따끔한 일침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소개를 받은 한비야 누나가 나오시고 강연을 시작했다. 나도 이번기회가 다시오지 않는것인 만큼 연습장을 꺼내 써가면서 경청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한비야 입니다!" 짝짝짝! 150명이 넘는 인원의 박수소리가 끝나고
"제가 몇백명이 넘는데서도 강연을 해봤는데 이번엔 좀 떨리네요! 후우-" 길게 숨을 고르쉬고 " 여러분 중에서 책상이나 식탁, 벽걸이에 세계지도를 놓고 보시는 분 손들어보세요" 나도 손을 들었다. " 세계지도를 놓고 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저도 어렸을때 아버지가 세계지도를 보여주셨고 그 많은 나라를 익히게 하려고 퀴즈로 내기같은걸 하셨어요. 일본이 나오면 정말 땡잡았죠!" 하면서 회상을 하기 시작했다. " 여러분! 자녀가 있으신 분이면 자녀에게 세계지도를 자주 보여주세요. 우리나라는 세계의 270/1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덧붙여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가면 친구가 제일없다 등등.. 이야기를 하고 긴급구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구호요원에겐 죽을것 같다. 죽어가는것 같다. 살 수 있다 라는 말은 없어요 죽었다/살았다 두가지 뿐이에요. 아이를 안아보았던 적이 있는데 못먹어서 깃털처럼 가볍더라구요. 안쓰럽게..말이죠.. 우리는 현장에 가서 영양죽을 먹이는데 영양죽이라고 해도 콩,쌀,조미료로 된게 전부에요. 그리도 그런 아이들에게 먹이면 기운이 다시 나게되요. 송장처럼 축 쳐져있는 아이, 독초를 하도 먹어서 목이 막혀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 꾸준히 먹이면 살아나요. 언제 한번은 그 깃털처럼 가볍던 아이가 영양죽 먹고 몇일후에 제게 눈을 맞추더라구요. 눈을 맞춘다는건 기력이 있다는거 잖아요. 그전까지는 눈이 허공을 향했는데 말이죠. 이런 아이들은 100% 살아요. 하지만 웃지도 못하고 기력없는 아이들은 확실히 죽는거죠. 여러분들은 만원으로 사람 살려보셨어요? 다 죽어가는 아이들도 링거 800원짜리 한병이면 살릴 수 있어요. 여러분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답니다."
목이 마르셨는지 목을 축이시고는 " 긴급구호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었던적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그런아이들이 많이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돌보지 않고 다른 나라를 돕느냐 하는거죠.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도와주잖아요? 하지만 아프간이나 여러나라는 그런 정부조차도 없어요. 그나라 사람들이 직접 해결해야 해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도움을 받던 나라였어요 하지만 이젠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지요. 1990년이 지나면서 말이에요. 도움을 받다가 도움을 주는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 뿐이에요. 받은게 있으니까 이젠 돌려줘야 겠다는 생각을했어요" 아, 그렇구나 나도 예전에 그런 의문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한비야 누나는 긴급구호 이야기는 여기서 일단 접고 다른 화자로 돌려서 또 말을 이었다 " 저는 세상을 무한 경쟁의 세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해요. 원하는것을 찾으세요! 하고 싶은것이요. 작년 쓰나미 현장에 갔었을때 이야긴데요 잠깐 징그러운 이야기 좀 할께요. " 모두 눈이 동그레 지면서 순간 집중하기 시작한다 .
