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9. 바람의 언덕에 서다

31/05/2014 DAY 4 (Pamplona -> Punta de Reina)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싶은게.. 어느새 5월의 마지막이다. 4월 마지막주에 여행을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는 잘 여행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이른 아침의 팜플로냐는 적막함이 도시 전체에 퍼져있다. 어제까지만해도 축제분위기에 시끌벅적했는데.. 새벽 아침 공기를 벗삼아 하염없이 걷는다. 앞선 순례자를 따라서 들어가다가 순례자를 먼저 보내고.. 잠시 빵가게에 들러 보카디요를 해먹을 바게트 빵을 하나 산다. 가격은 50센트 정말 저렴한 가격에다 sol 어쩌구하는 보카디요 만들기 좋은 바게트를 추천받아 샀다. 반으로 잘라주세요라는 말도 안했는데, 반으로 잘라줄까 점원이 먼저 물어본다. 아마 나처럼 순례객이 많아서 보카디요를 해먹을거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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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8. 카메라를 살리다

30/05/2014 Day 3 (Pamplona) 성벽 안으로 들어오자 이제 대도시를 만났다는 감격에설까 다들 기념사진을 하나씩 찍기 시작한다. 팜플로냐는 바스크지방에서도 꽤 규모가 큰 도시다. 대부분의 순례자는 이 곳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적어도 이틀을 머물기도 한다. 적어도 80km는 걸었을테니 이제 쉬어가도 좋을 타이밍. 성문을 지나자마자 다른 순례자의 기념샷을 정성스럽게 찍어주었다. 사실 나는 마음이 복잡했다. 마음 같아서는 맘껏 사진을 찍고 싶은데, 카메라가 고장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묵을 숙소는 Maria y Jesus 라는 공식 알베르게로 100명 이상을 수용하는 큰 알베르게다. 시설도 정말 좋은걸로 유명한 이 곳. 나름 다른 순례자들보다 빨리 도착해서 그런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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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7. 가족을 잃어버리다

30/05/2014 (3일차) Zubiri > Pamplona 일찍 일어나 우린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영국에서 가져온 트와이닝 홍차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홍차로 밀크티를 해서 먹고 계란을 가지고 맛난 오믈렛을 해먹었다. 이보다 풍족한 아침을 먹어 본 적이 있나 싶을정도로 포지게(?) 먹었다. 생장에서 첫날에 5유로짜리 정말 욕나오는 저질 아침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 나는 그대로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단체 미국인 순례자들의 눈찌푸려지는 행동만 아니었으면 기분이 쭉 좋았을텐데 아쉽다. 한 번은 공동샤워실 문을 걸고 아무도 못들어오게 해서 자기들만 사용하는가 하면 남들이 사용하는 와중에도 문을 활짝 열어놓거나 하는 등 영 아니올시다 싶은 행동을 했다. 그래서 똥 씹은 표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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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5. 하쿠나 마타타!

29/05/2014 (3일차) Roncesvalles > Zubiri 이제 콤포스텔라까지는 790km가 남았다. 아침에 데이빗과 약속이 있었다. 데이빗이 머무는 숙소로 모두 아침 6시 30분까지 모여 다음 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데 데이빗이 보이지 않는다. 알베르게 근처에는 까페 사비나라는 곳이 있다. 마침 사비나의 이름과 같은 까페라서 그런지 우리는 호기심에 그곳에서 만나 아침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고 해서 다음 마을에서 식사를 해결하고자 했다. 데이빗이 혹시나 짐을 챙기고 있을까봐 다시 알베르게를 들렀다. 저 멀리서 딱 보이는 데이빗의 얼굴. 우리는 신나게 손을 흔들어 반겼다. 마침 데이빗도 배가 고플테니 그래도 이 마을에서 식사를 좀 해결해볼까 했는데, 모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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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4. 론세바스예스 드디어 도착!

