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를 앞둔 친구이자 동생에게 보내는 글...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박관념 속에 사는 건 밖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밖에선 할 수 없었던 "아무 것도 안 하는 날"도 가져봤으면 좋겠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배웠으면 좋겠다.
내가 군대에서 가장 좋았던 건 제때 자고 제때 일어난다는 점이었거든.
항상 새벽이 오기 전엔 잠 못 이루는 네게 어쩌면 군대는 좋은 습관을 하나 만들어 줄지도 모르겠다.

불평하기보다는 감사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은 밖에서는 배우기 어렵거든.
실로 작은 것도 행복한 군대에서는 감사하는 법을 배우기 쉽거든.

군대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한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탄하고 있는 그 시간 또한 실로 귀중한 시간이거든.

몸 하나는 무조건 건강하게 잘 간수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나면 운동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군대에서 몸이 허약한 친구들을 보면,
건강한 몸이야 말로 최고의 자산이라는 말이 떠오를꺼야.

특정한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이런 저런 책을 많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사회로 돌아가면 시간은 많아져도 여러 분야의 책 읽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거든.

부대에서 사랑받는 군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군대에서 사랑받는 사람은 어느 조직에서나 사랑받거든.
그렇지만 선임 뿐만 아니라 후임한테도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하지 못할 때 절대 군대 핑계를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군대란 또 다른 사회 조직일 뿐, 절대 너의 앞길을 막는 장애가 아니란다.

군대에서 배울 것과 배우지 말 것을 절대로 가려 배웠으면 좋겠다.
힌트를 주자면,
이등병때 배우는 건 대부분 좋지만 고참이 되어 배우는 건 무조건 먼저 경계하는 게 좋을거야.

이등병의 마음과 병장의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이등병때는 하고자 하는 열망은 많았지만 무얼해야 할지 몰랐고,
병장이 되어서는 무얼해야 할지는 알아도 하기가 싫더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면 더 잘해주면 좋겠다.
그 사람과 좋은 관계로 지내면 이후로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거야.

인생을 달리기에 비유할 때, 비록 전진하고 있지 않아도 괴로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군대에선 대부분이 후진을 하고 있으니까 가만히 있어도 썩 훌륭히 해내고 있는 거니까.

짜증이 나거든, 베시시하고 억지로라도 웃었으면 좋겠다.
웃으면 웃을 만한 일이 생긴단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그래서 있는가 싶더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군대에서 접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앞으로 살면서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고,
군대에서 듣는 이야기야 말로 앞으로 살면서 듣기 어려운 말이거든.
관점은 달라도 노력만 하면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배울 수 있단다.

혹시, 훌륭한 고참이 있거든 열심히 좇아다니며 하나라도 더 배웠으면 좋겠다.
내 인생의 최대 행운은 군대에서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이거든.

행여나 혹시,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힘이 들거든.
너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려 봤으면 좋겠다.
"나를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쯤이야"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더라.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흘겨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게 진심으로 쓴 글이니 만큼 진심으로 읽어줬으면 좋겠다.

건강 잘 챙기고, 곧 면회 갈테니까 보자꾸나.
잘 있어, 준영아.

2008년 6월 11일
대근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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