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예전부터 지리산을 굉장히 좋아했다 어머니의 경우는 지리산 산행만 열손가락으로도 모자를 만큼 했고 나 또한 예전에 지리산, 그중에서도 뱀사골로 몇 번 휴가를 갔었기 때문에 지리산에 익숙했다. 하지만 지리산 천왕봉까지 가본 적도 없고 가볼 엄두도 내본적이 없다. 그렇지만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이왕 여행을 시작한거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으며 한해를 다짐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각에서는 분명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럼 제주도 한라산에서 하지 그랬어! 하긴 그렇기도 한데 한라산 정상을 오르려 했으나 시간적으로 맞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아무튼 새벽 3시쯤에 일어나 주섬주섬 일어나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 가니 산행을 준비하는 것 같은 아저씨 아주머니들 무리가 굉장히 많다. 다들 등산장비를 갖추고 만반의 태세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랬어야 하는데 산행은 예정에 없던 것이라서.. 복장이 마실나온 복장이네, 어떤 아저씨는 술도 챙기고 고기도 챙기는거 보니 올라가서 먹을 요량인것 같다.

아 참 대단한 분들이셔. 나는 그냥 반바지에 반팔카라티에 거북이 등껍질같은 배낭 하나 그리고 손에 달랑달랑 들고 있는 검은 봉지 안의 주전부리 빼고는 특별한게 없다. 버스를 타니 사람은 왜이렇게 많은지 알고보니 이 버스가 구례터미널에서 시작하는게 아니라 구례구역부터 사람을 싣고오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것이었다.

지리산 종주 1박 2일을 마음 먹은 사람들은 4시에 이 차를 타지 않으면 사실상 종주가 힘들다고 생각해야 한다니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아무튼 서서 버스를 타고 성삼재로 향한다.
성삼재는 화엄사와 노고단 사이에 있는 고개로 많은 트래커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굽이굽이 올라가서 화엄사에서부터 시작하는 트래커. 성삼재에서 오르는 트래커 다들 난이도와 시간의 유무를 따져 시발점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보통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성삼재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화엄사에서 반쯤이나 되는 트래커들이 내리고 이내 마지막 정류장인 성삼재에 다다르자 버스에서 모든 사람들이 물이 빠져나가듯 빠져나온다.


다들 버스를 향해 사진을 찍고 성삼재에서 고함을 치고 서로 후레쉬를 비치며 슬금슬금 산행을 시작하는데 나는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거니와 후레쉬 조차도 없어서 살짝 외로움을 느끼다가 뭐 이런게 문제가 되겠나 싶어 그냥 혼자서 산행을 시작했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다가 안개까지 껴서 산행이 쉽지가 않다.
 
게다가 무섭기까지 하다. 앞뒤로 사람은 하나도 안보이고 나 홀로다. 이러다가 곰이 잡아먹으러 내려오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 이런 젠장. 그냥 아저씨들 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닐까 했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일단 노고단까지 가보고 생각하자. 

 앞으로 종주할 지리산 코스는 일반 종주코스 25.5km를 넘어선 33.4km의 구간이다. 성삼재부터 시작해 노고단, 연하천, 세석을 지나 장터목, 천황봉으로 이르는 코스 그리고 다시 진주, 사천쪽으로 향하는 중산리로 통하는 코스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약 40분정도 소요된다 생각 없이 그냥 걷고 걸으니 그냥 걸을만 하다.

그렇게 걸어보니 벌써 노고단이다. 저 멀리 웅성웅성 대는 소리가 들려 오는거 보니 확실하다. 다들 아침이라 그런가 아침 상을 거하게 차려놓고 라면이라던지 김치찌개를 먹는데 왜 이렇게 부러운지 내가 가지고 있는건 오직 라면과 기타 주전부리 뿐이다. 슬슬 배가 고파 일단은 스니커즈를 하나 까서 입에 집어놓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 정도 쯤이야 하면서 시크하게 다시 길을 나섰다.


