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조금씩 비가 오더니 천둥치고 난리도 아니다. 진짜 올게 온 것이다. 하긴 계속 날씨가 맑을 수는 없지..
아침은 싸고 맛있는 일본 정식집이 있다고 해서 이케부쿠로에서 먹었다. 맛있는 일본식 정식을 700엔이라는 가격에 먹을 수 있다. 굉장히 깔끔하고 맛있는 닭고기 정식. 비리지 않고 기름기가 적어 속이 부대끼지 않는다.
비가 오고 있구먼..
위치는 선샤인 시티 반대방향으로 나와 토잔이라고 하는 곳. 우산이 뒤집히는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정식을 먹기위해 왔다.
이곳에서 대성이형과 같이 밥을 먹고, 나는 홀로 일정대로 도쿄역으로 향한다. 도쿄역을 나오면 바로 마루노 우치, 조금 더 가면 히비야 공원에 닿을 수 있다. 마루노 우치 출구를 나오니까 아까보다 비가 많이 오네.
비와 맞서서 도보를 걷는 사람은 외국인 2명 그리고 나.
그리고 시작되는 서로 말없는 레이스.
내가 먼저 가면 외국인이 내 진로대로 따라오고
내가 추월당하면 난 외국인을 쫒아가는 식의 왠지 모를 레이스다.
아 찝찝해 우중충해 흑흑
히비야 공원을 가까스로 들어서니 에도시대의 성곽 그리고 일본식 정원이 있다고 하는데 들어갈때 입원권을 받아 들어간다. 근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산이 계속 뒤집어지기 수차례. 나올때 숙소에 있는 형한테 하얀색 우산을 빌려서 나왔고, 내것이 아니니 온전히 가져가야 하는데 큰일이다.비가 엄청 많이 온다.
슬슬 내리는 비를 친구삼아 원내를 걷다보니 어느새 전망대에 올랐다. 촉촉히 내리는 비때문에 이동반경은 많이 줄었지만 정원 평상에 앉아 비를 맞는 풀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 멀리 고층빌딩이 가려진 긴자 방향을 바라보기도 한다.
공원을 빠져나오는것은 약간 미로같지만 분위기가 아주 나쁘지는 않다.
그렇게 공원 관람을 끝내고 고쿄로 향한다.
고쿄로 가니 중국인 관광객이 비를 피하며 연신 비명을 지르며 가고 있다.(정말 그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다) 고쿄로 가니 관광객은 그 중국인들과 나 뿐, 고쿄에 대한 뚜렷한 기억은 없다. 다만, 지붕을 따라 비가 흐르는 고쿄, 그리고 축축한 메가네바시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조금은 얹짢은 표정인, 경비까지.
그래 여기만 쳐들어가면 된다 이거짓? 에잇
신발에는 물이 차오르고 정말 이렇게 까지 여행하는 내 자신이 참 대단해지는 순간
대견스러웠다. 이거 하나를 바라보고 왔으니까 당연한걸까?
어떻게 여행했는지도 생각 안난다. 우산 끝만 생각난다. 연신 그거 잡느라 정신 없었는데 국회의 사당이라던지 경시청이라던지 찍을건 다 찍고 걷다보니 어느새 긴자다.
정말 얼마나 정신없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 필력의 한계가 안타까울 뿐.
일본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경시청이네요.
긴자쯤 오니까 다행인게 비가 조금씩 그쳐간다. 소니쇼룸가서 몸 좀 말리면서 잠깐 룸메로 왔던 형이 덴뿌라 48000엔치(한화 48만원)정종이랑 먹었다길래 그곳을 살짝 갔다가 다시 나와 (클린턴도 오고 난리난 곳이다. 이름은 텐이치) 촉촉한 긴자거리를 걷는다.
소니 쇼룸입니다.
비오는 긴자는 마치 뉴욕같아요
사실 긴자에서는 딱히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은 없었다. 마치 뉴욕의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곳에서 그냥 거리를 느껴보고 싶었을 뿐이다. 비오는 긴자는 마치 뉴욕같아요
여긴 긴자 터줏대감이라는 과자가게를 비롯해 맛집이 많다.
