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사찰을 들릴때마다 마음의 안정을 찾아 돌아오곤 했다. 
바람이 가져다주는 여유가 좋았고
무엇보다도 소리에 집중하면 마음이 맑아져 돌아오곤 했었지.

하지만, 그것 뿐. 사찰에 관한 포스팅을 할 때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하곤 한다.
사찰을 창건하는 것 부터가 분명 의미없이 짓는 것이 아니다.
위치부터 시작해서 돌뿌리, 문양, 탱화 하나하나가 엄청난 의미가 있고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행을 할 때는 스토리를 알고 하면 좋다고 하여 '스토리텔링'이 강조되는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숲,
즐거운 사람들의 웃음소리,
시원하게 지르는 계곡의 물소리.

계곡이 어우러진 용연사의 수수께끼 여행.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용연사 입구에서 우리를 감탄하게 만든 용연사의 계곡. 용연사의 계곡에는 피서지로 유명한지 많은 사람들이 휴양을 즐기고 있었다. 굽이굽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용연사계곡을 보니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다. 


비슬산 용연사는 천년 역사와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유서깊은 고찰이다. 용연사는 신라 신덕왕 1년(912) 보양국사가 창건했으며, 조선 세종 1년(1419) 천일대사가 중건하였다. 임진왜란 때 완전 소실되었다가 선조 36년(1603) 사명대사가 인잠, 탄옥, 경천 등에게 명하여 다시 재건하였다. 그 뒤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728년 세운 다포식 맞배지붕의 극락전(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41호),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석조계단(보물 제539호), 안양루 전각이 있다. (출처: 용연사 관광안내책자)

사진에 나온 곳은 천왕문으로 자운문을 지나면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의 미션은 '진신사리를 찾아서'인데 진신사리는 적멸보궁에 있고 많은 수수께끼는 대부분 이곳에 숨어져 있다.


우리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해설사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넘치는 해설로 지금도 감사함을 잊을 수 없다. 그냥 사찰을 마음을 다잡으러 갔었지만 많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신 스승과도 같은 분. 


영산전과 삼성각을 좌우에 거느려 본당으로서의 위상과 기품이 느껴지는 용연사 극락전은 기단을 높게 하기 위해 화강석을 쌓고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면과 측면의 어칸을 협칸보다 넓게 하여 불단을 조성하기 위해 넉넉한 공간을 배려하였다. 내부는 고주를 세우고 고주 사이를 후불벽으로 하여 앞쪽으로 불단을 꾸몄으며, 불단 상부에는 보개를 얹고 전면에 운각과 용을 장식하여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그 내부는 우물마루를 깔았다.

건물의 구성은 둥근 기둥을 세운 다포계의 맞배지붕으로, 특이한 것은 배면 기둥과 대량에 시주의 이름을 음각하고 있는 것과 내부 단청의 화려함으로 18세기 건축무늬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극락전 안에는 석가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주존불은 단정한 콧날과 입에 비해 부드러운 턱과 널찍한 얼굴을 가져 위엄과 자비를 겸비한 원만상호를 이룬다.
좌우에 협시한 보살상은 본존과 같은 상호에 옷자락의 표현도 완전히 같으며, 보관은 정면에 봉황 두 마리가 구름과 함께 산형관 표면에 붙여져 있다. 조선 후기 영조 4년 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삼존불은 당대를 대표할 만한 뛰어난 진경시대의 유물이다. (출처: 용연사 관광안내책자)

 

극락전 앞에는 삼층석탑이 있는데 이 삼층석탑은 최근에 보수하였고 2중 기단에 탑신과 옥개를 각각 하나의 돌로 구성한 삼층석탑이다. 기단부는 지대석의 보수 때 새로운 석재로 대치되었고, 면석은 탱주 1개와 우주 2개씩을 각출하였으며 갑석은 부연과 2단의 괴임을 각출하였다. 각 층의 탑신은 우주 2개씩을 각출하고, 옥개는 4단의 받침과 2단의 괴임을 조각했다. 옥개 받침이 4단이라는 것과 옥개 낙수면이 짧고 추녀가 얇은데 비해 받침이 높은 형식에서 볼때 신라 석탑에서 변질된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자료 제28호이다. 



해설사님과 우리는 예불을 드리고 있는 관계로 극락전 뒤를 쭉 돌아보기로 했다. 극락전 옆면에 빼곡히 들어찬 탱화를 만날 수 있다. 제일 궁금했던 탱화는 바로 팔이 잘린 그림이 있는 '혜가단비도' 

"여러분이 원하는 몇가지만 설명해드리도록 할께요, 시간상 전부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것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해설사님! 저기 팔이 잘린 탱화 설명 해주세요!"

달마 대사는 스승이던 반야다라 존자의 열반을 마지막으로 인도 내의 교화를 제자들에게 맡기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양(梁)나라의 왕이던 무제(武帝)를 만났으나 무제는 대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고 대사는 그 길로 낙양(洛陽)의 숭산(崇山) 소림사(少林寺)에서 9년이란 긴 세월 동안 면벽(面壁)하며 시절인연이 도래하길 기다렸다.
대사의 말없는 교화가 9년째이던 어느 해 엄동설한에 유불선(儒佛仙)의 이치를 통달한 신광(神光)이라는 스님이 찾아와 법의 가르침을 청하였다.
그러나 대사는 면벽한 채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신광은 춥고 눈내리는 긴 겨울밤을 인내로 지세웠다.
그러나 대사는 하룻밤의 얄팍한 덕으로 큰 지혜를 얻고자 하느냐며 꾸짓자 신광은 칼을 빼어 왼쪽 팔을 잘라 구도 결심의 척도를 보였다. 이에 땅에서 파초잎이 솟아나 팔을 받쳤고 대사는 신광의 입문(入門)을 허락하여 혜가(慧可)라 하였다.
 