조금 더 걸어 노고단 매표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며 들어가도 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왠 꼬마와 함께 아저씨가 휙 하고 입장한다. 어 뭐지 하면서 나도 뒤따라 따라갔더니 아저씨와 꼬마아이는 안개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막상 들어갔더니 아직도 안개가 걷히질 않았다 앞을 봐도 아무도 없고 뒤를 봐도 아무도 없고 산행이 조금 외로워졌다. 들리는 소리는 오직 자연이 내는 소리 밖에 없다. 그래서 혼자서 흥얼 흥얼 거리면서 산을 올랐다. 혼자서 어느정도 올랐을까 돼지령을 거쳐 임걸령에 도착해서 잠시 쉬기로 했는데 저 멀리서 왠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큰 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한 여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보니 꽤 젊어보이는 듯한 여자인데 사진이 취미인지 지리산에 예쁘게 핀 야생꽃을 하나하나 사진기에 담고 있었다. 서로 눈 인사를 하고 그 여자는 다시 갈길을 가고 나도 왠지 여자에게 져선 안되겠다 싶어 뒤따라 갔다.

“와 거참 굉장히 잘 오르는구나”


같이 따라가다 뒤에서 보니 폴짝폴짝 산을 아주 잘 탄다. 몇 번 타본 솜씨가 아닌데? 에잇 그래도 질 수 없다. 앞으로 더 악으로 깡으로 올라야 겠다. 계속 그렇게 30분쯤을 올랐을까 어느새 봉에 닿게 되었다. 그 밑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저 멀리 또 그 여자가 사진을 찍고 있고 어디서부턴가 뒤쳐졌을 것 같은 대학생 두명이 헥헥거리며 앉아있다.
 
다들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도 아직 내가 숫기가 없어서 그런지 쉽사리 말을 못걸겠다. 하하. 어쨌든 다시 하나 둘씩 제 갈길을 가고 나도 체력을 어느정도 보충했다고 생각했을 때 즈음 토끼봉을 향해서 다시 출발했다. 계속되는 내리막 오르막. 아무래도 종주라서 그런지 언덕과 언덕을 몇 번 거쳐야 한다. 그러다가 두갈래 길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지도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아까 봤단 그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아 말을 걸어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저기요 이 두갈래 길중에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궁금해서 그런데 혹시 길 아시나요?”
그러니 그 여자가 대답한다
“아 그래요? 안그래도 저도 어디갈지 궁금해서 지금 지도 한번 펴보려구요 어디보자... 음. 이쪽으로 가면 뱀사골쪽으로 내려가는 곳이니까 이쪽보다는 천왕봉쪽으로 나있는 이 길을 가면 되겠네요”
“와 감사합니다!”
“뭘요~ 근데 종주하시는거에요? 아까부터 자주 뵌거 같은데”
“하하 예~ 그냥 혼자서 전국일주하고 있는데 오늘이 마지막 일정이에요 산 한번 올라갔다가 내려오는게 나을거 같아서.. ”
“와 진짜 멋지다. 저도 혼자서 여행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같이 종주해요~”
“와 그래도 되요? 안그래도 심심했는데!”
이렇게 등산메이트를 하나 얻게 되었다. 역시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던건 잘한 일이었어! 하하.


그렇게 같이 등산을 하면서 그 여자는 나와 13살 차이나는 ‘누나’였고 전역하지 얼마 되지 않은 여군이라는 것 까지 알게 되었다.
같이 토끼봉을 오르면서 멋있는 곳이 있으면 같이 사진을 찍어주고 이곳저곳 봉우리를 오르고 오르다보니 저 아래서 아까 봤던 대학생 두명이 또 보이기 시작했다.
“ 내가 보기엔 분명히 예비군인게 틀림없어” 누나가 대답한다.
“ 어떻게 그걸 감잡을 수 있어요?”
“ 군 생활을 해보면 알아 하하. 빠져보여”
나중에 그 두명이 저멀리 천천히 올라와서 저 예비군들에게 잡히면 안되겠다 하면서 따돌리다 시피 더 빨리 올라갔다. “절대 잡히면 안돼! 낄낄낄”
 명선봉을 지나 어느새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벌써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반쯤이되어 슬슬 허기가 져온다.
“ 배 안고파? 힘들어 죽겠고만”
“ 저 그냥 물 같은건 따로 없고 해서 라면은 산장에서 먹고 초코바 몇 개 먹고 말려구요”
“ 어 그거 먹고 힘나? 하긴 나도 딱히 먹을건 초콜렛 종류밖에 없다. 한 20분 쉬다가 다시 가지 뭐”
그렇게 이것저것 먹으면서 쉬는 사이 주위를 둘러보니 아저씨들은 버너를 이용해서 무려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고 무인판매점에서 돈을 놓고 초코파이를 사먹는 사람도 있다. 양심에 맡기는 무인판매점을 유심히 보니 다행이도 그냥 집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하긴 보는 사람눈이 하나둘이어야 말이지. 그리고 한 10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서 그 예비군들이 온다.
“야야 예비군 왔다 ”
“하하하 진짜 힘들었나봐요”
그렇게 예비군을 보는데 우리와 눈이 마주쳐서 눈인사를 하고 우리 옆에 털썩 앉았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안부겸 말을 걸었다.
“와 진짜 빠르시네요 두분, 우린 진짜 힘들어 죽겠는데”
“하하 저희야 뭐 그냥 보통 페이스대로 가는거죠” 누나가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 네명은 처음에 어색했던 사이가 서서히 풀리게 되었다. 이야기를 하니 그 예비군들은 정말로!

