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쯤이 되었을때 우연히 눈을 떴는데, 어제의 일은 마치 꿈처럼 흘러갔고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다시 온통 뉴욕 맨하탄의 풍경이었다.
뉴저지에서 바라보는 맨하탄. 날씨가 많이 흐리다.
아무렇지 않게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간다. 손 한쪽에 쥐어져 있는 건 am7과 metro지. 그걸 한장씩 읽어보다가 다시 지하철에서 졸아 버렸다.
아무래도 밤새 버스를 타는건 체질이 아닌지 오늘은 왠지 머리가 띵하고 힘들다. 비가 오려나 무릎도 쑤신다. 짐이 너무 많아서 집에다 놓고 오기 위해 집에 들렀다.
"어머 오늘 집에 안 온다고 하더니 오셨네요 "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짐이 너무 많아서요 잠깐 놓고 나와서 바로 나갈꺼에요"
비가 스물스물 오고 걱정되었는지 커피를 드립해 나가는 나에게 정성스레 꿀을 바른 토스트를 주신다.
"나가면서 배가 고플텐데 좀 들어요. 이거 하나 먹으면 속이 편할꺼니깐."
덕분에 가슴엔 따스함을 느끼며 자연사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가 오기도 하거니와 축 처지는 날씨엔 그냥 박물관들을 투어하기로 한다.
자연사 박물관과 저번에 다 보지 못한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그리고 내친김에 오늘 기부 입장이 가능한 구겐하임까지 꿰뚫을 셈이다.
79번가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은 너무 큰 규모라서 인지 지하로도 지상으로도 입장을 할 수 있는데 지하로 입장하면서 나는 엄청난 인파에 한번 더 놀라버렸다.
뭐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거야?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거야?
한 20분을 기다렸는데도 사람이 줄지 않는다. 일반 입장객보다 아무래도 시티패스를 먼저 들여보내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단체 관람온 사람들도 먼저 보내기 때문에 지체되는 것 같다.
뒤쪽에서는 사람들이 연신 짜증을 내며 벌써 30분이나 기다렸다는 둥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 내 차례가 되자 표를 끊으려고 했더니 무려 100명이나 아이들을 데려온 단체 손님때문에 또 10분을 기다리게 되었다.
직원이 "어떻게 하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처리가 느려지네요, 제가 이 일을 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하면서 애써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저는 괜찮으니까 걱정마세요"라고 하고 나서 10분을 더 기다리는데도 처리가 쉽지 않다. 결국은 마스터가 와서 처리를 해주는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도네이션이고 뭐고 하지 말라고 하며 무료티켓을 틱 하고 뽑아주셨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최고의 시간 최고의 하루가 되길 빌께요"하며 날 안내해줬다.
그 이후로 정신이 번쩍 들어서 피곤이 싸악 사라졌다.
지도를 받아들고 들어간 자연사 박물관 사실상 워싱턴 자연사 박물관이 규모가 작다고 느껴진 터라 기대를 아주 많이 하고 갔다. 역시나 기대만큼! 대 만족이다.
기대의 도화선이 된건 한국에서 봉사단으로 있었을때 아이들에게 '천문학'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방문했던 송암천문대 플라네타리움에서 보여줬던 자료의 출처가 바로 이 자연사 박물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료는 상영이 끝난지 오래였고 다른 작품이 상영되고 있었다.
규모면에서 압도적인 자연사 박물관 1층은 우주와 지구 지상의 생명체 그리고 2-3층은 각 지역 뉴욕주를 포함한 포유류 4층은 화석류가 전시되고 있었다. 1층만 다 보는데도 족히 2시간이 걸릴정도로 넓다. 아무래도 우주에 관심이 많은 터라 꼼꼼히 보느라 시간이 더 걸리는 듯.
미국 아이들은 이런데서 수업을 들으니 얼마나 이해가 쉬울까.. 이게 바로 산 교육의 현장 아닐까?
1층을 지나 2층으로 가면 박제된 동물을 볼 수 있는데 흰긴수염고래의 방을 비롯해 여러가지 영상과 실제 풍경을 묘사한 디스플레이까지 입이 떡 벌어진다. 게다가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진귀한 자료는 상상 이상의 감동이었다.
조금 안타까운건 한국관은 사진상의 저게 전부,
아시아 자료관중엔 제일 비중이 작았다.
아시아 자료관중엔 제일 비중이 작았다.
