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정하고 싶다면 산으로 떠나라(산행편) - 2번째 지리산 종주
지리산 종주루트 1일차 (성삼재 - 연하천 - 벽소령)




아직은 어두운 저녁이다.

덜컹거리는 기차안 분명 조용하긴 한데 자리때문일까, 왜 이렇게 잠이 들기 힘든건지...
빛 때문일까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이것저것 친구와 군대에 있을때 이야기도 하고 맥주도 마셨건만 그 긴 말꼬리 레이스에 지쳤을텐데 새벽 2시가 되서도 여전히 눈은 말똥말똥하다.
 
이미 기차는 전북에 진입해있다. 익산을 지나고 어느새 곡성. 곡성이라면 벌써 섬진강이 시작되었다는 얘기일테고 조금 있으면 구례구에 도착한다는 이야긴데, 시계를 보니 도착시간인 3:32분이 되려면 이제 1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억지로 눈을 붙여보지만 잠이 안온다. 친구녀석을 쓱 살펴봤더니 이녀석도 분명 눈은 감고 있지만 잠을 자고 있지는 않는것 같았다. 이런데서는 정말 딥슬립을 해줘야 오늘 산행에 무리가 없을텐데...

뜬눈을 지샌 마지막 1시간. 뜬눈 뒤에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방송이 들려오지 시작한다
"잠시후면 구례구, 구례구 역에 도착합니다. 잊으신 물건이 없이....."

어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우린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구례구역에 내리자 마자 버스를 타기 위해 맨 앞 객차로 이동해서 내리고, 구례구에서 택시 승객을 호객하는 기사아저씨 사이로 보이는 구례구 버스를 타고 잠시 숨을 골랐다.
일단 구례군까지 가는 버스의 비용은 1000원, 2년 전에 이곳에 왔을때랑 변함이 없다.
더군다나 아저씨의 인상이 참 좋았다. 새벽에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저씨!

잠시 친구와 곰곰히 생각하다 머리가 아파 도저히 화엄사에서 벽소령까지는 갈 수 없겠다. 그래서 절충방안이 화엄사는 새벽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풍경으 즐길 수 없고 시간에 허덕여 빨리 산행을 해야 하니 컨디션 상 성삼재에 내리자는 결론을 내렸다.

버스는 사람을 가득 싣고 구례군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버스안엔 가슴이 차오를 것 같이 산행을 기대하는 사람. 집으로 가는 것 같은 현지 주민등 다양했고 다들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처럼 얼굴색이 모두 밝다. 차는 어둠을 걷어내고 이내 버스터미널 도착했고 04:00시 까지 화장실도 다녀오고 주린 배도 채우라고 넉넉한 시간을 준다.

대부분의 산행객은 터미널 안에 있는 오뎅을 먹으면서 속을 달래고 우리는 조금 떨어진 편의점으로 가서 갑갑한 머리를 달래줄 커피와 조그마한 주먹밥을 먹었다. 그래도 먹으니까 조금은 머리가 안정되는 것 같다.

그 후 구례 터미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싣고 성삼재로 출발한다.
굽이.
굽이..
도로를 돌고 돌아 성삼재를 향해 끝없이 올라간다.
차는 바퀴를 돌려 길을 가는 것 같지만 난 왠지 버스가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번 산행에 부여한 의미도 컸고 그만큼 많은 기대를 가졌기 때문일까. 머리는 살짝 아팠지만 지리산의 새파란 공기가 너무나 기대된다.

지리산으로 올라가는 버스는 화엄사에서 승객 한명을 내려주고 성삼재에 도착했다. 화엄사에 내리는 아저씨 한분을 우리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 하던 찰나 순식간에 성삼재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 오는 추가 차비 3200원을 내고 동시에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시라는 덕담을 받고 하차했다.

내가 오르는 이 산을 난 '산행' 한다고 표현해야 하나 아님, '입산'한다고 표현해야 하나?
산행은 산을 오르는 것이고 입산은 산에 폭 안긴다는 뜻일거라....
왠지 내 머리속에선 "꽤 설득력 있네" 하고 있다.

앞이 어슴푸레 보여 랜턴이 필요없이 우리는 잘 닦여진 도로를 조용히 올라갔다. 다른 산악회는 시간을 두고 가려는것 같았고 우리 둘은 그 사이 조용한 산을 즐길 수 있겠다 싶어 출발을 빨리했다.

그리고 서서히 밝아오는 지리산.
우리는 정말 멋진 풍경을 마주하게 됐다.