예비군이었고 간만에 산을 오를까 해서 처음으로 이곳에 왔단다. 그 와중에 누나가 하는말.
“에이, 난 군장매고도 맨날 산 올랐는데 뭐 힘 좀 더 내봐요 하하”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저 목걸이는 여행내내 날 지켜준 중국 여강에서 산 호루라기

그렇게 우리는 연하천에서 쉬다가 누나와 나는 먼저 가기로 하고 일찍 자리를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예비군 형들은 우리랑 같이 가고 싶어하는 듯 했는데, 뭐 나중에 또 어디선가 만나면 같이 가게 되겠지.

연하천을 떠나 우리는 삼각고지를 넘어 어느새 형제봉에 닿았다. 형제봉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굽이굽이 올라가고 철제계단을 몇 번을 오르고 바람이 통하는 바위를 지나야 형제봉에 닿을 수 있다. 원래부터 산행시의 날씨가 그다지 좋지많은 않았기 때문에 형제봉에서 아래를 굽어보아도 온통 먹구름 뿐이니 윗공기는 엄청 차가울 수 밖에. 그러니 추위에 떨면서 까지 산행을 해야했다. 반바지에 반팔에 검은 비닐봉지를 개나리 봇짐마냥 들고 다니니 어느 누가 저 사람이 산타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휴

아무튼 그렇게 산을 계속 오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아침에 봤던 아저씨와 꼬마가 서서히 올라온다.


“어 꼬마다!” 누나가 말했다.
“어 저 꼬마 아세요? 저도 아까 노고단 입구에서 처음 봤는데 어려보이는데 산 진짜 잘 타더라구요”
그 꼬마가 서서히 올라오다가 아버지와 함께 돌부리에 털썩 앉아서
“아빠 쉬다가요~”라며 백기를 들었다.
우리눈에는 너무 대견스럽고 이뻐서 혹시 말이나 할 수 있을까 해서 같이 풀썩 앉아서 꼬마를 쳐다봤다.

“꼬마 대단하네 몇 살이니?” 누나가 물었다.
“아 저 중학교 2학년이에요”
“진짜 대단하다 보통 어른도 올라오기 힘든 곳인데 불평 불만도 없이 잘 다니네” 라고 대답하니 아버지가 거든다.
“아이고 이녀석이 집에서는 말을 안들어도 가끔 이렇게 산을 데리고 나오면 말 참 잘들어. 하하”
생긴것도 똘망똘망 잘생긴 것이 대견스럽다. 저게 바로 아들 키우는 재미구나 하는 애늙은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육포를 쪽쪽 씹으면서 그들의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청주에서 왔고 오늘 하루 세석산장까지 갔다가 중산리로 내려간다고 한다.
“그럼 오늘 아침엔 어떻게 오셨어요? 저 아침 버스에서 본적이 없는거 같은데” 내가 물었다.
“아 우린 어제 미리 와서 노고단 산장에서 묵고 아침에 출발한거지. 아침에 보니까 학생은 우리가 들어가니까 뒤에서 따라 오드만”
“하하 네!”
“학생들은 어디서 오는길이야? 우리는 단순 산행이지만 어딘가 범상치가 않아들.”
“아 저는 전역한지 얼마 안된 여군이에요 호호” 누나가 답했다.
“저는 전국일주를 하고 있는데 오늘이 마지막 일정이에요” 내가 답했다.
“아 역시 다들 범상치가 않구먼, 아까 산 오르는걸 뒤에서 봤는데 역시 왠지 여군같더라니. 꽤 잘 오르더군”
“하하하 여군같은건 또 뭐에요 아저씨 흑흑.” 누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자아~ 우리는 먼저 가볼께요 또 운이 닿으면 세석산장에서 만나기로 합시다아~” 하며 다시 아저씨와 꼬마는 길을 떠났다.
우리도 이제 어느정도 체력을 보충한거 같아 다시 출발했다. 조금씩 산을 오르고 올라 어느새 평지에 이르렀을 때 저멀리 산장이 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그곳이 바로 벽소령 산장. 대관령 같은 벌판에 빨갛고 예쁘게 지어진 산장이다.
“아 나 인제 다 왔다아~” 누나가 말했다.
“엥? 얼마나 왔다고 다 왔다는거에요? 방금 쉬었잖아요~”
“아 나는 여기까지가 내 코스야. 여기서 쉬었다가 내일 또 산행하려고”
“진짜요? 전 세석에서 자는데 일출이나 이런거 보려면 보통 세석이나 장터목에서 묵잖아요”
“응 근데 나 이미 여길 예약해버려서...”
아쉬워 죽겠다. 같이 갔으면 했는데, 일단 쉬기로 했으니 풀썩 벤치에 앉아서 스니커즈를 먹고 있는데 저 멀리 연하천에서 뒤따라 오던 예비군 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어~ 여기서 또 쉬고 계시네요” 형들이 말했다.
“예~ 저 여기서 묵고 내일 가려구요~” 누나가 답했다.
“예에???? 나같으면 세석으로 그냥 가겠다. 여기서 쉬면 종주의 의미가 사라져요~” 형들도 은근슬쩍 같이 가길 바라는게 아닐까 바람을 잡기 시작한다.
“아오 근데 예약해버렸는데 어떻게 해요오~” 누나가 말했다.
“응? 그거 취소 할 수 있을껄요 50% 정도는 돌려줄꺼에요 그렇게 받고 세석가서 대기하고 있으면 되는거 아니에요? Take it easy 몰라요? 쉽게 생각해요~ 가서 자리 없으면 우리꺼 줄테니깐”


