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 계림으로 가는 기차안에서의 우정가
July 12, 2006  곤명 


아침 10시쯤 되었을까 슬슬 아래가 시끌벅적하다.
어제  자기 전에 D형과 함께 진한 상담을 하고 늦게 잔 터라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아래에서 슬슬 도시락 냄새가 나는거 보니까 아침을 먹는것 같았다.
“ 나도 좀 주세요~~” 3층에서 거의 떨어지다시피 내려와 처음 내뱉은 말.
맛있는 한국 도시락을 손에 넣고 쩝쩝거리면서 밥을 먹고나니 배가 불러 또 슬슬 눈이 감긴다.
‘자면 안돼는데~  자면 안돼는데~’ 혼자서 주문을 외우다가 또 잠들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침대기차

이번엔 한시쯤 되었을까?
또 아랫목이 시끌벅적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후루룩 쩝쩝 라면 빨아들이는 소리.
벌써 점심시간인가보다.
이번에도 또 정신이 번쩍 들어 3층에서 떨어지다시피 내려와
“나도 좀 주세요~~” 또 이렇게 컵라면을 신나게 먹고 나서 세수를 하고 정신 좀 차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더니 형기형이 어떤 꼬마애랑 벌써부터 친해져있다.
근데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H형이 기념으로 가지라고 1000원을 주었는데 그 아이 아버지가 무려 100위안(한국돈 13000원)을 쥐어주는 것이었다.

“커헉~” H형의 난감한 웃음소리.
그 집 아이의 아버지는 상해에서 사장님이란다. 게다가 그 집 여자아이는 무려 호주에 유학까지 갔다와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한다.
근데 그 여자아이의 친척들이 있었는데 그 친척들이 라면먹는 날 유심히 바라보더니 같이 사진을 찍잖다.
“ 진짜 너 중국에서 먹히는거 아니야? 니가 쟤 이상형이래~” H누나가 장난조로 해석을 해주신다. 그렇게 그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엽서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대뜸 내이름으로 싸인을 해달란다. (허걱)
그래서 무려 12장이나 되는 엽서에 일일히 싸인을 해주었다.  평생 못해 볼 경험을 여기서 해본다. 하하. 그렇게 신기한 경험을 하고 기차 옆칸으로 이동했다
그새 H형의 이야기가 어느새 옆칸 사람들에게 까지 알려져서 모두 은근히 부러워 한다. 횡재했다고...
“ 우와 진짜 부럽네~~~ 그래도 우리에겐 왕쉔(왕링)이 있어”
이 쪽 칸에도 어느새 왕링이라는 여자애랑 친해져서  왕링이 캬라멜도 주고 해바라기씨도 뿌리다시피 먹으라고 주고 간다.
잠시 M누나와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여행이야기도 하고 투챌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 어쩌구저쩌구 어쩌구 저쩌구~~(물론 중국말이겠지?)” 하면서 왕링이 또 해바라기씨를 먹으라고 촤아악 뿌리고 간다.
 
“왕링 이거 먹으라는거지?”
“어쩌구저쩌구~”
“ 응 잘 먹을께 쌩유~”

그렇게 신나게 우리는 해바라기씨를 까먹었다.
근데 왕링 우리가 졸려서 좀 눈을 붙일라고 해도 계속 달려든다. 이렇게 말괄량이 중국인은 없을거다. 어찌나 잘 들러붙는지 ..

여튼 그렇게 왕링은 신나게 날뛰다가 옆칸에 남자아이랑 눈이 맞아서 다른곳으로 가버리고 나는 그 옆칸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남녀, 사천성에 살고 있다는 꾸셔와 상해를 향해서 갈 것이라는 웨이웨이에게 말을 걸어 한국이야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면서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특히 K형은 웨이웨이에게 관심을 가지며 열심히 한국문화를 영어로 설명했다.
그렇게 웨이웨이와 꾸셔는 중간에서 내려야 해서 작별을 고하고 3시쯤 되어서 장시간의 기차여행은 막을 내렸다.

“정말 엉덩이 결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자 내립니다. 북 계림역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아까 H형이랑 친해진 가족들이 우리를 배웅해준단다.
고맙게도 우리가 놓고 내린 물건까지 봐주는 센스까지...

그렇게 훈훈한 중국인의 배려를 느끼고 나서 우리는 북계림역에 도착했다.
근데 왠걸.... 너무 덥다!!!!!!!!!!


북계림에 도착

 
어째 시상반나보다 더 더운 듯 싶다.
그나마 그 전까지는 해발이라도 높았지만 여기는 해발도 낮고 햇빛을 일직선으로 받아서 체감온도 40도를 웃도는 심각한 날씨다.

여기서 잠깐! 계림에 대해서 아시는가?
계림의 특이한 점은 가로수가 모두 계수나무이다. 그 계수나무가 흐드러진 동네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 바로 계림. 계림산수갑천하(계림의 산수는 하늘 아래 최고다)라는 말처럼 이곳은 모든 풍경이 수묵화같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되는게 있는데 계림은 광시장족 자치구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이고. 차중에 왕이라는 계와왕차를 만들어 내는 원산지다.
여기에서 유명한 4대 자원은 산청(산봉우리). 석회암 돌산의 봉우리가 자그만치 우리나라 금강산 1만 2000봉의 세배인 3만 6000개나 되고 물이 맑아  쏘가리가 다닐 정도로 맑은 1급수라고 한다.그리고 동굴도 3천여개나 존재하고 돌이 예쁘다고 한다.


