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한없이 내린다.
오늘이 거의 피크인듯 싶다.
비바람을 헤치며 마지막으로 내셔널 몰이 가보고 싶었다.

2번이나 우리를 물먹게한 장본인 워싱턴 기념탑에 입장하기 위해서다
물결무늬로 바람을 타고 우산을 피해 우리를 공격하는 빗줄기를 헤치고 아침에 살짝 델리에 들러 베이컨베이글을 먹고 아침 7시 30분부터 줄을 섰다. 관광안내소에서 8시 30분부터 배부하는데 정말 일찍 가야한다. 우리가 7시 30분에 갔었는데, 게다가 비도 이렇게 오는데 대단도 하지 비옷이랑 우산도 안쓰고 비까지 맞아 가면서 번호표를 기다리고 있다. 9시부터 입장할 수 있는 이 티켓은 30분 단위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의 차례는 12시 30분표를 배부 받았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줄을 서서 예약하고 12시 30분이 되기전에 우린 맞은 편에 있는 국회의사당 투어를 하기 위해서 떠난다. 3달러나 하는 비옷을 입어도 바지는 보호되지 않아 계속 축축해지고 있다.

정말 욕이 나올정도로 비가 많이 와서 워싱턴 기념관에서 국회의사당까지 택시를 탈까도 생각해보고 오만가지 생각을 했으나 결국 말이 없어진 둘은

어느샌가 네셔널 몰을 걷고 있다....

정말 차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예전에 일본 고쿄를 갔었던 아픈기억이 떠오른다.
그래도 볼껀 다 봐야지 하는 마음에 꾹 참고 갔다.

세상에나
도착하자 마자 많은 사람들에 어안이 벙벙하다.
여기도 번호표를 배부하는 거였다.

분명 그냥 표만 받으면 되는걸로 알았는데 말이다.
게다가 투어를 참여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
천장 벽화건 뭐건 볼 수 없다. 근데 우리가 받은 티켓은 12시 티켓.

그냥 과감히 포기해버리기로 했다.
어짜피 안에는 볼게 없을꺼야 하며 위안하고 국회도서관을 간다고 문앞까지 갔다가 사람 많은 것 보고 또 거기도 볼 거 없을거야 하고 위안했다.

이제 사람들 보면 지긋지긋할 정도.
비가 한두번도 아니고 이틀 연속이니 우리도 지쳐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냥 쉬러 가기로 하고 까페를 찾아 떠났다.

처음에는 스타벅스를 가려고 했으나 그냥 근처에 있는 국립 미술관으로 가기로 한다.
이번에는 어제 가지 못했던 남쪽 미술관을 통해서 갔는데 북쪽 미술관과 감사하게도 연결이 되어있어 비를 맞지 않아도 되서 너무 좋았다.

일단 푸드코트에 앉아서 신나게 졸았다.
너무 추워서 으슬으슬 떨다가 피곤해서 그대로 자빠진거다.
누나랑 말하다가 졸고.. 뭐 하다가 졸고... 내가 많이 피곤했었던 듯 싶었다

일단 뭘 좀 먹어야 할 듯 싶어서 핫도그랑 감자를 사가지고 먹었다.
내 수중에는 정말 단돈 7달러밖에 없어서 걱정했으나 딱 6.80달러가 나와서 다행이 택스까지 결제할 수 있었다.
환율때문에 돈을 뽑지 않고 있었는데 누나한테 불편함을 줄까봐 뽑아버리기로 했다.

12시 30분이 되어 기념탑으로 다시 걸어갔다. 원래는 여기도 뭔가를 타고 갈 참이었는데
참 우리나라 사람은 정신력이 끝내준다. 누나는 발에 물집때문에 절뚝절뚝 거리면서도 걸어갔다. 그래도 이제 오늘 집에 가니까 신나하며 전망대에 올랐다 짐검사가 삼엄하기로 유명한 이곳, 안내원이 흉기나 폭발물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미리 설명해준다. 그때 한 아이가. " 나 칼 가지고 있는데!!" 하고 가족에게 이야기 하자 무서운 아버지의 말씀
"SHUT UP! 닥쳐!" 진짜 시크하게 말씀하신다. 근데 나중에 보니깐, 진짜 얘가 맥가이버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 공항 입국 심사 같은 심사대를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보았더니

"비때문에 ..
아무것도 안보여"
...




정말 이 사진 공개하고 싶지 않았는데... 우리의 상황이 이랬다는걸 보여주기 위해서..


워싱턴 기념탑에서 본 네셔널 몰


우리가 가려고 했었던 제퍼슨 기념비

 
어느샌가 난, 숙제를 하고 있네?