잘 닦여진 길, 사람들은 노고단을 빨리 가기 위해 경사 높은 지름길을 선택했고
우리는 경치를 즐기기 위해 완만한 길을 택했다. 그 덕분에 조용하게 멋진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산 소리가 끝내준다.


자연이 보여주는 풍경에 우리는 입을 다물 수 없었고 그저 탄성만이 나올 뿐이었다.
역시 잘왔다 싶은 풍경, 그리고 산행하기 정말 좋은 날씨다.

잠시동안의 산을 구경하고 나서 다시 길을 나서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저멀리 노고단 대피소가 보인다. 사람들의 소리가 왁자지껄 들려오는 것으로 봐서는 밥을 먹고 이제 출발하려는 사람이 꽤 많은것 같다.

우리도 이곳에서 잠시 배낭을 내리고 취사를 시작했다.
취사를 준비하는 도중 사람들의 표정은 그렇게 밝아보일 수가 없었다. 깔깔 거리면서 사진을 찍고 고된 산행이 될 것이 자명한데도 소풍 온 것 처럼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다.
우리도 객관적으로 바라봤을땐 그런 표정 들이겠지?


물이 풍부한 노고단 대피소에서의 된장질
오늘의 테마는 "프랑스 몽블랑에서의 스프 퐁듀 -_-"



부모님께 잘 도착했다는 전화와 멀티문자로 인증사진을 보내고 우리는 된장질을 시작했다. 쨈을 모닝빵에 묻혀서 스프에 찍어먹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만 그러고 있지 다들 밥을 먹거나 라면을 먹거나 하는데 우리는 위에 자극적이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굉장한 된장질을 자행했다. 옆 자리는 이 근처에서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 온 듯한 학생들을 만났는데 그 학생들은 자기들 물을 끓이는 동안 우리의 행각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래서 무료하기도 하고 우리의 행각에서 조금이나마 시선을 피하게 하기 위해 말을 걸었다
"고등학생 인가봐요?"
그 학생 "네"

참 무뚝뚝하다.
이래저래 말하보니 그 학생들은 역시나 체험학습을 왔고(목요일에!? 세상 참 좋아졌다~)
한 반에도 체험학습을 여러가지 선택할 수 있어 산을 오기도 하고 강을 가기도 하고 팀마다 다른것 같다. 그네들은 산을 온 팀들이었다.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자 우리는 나머지를 싹싹 긁어먹고 녹차를 끓여먹는 여유까지 보이다가 자리를 학생들에게 내주었다. 녹차까지 끓여먹고 물을 살짝 적시려는데 취수장이 참 많이 더럽다. 라면 면발이 불어서 배수구를 막고 있고..

산에서 취사를 하는 기본이 음식물 남기지 않고 다 먹고 헹궈내는 대는 최소한의 물을 써야 하거늘 그것도 그거지만 어떤 양심없는 양반이 그냥 음식물 남은걸 저기다 부어 버렸을까.
씁슬하기 그지 없었다.

우리는 씁슬함을 뒤로 하고 배낭을 짊어지자 마자 바로 노고단을 향해서 갔다.
사람들이 듬성듬성 가다 보니 이제 슬슬 마주치는 사람도 적어져 가고 있다.
조금만 오르니 멀리 보이는 노고단. 따스한 햇빛이 비추고 파란 하늘에 절경이 따로 없다.




노고단의 절경

노고단에 오니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저 멀리서는 산행객들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는데 쉬고 있는 동안 우리를 알아보는 아저씨 한분이 나타났다.

"어? 아까 기차에서 봤던 학생들이네?"

아저씨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도 쉬고 있다가 아저씨 얼굴을 잘 살펴보니 아까 화엄사에서 내렸던 용감한 1인이었다.

"아저씨? 아까 화엄사에서 올라오지 않으셨어요?"

우리가 이렇게 묻자 아저씨는 내리자마자 쉼없이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했다.(서울의 높은 산을 하루에 타는 프로젝트를 위해 그렇게 산행연습을 한다고 했다)그 아저씨 말고도 우리보다 한타임 기차를 빨리 타서 화엄사부터 산행한 아저씨들이 꽤 많았다.

아저씨는 지리산 국립공원은 좋은데 안내 표지판 보수할게 너무나 많고 제대로 안내되있는 곳이 별로 없노라며 바쁜 산행에도 일일히 체크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 노고단에서 지반평탄화를 하고 있던 직원을 만나 이것저것 건의하고 있었다. 화엄사에서 올라오면서 발견했던 클레임에 대해서 말이다.

아저씨는 오늘 세석평전까지 간다고 하셨는데 가실 수 있을까? 우리가 먼저 산행을 떠났는데 아저씨의 모습은 당분간 보이지 않았다.

