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내 몸을 새로고침 해줘야 할 때가 온다. 한번쯤은 쉬어 줘야지. 하면서 푹 눌러서 쉬고 싶은 순간. 그러기 위해서 주저없이 부산을 선택했다. 예전에 YLC라는 경제학술동아리를 한 덕분에 부산에 사는 많은 사람들과 사귈수 있었다. 사실 부산의 경우는 몇 번 들렸던 경험이 있다. 예전 2002년도 일본 수학여행을 떠날때도 들렸고 하나투어 투어챌린저 시절에는 MT를 부산에서 하게 되었기 때문에 아주 제대로 부산 일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차를 타고 송정해수욕장부터 누리마루를 지나 영도까지 가는 내내 부산의 매력에 흠뻑 젖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잠시 쉬는 코스로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부산의 매력적인 사람들과 부산의 여유로운 풍경을 만끽하기 위함이 컸다. 내 주위사람들에게 항상 말해왔기도 한 사실. 난 하나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부산사람들은 다 좋다는 편견. 왜냐면 그간 만났던 부산 사람들은 나에게 감동을 줬고 날 지극히 아껴줬기 때문에 부산사람들과 그 터전을 유독 좋아하는 것이다.

새벽 5시경, 부산에 도착했다는 알림을 듣고 잠에서 깨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역이 아닌 부전역이라는 명칭은 사실 조금 어색하기도 한데 어딘지도 모른 상태에서 승강장에 발을 내딛자 마자 아무렇지도 않게 지하철역을 찾아 해매는걸 보면 이놈의 방랑벽이란 정말 어디서든 대단한 현지 적응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넌 어디든 떨어뜨려놔도 잘 돌아다닐거 같아서 걱정이 없어‘라고, 뭐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하. 지하철역에 들어서자 마자 사람은 아무도 없고 승강장에는 나 혼자 뿐이다. 기차에서 잠을 좀 덜 자서 그런지 약간 피곤한 기색으로 비틀대며 의자에 앉아 꿈뻑 졸았다가 시끌벅적해서 일어나보니 벌써 출근시간이라 정신이 없다. 시끌벅쩍해도 잠은 아직 덜 깨서 부산대역으로 가는 내내 지하철에 앉아서 졸다가 도착해서도 계속 졸았다. 그동안의 피로가 제대로 쌓여서 그런지 도저히 정신을 못차리겠다.  


부산대 역에 도착해서 아는 형을 보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해서 일단은 찜질방을 가보자 하고 근처 PC방에서 부산대 근처 찜질방을 찾아보는데 그나마 학교와 가까운 찜질방이 딱 두군데 나온다. 찜질방이라 하기엔 시설이 많이 노후화 되었지만 나름대로 어느정도 씻고 나와 쉴 수 있는 정도는 되어서 따듯한 물로 씻고 잠시 누워서 잠을 청했다.

 잠을 한시간쯤 잤을까 핸드폰이 울려 받았더니 형이 드디어 잠에서 깨어 전화를 했나보다. 다시 전화를 하니 근처까지 왔다는 말.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나갔더니 동아리에서 친해진 수형이형과 경아가 같이 나와있다. 경아는 원래 진해에서 사는데 간만에 부산에 올일이 있다고 해서 들렀다가 시간이 얼추 맞아 같이 만나게 되었다. 부산대 앞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돈까스를 먹기로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준영이 이 문디자슥 얼굴이 시꺼매졌네”
간만에 들어보는 부산 사투리에 그간 노곤했던 피로가 쫙 풀리는 기분이다.
“수형이형 형이랑 누나랑 같이 먹으라고 정선에서 화엄약수 길어왔는데 중간에 영월에서 위기를 맞아서 체력보충 한답시고 다 먹어버렸어요 하하하”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세사람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환담을 주고 받았다. 경아에게는 예전부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진짜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던 좋은 기회였고 수형이형에게는 여행하면서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건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좋았다. 짐도 얼추 줄일 수 있었고 말이다.

시간이 어느새 오후에 접어들어 수형이형은 갑자기 친구가 상을 당했다고 해서 먼저 헤어지고 경아와 나는 간만에 바다를 가보는게 어떨까 싶어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그 많은 해수욕장을 놔두고 굳이 자갈치 시장을 간 이유는 사람들의 바쁜 일상을 보고 싶었기도 하고 어민들이 내놓은 싱싱한 해물들을 볼 수 있어서였다. 지하철을 타고 이런저런 인생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자갈치 시장에 도착해서 시장을 쭉 지나 배가 정착해있는 바다에 닿았다. 멀리 끝이 없는 바다를 바라보자니 세상은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크구나 하며 혼자만에 생각에 잠겨든다.


“나도 한번 혼자서 이렇게 여행하고 싶어” 둘이서 가만히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경아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래. 혼자 여행하는건 좋은거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도 알 수 있고 어느새 자그마한 것에도 감동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되거든” 생각해보니 여행이 나에게 준것들은 단 한 개 두 개 수준을 넘어서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간만에 둘이서 서로 바다 감상을 주고 받으면서 정말 이곳에 잘 왔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저녁이 되자 이제 밥을 먹자 싶어 은혜누나와 정은누나 동준이형 영철이형과 나 경아 이렇게 모여서 수다를 떨면서 술을 한잔 했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고 서로 여태까지 뭐하고 지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앞으로 뭐 할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다. 고기라니, 어떻게 보면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최고 비싼 음식을 먹는 셈인거 같다. 사람을 만난다는것은 이런 의미로 좋다. 서로의 안부도 물어보고 정을 느끼는 것 그게 사람 사이지 싶다.

단순한 인맥을 떠나서 진심으로 반갑고 언제든지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편안한 사이. 이곳저곳 어디서든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만나 이렇게 식사를 함께한다는것, 그리고 만나 줄 사람이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밥을 먹고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서면에서 서로 셀카도 찍고 노래방도 가고 신나게 여행중 회포를 쫙 풀었다.

거의 다 놀고 시간이 느즈막해질 무렵 여행 잘 하라는 격려의 한마디와 잘 지내라는 한마디를 끝으로 모두 헤어지고 은혜누나와 정은누나와 남아 맥도날드에서 간단한 주전부리를 먹다가 예전 하나투어 챌린저를 할때 만났던 성진이형을 만나기로 했다. 간만에 만나는거기도 하고 그간 너무 바빠 연락하기도 쉽지 않아서 정말 나올까 했는데 “동생이 나왔는데 당연히 가야지”하는 말에 후다닥 나왔다는 것이다.

느즈막한 밤에 형이랑 둘이서 마주 앉아 소주와 계란말이를 먹으면서 간만에 살았던 얘기도 하고 투어챌린저를 했을때의 기억을 다시 되짚으며 그때를 추억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왠지 추억에 빠져 술을 먹으면서 살짝 멍해지며 좋았던 그때를 다시 생각해본다. 간만에 또 그 사람들이 생각나 연락해보기도 했다. 역시 다들 잘 지내는구나. 그래 항상 생각했던데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잡아본다. 시간이 너무 늦어 형과 헤어지고 찜질방에서 사우나를 하고 싶어 찜질방에 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날짜

2010. 8. 1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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