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백년만의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고 물바다가 될 즈음.
나는 호기롭게도, 어쩌면 정신나갔을 행동인지도 모르지만. 춘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비는 와도 여행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뉴욕에서도 비오는 날만 골라서 거리를 걷기도 했고
2005년 내가 자기주도 여행을 시작했던 대관령에서도 폭설을 견뎌내며 여행을 했었다.

일단, 춘천에 대한 여행기보다도 한창 휴가철이니 만큼 맛집부터 소개하고 가야하지 않겠나?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그렇게 비가 오는데도 춘천오면 꼭 먹어야 했던 닭갈비에 관한 포스팅이다.



이제 너무나도 대중화 되버린 닭갈비.
춘천에 막 도착했을 때
춘천사는 형에게 물어보니 "됐다. 그냥 우리집에나 와서 라면이나 끓여먹자"며 닭갈비는 더이상 춘천만의 음식이 아니라고 했다.
막국수마저도 너무나 대중화 되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

그렇게 따지면 택배가 전국적으로 되는데 사다가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거 아닐까?
닭강정도 배달시키면 그만, 물회도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먹지?

그곳에 가서 그 고장의 음식을 먹는것은 일종의 '여행 로망'이다.
어디서든 먹을 수 있지만 그 고장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것.

내 여행에서 스토리를 엮는 아주 짜릿한 과정이다.

"형, 됐어 그냥 여기까지 온김에 닭갈비 먹고 들어갈께요" 라고 자신있게 말해놓곤
춘천 명동 한복판에서 닭갈비집을 찾는거야 쉽지 않았지만 이놈의 비는 점점 세차게 내리고 내 3단우산은
2단까지 밖에 안펴진다. 기껏 우산 가져왔더니만 옷이 다 젖고 난리.

엎친데 덮친격으로 춘천 지하상가 우산이 다 팔리는 당황스런 사태가 벌어진다.

다시 형한테 전화를 건다.

"형 그냥 집으로 가야겠어"
"ㅎㅎㅎ 그래 와서 집 근처에 닭갈비 골목 있으니 거기서 먹자"

그렇게 가게 된 우두동 닭갈비 골목.
인터넷으로 명동 닭갈비 골목은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를 들어서일까 닭갈비에 큰 기대 안했는데
이곳 우두동에서 먹은 닭갈비가 아주 맘에 들어 포스팅한다.

우두동이라 하면, 명동하고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소양강 변에 위치한 동네.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있어 춘천시민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렇게 골목골목엔 닭갈비집이 즐비해있다. 보이는가. 저 빗줄기가. (촬영을 위해 왕 우산을 준비해 준 형님께 무한 감사의 말씀을...)
우두동엔 그중에서도 코레일 춘천역에서 맛집으로 지정되어 있는 흥보닭갈비로 향한다.
춘천역에서는 춘천지역 닭갈비/막국수집 20군데를 선정해서 지원하고 있다. 흥보닭갈비도 이중 하나고 춘천역에서 픽업을 요청하면 이곳까지 데려와주는 듯 하다.


주 메뉴는 이렇다. 닭갈비는 춘천시내 전체가 "10,000원"으로 통일되어 있다. 우리는 닭갈비 2인분을 시키고 밥을 비벼먹기로 한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양념이 베인 닭갈비가 등장했다.
갑자기 생각난 재수시절의 추억.
2005년 노량진에서 재수학원을 다닐 때, 친구들과 항상 닭갈비를 먹곤 했었다. 저렴한 가격에 밥까지 먹을 수 있어서 항상 찾았던 닭갈비집. 본래 닭갈비도 다양한 채소를 넣어 저렴하게 즐기기 위해서 개발된 음식이라고 한다.

확실히 춘천닭갈비라 그런지 때깔부터 달라보이는 건 왜 일까.


제일 맘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습하고 더운데도 불구하고 저 위생모를 쓰고 계셨다는 것이다. 종업원들 모두. 식당에 들어섰을때도 엄청 깔끔한 이미지였는데, 게다가 늦은 저녁인데도(마감직전) 계속 저 모자를 쓰고 계시더라. 위생과 친절은 맛집의 기본이다.


위에는 살짝 땅콩이 들어간 닭갈비. 고소한 맛이 궁금해진다. 어떤 닭갈비 맛이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일단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들이키며 지글지글 익는 소리를 천천히 감상해본다.


이제 어느정도 익은 듯 하다. 한점 집어먹기전에! 잠깐을 외치는 아주머니! 집 뒤 텃밭에서 키우는 야채가 있는데 이것과 같이 싸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한다. 야채는 원하면 계속 주시고, 싱싱함 또한 비견할 곳이 없다. 그냥 그대로 유기농이다.


요렇게 싸먹었는데, 이렇게 닭갈비를 먹어보긴 또 처음이네, 고소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전해오는 닭갈비의 맛. 여기다 소주까지 하면 정말 금상첨화겠는데 둘다 그렇게 술을 룰루랄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일단 패스.


요렇게 밥까지 비벼먹으면 정말 배터져서 한동안 일어날 수 없다.
정말 간만에 배를 가득 채운 기분. 아침 점심 안먹고 오길 잘했다.
정말이지 갑자기 떠난 여행길인데, 게다가 검색도 해보지 않고 무작정 찾아들었는데 우연찮게 괜찮은 맛집을 찾았다.
또한, 춘천역 지정업소라 춘천역 개찰구 앞에 비치된 번호표를 뽑아가면 할인 혜택까지 주어지니 얼마나 좋은가?(할인 법은 다음 춘천 포스팅때 제대로 다룰께요)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이 아닌 전혀 상상도 못한 곳에서의 맛집기행은 언제나 즐겁다!

날짜

2011. 8. 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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