3층.4층.. 화석을 직접 만져볼기회가 없는데 여기서는 정말 모든게 가능하다. 고대 생물의 이빨을 만져보는 기분 직접 만져 본 사람만 알듯.
조금 아쉬운건 Imax나 플라네타리움을 보려면 한건당 16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 빅뱅의 탄생과정 시뮬레이션을 시간이 부족해서 관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물관 자체로는 아주 만족이었다. 사람 많은 것만 빼면 하하.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서 많은 사람을 비집고 M79번을 타서 도착한 곳은 센트럴 파크를 넘어서 보이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저번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메트로 폴리탄의 2층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다시 한번 찾았다.
아 오늘도 염치 없지만 1$입장을 시도하려 하는 순간!
저번에 내가 1$입장을 부탁했던 캐셔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건 웃으면서 날 알아 봤다는 것.
"저...저기.. 1...1달라..... 티켓"
"이번에도 역시나 네요!"
"아 정말 미안해요!!!"
아 정말 오늘 만큼은 미안해 죽겠다. 괜찮아 나 오늘 여기 기념품 샵에서 텀블러 살꺼니까. 이해해줘.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2층으로 후다닥 올라갔다. 먼저 섭렵한건 유럽회화와 유럽조각들 로뎅의 조각부터 시작해서 고흐, 피카소의 그림 전부다 볼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봤던 그림들을 직접 보는 전율은 정말 가본사람만 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들렀으면 싶다.
뉴욕에 있는 모든 박물관에서 손꼽고 싶은 곳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다.
이렇게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과 눈 앞에 펼쳐지는 생생함. 요즘 나오는 3D? 하나도 안부럽다.
회화에 푹 빠져 지낸 몇 시간,
시계를 보니 어느새 5시가 되었다.
4시 30분 부터 7시 30분까지 한시적으로 기부 입장을 허용하는 구겐하임을 가려면 일찍 나가야 하는데 워낙 작품에 정신이 팔려 있다 보니 시간 개념이 없어졌다.
후다닥 내려와 갑옷 섹션과 악기 섹션을 지나 헤메다가(그만큼 넓다) 이상한 신전에 도착했는데 아니 이건 저번에 메트로폴리탄을 왔을때 잠시 공사중이라고 했던 이집트 덴두르 신전!
항상 이런식이다. 공사중 팻말은 온데간데 없고, 개장중이다. 덴두르신전은 마치 이집트를 옮겨놓은 것 같았다. 사람들이 쉴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쉬면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여기서 계속 쉬고 싶었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의 폐장때문에 일찍 나와야했다.
"전속력으로 달려라! 구겐하임으로!"
우리나라 미술관 중 과천에 있는 현대미술관을 가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 바로 소라 모양의 계단.
지금도 과천 현대미술관엔 백남준님의 텔레비전이란 작품이 설치되어 있을건데 그것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회전 계단이 있다. 그 원조가 바로 이곳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구겐하임의 외관은 몇달전 부터 보수공사가 진행되어 특유의 양식(측면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똑같은 모양)을 느낄 순 없었지만 내부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큰 충격이었던건 피카소의 작품이 대거 밀집해 있는 2층과 3층 전시실이 모두 폐장이 되어있고 오직 볼 수 있는 곳은 소라계단에 설치 되어있는 조형미술과 매달려 있는 차들 뿐이어서 제 값내고 들어왔으면 얼마나 돈이 아까웠을까 생각했다. 기부라서 1$냈으니 망정이지 천만 다행이다.
오늘의 작가는 중국출신의 작가로 설치미술과 실험미술의 달인.
기괴한 미술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자동차도, 동영상에서 보여지는 폭파 미술도 인상적이었지만, 난 표범이 비상하는 미술이 제일 인상 깊었다. 아쉽게도 촬영 불가여서 보여줄 수 없는 것이 한스러울 뿐.
이렇게 미술관을 3군데 연속으로 돌아다니고 어제 한숨도 못자서 인지 오늘은 정말이지 너무 피곤하다. 잠이 솔솔오는 미술관 박물관을 몇개나 돌아다녔겠다 거기에다 비까지 와서 한마디로 비몽사몽인데, 참 내 자신이 대견하고 신기하다.
그래도 피곤한 상태에서도 이 세상에 모든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다는 건 오늘의 큰 소득이었다. 세상은 넓고,
세상은 아름답다.
INFORMATION
http://www.amnh.org/ 뉴욕 자연사 박물관
http://www.metmuseum.org/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http://www.guggenheim.org/ 구겐하임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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