양삭 도착, 그리고 공연장

우리는 너무 더워서 계속해서 부채질을 하면서  숙소가 있는 양삭으로 이동했다.
양삭 톨게이트를 지나서 어느새 양삭에 도착했다.
양삭의 첫 인상은 상당히 국제적인 곳이었다. 클럽도 있고 바도 있고 무엇보다 리지앙보다도 외국인이 많았다. 대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외국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며 꼭 들리는 곳이란다.
우리의 숙소에 짐을 한껏 풀고나서 우리는 세계최고의 공연이라는 산수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노을과 맞물려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양삭의 풍경을 보고 수차례 카메라에 담고 우리는 모기가 피해간다는 향수를 온 몸에 한껏 바르고 나서 공연장에 입장했다.

어둠이 짙게 깔리고 강과 산을 무대로 한 공연이 시작되었다.

“우와~!!!!!!!!!!”
“우아아아아아아아!!! 말도 안된다 저걸 어떻게 해!!”

여지껏 몇 십만원을 들여서 관람했던 그 어느 오페라보다도 뮤지컬보다도 엄청난 규모와 최다 인원이 동원 된 이 공연에 우리는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봉우리에 조명이 쏘아져서 아름다운 오색빛깔을 보여주는 걸로 모잘라 초승달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 뗏목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으로 우리를 경악케 했다.

“와 이거 나중에 부모님이랑 봐도 정말 좋겠다” 생각하면서
우리는 아쉽게 1시간 동안의 공연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들 공연장 밖으로 나오니 “대단하다” “멋지다” “ 또 보고 싶다” 라는 말 뿐이다.
정말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공연이었다.

잊을 수 없는 공연



“ 자 이제 양삭으로 가서 우리의 미션을 해야겠죠~? “ 과장님의 스타트로 우리는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엄청나게 밀리는 버스에서  한국 기념품 팔기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드디어 오늘의 무대 양삭시내에 도착.
각 조원들은 각자 한국에서 준비해 온 물건을 가지고 우리가 묵는 숙소 앞 번화가에 자리를 폈다.

“이제 무얼 하면 좋을까요? 이 자리가 명당이긴 한데 사람을 모아야 하잖아요”
“ 얘들아 우리 깐란바에서 했던 오 필승 코리아 하자.”
“ 오 좋네요!”

그렇게 우리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꼭지점 대형으로 오필승 코리아 노래에 맞춰 꼭지점 댄스를 추었다. 역시 사람 모으는 것은 이런 이벤트가 최고다.

금세 사람들이 우리 주위로 몰려왔고 우리는 열심히 물건을 팔았다.
“이거 하나 사면 하나 더 쁠러스”
“ 전혀 안 비싸요~ 웰컴투 코리아 트레디셔널 샵!!”

“저기 이거 얼마에요???”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려온다.
어? 한국인인가?
“ 한국인이세요???” 라고 물으니까 자기는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운 중국 사람이란다.
근데 그 분이 4000원이나 준 작은 탈을 30위안(3400원)에 달란다.
“아 그렇게는 못하겠는데요~ 저희가 남는 장사를 하는게 아니라구요~ “ 근데 정말 대단하다. 끝끝내 설득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30위안에 작은 탈을 필두로 열심히 팔아 제꼈다.
심지어는 찰랑찰랑도 부르고 여행을 떠나요도 부르고 목청이 터져라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게다가 그 더운 날씨에 춤까지 추니까 옷이 비맞은 것 처럼 굉장히 축축하다.

그래도 우리는 행복했다.
물건을 하나하나 팔아나가면서 일부 유럽인들에게 시끄럽다고 멸시를 받고 중국인의 물건이 최고야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어 힘들긴 했지만 우리의 물건을 사준 고마운 분들과 사진을 찍고 같이 행복해 하고 우리도 보람있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해냈다는게 정말 대견스럽다.

“이야!! 드디어 다 팔았다!!!!!!!!!!!!!!!!!!!!!!!!!!!”
우리는 결국 해냈다.

그렇게 다시한번 화이팅을 외치고 중국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나서 우리는 만나기로 했던 장소 KFC로 이동했다.
근데 아직 1조가 다 팔지 못했나보다.
다시 우리조와 3조와 합쳐서 열심히 팔아줬다.
그렇게 모든 물품들을 팔아치우고 우리는 모두 다 함께 투어챌린저 화이팅!을 외쳤다.

그날 먹었던 과장님이 쏘신 사이다는 정말 너무 맛있었다.
“ 이야 너희들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1시간도 안되서 그걸 다 팔아치우냐.. 진짜 수고 많았다”

우리는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을 이 재미난 경험에 행복해 하며
나와 흔이형은 3.5위안하는 칭다오 맥주를 한잔씩 들이키며 잠을 청했다.

잠 들면서 혼자서 잠꼬대 한다.


정말 오늘이 제일 좋았어요.................. 딸꾹.

날짜

2010. 8. 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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