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행에 대한 책을 그렇게 자주 읽진 않는다, 다만 한번 빠지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빠져드는 책은 그 중 몇 권 있다. 사실 여행도서의 특성은 천편일률적으로 맛집을 소개하든가 작가의 에세이형식을 빌어 여행지에 대한 느낌을 적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 항상 서점에 들리면 맨 먼저 가는 코너가 여행서적 코너이기는 하나, 선뜻 손이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소장가치가 있는 책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 소개 할 책은 (사)제주올레 이사장으로 유명해진 서명숙씨의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이 그 주인공이다. 하긴, 서명숙씨의 책은 예전에 리뷰했던 '제주 걷기여행'에 이어 두번째 리뷰긴 하다. 그런데도 같은 작가의 책을 재차 추천하는 이유는 어느 여행책보다 아이덴티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명숙이라는 사람의 삶에 대하여

시사인 편집장이었던 서명숙씨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순례길)을 걷다 제주에도 이보다 더 멋진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향 제주로 돌아온다. 운이 참 좋지, 가족 뿐만이 아니라 지인들이 도움을 얻어 제주에 길을 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서씨는 프로젝트를 완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포기하지 않고 한땀한땀 성실히 과정을 밟게 되고 곧 이루게 된다. 이부분에서 인간 서명숙이 주위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드러나 있다. 책의 초반, 책의 말미에도 나오지만 '내가 이룬 것 보다 더 큰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 졌다는 것에 있다' 라는 서명숙씨만의 지론. 한사람 한사람이 있었기에 올레를 만들 수 있었고 그의 인간관계들이 결국 한 사람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그간 인생을 살아오면서 항상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겸손할 줄 아는 그의 삶이 보여지는 대목이다.

시작은 '행복' 부터다.

책을 읽는 내내 행복에너지가 마구마구 뿜어져 나왔다. 올레를 걷는 사람들의 감사의 표현과 다른사람이 성공하는 것, 그리고 이 자연을 사랑하게 된 점 등등 글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평소 워커홀릭이었던 편집장 출신 서씨가 화려한 무대를 떠나고 제주의 자연에 폭 안겼을 때, 그 기분을 책을 읽는 내내 상상해보고 혼자 실실댈 정도로 그녀의 행복이 내게 전염되는 기분이었다. 정말 행복이라는 것은 나 자신을 응원하는 하나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아니, 분명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은 결국 다른사람의 행복한 모습, 그리고 자연의 모습을 통해 얻는 행복등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녀는 행복하기에 올레길 위에 있고 지금도 지속가는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간세다리로 걸으면서, 놀멍, 쉬멍, 걸으멍....
그랬으니 올레는 의욕적으로 시작할 수 밖에..

올레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그녀의 책에서 자주 나오는 대목인 '우연'이란 단어는 그녀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주는 힘이 있다. 길을 내려고 할 때 특전사 부대의 도움을 받았고, 디자인을 하려고 했을 때 지인이 내려오는가 하면, 올레 패스포트를 만들고자 할 때는 모임에서 일러스트를 하는 옛 동료를 만난다라, 결국은 이 모든게 그녀의 열정과 노력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녀가 대하는 삶의 태도와 겸손, 그리고 그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꿈, 그리고 노력은 당장 눈에는 우연으로 보이겠지만 결국은 그녀의 노력이라고 독자들은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말 그대로 지금까지 꼬닥꼬닥 걸어왔다.


한사람의 꿈과 가치가 실현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올레!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생태관광이 한창일때, 그리고 슬로우 시티를 만든다는 정부의 정책이 A4용지 뭉치로 기안과 결재사이를 왔다갔다 한지 몇년이다. 그렇지만 정작 실효성을 따져 시행을 해도 썩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올레는 한사람의 생각이 실현되어 누가 봐도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가졌다. 올레 하나로 인해 하나의 관광자원이 생겨났고 부가적인 상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며 상권과 기업, 더 나아가 국가와 세계경쟁력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올레'를 구상한 사람이 또 있을런지 모르지만 중요한건 그것을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 치밀한 사전조사와 그것을 구체화 함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꿈이 있는 사람은 뭘해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조금만 기름칠을 해주면 그 프로젝트는 잘 굴러가게 되어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기름칠을 하길 꺼려한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 일명 '혹시'증후군이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큰 틀은 바로 '관'이 하지 못한 일을 '민'이 해냈으며 그 과정이 어땠는지, 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단순하게 돌아다니고 느낀 여행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여행이 변화시킨 한 사람의 행복에 관한 보고서이자 노력에 대한 갈무리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올레! 한 이야기들이다. '혹시'증후군에 걸려 이 책을 집어 들기를 고민하는 그대, 꼭 한번 읽어보길 권장한다. 지금 제주는 그대를 향해 손짓하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 분명 6개월 안에 제주로 날아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 부작용은 책임 못진다! 올레~!!!










꼬닥꼬닥걸어가는이길처럼길내는여자서명숙의올레스피릿
카테고리 여행/기행 > 기행(나라별) > 한국기행
지은이 서명숙 (북하우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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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1.02.2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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