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노곤한 몸을 따듯한 물에 충분히 불리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좋아진 아침!
아침에는 무얼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족의 선택은 정갈한 물회를 먹는걸로 결정했다.

그냥 맛집도 아닌 그냥 상가에 있는 물회였는데, 오징어와 가자미를 깨끗한 수족관에 넣길래 우리 어머니는 이때다 싶어 아저씨에게 물어봤나보다

개장과 동시에 들이닥친 우리가족
"물회 되죠?" 하며 싱글싱글 웃는 우리 가족에 아저씨는 아마 상쾌한 아침을 맞지 않으셨을까?


가자미 물회 대령이요! 내 그릇엔 오징어가 유독 많은데 난 뼈있는 가자미를 좋아하지 않아서 오징어 물회를 특별히 달라고 했다. 아저씨의 표정은 살짝 유별난 애다 싶은 것 같더니만 물회를 군대서 처음 접한 탓도 있다. 부대에서 며칠간 대구 전 지역을 입체도면화 시키기 위해 파견나간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먹어본 물회는 내겐 조금 안맞았다. 대대장님과 홀로 동석식사하자니 참 민망하기도 했고, 뼈를 씹어먹어야 한다는게 일단 안 맞아서 물회는 조금 피했는데 여기서 부모님껄 살짝 집어먹으니 진작에 보통으로 먹을껄 싶었다. 깔끔한게 밥까지 말아먹으니 더 맛있고 사장님이 주신 소면을 넣어 먹으니 더 맛있더라.

난 참 음식 먹을 줄 모르는 것 같아.


오늘의 일정은 정동진으로 향해서 다시 양양쪽으로 올라오는 코스다. 정동진을 살짝 들렀다가 강릉 초당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양양 법수치 계곡으로 오면 정말 깔끔할 것 같았다.

가는 동안의 날씨는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비가 내리기도 하다가 멈췄다가 이내 맑아지기도 하는 신기한 날씨. 분명 휴가철인데 왜 이렇게 피서객이 없을까, 날씨 탓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어제 찜질방에서 뉴스를 봤는데 30%가량 피서객이 줄었단다.

아무래도 저가항공사들이 많아져서 해외나 제주로 가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랬을거라고 지레 짐작해본다.


여전히 정동진으로 향하는 곳에는 군 관련 시설물이 많았다.
이윽고 도착한 정동진역. 예전에 비해 정말 달라진건 별로 없었다.


일전에도 몇 번 개인적으로 찾아 온 정동진이라 그런지 입장권을 구입하고 들어오세요라는 팻말을 보고 '핏'하고 웃었지만 정당하게 가족 명수대로 계산해서 들어갔다. 사실, 정동진역으로 들어오는 방법이 아닌 해수욕장으로 들어오는 방법, 일명 개구멍 방법이 있어서 사실 필요는 없지만. 게다가 정동진역 안에 오래 있을것도 아니었기에 살짝 돌아서 들어갈까 혹했던것도 사실이다. 기왕 저렇게 돈을 받는거라면 확실히 운영하면 좋겠는데..
뭔가 어중간해서 돈을 내고 들어가서 좀 억울할 것 같긴 하다


늘상 하는 코스인 정동진에서 사진찍기, 그리고 인근 해수욕장에 발을 담구는 것.
그러나 정작 뿌듯하고 새로운 모습이었던건 여태 별 말이 없던 아버지가 어린 아이처럼 해수욕장에 발을 담그고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어머니가 옷 생각하지 말고 즐기려면 제대로 즐기라는 말에 아예 풍덩 들어가신 모습이 속으로는 유쾌하고 재밌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그동안 휴가도 참여 못했고 항상 내 할일이 바쁘다며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제 아버지도 50이 넘으셨고 머리에 흰머리도 하나씩 늘어나며 요즘은 섬에 가고 싶다는 말을 줄 곧 하신다.

앞으로는 정말 부모님 여행을 잘 따라다니고 여행도 보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강철 로봇같은 아버지. 지금은 영웅이라기 보단 힘겨운 우리시대의 그저 가장일 뿐.









하긴 예전에 아버지가 해수욕장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생각은 들었다. 아버지와 같이 간 여행중 국민학교 1학년 시절에 갔던 바다에서 그랬다. 그때도 속초였는데,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마지막 여행은 초등학교 4학년때 경주가 마지막이었다.

그래도 정동진 덕에 여기까지 와서 많은 생각을 하고 간다.
의외로 물도 많이 깨끗했다. 속초보다도 훨씬 깨끗해서 놀라울 정도였으니까.


정동진 해수욕장을 지나 모래시계 공원에서 발을 씻고 다시 강릉으로 향한다. 모레시계 공원도 그렇지만 정동진의 모든게 2005년의 그 당시와 많이 닮아 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때보다 사람이 좀 더 많아 졌다는 것 뿐. 그리고 코를 자극하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아니라 약간은 건조한 바람이라는 것 빼곤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내 철없던 시절의 구석진 기억이다.