360도고 모고 빗물때문에 워싱턴이 흐릿흐릿하게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제퍼슨 기념관은 전망대에서 보면 되!
라고 생각한 나머지 제퍼슨은 빗물을 뚫고 보았다.

그래도 위에서 보는 네셔널몰은 정말 예뻤다.
그 힘든 와중에도 감탄사를 자아 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석조물을 보기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이 석조물을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기념탑 높이보다 더 크게 건물을 짓지 못한다고 하니 미국이란 나라가 참 대단했다.
바로 밑에 층에는 작은 전시장을 만들어 놓았고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 도중에 석조물 벽에 쓰여진 글씨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아무튼 여기를 오르겠다는 우리의 소원은 결국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조금은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노동효씨의 글처럼 우리는 어느새 밀린 방학숙제를 하고 있는것 같아서.. 
다음에 보아야  할 곳은 국립공문서관이다. 독립선언서를 보고 싶은 마음에서 가고 싶었던 곳, 어디에 있나 웹을 뒤지니 바로 이곳 워싱턴에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결국 가지 않았다.

엄청난 인파.. 긴 줄..
그냥 포기해버린다.
우린 또 위안했다
" 괜찮아 그거 다 가짜일꺼야!!!!  굳이 볼 필요가 없써!!!"

우리는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피폐했기 때문에 숙소로 가기로 했다.
시티은행에서 나머지 돈을 뽑아내고 근처 기념품 샵과 링컨 대통령 사망한 장소를 지나 숙소에 가서 간단히 씻고 지하에 2불주고 맡겨놓은 캐리어와 짐을 찾아(호스텔에서 체크아웃 했을 시 짐을 어디에 놓을지 고민하지 말고 지하에 락커가 있으니 이용하자) 바로 역으로 출발했다. 1.95달러 잔돈이 없어서 근처 델리에서 주스를 사고 가까스로 그레이 하운드에 도착. 4시로 예정되어있는 버스를 기다리며 대선주자 힐러리에 대한 CNN 뉴스를 보다가 시간이 금새 지나가 우리는 뉴욕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뉴욕으로 떠났다.

안녕 워싱턴,
다음에 올때는 아름다운 날씨를 선물해주길!! 이라며 다음에 또 만날것을 기약한 다음 

둘다...
역시나
버스안에서 뻗어버렸다.
축축한 옷은 숙소에서 갈아입어 잠은 잘 올만큼 뽀송뽀송하지만
버스에서 뒤에 앉은 이놈의 애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아주 살짝 잠을 설쳤다.

아무튼 제시간에 출발해 준 그레이 하운드에게 감사할 뿐이다.

이번 워싱턴 여행은 나름의 여행가치는 충분했다. 랜드마크를 보고 왠만한 곳들은 전부 돌아봤으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짜여진 틀 안에서 그곳을 단지 "찍"기 위해 마치 방학숙제 인증하듯이 다니는 그 모습이 살짝 내가 하고 싶었던 사색하는 여행, 그리고 자유롭게 모든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위치에서의 여행이 되지 못한 점에서 반성을 하게 되었다. 2005년부터 시작한 거진 3년간의 여행중에서 이렇게 내 여행스타일에 대해서 크게 반성하고 자책하긴 정말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물론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앞으로의 여행에서는 마음이 활짝 열리겠지만, 나 자신보다도 나와 기꺼이 동행해준 지원누나에게 미안할 뿐이다.

눈을 뜨니
도로변을 옆에둔 신기한 뉴어크 공항을 지나 뉴저지쪽에서 보는 맨하탄이 보이기 시작한다.
야경을 보니 우와 소리가 절로.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역시 뉴욕은 청명한 날씨에 약간 쌀쌀한 바람.

왠지 고향에 온 기분이다.
누나가 서블렛 한 곳까지 바래다 주기 위해서 역을 나서서 125번가로 향한다.
그때까진 정말 몰랐다.


도착하니

음습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그렇다


여긴

할렘이다.
웰컴투할렘...

눈 뒤집어진 흑인 여자 마약한 것 같은 스페니쉬 여인...
누나가 걱정됬다.

집에 보내면서도 누나 조심히 들어가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뭐 똑순이니깐 잘 해내겠지.라고 생각하고

나도 다시 플러싱으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 왔어요? 온다는 연락도 안하고!" 반가운 주인 아주머니의 말.
"삼촌" 하며 달려오는 이집 토끼 두마리!

그래도 집이 최고다.
나는 어김없이 그날 뻗어버렸다.

준영, 내일부터는 정말 다시 마음을 활짝 열고
세상을 맞이하자!




* 주 : 오늘의 일정 지도는 네셔널몰만 이동했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
워싱턴 2박 3일의 여행기는 끝을 맺습니다!

날짜

2010. 8. 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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