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원조’의 위기, 스마트폰 치킨게임의 승자는?

(중국 산자이폰의 기술표준화, 기술확산, 기술국가주의 관점에서)




대륙의 기상, 산자이 문화의 도래 


  일명 ‘산자이’라는 짝퉁제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팔려나가고 있다. 어원으로 따지면 ‘산적’ 즉, 기득권에 대항하는 반란집단이지만 이제 글로벌 시장에 대항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긍정적인 의미까지 담겨있다고 한다.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까지 산자이(짝퉁)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예전부터 상하이만 가더라도 루이비똥이나 구찌같은 럭셔리 짝퉁 제품을 비교적 높은 퀄리티로 구할 수 있었다. 주 고객층이 중국인이도 했지만 우리나라 관광객도 진품과 깜쪽같이 똑같아서 이 제품을 꽤 구매했다. 일반 눈으로는 구별하기 힘든 외관 그리고 같은 기능성이라면 누구나 탐낼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점유율로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볼 때는 산자이폰의 등장은 별로 달갑지 않을 것이다. 루이비똥 짝퉁이 팔리며 쓴웃음을 지어야 했던 프랑스의 기분을 이제 우리가 느끼게 되었다. 대륙의 기상이 참 많은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한다. 



때 아닌 ‘원조’ 위기, 왠지 우리나라 치킨 요식업과 닮았다


  원조 스마트폰 업체는 ‘스펙’에 차이가 없는 산자이 제품에 위기를 느끼는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에 한창 창업붐이 일었던 종목 중 ‘치킨’과 똑 닮았다. 특히 찜닭이나 닭강정, 불닭등은 원조 점포에서 기술을 배운 아주머니가 다른 곳에서 같은 이름을 버젓이 걸고 창업하는 등 핵심 레시피만 알면 쉽게 맛을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맛만 비슷하다면야 가성비를 따져, 보다 저렴한 업체의 치킨을 먹게 되었고 게다가 모방한 치킨업체가 원래의 핵심기술에서 조그마한 변화를 추가해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원조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졌다. 이와 관련된 분쟁에서 원조가 불리한 입장에 처한 경우가 많아 제도적으로도 이를 쉽게 막기 어려워 보인다. 급기야 대기업은 ‘통큰’치킨이라며 비슷한 맛에 저렴한 가격으로 치킨시장에 대한 도전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 내면엔 소비자들이 있었고 ‘통큰’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산자이폰 또한 중국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다양해지자 원가 절감을 위해 애플이나 삼성은 중국에 OEM 부품공장을 설립하여 글로벌 생산라인을 갖춰나갔다. 그런데 이런 핵심기술들이 유출되며 산자이폰을 낳았고, 모듈화 되어 생산되는 공정 프로세스는 쉽게 구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지적재산권과 특허관련 제제가 거의 없는 중국정부의 방침이 이를 촉진시켜 산자이 문화를 긍정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게다가 중국은 내수시장까지 좋다. 빈부격차가 큰 중국에서 부유층을 제외한 나머지 고객들은 고가의 휴대폰을 살 여력이 없을 것이고 소비자는 당연히 기능도 좋고 겉으로 구별되지 않는 산자이폰을 거리낌 없이 구매하게 될 것이다.



 기술확산와 기술표준화, 기술국가주의로 본 치킨게임 


  산자이폰과 문화를 위에서 기술했던 문제들을 바탕으로 좀 더 세분화 하여 기술확산, 기술표준화, 기술국가주의의 관점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같은 선도기업(First Mover)은 치열해진 경쟁시장에서 단가를 낮추기 위해 개도국으로 생산라인을 이전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우는 중국은 그간 축적된 경험이 있었고 이를 통해 역엔지니어링과 같은 방법을 통해 공정기술을 습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도적으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선도기업들은 조인트벤처를 통해 아웃소싱을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기술유출과 모방이 일어나 사실상 기술확산을 통해 산자이폰에 필요한 기술이 확보되었다. 즉, 중국 산자이폰 기업들은 돈과 시간을 들여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아도 ‘원조’의 반사효과까지 꾀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TD-SCDMA를 3세대 이동통신 기술표준으로 만들었다. 높은 기회비용을 지불하여 이뤄놓은 표준화이기에 당연히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지 않은 즉,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진 기술표준은 성공할 리가 없다. 때문에 국가적으로 제도를 완화시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즉, 과거에는 휴대폰 사업자는 반드시 판매라이센스를 받아야 했으나 이를 폐지함으로써 진입장벽을 낮췄다. 이를 통해 산자이폰이 급격히 힘을 받아 많은 양의 산자이폰이 TD-SCDMA를 가지고 유통되어 사실상의 표준을 이뤄냈고 이것이 ‘산자이 문화’로 발전 된 것이다. 중국의 몇몇 채널들은 산자이 걸그룹이나 음악을 틀어주기도 하고 산자이 문화 페스티벌을 통해 우승자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등 산자이 문화는 중국 국민들에게는 내수시장을 살리자는 ‘신토불이 운동’이 되가는 양상인 듯하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국가와 기업이 협력해 현재 애플과 삼성, 양자구도의 글로벌 IT전쟁에 참전했다.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ZTE 등의 중국 거대업체와 막강한 내수시장을 통해 글로벌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 자금지원과 더불어 자국내 공급망 구축을 통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되었다. 기술국가주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다. 미국도 "MADE IN USA"라는 자국 경제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내적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연구개발의 지원 및 인력양성이 국내 과학기술 역량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모방을 넘어서 이러한 기술국가주의를 통해 내부역량으로 혁신을 꾀한다고 할 수 있다. 


