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 친척들이 모두 서울에 사는 이유로, 나에게는 ‘시골’이라는 느낌도, 명절 귀성행렬도 체감하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본가가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어서 항상 친척네 가는 것은 지하철을 이용했기 때문에 지하철 한정거장 한정거장 지나쳐가는 자체가 로망이었던 어린시절.

그렇게 로망을 간직하고 살아온지 벌써 2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어김없이 추석이 찾아오고 그간 이곳은 많이도 변했다.

인근은 대대적으로 재개발이 되었고 산은 깎여져 나갔으며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으며 추억거리들은 조금씩 자취를 감추어 갔다. 그래도 이전에는 드림랜드라고해서 친척네 가면 사촌들과 테마파크를 이용하곤 했었는데 이제 북서울꿈의숲이라고 이름이 바뀌어버렸고 뒷산은 아예 대학교로 바뀐걸 보니 나이에도 세월이 빠르구나 조금씩 느끼고 있다.

 친척집에서 조용히 앉아있다가 앞으로 보이는 앞산을 보면서, 갑자기 모험본능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항상 “내가 이곳에서 놀았었지, 여기서 자치기를 하고 술래잡기를 했지” 하던 아버지와 큰아버지께 여행지를 추천받기로 했다.

큰아버지와 아버지는 입을 모아 “그럼 북한산을 가는게 낫지 않겠어? 라며 최근에 가봤는데도 그때 느낌이 아직 살아있다고 강력추천하셨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북한산을 한번도 가본 없다. 수락산까지는 어찌저찌 이유를 들어 가보곤 했는데 전국에 이름난 명산만 다녀봤지 정작 서울에 있는 산들을 많이 가보지 못했던 것이다. 마침 북한산 둘레길이라고 해서 괜찮은 트레킹 코스를 정비해 놓았길래 아는 형과 함께 북한산 둘레길을 트레킹 해보기로 했다.

 

큰아버지와 아버지가 어렸을 뛰어놀 그곳. 이제 아들이 뛰어놀러 갑니다.

 
 

저희가 선택한 코스는 고현 우이령길로 들어가 소나무숲길 - 순례길을 돌고 나오는 코스입니다






북한산 둘레길은 크게 우이령길을 합해 13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테마로 이어져 있는 코스라서 하루안에 돌기에는 살짝 버겁다(물론 하루안에 모두 탐방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코스를 우이령길로 잡아보기로 했다. 코스는 군부대가 위치해 있는 지형적 특성상 제한된 탐방객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하는데, 그만큼 사람이 적어, 혼자 방문하기 좋은 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서울역 환승센터에서 우리는 고현으로 향하는 704번 버스를 탑승! (사진에 나온 261은 아닙니다 :() 

서울역 환승센터에서 704번을 타고 응암, 연신내를 지나 북한산 서편으로 따라 들어가면 교현 우이령길에서 하차하면 되는데 길을 모른다면 버스기사 아저씨께 여쭤보면 안내해 주실테니 걱정말자.  버스에는 길을 가기 위해 등산복을 입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많이 있다. 

 

고현 우이령길에 도착!


우이령길에서는
식수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인근 편의점에서 이온음료 페트와 김밥 몇줄을 사서 출발했다. 아까 말했듯 군부대라 그런지 사격훈련이 한창이다. 군시절이 느껴지는 총성, 꽤나 가까이에 들리는 것으로 봐선 담벼락 뒤에 사격장이 있는 하다.

 

아아! 아직은 그늘이 보이지 않는구나! 

우이령길
초입길 오봉탐방센터에서 북한산 둘레길에 관한 지도와 팜플렛을 받아들고 조금씩 조금씩 걸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다보니 중간중간 홈이 파인 길도 있고 삐죽삐죽 나온 머리를 내민 나무들도 몇몇 보이지만 왠지 이런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 훨씬 폭신폭신하고 좋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그늘이 별로 없어서 모자를 쓰거나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가야하긴 한다.

 


 



중간중간
계곡이 흘러 흐르는 소리가 청명하게 들리고 북한산의 전경을 조망할 있는 아름다운 포인트가 많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군부대 정문의 초병과 유격장 간판은 왠지모르게 조화가 된다.

 


1시간 정도 걸었을까 흐르는 땀을 닦기 위해서 잠시 멈추어 음료를 마시고 김밥한줄을 베어먹고 다시 길을 떠난다. 우이령길은 역사적인 의미도 살아 숨쉬는 길이다.




한국전쟁 양주와 파주지역에서 피난길로 이용했던 길이라 남북 대치의 상징인 대전차 장애물(고가 낙석) 설치되어 있다. 장애물은 유사시 받침대에 올려져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도로로 떨어뜨려 적의 전차진입을 막는 하나의 군사시설이다. 

 




이 
대전차 장애물을 지나면 우이령길 마지막 탐방소가 보이고 우이동 MT촌이 나온다. 예전에 한번 와봤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예쁘게 정비를 해놓은 같다. 계곡의 물소리와 시원한 나무그늘이 우이동 길을 걸어 노곤한 몸을 잠시 쉬다가라고 손짓하는 같다.