산행의 즐거움은 자연의 소리를 듣고 멋진 경치를 감상하는 것에도 있지만 사람의 아름다움을 새삼스레 발견하는 것에 그 즐거움이 또 있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며 "수고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 라며 기를 불어넣어주는 덕담 한마디야 말로 각박한 현대사회에서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었으니까.
우리는 노루목을 지나 반야봉을 패스해버리고 충청, 전라, 경상북도의 경계가 지나간다는 삼도봉까지 이르는 동안 많은 사람과 덕담을 나눴고 인사를 했으며 서로의 얼굴들을 엎치락 뒤치락 하며 익숙히 만들었다. 
 


여기가 바로 삼도봉. 저 사진에는 내 기가막힌 복장을 여실히 드러내구 있구나아.


지리산을 종주하면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시시때때 달라지는 풍경과 표지판을 보며
성취감에 젖어 이내 다시 힘을 내게 된다.



드디어 연하천에 도착했다!!!!


그렇게 힘을 내고 또 내서 걸어가니 어느새 연하천에 도착했다. 사실 아침에 많이 먹고 간게 아니라서 허기져있었는데 사막에 오아시스 만난거 같이 연하천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연하천에는 정오라서 그런지 역시나 좁은 공간에 취사객이 많았다. 2년만에 다시 찾은 연하천은 화장실도 많이 정비되었고 그사이 많이 변했다. 연하천 사무소 직원이 그렇게 불친절했다는데 그분은 징하게도 여전했다. (이거 좀 고쳐줘야 될텐데 산행객들 사이서도 말이 많더라, 공원에서 직영으로 관리하는게 아닌 개인 소유기 때문에)
어쨌든 우리는 취사 자리를 엿보다가 자리가 나서 후다닥 자리를 점유하고 앉아 라면을 끓였다. 어제는 분명 계획상에 우동이 본 메뉴였는데 배가 너무 고파 라면에 밥을 끓여 먹기로 해 계획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지만 그 선택은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한켠으론 역시 부모의 말이 진리라는 생각도 했다. 조금 더 먹을걸 풍족하게 싸올껄 하는 생각을

옆자리에서 고기 궈먹는 아저씨들때매 하게 되었다. 
내 다음엔 꼭 삼겹살을 공수해오리라~~~(-_-+)

라면을 헐레벌떡 먹고 있으니 저멀리서 공원의 보수를 신경써오던 아까 그 아저씨를 만났다. 우연찮게 만나 아저씨 이야기를 듣는데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드셨단다. 햇반도 사오셨는데 연하천에서는 데워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그래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것 같아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그냥 우리가 다 먹은 그릇만 주면 그걸로 혼자 라면 끓이심 된다고 하셨는데 못내 그건 도리가 아니라서 같이 드시자 했는데 완강히 사양하시길래 어쩔 수 없이 쓰던 그릇을 드렸다. 라면도 사실 더 사지 않아도 우리에게 한개 남는다고 했는데도 그것도 불편하다시단다.
우리도 약간 죄송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코펠, 버너로 맛있게 라면 해드시는거 보니 다행이다.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살짝 헹궈 휴지로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짐을 쌌다. 우리와 합석던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어짜피 벽소령까지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무리해서 서두르지 말라 했는데 우리는 일찍 도착해서 부족한 잠을 몰아 자야기 때문에 먹자 마자 출발했다. 아저씨께는 나중에 또 만나길 기약하며 헤어졌다.

다시 힘을 내서 벽소령으로 가는 길.
한 10분쯤 갔을까 저 멀리서 붕붕붕 거리며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친구는 그걸 보더니 그냥 헬리콥터가 아니고 119 헬리콥터라는데 이 근처에 무슨일이 났다 싶었다. 그런데 조금 더 가니 갑자기 우리 근처로 헬리콥터가 고도를 낮추는게 아닌가?
그래서 뭐지 싶어서 더 내려갔더니 저 멀리 사람들이 찢어진 옷을 흔들며 구조요청을 하고 있고 주위에 사람이 많았다. 가까이 가보니 어떤 사람이 입에 거품을 물고 누어있다. 헬리콥터의 바람때문에 계속 길을 가지 못하다가 얼핏 들었는데 무엇을 잘못 먹었다는 것이다. 여차하면 늦을 수 있다고 하는 것 보니 생명이 많이 위독한거 같다.