그러나 스타벅스로 가서 라떼 하나 시켜놓고 2시간을 앉아있었다. 너무 옷이 많이 젖어 말릴 시간이 필요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는 어느새 내 몸에서 나오는 빗물에 적셔져가고 정말 다시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꿈에 그리던 스시를 먹어야 하는 고로.
스시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2100엔짜리 정식 스시 먹는 날. 스시 집 이름은 ‘혼텐스시’ 들어가자 마자 내 꼴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래도 표정 하나 안변하고 내 우산을 챙겨서 자그마한 케이스에 챙겨주고 테이블을 안내 받았다
"저 바에서 먹고 싶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
바를 선택한 이유는 직접 스시가 만들어지는 것도 보고 싶고, 제일 신선하기 때문이다. 바에서 먹는 스시는 스시가 만들어져서 바로바로 나오는게 아니고 담당 요리사가 내가 먹는 속도에 맞춰서 스시가 나온다. 내 담당 요리사는 다나카씨. 실컷 잘 먹는게 흡족한듯 맛있냐고 물어본다. 종종 말 동무를 해주시고 생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공감각적으로 잘 발라진 생선살을 슥삭슥삭.... 입에 넣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장어 나오고 나서 좀 당황. 장어가 아시다시피 엄청 긴데 이걸 한입에 넣냐 마냐가 고민이었는데 잘라 먹으란다. 음. 그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군. 난 한입에 넣으려고 했지..하하
<<사진이 갑자기 에러가 난 관계로 흑흑 스시 사진은 패스 누가 투고해주실분 흑흑>>
정말 2100엔이면 싼거다.
참치가 정말 살살 녹고 아 말로 표현 못한다 직접 가서 드셔보시길 권한다. 요기는 긴자 히비야선 가도 아래에 있기 때문에 찾기도 어렵지 않을 듯 싶다. 배불리 스시를 먹고 비를 맞으며 실컷 긴자를 걸었다. 긴자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를 갔다가 좀 더 걸어 무인양품에 들러 제품의 심플함을 실컷 즐겨주시고 바로 도쿄돔으로 떠났다.
아키하바라에서 갈아타서 오차노미즈 다음역이 도쿄돔 근데 바람이 여기서부터 장난 아니게 불어댄다. 동아리 친구인 동빈이가 꼭 가봐야 하지 않나? 해서 가본 곳인데 음 규모가 상당히 크다 여기서도 승짱(이승엽) 열풍은 장난 아니다. 근데 정말 바람이 장난 아니라 내가 날아가는 줄 알았다. 오늘 날씨 참 이상하네
도쿄돔의 초입입니다. 도쿄돔 사진도 사라지고 말았네요 흑흑
도쿄돔을 보고 나서도 나의 익스트림 여행은 계속 된다. 날씨에 지지 않는 여행이다. 정말이지.. 이걸 어떻게 제정신으로 하나 싶다.
돈이 거의 떨어질 때 쯤이라서 차비 아끼려고 간다 아키하바라를 죄다 질퍽이는 신발로 걸어다녔다.
일단 오차노미즈 역까지 걸어가서 간다 오차노미즈에서 고서점가를 보고(늦게 가니 거의 닫았다. 여기에 큰 서점 산세이도가 있는데 에도 건축공원에 이 서점의 옛날 모습이 있다) 악기 상가를 보고 아키하바라로 갔다.
아키하바라 솔직히 가지 않으려고 했다. 정말이지 역시나 나에겐 복잡한 그곳.
전자제품을 사실상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 건물 구경만 하다 왔다.
좀 날씨가 맑았으면 안에도 들어갔을 텐데.. 친구는 자기랑 다니면 분명 한번 싸웠을꺼란다 애니의 성지인 이곳을 어떻게 스킵할 수 있냐며...하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이곳 만큼 잘 맞는 곳도 없겠지..
비오는데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정말 근성이다. 내일은 가마쿠라 갈 예정인데 내일 만큼은 비가 안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기도해본다.
집에 도착하니
형들이 박수친다. 대단하다고 내 평생 너같은 애는 없었단다.
"말만이라도 참 고맙네요!! "
수고했어! 비오는데 여행하느라 오늘은 소주나 먹자! 하하
아무튼 이제 슬슬 뉴욕으로 출국이 다가온다. 아쉬운마음에 오늘은 룸메형들과 소주를 먹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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