 



길을 지나면 당시에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북한산을 엎어버릴 크기의 아파트를 짓는다는것이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물론 좋겠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쓰이고 아쉬운건 어쩔 없다. 아마 많은 여행자들이 그렇게 생각 것이다.

 

우이령길을 나오면 다시 둘레길이 이어지기 전에 미니스톱 간판을 만나게 된다. 이곳부터 이어지는 길이 바로 우유동방면으로 이어지는데, 소나무 숲길 코스가 시작되는 아름다운 길이다. 소나무 덩쿨과 길이 조화되어 정말 걷기 좋은 길을 정비해놨다. 길에는 손병의 선생 묘소와 솔밭공원등 의미 있는 역사유적이 있고 중간중간 쉴곳도 아주 많이 구비되어있다. 확실히 우이령길에 비해서 편의시설이 만들어져있는 느낌이다. 길을 걸으려면 약간 뒷동산 등산하는 정도의 체력을 요구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소나무
숲길은 소나무가 울창하고 시원한 풍경들이 인상깊지만 역사의 숨결이 스며든 길이기도 하니 반드시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역사적 유물도 함께 감상하도록 하자.

 

“야 준영아 도저히 힘들다 쉬다가자”

“네 저도 생각보다 코스가 힘드네요!

 



 

워낙 햇빛이 내리쬐는 날씨라 그런지 우이령길은 그늘이 없어서 고전했고, 소나무 숲길은 생각보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어 고전해서 살짝 지친상태였다. 소나무 숲길 구간 중간에 있는 정자에서 물을 마시며 살짝 쉬고 길을 나서기로 한다. 트레킹이라곤 하지만 건강과 체력관리는 충분히 하며 다녀야 한다. 물을 마셔야 마셔야하고 쉬어야 쉬어야 한다. 미련하게 올랐다가는 낭패보기 쉽상이다.

 



나무데크를 타기도 하고 흙길을 걷기도 하고 어느정도 걷다보니 벌써 소나무 숲길이 끝나간다. 그리곤 수유동 근처에 위치한 부촌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와아와아~ 하면서 신기하게 쳐다본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법한 집들이 한가득이다. 부촌을 지나자 마주하게 되는 넓디 넓은 솔밭공원은 정비를 예쁘게 해놓은 공원이다. 마치 생태공원처럼 다양한 식생과 사람이 공존하는 것이 너무나 보기가 좋다.


 

“이 공원 너무 좋죠? 여기 위를 쳐다보면 소나무 사이에 보이는 햍볓도 정말 아름답지요” 라며 여행하는 우리에게 솔밭공원 예찬하시는 할머니. 이곳에 오면 소녀감성이 살아나신다며 미소를 지으신다.

 


솔밭공원을
지나 오늘 트래킹 마지막 코스는 바로 순례길 구간이다
4.19 순국선열묘지가 있고 섶다리와 역사를 증명하듯 아름다운유적이 함께 숨쉬고 있는 아름다운 코스다. 쉴곳도 적당하고 나무도 울창하며, 계곡과 함께 걷는 길이라 그런지 오늘 걷는 코스중에 가장 걷기 좋은 길이다. 4.19 순국선열묘지를 지나 이야기가 시작되는 길이다 보니 순례길로 이름이 붙여진  하다. 북한산 둘레길은 이런 이야기들을 트래킹 여행자들이  접할  있도록 중간중간 이야기 팻말을  설치해 놓았다. 그것을  읽으며 걷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중간에는 섶다리도 나온다. 투박하게 지어진 섶다리가 자연과 너무 아름답게 조화되어서 감탄사가 절로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음식점들이 밀집해있는 곳이 보이고 나무로 예쁘게 지어진 2층짜리 탐방 안내소가 나온다.




 아침 10시가량 출발하여 이곳까지 오는데 3, 5~6시간 정도 소요된 같다. 우선, 서울에서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사람들이 북한산 북한산 하는지 이제 같다. 나름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착각이었다.  아직도 북한산 둘레길 코스는 계속 정비되고 있고 최근에는 도봉산 둘레길 코스가 새로 생겨나 북한산과 도봉산 둘레길 코스가 연결되었다고 한다.

 


탐방안내소에서 이것저것 안내를 받고 시원한 냉커피를 얻어 먹으며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는데, 둘레길 코스에는 이곳저곳 직원들의 노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간단한 조경을 위한 보수도 직원들의 손길이 안닿은 곳이 없다. 때문인지 직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뭐 저희가 직접하긴 하지만, 산책하며 운동도 되고 즐거운 일인 같아요!

 

이곳을 나오자 마자 앞에 아름다운 커피숍도 밀집해있다. 북적북적한 도심을 벗어나 시원한 계곡소리와 푸르른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 이글을 보는 즉시 떠나라! 고향 북한산, 매력있는 곳이다!



 
 

날짜

2011. 9. 3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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