  산자이업체가 모방에만 급급한다면 치킨게임에서 외국기업에 의해 언젠간 공멸하게 될 것이다. 그걸 아는 중국은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R&D에 투자하여 산자이에서 정품브랜드를 창조하려 노력하고 있다. 샤오미가 이러한 케이스에 속한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축적된 기술로 저비용을 유지하되 하이엔드 마켓에 진입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희소마케팅, 바이럴을 통해 점유율 1위인 삼성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은 혁신적인 산자이폰들이 치킨게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이것이 과연 통할지는 미지수다. 산자이폰들이 글로벌에 진출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과제는 표준특허관련 문제로 크로스 라이센싱으로 이를 극복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금 원조를 넘어 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에 소비자들은 입을 벌리고 있다 “싸고 맛있는 치킨을 달라!“. 장기적으로 이것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까? 여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적수가 등장했다. 


스마트폰 패러다임의 변화 구글 ‘아라 프로젝트’


  글로벌에 진출하고자 하는 산자이폰의 적수가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구글의 ‘아라 프로젝트’다. 처음 들어 생소하겠지만 우리가 지금 쓰는 조립PC처럼 사용자가 모듈화 된 칩을 레고처럼 맞추어 나만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아라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아라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개방형 모듈구조(OPEN API)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기업이 표준만 알면 모듈 구성부분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아웃소싱 생산이 쉬워진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는 브랜드 PC를 더 이상 쓰지 않고 있다. 저렴하면서도 원하는 성능을 가진 PC를 조립으로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라프로젝트가 상용화가 되면 단말기 메이커와 통신사업자의 생태계에 격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된다. 모듈화를 통해 기능에 대한 선택권이 넘어가게 되면 앞서 예시로 든 산자이폰의 소비자를 흡수하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부분도 모듈의 개체로 넘어가 관리가 훨씬 쉬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스마트폰 전쟁의 열쇠를 쥔 업체는 ‘구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스마트폰 치킨게임과 아라프로젝트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구글발 제조혁명을 통해 고객들은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 모듈을 갈아 끼우고 원하는 기능을 맞춰내면 된다. 모듈을 설계하기 위한 개발툴인 META Tools를 무상으로 제공하게 되면 누구나 모듈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가 열린다. 벤쳐,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사업 기회와 위협요소가 양립한다. 모듈 생산업체 혹은 기업은 혁신을 위해 높은 전유성, 보완적 자산의 확보, 지배적 디자인을 특허로써, 또는 기술표준 제정으로써 보호하는 전략을 구사 할 것이다. 즉 기술표준과 특허가 중요해지고 복잡해질 것이다. 물론 구글도 플랫폼을 표준화 시켜 기술표준에 대한 주도권을 쥐게 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앞으로 기술표준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들이 뭉쳐 그동안 축적해 온 국내 기술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플랫폼에 대비하거나 창조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생태계에 참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업을 위해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어 서로의 주도권을 넘어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최근 한중FTA을 통해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기회를 얻었다. 수평적인 협업을 통해 양적이 아닌 질적인 혁신을 추구하고 동시에 아라 프로젝트처럼 저가 플랫폼을 개발하여 표준을 견인하느냐, 모듈의 표준을 견인하느냐처럼 전략으로써의 표준경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건국대 기술경영전공 장준영(Mono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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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 1.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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