" 사람이 죽으면 임산부처럼 되요. 온도가 높아지면 부패해서 배에 가스가 찬데요 어디 갔다오면 그게 터져있어요. 내장이 죽죽..... 그런건 장의사도 많이 못 보잖아요? 저는 그런 시체를 몇만구나 봤어요. 때문에 한국와서 며칠동안 생선도 못 먹었지요 그게 생각나서.. 또 아프간도 그렇고 남아프리카 갔을 땐 주민이 모두 에이즈 환자였는데 부모의 성생활이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는 에이즈를 안고 태어 나잖아요.. 무슨 죄가 있습니까.. 그 핏덩이들한테.. 또 그런아이들은 대부분 1년을 못 넘기고 죽죠. 언제 한번은 아이들이 여러분처럼 많았는데 절 보더니 모두 달려와 안아달라고 하더라구요 갑자기 매력적인 동양여자가 왔으니 오죽하겠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의 99%는 전부 에이즈 환자에요. 제 몸에 혹 상처가 있으면 그 아이들의 피부에 난 피고름이 저에게 닿으면 에이즈 안 걸린다는 보장이 없죠. 본부에서도 막 안아주지 말라는데.. 어떻해요.. 그렇다고 안 안아줄 순 없잖아요, 그렇게 어려운 일을 왜 하냐 하는데 이 일이 나를 가슴뛰게 하니까 하는거에요 자기가 정말 가슴 뛰는 일을 찾아야 해요. 제가 이번에 책을 내면서 떳떳한게 있어요. 중국견문록 이후 제자리 걸음이 아니라 한발짝 나아가서 떳떳하고, 나의 어떤 힘도 아끼지 않아서 떳떳해요. 낮엔 직장가고 밤엔 책을 써야해서 밤 새며 책을 쓰고 나서 거울을 보면 "독한년" 소리가 절로 나와요. 그러면서도 뿌듯하죠. 제일하고 싶었던거니까 이런 힘이 나왔겠죠. 그냥 하는건 과정이에요 고등학교 때는 바쁘다 치더라도 대학생 때는 흥청망청 노는것 보다도 가슴이 뛰는 일이 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은 과정이에요. 진정, 시키지 않아도 할 수 있고 가슴이 뛰는 일이면 100% 능력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제가 에디오 피아에 갔을때 말라리야 예방약 때문에 가장 힘들어 했었어요 피골이 상접하고 꼴이 말이 아니었죠. 그래도 그 모습이 제일 아름답더라구요. 물론 저도 거울이 있어요(웃음) 잘해야 B+인건 알아요. 근데 그렇게 열심히 하고 나니 나 자신이 그렇게 이뻐보일 수 없더라구요. 제가 여러분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전자가 있어요 일기를 쓰는거랑 여기 이 할아버님과 저 학생처럼 메모하는 버릇!" 몇몇이 나를 바라봤다 굉장히 쑥스러웠다 " 사진은 순간을 남기지만 기억은 금방 사라지지 않아요. 메모하는 버릇이 필요해요"
"물은 100도에서 끓잖아요. 99도에선 끓지 않아요. 그 사이엔 무수한 장애물이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 장애물을 이겨내면 물은 끓지요. 안하는것과 해보는것의 차이도 여기 있다고 봐요.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해 보세요. 그러면 가지도 좋고 남도 좋고 그렇잖아요. 새장에서 벗어나세요 어깨에 날개가 있다는걸 잊지 마세요. 어깨에 날개가 퇴화 되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세요. 태국 코끼리는 어렸을 때 부터 쇠사슬로 묶어놓는데요. 처음에는 마구 발버둥을 치겠죠. 그러다가 나는 여기서 못 벗어나는구나 하곤 결국 순응해요. 나중에 코키리가 크면 꼬리에다가 조그만 노끈을 이용해 꼬리만 살짝 묶어놔도 움직이지 않아요 난 이 줄을 벗어나지 못해!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여러분! 세계를 무대로 삼으세요 세계는 좁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은 세계의 270/1 밖에 되지 않아요 세계에 관심을 가져요 구호에서도 관심 가져주세요 한국 사람은 인정 많다잖아요(웃음) 어느나라 어디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측은지심부터 시작해 관심을 가져야 해요."
"저는 촛불보단 횃불을 가지고 싶어요 횃불이 탈 동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여러분! 제 횃불은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불이 붙지 않은 횃불을 가지고 있어요. 제 횃불을 받으시겠습니까?" 모두 크게 "예!"를 외쳤다. "제가 긴급구호를 한지 5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꿈이 하나 있어요. 대형 난민캠프 총 책임자 되는거요. 물론 힘이 들거라는건 알아요 그래도 한발짝 한발짝 다가갈껍니다. 저는 긴급구호라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올라가면서 시야가 넓어질거 아니에요? 여러분은 어디를 향해 한발짝 한발짝 가고 있습니까? 인생을 하루로 치면 80에 40밖에 안왔어요 전 이제서 점심을 먹는데요? 시작하고 중단하는게 아니라면 값진겁니다. 축구 경기를 인생에 비유해서 90분이면 이제 전반이에요 45:45로 말이죠. 골 하나 들어갔다고 경기 끝났다고 가는 선수가 어디있겠어요? 계속 나아가는거죠. 저는 이제 4학년 2학기 학생이에요 제 나이가 40대 후반이니까(웃음) 요즘 대학보면 1학년 학생에게 4학년 학생이 " 너 참 좋을때다 " 하더라구요 하이고, 웃기는 소리 아직 늦지 않았어요 끝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아셨죠?"