“아 진짜 귀 얇아지려고 하네 하하” 누나가 말했다.
어쩌지 어쩌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산장안으로 들어가더니
“아! 나 취소했으니가 뒷감당 알아서들 하세요~” 하면서 짐을 싸가지고 나오는게 아닌가?
“자알~ 생각하셨습니다 하하하!!” 우리 셋이서 합창하다시피 했다.



벽소령에 도착해서 쉴때


그렇게 우리는 4명 모두 동행하게 되었다. 오늘의 목표는 다소 힘들더라도 6시 안으로 세석산장에 도착하는 것이다. 뭐 여기서 한 3시간만 더 가면 된다고 하니까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신나게 산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벽소령을 지나 덕평봉으로 가는데 왠지 힘에 부치는지 좀 뒤쳐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부스럭 부스럭 거리더니 뭔가 큼지막한 물체가 스르르륵 지나간다.
“흐어어어엉!! 나 곰 봤어요~~!!!!” 내가 막 뛰어갔다.
“엑? 정말?” 누나가 대답했다.
혼자서 흥분해가지고 귀에 분명히 노란 택이 달렸다는둥 어떻게 하냐는둥 주저리주저리 했다.
“에이 곰 봤으면 어때 또 지나가면 그땐 죽는척 하자” 역시 누나다.
“아 곰 좀 무서운데....” 역시 예비군 형들이다.


세석 대피소가 얼마 남지 않았어!!


그렇게 곰 사건이 끝나고 계속 세석으로 향한다. 근데 세석으로 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가 않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길도 있고 끝도 없는 철제 계단에 의지해서 봉우리를 타는곳도 있다. 그 계단에 오르면서 뒤를 돌아봤더니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히야~ 힘들긴 하지만 멋있다아~” 다들 감탄한다.
그리고 곧 우리는 칠선봉에 닿아 좀 쉬기로 했다. 거기엔 아까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던 아저씨와 꼬마가 있었다.

“여어~ 여기서 또 만나네~ 이제 네명이서 아예 붙어다니는구먼” 아저씨가 반갑게 맞으며 말했다.
“하하 예~ 꼬마야 잘 있었어? 안 힘들어?” 누나가 물었다.
“예 괜찮아요”
역시 씩씩하다. 그렇게 우리는 풍경을 벗삼아서 몇분간을 쉬었다. 그렇게 앉아서 쉬고 있으니 가지각색의 하이커들이 많이 지나간다. 마이구미를 한바가지 가지고 먹으며 산행하는 하이커. 허리춤에 카세트로 윤하의 비밀번호 486을 틀고 폴짝폴짝 빠르게 산행하는 하이커. 가지각색이다.
“와 충격이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산을 타니? 신기해죽겠다” 누나가 감탄한다.
“그러게요 하하”
몇분을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다가 날이 점점 저물어 가는 것 같아 빨리 움직이기로 하고 다시 산을 오른다. 벌써 우리는 연신봉을 마지막으로 20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 세석산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꺄아아아 드디어 도착했어 세석산장!!!” 누나가 소리쳤다.
“우와오아아아앙” 우리도 소리쳤다.