아무리 기다려도 친구들이 오지 않는다. 다니엘, 데이비드, 사비나 다들 어디에 있는거니? 데이비드는 다리가 불편해서 걱정되고 사비나도 어깨가 좋지 않다고 했었는데...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나는 아직 짐을 풀지않고 입구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 20분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서 익숙한 사람이 다가온다. 키가 한 2미터는 될 것같은 .... 그렇다. 다니엘이었다. "으와!! 다니엘 드디어 도착했구나? 다른 애들은?" "아 진짜 길이 장난 아니네.. 중간에 부상당한 사람 정말 많아. 일단 사비나는 내 뒤에 오고 있는데 데이비드는 못봤어!" 일단 사비나도 오고 있다고 하니 조금만 더 기다려본다. 한 10분정도 지나니 저멀리 절뚝이며 오는 사비나. "하아.. 진자 힘들었어!" 사비나 너도 결국 해냈구나!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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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3.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던 트래킹

2일차 (28/05/2014) St 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 (론세바스예스)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방법으로 피레네를 넘는다. 이곳을 넘는 순례자 중 인상깊은 영국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어디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같은걸 들고 왔다. "우와 쓰레기 봉투를 쓰는건 처음봐!" "그치? 우비를 따로 사는거보다 난 이게 더 경제적인 것 같아서!" 이렇게 까미노에서는 하나씩 꼭 필요한 것 빼고는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게 된다. 이들은 이걸 가장 빨리 터득한 것 같다. 프랑스와 스페인을 넘어서기 전 이렇게 국경쪽에 포장마차가 서있다.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받을 수 있는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마신 것은 바로 핫 초콜릿이었다. 데이빗은 비를 맞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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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2. 피레네를 넘어

2일차 (28/05/2014) St 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 (론세바스예스) 사진은 손을 쓸 수도 없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지워져 ... 이미 사진이 다 지워진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 다른 사진들은 그렇다치고.. 파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찍었던 영상들은 어쩌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일단 살려야만 했다. 모두가 자는 사이, 어떤 아저씨가 코를 골아대는 메들리에 맞춰 내 머리속은 매우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모든 파일을 살려낼것인가.. 분명 파일을 살려낼 수 있지는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고민만 했던 밤은 지나고 야속하게도 아침은 밝았다. 빵 한조각과 바나나 그리고 소시지와 고기가 나온 아침. 특별할 것 없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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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1. 생장 가장 높은 곳에서

1일차 (27/05/2014) : Saint jean pied port, France 망루에서 보는 마을의 모습이 정말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와인과 과일, 여러가지 주전부리를 들고 가는 길. 레드와인을 마시면서 바라보는 생장의 모습은 또 색다르게 다가올 것 같았다. 도시는 작고 아담해서 같은 길을 계속 걸으면 이제 내 집같을 것 같다. 이 오르막의 끝에는 순례자 사무소가 있고, 그리고 초원들이 펼쳐져 있다. 옛 중세의 모습처럼 교회나 영주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논이 펼쳐져 있는 그런 구획이다. 이제 왠만한 순례자를 받아 한산해진 순례자 사무소. 지금 시각은 8시. 이제 대부분의 숙소는 꽉 차있을 것이다. 생장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간이 정원(?) 들. 이렇게 매일 조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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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프리퀄3, 마레지구, 퐁네프

조용했던 골목길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면, 마레지구에 도착했다는 증거다. 파리의 제3구와 4구에 걸쳐 있는 마레 지구는 도시의 심장부를 발견할 수 있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한다. 원래 습지대였던 이곳은 (marais는 "늪"이라는 뜻이다) 17세기와 18세기에는 파리의 귀족들이 살았고, 이후에는 노동자와 수공업자의 거주지가 되었다. 20세기 초에는 유대인 거주 구역이 번성하였고, 현재는 대규모 중국인 공동체와 생기 넘치는 게이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유대인 거주구역임을 보여주는 표식. 워낙 그랑죠를 많이 봐서.. 저 표시는 -_-;; 그랑죠 표시처럼 보인다. 마레지구에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것 같다. 포르투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타일로 만든 벽이 인상깊다. 살짝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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