"결국 제가 말하고 싶었던건 2가지에요.
첫째, 가슴속에 세계지도를 가지고 살자. 세계를 무한 경쟁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아들,딸 처럼 생각하기.
둘째는 자기가 하기로 한 일, 그런 결정을 했으면 어떻게 갈까 고민하고, 변치말고 나아가자 떳떳하게! 핑계 대지말고 최선을 다해서! 독한년! 독한년! 이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 할때 얼마나 떳떳한지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제가 뭐한다 뭐한다 하면 정신없는 소리 하네 하는 분이 많아요 (웃음) 그래도 그게 원하는 거면 해야죠. 전 아직 4학년 2학기 인걸요? 여러분도 정신 없는 소리 한번 해보세요!"
짝짝짝! 박수소리가 터져나오고 강연이 끝났다. 그 다음은 기다리던 Q&A 타임이 왔다.
첫번째 질문은 국내에 좋은 여행지 좀 추천해달라는 아저씨의 주문. " 지리산, 설악산도 좋고요 그리고 진북에서 정선까지 걷는길이 좋아요 북한의 개마고원 감자꽃도 멋져요" 라는 답변이다. 두번째 질문은 월드비젼을 잘 모르는데 어떤 구호단체 인가? "사랑이 담긴 성금과 후원은 한곳에 꾸준히 해야해요"라는 당부와 함께 월드비젼을 소개했다(월드비젼 홈페이지 참조) 그리고 어떤 여자분이 질문을 하시고나서 다음 질문은 내가 했다.
손들자마자 "어! 안경잡이! 수업태도가 제일 좋더라!"라는 말과 함께 질문을 받으셨다 "이번기회를 통해 사람들이 긴급구호에 관심이 많아졌을꺼라 생각돼는데요, 혹 봉사인원이 부족하진 않은지, 대학생이나 어른들이 직접 현장에 가서 봉사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라고 물어보자 "어머 목소리도 멋있네" 하신다 부끄럽게..(웃음) 사실 그런건 일체 안됀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중환자 실과 같기 때문에 아무나 불가능하다. 만약 가능하다 해도 돈들여 와서는 일을 망치기 쉽상이고 살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또 전문가랑 자원봉사자는 천지차이고.. 자기의 힘을 어디다 보태야 할까? 하는 것은 어디선가 필요로 하는 곳이 분명히 있을 것이니 마음으로 만으로도 응원해달라고 하신다.
다음 질문은 안양에서 온 주부님의 터키여행 질문, 그리고 꼬마들의 애교섞인 질문.. 그곳의 인식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구호를 빙자한 제국주의가 될 수 있고, 그 사람들의 자랑, 자부심이 스며든 문화 보다 .. 나쁜것, 가난,궁핍에서 벗어나게끔 아픈곳만 치료해야 한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우물은 인간과 동물이 같이 마셔서 볼거리 발병률이 높아진단다. 그래서 우물위에 지붕을 만들어 동물을 막아 발병률을 낮추는 것은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여러질문이 끝나고 Q&A타임의 종료와 함께 퀴즈타임도 끝나고 모든 일정이 끝났다. 같이 하산하면서 "야 너 아까 정말 멋지더라~"라는 칭찬도 듣고 내가 정말 존경하는 분의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고 나를 돌아보는 양식도 얻고 무척 보람이 있었던 하루였다.
한비야 누나 덕분에 안그래도 꿈틀대던 큰 꿈이 세계로 더 뻗어나게 되었다. 쟤는 저래도 난 못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우린 아직 전반도 넘어서지 못했는데 주저 앉을것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걸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자 떳떳해 지자. 우린 아직 1학년 2학기니까.



 

날짜

2010.05.2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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