세석산장 도착했을때의 그 감격은 !!



다행이도 아주 어두워지지 않았을 때 우리는 세석산장에 안전히 도착할 수 있었다. 나와 예비군 형들은 산에 오기 전 15일전 예약했던 것을 체크인했다(산장예약은 꼭 15일 전에 하는 것이 좋다. 주말예약의 경우 정말 빨리 마감되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세석산장과 장터목은 빨리 예약이 끝나는걸로 유명하다) 그런데 누나는 체크인 하다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나... 있다 8시에 다시 오래에~ 자리 아직 안났다고오..”
“걱정마요 보통은 세자리씩은 남는데요 일단 씻고 밥부터 먹어요” 내가 말했다.
이곳에는 따로 얼굴을 간단하게 씻을수 있는 수돗가가 저 아래에 있긴 있다. 환경문제 때문에 샴푸같은 것은 쓸 수 없지만 그래도 얼굴만이라도 씻을 수 있는게 어딘가. 한명씩 교대로 갔다오는데 다들 물이 너무 차갑다고 난리다
“아 물 너무 차가워 죽겠다 갈 때 조심해 완전 미끄러워” 누나가 말했다.
차가운 물에 그간 쌓였던 피로를 풀고나서 다시 산장 안으로 들어가는 차, 저 아래서 아저씨가 외친다.
“어이 학생들 빨리와 우리가 자리 잡아놨으니까 먹을거만 들고 와~” 꼬마와 아저씨가 아래서 손을 흔들며 외치고 있다.
“우와~ 알겠습니다!!” 우리도 일제히 흩어져서 먹거리를 가져왔다. 나는 컵라면이랑 휴대용 김치. 다들 통조림참치나 라면이나 이것저것을 들고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한상 거하게 차려졌다.
“자 아저씨가 안그래도 꽁치 통조림을 가져왔으니 참치랑 김치랑 해가지고 먹자. 햇반도 여기 사왔으니까 라면이랑 말아먹을사람은 먹고~” 아저씨가 숟가락을 몇 번 휘휘 젓더니 이내 맛있는 꽁치 김치찌개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다들 한입씩 먹어보니

“우와아아아!! 아저씨 진짜 맛있어요!!!!!”


아저씨의 꽁치 김치찌게는 금방 동이났다



“그치 괜찮지? 끝내주지?”
아저씨의 꽁치 김치찌개에 다들 행복해진다. 라면과 밥과 김치찌개 어쩌면 잘 안어울릴법도 한데 너무 맛있게 먹었다.
“아저씨 덕분에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들 감동해버렸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세상얘기도 하고 지리산 예찬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가 저 멀리서 산장관리인이 누나를 부른다. 그리고 누나가 얼굴에 웃음을 띄며 나타났다.
“얘들아 나 자리 났데~ 앗싸~~~”
“누나 축하해요 하하하”


역시 일이 술술 풀린다. 그날 저녁 누나와 나는 별을 보면서 맥주 한캔을 깠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맥주 한캔을 펑 따자마자 거품이 진하게 흘러내린다.
 맥주를 마시며 나는 내가 살아왔던 길과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고 누나도 앞으로 뭘 할것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 했다. 처음엔 몰랐는데 누나의 나이가 34살일 줄이야. “임마 내가 74년생 누나여~” 완전 젊어보인다.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면 저렇게 동안으로 보이는구나 생각했다. 앞으로는 교회에서 봉사하며 살 예정이라고 한다. 하여간 이 사람 꿈이 참 멋지다.

“아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내일은 새벽 5시 여기서 보자꾸나 잘 자렴”  누나는 이제 자야겠다며 일찍 들어갔다. 내일 2시까지 하산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기 때문이다.
산장안에 들어가니 형들도 다 자리를 펴고 누워있다. 아저씨와 꼬마도.
“모두 잘 자요”하고 인사를 하고는 창 밖에 빛나는 별들을 보다가 잠들었다.



날짜

2010. 8. 2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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