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여주로 가는데 고속도를 통해 가는 것 보다는 강을 끼고 여주까지 가보는게 어떨까 싶어 서울 한강부터 시작해 양수리, 양평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맑게 흐르는 강물을 보니 마음도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강 주위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강을 조용히 바라보는 여행자들이 있는가 하면 자전거를 타고 강바람을 즐기는 여행자들도 있다. 모처럼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10월의 첫주. 강이 가져다주는 생동감을 가슴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강 주변이 활기차다
양평을 지나 여주에 도착하자 서서히 공사장이 보인다. 그렇다 한창 논란이 많은 4대강 사업구간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알아보니 여주쪽에는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3개의 보가 들어선다고 하는데, 처음에 미디어에서 접했을 때는 워낙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직접 가본적이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비판했던 적이 있었다. 강을 굽이굽이 흐르며 여행하는 컨셉을 시작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보’를 만났을 때 첫 느낌은 이랬다.
어느정도 공사가 마무리 된 단계의 보의 모습은 생각보다 강과 잘 조화되어 미관상으로는 꽤 주변환경과 어울려보였다. 그저 댐처럼 콘크리트로 허옇게 만들어 놓았다면 그 앞에 있는 이포대교와 다를바 없는 미관이었을거다. 그리고 학알처럼 생긴 보의 리프트 부분은 햇볕이 비쳤을때 강으로 햇볕을 쏴주는데 강에 금빛 물결을 더해주었다. 그 풍경을 그저 아래서 바라보는 것 보다 약간 높은 곳에서 강을 바라볼 때 이포보의 느낌은 어떨까 싶어 근처 파사성에 오르기로 했다. 이포보에서 약 10분정도 걸으면 파사성 입구가 나오는데, 생각보다 약간 경사가 있는 곳이라 운동화를 신고 올라야 했다.
가볍게 트레킹하기에 좋은 코스로 정상까지 가는데는 20분 채 걸리지 않는다. 흙길을 조금씩 걷다가 뒤를 흘깃흘깃 쳐다보면 조금씩 조금씩 보이는 남한강의 모습.
“조금만 더 올라가자”라는 말을 몇번 했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올라가도 예뻐서 발길을 멈추고, 조금 더 올라가서 또 발길을 멈추고 파사성의 성곽이 보일 때 쯤 또 뒤를 돌아보고. 정작 올라가는 것은 20분 채 걸리지 않는데 거의 한시간을 가다 멈추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파사성 성곽을 쭉 걷다 보면 마치 엽기적인 그녀에서 나온 초원에 우뚝 선 소나무처럼 성곽 사이에 예쁜 소나무가 서있다. 그 소나무를 지나 성곽을 조금만 더 걸으면 정상에 닿을 수 있는데 정상에서 보는 남한강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이포보는 강에서 보는 것 보다 파사성에서 보는게 더 아름다웠다.
어쩌면 인공적인 구조물이기에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구조물을 세운 것 보다 자연과 최대한 조화롭게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학알 모양도 처음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던게 사실이지만 파사성에서 굽어보니 햇빛을 받아 강에 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사성 정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360도로 멋진 경치를 보여주는 파사성 정상은 등 뒤로 금빛 논이 펼쳐져있다. 너무 아름다워서 누구든 감탄사를 지를 수 밖에 없는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파사성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나 오랜시간 파사성에서 머물며 사진을 찍었다. 어떻게 찍어도 너무 예쁘게 나오는 풍경에 절로 웃음이 났다. 나중에 사진을 인화하니 우리의 표정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더라.
파사성을 내려와 다음으로 출발한 곳은 김영구 가옥이다. 땅거미 질 무렵 김영구 가옥이 있는 마을로 향하니 아름다운 노을과 아스라히 번지는 굴뚝의 연기가 조화되어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김영구 고택은 18세기 후반에 지어진 전통한옥으로 300년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고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 내외가 1945년부터 살고 계시는 곳으로 할아버지는 간단히 이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러주셨는데 이 고택을 머물다 간 명성황후의 오빠 민승호, 독립투사 조성환이 이곳에서 역사를 만들어갔다며 다양한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는 파사성과, 김영구 가옥을 차례로 둘러보며 살아 숨쉬는 역사와 흐르는 강물에서 이포보의 가능성을 본다.
파사성을 트레킹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앞으로 남한강 줄기를 따라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여주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준영오빠~ 는 접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