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로 돌아간다. 


때는 2011년. 아무 생각없이 법정스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라는 책을 침대위에서 읽고 있었다. 

한창 그때는 힐링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일본 승려의 책부터 시작하여 서점가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때였다. 

도서관에서 법정스님의 책을 집어들었던 것은 무소유를 매우 감명깊에 읽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 해 편입해서 옮긴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진이 빠져'버린 이유덕에 힐링이 필요했던 이유도 있다. 


아무튼,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도중에 문자 한통이 왔다. 한국관광공사 기자단 '트래블리더' 중에 친하게 지내서 일명 '딸'이라고 부르기까지 하는 S가 마침 오랜만에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지금 사람들와서 같이 밥도 먹고 닭도리탕도 먹고 그러고 있어!"

사실 그 문자를 볼때까지만 해도 답장만 했지 어떤 동요도 하지 않았는데 마침 책을 보다가 나온 구절에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줄곧 혼자 살고 있다.

그러니 내가 나를 감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수행이 가능 하겠는가.

홀로 살면서도 나는 아침 저녁 예불을 빼놓치 않는다.

하루를 거르면 한달을 거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삶 자체가 흐트러진다.


우리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생명이 요구하는

필수적이 과제이기 때문이다.

타성의 늪에서 떨치고 일어나는 결단이 필요하다.


저마다 자기의 일상생활이 있다.

자기의 세계가 있다.

그 일상의 사람으로 부터 거듭거듭 떨처버리는

출가의 정신이 필요하다.


홀로 있으려면

최소한의 인내가 필요하다.

홀로 있으면 외롭다고 해서 뭔가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는 버릇은 버려야 한다.

그렇치 않으면 모처럼 자기 영혼의 투명성이

고이다가 사라지고 만다.


홀로 있지 못하면 삶의 전체적인 리듬을 잃는다.

홀로 조용히 사유하는.

마음을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그런 시간이 없다면

전체적인 삶의 리듬 같은 것이 사라진다.


삶의 탄력을 잃게 된다.


- 날마다 출가하라 <법정스님>


제일 와닿는 구절은 밑줄 친 구절이다. 그 구절을 보자마자 이 책을 가지고 무작정 평택역으로 떠났다. 역으로 가는 2번버스를 타면서 전화기를 들어 Call 버튼을 누른다 


"내말 잘들어! 나 지금 광주가니까 조금만 기다려! KTX 타고 내려갈거야..."


이 말을 들은 멤버들은 화들짝 놀라며 거짓말 말라고 손을 저었다. 평택역에서 마침 새마을호가 있었는데 바로 타지 않으면 서대전에서 출발하는 KTX를 놓치는 상황. 눈 앞에 새마을호가 5분전이길래 냅다 티켓없이 탔다. 그리고 부랴부랴 화장실로 뛰어가 광주송정역에 전화를 걸었다. 


"광주송정역이죠? 내일로 플러스 지금 바로 어플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 바로 계좌이체 하겠습니다"


달리는 기차, 천안을 막 지나갈 즈음. 계획도 없이 시작하게 되었다. 


갑자기 우연하게 찾아 온 기회

앞으로 우연히 만날 사람들. 


Serendipity 를 증명하러 여행을 떠난다.


날짜

2012. 8.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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