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아오면서 애지간하면 드라마를 보지 않았는데, 제빵왕 김탁구라는 이름이 끌려서 무심코 봤다가 얼핏 빠져들고 말았다. 일명 대박드라마라고 불리우는 대장금이라던지 겨울연가라든지 삼순이 등등 전혀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친구들 사이에서 드라마 이야기가 회자되면 아는척도 못했던 난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하루하루 기다리는게 힘들정도까지 되버려 제대로 중독되어 버렸다.



이름은 평범하나 드라마의 짜임은 대단,

처음에 이 드라마의 제목을 들었을때는 "응? 이름이 왜 이렇게 촌스럽지?"  했다. 제빵왕 김탁구가 대체 뭐야? 이름이 왜 저러지? 왠지 망할것 같은 드라마인데?라고 생각했고 드라마 1화를 보고 스토리보드를 봤을땐 그저 그런 드라마라 생각했는데 1화의 짜임새가 너무 대단해서 어쩔 수 없이 빠져들어 버렸던 것. 그렇게 제빵왕 김탁구는 KBS 수목드라마 1위의 위엄을 전혀 놓지 않았다. 첫 시청률은 14.3%, 그렇게 점점 승승장구하더니 이제느 거진 30%대를 바라보는 26~29%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항간에는 월드컵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말도 동의하지만 월드컵에서 채널돌린 시청자들이 순간적으로 봤다가 빠져드는 흡인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대체 그 흡인력은 무엇인데? 바로 아역연기자들과 중년연기자들의 촘촘한 짜임새와 극적구성이다. 김탁구의 아역인 오재무군은 무려 1000:1의 경쟁률을 제친 신예 아역연기자로 이번 드라마가 처음이다. 그러나 그 연기력은 어디 내놔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제작진으로써는 이러한 캐스팅이 부담이 되었을수도 있지만 그 공백을 더 촘촘히 매우고자 아역연기 경력이 많은 하승리(거성가 첫째딸역), 대장금 아역이었던 조정은(신유경 아역)과 더불어 다른 조연연기자들은 일전에 조연으로 이미 유명세를 치뤘던 검증된 조연. 게다가 전광렬,전인화,전미순,정성모,정혜선 등 물오른 중년연기자들의 연기력 덕분에 드라마의 짜임은 점점 가시화 되고 있다. 그 때문일까, 초반 막장드라마가 아니냐는 세간의 관심을 이들이 전부 중화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탁구 '3전시대' 개막.

여기서 3전시대란 바로 전광렬, 전인화, 전미순분의 갈등을 말한다. 거성가의 전광렬의 위엄있는 연기, 그리고 전인화의 표독스러운 연기, 전미순의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어머니 연기는 드라마를 보는 중년계층을 확실히 사로잡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간 드라마에서 보고 싶었던 중년계층의 바람이 이루어지듯 전광렬의 중저음 목소리, 오래간만에 악역으로 돌아온 전인화의 표독스런 연기, 아역때부터 이뤄온 탄탄한 전미순의 연기까지 사람들을 울고 웃게 그리고 빠져들게 해버린 것이다. 특히 드라마에서 전미순은 대단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탁구와의 모정을 연기하면서 가녀린 어머니, 강한 어머니를 두루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고 많이들 울게 했다. 3전 시대의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처음은 막장, 그러나 결국은 휴머니즘.

드라마가 방영되고 나서 제일 많이 나왔던 기사는 역시 막장드라마. 심하게는 이런기사도 있었다. "여지껏 이런 막장이 없었다"
70-80년대 배경이다보니 남아선호사상이 있었던 시대고 그 남자 아이를 얻기 위해서 불륜을 서슴치 않는 드라마의 내용이 당연히 막장으로 보일 수 밖에 없겠다. 게다가 나중에는 폐륜짓도 서슴치 않으니, 누가 봐도 이것은 막장드라마구나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지금의 김탁구 솔직히 막장요소가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막장 분위기가 계속 되지 않을거라고 믿고 계속 보는 이유는 중간중간 보여줬던 미순과 탁구의 모정, 그리고 동네사람들의 디테일한 휴머니즘을 보면서 드라마 기획의도 였던 '결국엔 진실이 승리한다는 휴머니즘적 드라마를 만들것이다'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탁구, 그 외의 갈등의 요소를 한꺼번에 집어넣게 되어 약간은 막장으로서 비대해졌을지는 몰라도 이제 서서히 그것들을 풀어가면서 휴머니즘을 보여주겠지 하며 더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속도! 그리고 디테일을 살려라!