혜가는 달마 대사의 가르침을 받고 중국 선종의 제2대 조사가 되었다.
혜가단비도는 벽화 뿐만 아니라 예로 부터 회화의 소재로 많이 그려지기도 하였는데, 어느 것이나 위의 내용을 사실적이고 인상적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는 탱화다. (관광해설책자 참고)

여름에만 피는 파초가 겨울을 배경으로 그려진 상징적인 이야기. 탱화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니 너무나 재미있고 용연사 곳곳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를 더 찾고 싶어진다.  



 

이외에도 곳곳에 숨겨진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기둥에 새겨진 글씨, 기왓장을 모아 물을 버리는 곳. 살짝 들린 한옥의 구조 상 통풍이 되기 위해 뚫어져있는 구멍 등등 시간만 충분했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다 듣고 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가 해주시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다보니 몇시간이 훌쩍 지나간 매력넘치는 용연사. 우리는 우리의 미션을 위해 진신사리를 향해 떠났다.

적멸보궁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에 적멸보궁이 위치해있다. 조금만 왼편으로 꺾으면 오디열매가 열리는 뽕나무숲도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고 했지만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적멸보궁 오르는 길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찌나 나무들이 반짝반짝 멋을 내고 기다리는지, 계곡의 물소리와 더불어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해설사님들의 발걸음도 경쾌하다. 


드디어 도착한 적멸보궁, 저 뒤에는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는게 보인다.
원래는 불상이 있어야 하는데 적멸보궁의 진신사리가 이 불상을 대체하기 때문에 적멸보궁에는 저런 구조로 만들어져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적멸보궁도 들러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안에 들어올 때는 오른쪽이나 왼쪽에 있는 문을 이용해야 한다.
법당에 발을 들여 놓을때는 부처님과 등을 지면 안되기 때문. 법당에 들어서는 문이 좌우벽쪽으로 나있으면 부처님을 향해 봤을때 오른쪽문이면 왼발을 먼저 딛고 들어가고, 문이 좌우벽쪽이 아닌 정면으로 모두 나 있으면 오른쪽문으로 들어서면 오른발을 먼저 딛는다. 그래야 부처님을 등지지 않기 때문. 가만히 머리 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그리고 나올때도 부처님을 등지지 않게 해야하기에 들어갈때의 반대발을 먼저 밖으로 내 딛는다는 것을 설명중이시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육신과 다름없는 진신사리를 모신곳을 말한다. 보궁의 유래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께서 중국 오대산에서 기도하신 가피력으로 금란가사와 사리를 모시고 돌아와 설악산의 종정망, 영축산의 통도사, 태백산의 정암사, 오대산의 월정사, 사자산의 법흥사에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여 이를 5대 적멸보궁이라 한다. 

강원도의 건봉사, 선산의 도리사와 더불어 이곳 용연사의 적멸보궁은 우리나라의 8대 보궁 중 한곳으로 영남지방의 영험한 기도 도량으로 부처님의 훈향을 느낄 수 있는 성지이다. 
용연사의 보궁은 사명대사의 제자 청진스님이 임진왜란 때 왜적을 피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통도사에서 금강산으로 모셔가던 중 사리 1과를 용연사에 봉안하여 그 역사적 가치가 더 큰 곳이다.



적멸보궁에서 나오는 길. 강아지의 꾸욱꾸욱하는 신기한 소리가 들린다. 

"오빠 이 강아지 신기해요! 이상한 소리를 자꾸 내요~"
"어 그러네? 자꾸 꾸욱꾸욱 거리네"

아무래도 이 강아지. 절에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묵언 수행하는 강아지임에 틀림없다. 


적멸보궁 탱화에서도 발견한 혜가 단비도. 방금 전 용연사 극락전에서도 봤던 그림이다. 극락전에는 오른손이 베어있었는데, 사실은 왼손이 베어있는게 맞는 거란다.

 
내려오는길에 감사하게도 스님의 도움을 받아 뒷뜰에 있는 석탑밭을 가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저 탑하나가 이곳에 머물렀던 주지스님을 뜻한다고 하는데, 하나의 살아있는 역사가 이곳에 살아 숨쉬는 셈이다. 올해 발간 된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도 소개되어 있는 곳이라 한다. 

우리의 미션인 '진신사리'도 발견하고, 여행의 묘미도 발견한 용연사.
하나의 사찰 곳곳에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어디서 템플스테이를 하든, 유적지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방문했다면 쉽게 지나칠 수 있었던 것들. 
용연사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해설사님과 동행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도록 하자.

















       용연사는 지선 600번, 달성 2번을 타면 닿을 수 있으며 차량으로는 달성 IC에서 빠져 용연사 계곡으로 가면 된다

연락처 : 053-616-8846
한국어 문화해설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듣길 추천한다. 

날짜

2011. 7. 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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