강릉으로 올라와 들린 곳은 그 기억속에 자리잡은 초당 두부마을이다. 두부마을에 처음 왔을때 늦은 저녁이라 길까지 잃어 두부는 먹지도 못하고 헤메였었는데, 이렇게 밝을 때 와보니 그때의 모습하고는 또 판이하게 다르다.

이 곳에서 정갈하고 간단하기로 소문난 할머니 손두부 집으로 향했다. 사실 이 부근에 있는 모든 두부집이 다 맛있다고 한다.


깔끔한 가격에 간수로만 간을 맞추었다는 두부맛은 아버지가 옛날 어렸을 때 먹었던 두부맛과 비슷하다며 너무 만족해하셨다. 분명 많아보이지는 않은 구성이었는데 김치하며 두부는 너무 깔끔한 맛이었고 같이 나오는 비지맛이 아주 기가막혔다. 우리 방에는 근처에서 오신 할아버지 한분이 홀로 두부를 드시러 오셨는데 맛있으니까 혼자서 종종 이 맛을 보기 위해서 오시는구나 싶었다. 그 곳에서 서빙하는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청년은 보아하니 이 집의 손자인 것 같았는데 착실하게 메뉴를 선정해주고 설명해주어 고마웠다. 역시 사람은 살아오면서 성격에 맞게 인상이 변한다고 하는데 딱 이 청년은 그 인상을 보자마자 성품을 알아볼 수 있었다.


초당두부를 정갈하게 먹고 나와 근처 이마트에서 소세지하며 삼겹살하며 찬거리를 듬뿍사서 마지막 목적지인 양양 법수치계곡으로 향한다.
법수치 계곡은 산 골짜기 골짜기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하는데 주변 풍경하며 물이 깨끗하고 물고기가 많아 어성전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양양 하조대에서 약 30분가량을 더 들어가야 하니 얼마나 깊은 곳에 위치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사실 이곳을 선정하게 된 배경은, 원래 오대산 소금강을 가려했는데 눈 여겨 봐놨던 숙소가 꽉차서 대체할 곳을 물색하던 중 발견하게 된 것이다. 부모님이 워낙 산을 좋아하셔서 첩첩 산중을 맘에 들어하실 것 같아서였는데, 처음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너무 멋진 풍경이라며 감탄하시더니 계곡을 보며 흠뻑 만족하셨다.


조금 아쉬운점은 약간 수량이 풍부한 날이 아닌 점이 있지만, 물에 들어가보니 꽤나 깨끗하고 시원했다. 게다가 우리가 잡은 펜션은 전망도 좋고 조그마한 폭포도 있어서 운치 있었다.

법수치 계곡에 숙소를 잡을 거라면 최상류나 중상류 사이에 잡으면 좋을 것 같다.
직접 들러본 결과 괜찮았던 숙소 몇 군데를 추천하자면

우리가 묵었던 산야초산장, 흐르는 강물처럼 펜션, 최상류에 위치한 전망좋은방, 연어의 꿈 정도다



우리가 묵었던 산장에서 내려보면 바로 보이는 조그마한 폭포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조망장소

짐을 정리하고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러 나가 온 가족이 재밌게 놀았다. 너무 더운 날씨도 아니어서 선선한 상태에서 물놀이를 즐기니 이보다 즐거울 수 있을까? 인근에 어떤 학생들이 물놀이를 왔는데 한 학생이 계곡에 안경을 빠뜨려 열심히 찾길래 물 속에 워낙 익숙한 내가 물 속을 찾아 안경을 찾아주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법수치리 자체가 깊은 곳에 있는 마을이다 보니 환경적인 측면도 생각해야한다. 피서객들이 많아지면서 쓰레기가 감당이 안 될 수도 있는데 다행이 법수치로 들어올때 입장료(환경보호 명목)으로 어느정도의 금액을 받는다. 그정도로 이곳이 깨끗한 상태로 남으면 좋을텐데 우리가 이곳을 떠날 때 들어오던 몇몇 무질서 하게 주차된 차량들과 낚시꾼들을 보면 이 곳의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왠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느새 한잔 두잔하던 바베큐파티는 가족에 대한 진중한 얘기와 이곳에 대한 예찬, 그리고 앞으로 이런시간을 많이 갖자는 말을 잔에다 털어넣어 마시면서 오랜시간을 보냈다.

아, 가족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새삼 다시 느끼는 고마운 순간이었다.

또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이런시간 자주 가져야겠다 또 마음을 먹는다.

그나저나, 소세지를 구어먹으니 이렇게 맛있다니!

날짜

2010. 9. 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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