강은경 작가의 필력은 대단했다.
1화에서의 드라마 속도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더니 그대로 드라마 시간을 잊은채 몰입하게 해버렸다. Killing time 이 아니라 말 그대로 Time kill 을 해버렸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갈등관계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위기들, 그리고 그 대처가 생각보다 빨랐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더욱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여러가지를 차용하는 아이템 디테일도 살아있는데 예전 서영춘과 이기동이 유명하게 했던 유행어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떳어도 곱뿌(컵의 일본식 발음)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 꿍따라닥닥 삐약삐약~ 꿍따라닥닥 삐약삐약)"는 중년 시청자들의 기억속에 자리잡은 것들을 끄집어 냄으로써 시대적 공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극적 장치였다. 소품의 디테일, 표정의 디테일, 충북 옥천 촬영에서 얻어지는 풍경의 디테일은 많은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했고 지금은 그곳이 어디냐! 한번 가보고 싶다. 풍경이 예쁘다 하며 충북 옥천의 지역관광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발판까지 만들어 냈다. 게다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 격인 '빵'을 보여주는 구도나, 그 과정을 예쁘게 그려내는 것은 시청자들이 밤에 드라마를 보면서 냉장고에서 크림빵을 찾게 할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을 지녔다. 단순히 갈등구조를 풀어내는 것만이 아닌 빵만드는 과정들도 앞으로 얼마나 디테일하게 그려낼지 너무나 궁금하다.



성인연기자들에게 달렸다!

이제 아역배우들은 떠나가고 6화부터는 성인연기자들이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성인연기자들이 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제 막 연기에 걸음마를 떼려는 윤시윤과 주원(뮤지컬에서 활약을 했다지만 안방극장은 처음이다) 그리고 가수 출신 연기자에서 연기자로 매김하고 있는 유진, 그리고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던 이영아다.
제작진은 어떻게 보면 연기경력이 그리 화려하지도 않고 신예를 대거 기용하는 모험을 감행했는데, 처음에는 나도 잘 이해를 하지 못하다가 계속 보니 캐릭터가 많이 닮아있었고 꽤 고심을 많이 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윤시윤의 페이스는 시청자들이 봤을때 역경을 헤쳐나가는 탁구를 그리기에 참 선한 인상을 가진데다 똑부러지는 이미지가 있었고 이영아는 빵공장에서 탁구를 도와주는 캐릭터로 안성맞춤이었던 데다가 주원은 날카로운 눈매를 통해 약간은 탐욕스럽거나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기에 거침없어 보인다. 그리고 유진. 유진의 대중의 반응은 가수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솔직히 더 강했다. 워낙 우리에겐 S.E.S. 는 요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연기경력도 무시할 수 없는 연기자다 러빙유로 시작해 몇편의 드라마와 생각 보다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게다가 유진이 드라마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이중적인 페이스는 유진의 첫 악역도전이 더욱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유진의 드라마가 여태까지 시청률의 고배를 마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드라마 만큼은 유진을 연기자로서 큰 터닝포인트로 만들어 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앞으로가 중요하겠지만 어쨌든 제빵왕 김탁구는 정말 월메이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선한역할과 악역, 사실 구분도 이 드라마에선 무색할만큼 다 기구하고 불쌍하고 다 악역일수도 있고 선한 역할일 수도 있다. 그만큼 그 몫은 시청자 판단이니까.
그래서 이 드라마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건지 모르겠다.
처음으로 30부작이라는데 다 챙겨보게 생겼다. 앞으로 시청률이 쭉쭉 상승하길! 기대해본다.




* 제빵왕 김탁구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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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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