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페이지를 디자인하다보니, 오기가미 나오코의 안경(2007)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딱 그 영화를 처음 봤을때의 느낌으로 담담히 이번글을 써 내려가야겠다고 맘 먹는다.


강릉하면, 내가 처음으로 여행의 가치를 깨닳았던 황금같은 순간이기도 하고, 지금 이 블로그가 존재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런 강릉을 쉽사리 찾지는 못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다른곳에 대한 호기심이 강릉보다 더 앞섰기도 하고 나름대로 강릉을 대체할만한 어떤 여행지를 찾아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 베이스캠프인 강릉을, 잊을 수 없으면서도 갈 수가 없는 그런 여행지가 되어갔던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그때로부터 약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때의 마음가짐은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직도 마음이 힘들어지거나 공허질때면 항상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어쩌면 여행과 더욱 끈끈해져버린 그런 사이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그렇게 쉽사리 가지 못하던 강릉을 다시한번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6년전부터 같이 동아리 생활을 하던 Q형은 이제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그런사이. 사진을 하나의 매개체로 본래는 취미로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이것이 재미가 붙어 지금은 전문가 수준의 사진까지 찍는 엄청난 형이 되어버렸다. 물론 난 그 과정을 옆에서 자주 지켜봐왔고 그것에 열정을 느끼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게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 형이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중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구성된 메타포라는 동아리가 있다. 이 동아리에서는 해마다 정기출사를 나가곤하는데, 그 정기출사를 2번씩 주선해서 형이 Qtour라는 프로그램을 자체 기획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 우연히 동참하지 않겠냐는 연락이 와서 운 좋게 참여하게 되었다. 


오랜만의 강릉은 정말 두근거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처음만나는 사람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강릉을 향하는 영동고속도로에 몸을 싣는다. 앞자리라 그런지 확트인 시야가 항상 좋다. 어렸을때에 그리도 앞자리나 창가자리를 선호했는데 눈 앞에서 선을 그리며 이동하는 풍경들이 항상 많은 생각을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다큐보다도 즐겁고 어느 드라마보다도 재밌었다. 


그렇게 우리는 강릉에 닿았다. 




강릉 요금소에 강릉에 온것을 알리는 사인을 뒤로하고 출출하니 저녁겸 아침을 먹는것이 중요했다. 때는 새벽 4시경이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둘러봐도 기사식당 말고는 열린 음식점을 찾기 쉽지 않다. 차를 여러번 돌리고 골목을 훑고 신영극장 거리를 그대로 빠져나와서야 비로소 24시간 운영하는 한 기사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일출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에 바닥이 따닷한 곳으로 잡고 싶어 가게 안쪽 깊숙히 들어간다. 갈비탕과 우거지탕을 시키고나니 간만에 새벽스런(?) 느낌이 물씬 풍겨져온다. 


날이 조금씩 밝아오자 강릉 시내의 건물들이 조금씩 색을 입기 시작한다. 


"이제 갑시다! 안목항으로!"라는 운이 띄워지자 따듯한 방바닥에서 일제히 엉덩이를 뗀다. 우리가 닿을 곳은 까페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 안목항. 다른 항구보다는 비교적 한산한 항구인데, 바람이 세차게 불고 반대편에는 구름산이 크게 막고 있다. 


S는 장난인지 진심인지 "오빠! 저게 뭐야?" 

나는 장난으로 "저거 저쪽 울릉도에 있는 산이야~"

S는 놀라며 되묻는다 "지~인짜???" 표정을 보니 정말인 줄 알았나보다. 


구름산은 비록 일출에 방해되는 요소임엔 분명했지만 내겐 훨씬 멋진 풍경을 가져다 주었다. 풍성하게 내민 거품산. 시간이 지나면 다 헤져 없어지겠지.












마치 사진을 찍으러 온 우리의 실루엣이, 그 등이 저 멀리 오징어잡이를 마무리하고 돌아 온 선원들이 다시 바다를 보는듯한 느낌이 살짝 든다. 뭔가 엄숙해지고 조용해지고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꽉 찬다.










갈매기의 끼룩끼룩 소리를 듣다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조금씩 그 산 위로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구름산을 따라 노란 선을 그리며, 그 빛이 몸을 타고 따스함을 전해준다.






















사진을 찍는 내내 색다른 색을 보여주고,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일출의 현장은 몇번을 와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안목항은 정말 아름다운 항구였다. 큰 배가 아닌 조그마한 배가 드나드는 항구라서 조금은 더 고즈넉하고 조금은 더 생각의 여유가 있었던 곳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제 대관령으로 출발한다. 그곳에는 또 어떤 설레임이 찾아올지 얼마나 많은 것이 변했을런지 궁금해진다. 



To be continue ..

날짜

2012. 5.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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