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겨울이 왔다. 

겨울. 겨울바다를 보고 싶어서 겨울바다를 찾는 이도 있고 온천 따순물에 몸을 불리고 싶어 온천을 찾는 여행자도 있다. 

여기엔 등도 지질겸 마음속에 전통을 지피는 고택스테이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전통이 숨쉬는 고장인 안동, 안동은 집성촌이 많고 먹거리 볼거리가 정말 풍부한 곳이다. 그만큼 안동이라는 도시 자체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한 영향으로 외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편. 한국의 정서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외국인들이 꽤나 많이 보이는 편. 

농암고택은 어부가로 유명한 농암 이현보선생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집성촌으로 1370년 이현보의 고조부 이헌이 지은곳이다. 그야말로 6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고택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농암종택에는 분강서원, 애월당등 한옥이 모여 분강촌을 이루는데 이곳의 백미는 별당 중 긍구당이라는 별당이다. 농암이 직접 중수하고 신잠이 편액을 써서 하늘로 향한 팔작지붕이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다.




보통 고택이었으면 이렇게 끌리지 않았건만, 

농암고택에는 고택 주위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으며 도보여행의 욕구도 충족할 수 있는 곳이다. 고택에서 조금만 나서면 퇴계오솔길을 걸을 수 있는데, 이 오솔길은 '퇴계녀던길(옛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도산서원부터 시작하여 이육사 문학관, 퇴계종택, 농암종택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산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청량산을 끼고 걷는 코스라 그런지 걷는것이 지루하지 않고 아침이 되면 산 사이로 흐르는 운무와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을 보면, 길 자체가 정말이지 절경인 곳이다. 가송리의 소나무는 뭐 말할 것도 없다. 


 

아침에 안동을 도착해 안동 구시장에 들러 쫀득쫀득하고 맛있는 안동찜닭을 먹고 농암고택으로 향한다. 농암고택 근처에는 음식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미리 먹고 들어가면 충분하다. 구시장에서 고택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 약 1시간정도 소요되며 안동 시내에서 도산서원으로 가는길 쭉 따라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농암고택의 근처에는 도산서원이 있어 자차로 20분정도 소요된다.

하도 저녁에 도착해서인지 농암 고택에 흐르는 물소리와 정적만이 흐르고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몇개의 조명뿐이다. 우리가 도착하자 주인 아저씨들이 나와 맞이해준다. 정말 선한 인상의 두분이 나오셔서 우리를 극진히 맞아주시고 숙소까지 데려다 주신다. 화장실은 숙소 밖에 있는데, 현대식으로 잘 정비되어있어 전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따듯한물이 나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므로 약간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우리가 선택한 방은 2인실로 침구부터 시작하여 읽을 책들, 게다가 등이 델정도로 방이 지글지글 끓어서 너무 좋다. 한옥을 기반으로 하는 숙소라 문은 프라스틱이 아닌 창호지 문이다 보니 약간의 바람이 들어오긴 하지만 이불을 잘 덮고 자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오래된 고택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중간중간 넓은 마루들이 있어 생각을 정리하러 여행다니는 내겐 정말 좋은 곳이었다. 방마다 자그마한 다기 도구들도 준비되어 있다. 몸과 마음을 깨끗히 할 수 있는 도구로, 워낙 산골짜기에 있는 곳이다보니 아름다운 별을 바라보면서 차를 마시는 것도 정말 좋다.. 아니, 정말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숙소에서 시내에서 공수해온 배추전과 안동소주를 한잔하며 하루를 보냈다. 



농암고택은 숙박비에 7천원만 더 추가하면 안채에서 종부님이 손수 준비한 조식을 할 수 있는데 아침 8시에 식사가 시작된다. 조금 빨리 일어나려고 7시쯤에 일어났는데 사람들 다 자는데 소리 지를뻔 했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가 묵었던 곳은 분강서원

너무 아름다운 산세와 너무 아름다운 운무들이 강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고택의 풍경은 더없이 멋졌다.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고택이다 보니 규모로도 압도적이고 나보다 일찍 일어난 사람들은 이미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사진찍느라 여념이 없다. 산수화가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마음이 깨끗해졌다. 





아침을 먹으러 안채에 들어가자 가지런히 놓인 신발 갯수만 어림잡아 40개는 되보였다. 사람들은 유기농 야채로 만든 식단에 짭조름한 안동고등어를 가지고 정말 맛있게들 식사한다. 우리도 한입 베어물어먹어보곤,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까 감탄한다. 그리고 주인어르신 분들도 식사를 하는 사람들 옆에 있으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고 하신다. 





종택에는 종택 홀릭 여행자도 있었다. 며칠째 머물면서 머리를 식다는게 그만, 종택에 중독되어 우스갯소리로 가족하면 안되겠냔다. 

주인 아저씨께서는 젊은 학생들이 우리뿐인지라 궁금한게 많으셨나보다. 어느 학교인지 무슨 전공인지. 나와 같이 간 사람들은 전공이 모두 제각각이었는데, 같이 간 규환형이 신문방송학 석사다라고 하니 아저씨의 아드님도 무한도전의 PD중 하나라며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우리 중에 가장 스폿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바로 리현이었다. 리현이는 한양대학교에서 아쟁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이날 고택에 오는김에 아쟁 UCC를 찍어보는게 어떨까 싶어 아쟁을 가져왔었다. 





"그럼 저희 정자에서 아쟁 한번 연주해도 괜찮을까요?"


아저씨는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우리는 밥을 먹고 아쟁을 가지고 정자로 올라가 조금씩 아쟁을 켰다. 지나던 관광객들과 손님들이 지나가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이내 족히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자로 몰려들었고 리현이는 아쟁을 켰다. 아리랑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곡을 연주하자 사람들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 해금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떤 부분이 다른가하는 질문에 유창하게 답변하는 리현이. 나보다 어린 학생인데, 참 부럽단 생각을 했다. 자신의 길에 대해 전문성을 추구해가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기엔 정말 아름답고 진짜 청춘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쟁을 연주하고 나서 다시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다도를 했다. 조용히 서로 모여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차도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멋진 산세와 시원한 강줄기와 고택과 함께 숨쉴 수 있는 곳. 겨울의 찬 바람이라며 등을 지지며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바로, 안동 농암종택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겨울에는 등도 지지고 마음속에 전통을 지펴보는 고택스테이를 해보자. 

몇백년째 대를 이어 내려오는 그들의 얼과 가치관, 그리고 한해를 마무리 하기 전에 생각을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임을 추천한다. 


 

숙박 및 체험 문의는 이곳에서 하면 된다 http://www.nongam.com/
지도는 다음지도로 첨부합니다.






 

 






날짜

2011. 11.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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