응?
근데 가만?
환자를 보니 익숙한 얼굴이다.
알고보니 아까 우리가 삼도봉에서 쉬고 있을때 저 멀리서 봉지에 솔잎을 따고 살짝살짝 맛보던 그분이 아닌가? 무엇을 잘못드셔서 저렇게 되셨나 안타깝기도 하고 아무일 없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길을 계속 가야만 했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1시간 30분의 거리?
계속 가다 보니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니다. 부족한 잠 채우기 위해 금방 가자라는 생각이 안일함을 불러왔는지 가도 가도 잡히지 않는 벽소령 산장이여~ 저멀리 산장은 산에 걸려 눈에 보이는데 우리는 계속 봉우리를 넘고 또 넘고 있다.

그리고 이내 우리는 슬슬 다리가 아파올 무렵(친구는 무지 아팠단다..) 드디어 벽소령에 도착하게 되었다.

친구의 앓는 소리가 그제서야 끝이 났고 나도 발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리고 목이 말라 물을 뜨려는데, 친구는 도저히 걸을 수 없고 그나마 내가 체력이 남아 내려간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식수장까지 무려 100m나 내려가야 한다. 그렇게 심연의 숲으로 내려가 물을 길어오는데 친구에게 씩씩대며 담에 니가 가라며 자살할 뻔했다는 농을 섞어 이야기했다.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잠이 몰려온다. 벽소령 직원에게 물어보니 중앙홀은 개방되어 있다고 들어가서 쉬어도 된단다.

다행이다!!!


꿈에 그리던 벽소령 대피소다

잠깐 햇빛에 여독을 풀고 벤치에 앉아있다 들어가려던 찰나 우리는 아까 그 아저씨와 다시 재회했고 아저씨는 우리에게 세석 대피소까지 가자시며 우리를 구슬렸지만 우리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넘어가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2007년에 거꾸로 내가 같이 산행하던 누나가 여기 머문다는걸 세석까지 가자고 우겼던 기억이 나 살짝 웃음이 났다.

죄송하지만 우리의 컨디션때문에 아저씨에게 안전한 산행을 빌고 중앙홀에 여독을 풀었다. 산장이 다소 높은 지대에 있어 추웠지만 살짝 눈 붙일만 했다. 눈을 한 2시간 정도 붙이고 깨어나니 살짝 어둑어둑해지고 우리가 있던 중앙홀에는 사람이 많아졌다.

내가 눈을 뜨고 두리번대니 앞에 있던 아저씨 두분께서 우리를 기차에서부터 눈여겨 봤단다 이유인 즉슨 역시나 복장때문이었는데 당신들은 이전 산행때 그렇게 입고 와서 크게 낭패 봤다며 초보 산행자인 줄 알았단다. 그러나 난 이 복장으로 지리산을 왕래한게 크게 따지면 꽤 된다고 말했다. 사실 복장을 잘 챙겨왔어야 하는데, 참 계속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구만.

저녁이 되니까 살짝 추워진다.
가방을 푸니 고이 모셔놨던 김치가 있다. 이제 내 실력을 발휘할 차례
남들 다 고기 궈먹는데 우리는 비장의 무기 김치찌게를 요리한다.

쨘~ 난 김치찌게 요리사.

밑국물을 내고, 김치를 참치기름에 볶고 참치와 스팸을 넣고 저은다음 물을 적당히 채워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그 다음 맛을 보고 후추와 소금, 고춧가루로 칼칼한 맛을 살려되면 끝.

서로 한입 먹어보더니
우왁 우왁!! 하면서 탄성을 내지른다. 살짝 쌀쌀한 날씨었지만 김치찌게와 밥 한공기, 갖은 반찬과 우리를 후끈 달아오르게 해줄 막걸리가 있었기에 잘 버틸 수 있었다.

성공적인 하루를 자축하면서 건배를 하고 나니 취기가 슬슬 올라온다. 그리고 졸려온다.
밥을 먹자마자 우리는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과 동시에 훅 하고 뻗어버렸다.
분명 벽소령에서 보는 보름달이 이쁘다고 해서 저녁에 나온다고 했었는데(산행일이 우연하게 14-15일 사이여서 볼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그걸 잊고 취기에 피로까지 겹쳐 잠이 확 와버린거다. 그러다가 소변이 마려워 다시 깼고 밖을 나서보니

보름달은 커녕 구름만이 빽빽하더라. 내일은 구름이 좀 많은 흐린 날씨 일거 같다.
내일도 친구가 잘 버텨줘야 할텐데.. 걱정이 된다.

그날 밤 산장에 있는 개미들에게 쉴새 없이 뜯기다가 그 공격에도 아랑곳않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어느새 깊이 잠이들고 말았다.

날짜

2010. 8. 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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