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1년 동안 했었던 베스킨 알바.
제가 했던 첫 알바였던데다가 나름 그 포부와 의미가 컸던 아르바이트 였습니다.

제가 했었던 곳은 전국 매출 (당시) 2위에 버금가는 애경수원역사점이었어요. (참고로 1위는 대구 동성로라네요). 왜 수원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이리도 좋아하는지 그때는 의아했지만 요즘 수원역을 위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베스킨라빈스를 보면 그 인기가 계속되고 있구나, 매출이 좋으니 점포도 늘어나는거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베스킨 알바를 1년동안 하면서 참 별일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스크림 퍼내는게 참 힘들었는데 문전성시를 이루는 때만 되면 10초당 1명씩 늘어가는 손님때문에

"내가 3150원(당시시급)으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네요.

오늘의 포스팅은 바로 베스킨 알바생 입장에서 본 여러가지 사건들에 대해서 다뤄볼까 합니다. 약간의 팁도 있으니 재미로 봐주시길!





1. 베스킨 아르바이트생이랑 싸우고 싶어요?


대단히 자극적이면서 막장드라마에 나올법한 첫 꼭지입니다(웃음) 베스킨 아르바이트생이 너무나 맘에 안든다 그럼 아르바이트 생을 짜증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리한 요구를 하는건 너무나 격없는 행동이잖아요 우리는 엘레강스한 손님들이니까 조금은 머리를 써서 불성실한 아르바이트 생을 골려먹자구요.


먼저 대망의 퍼내기 힘든 아이스크림 베스트 3입니다.

3위 초코렛, 바닐라
의아하시죠? 왜 초코렛과 바닐라가 퍼내기 힘든 아이스크림일까요, 손님들은 보통 오색깔의 아이스크림과 신제품 아이스크림이 널려있는 아이스크림에 기본메뉴인 초코렛과 바닐라는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손님들이 아니고서는 잘 선택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초코렛과 바닐라는 자주 퍼내지 않아 점점 갈수록 딱딱하게 굳어져가죠.. 때문에 스쿱(아이스크림 동그랗게 퍼내는 도구)으로 할때는 아이스크림을 거의 퍼내어 굴린다기보단 가루를 긁어내는 느낌이라 굉장히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삽처럼 생긴 도구로 아이스크림을 퍼내려고 첫 삽을 뜨면 삽이 박혀버리는 불상사가.....(-_-!!!! 이런 젠장)

2위 과자가 많이 박힌 아이스크림
소프트한 과자가 많이 박혀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제가 일할때는 지구모양의 아이스크림 하나가 있었는데요 그게 정말 무서운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에 오색과자가 들어있는데 이게 아이스크림을 굴려내는건지 과자를 굴려내는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거든요... 그 아이스크림을 퍼내다가 큰 과자가 스쿱에 걸리는 날이면 팔목에 파스 기본입니다.

1위 그린티
생각보다 많이 드시는 그린티입니다. 근데 이게 알수없는 마성의 아이템이라서, 자주 사가시는데도 딱딱하게 정말 잘 굳습니다. 3위인 기본 아이스크림들의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잘 퍼지지도 않는데 의외로 인기가 많아서 꼭 하프갤런 사이즈로 담아가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힘들죠 

불성실한 아르바이트 생들은 이런 아이스크림을 싫어할겁니다.
아시겠지만 베스킨은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많아서 실생활 사용은 자제해주세요! 하하




2. 아르바이트생이 싫어하는 행사일


베스킨 알바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행사일은 바로 명절과 크리스마스, 그리고 프리스쿱데이입니다. 예전에 베스킨 라빈스가 20주년이다 뭐다 해서 1년에 1번씩 프리스쿱데이를 했어요.
100원 이상 맘대로 지불하면 아이스크림 콘을 하나 무료로 주는 것이었죠. 상상이 가시죠??
무슨 아이돌 팬클럽 사인회 온 것 같았습니다.. 3150원의 노동은, 1.5배 시급을 받는걸로도 부족했어요.

그리고 명절과 크리스마스인데요, 명절은 그렇다치고 크리스마스에는 알다시피 케익이 무지무지 많이 그리고 잘 팔립니다. 그래서 남자 아르바이트 생은 아침부터 케익 몇 십개를 리어카에 날라대야하죠. 거기까지는 당연합니다. 그러나 케익을 사면 인형모자라던지 여러 경품을 주는데 이게 문젭니다. 아이 둘 있는 부모님이 아이스크림 케익을 하나사면 경품 1개를 주지 2개를 주지 않거든요. 애기는 그자리에서 웁니다...그럼 방법이 없어요. 그럴땐 알바생도 참 난감하죠..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르바이트생들이 모두 나가 홍보를 하는데요 그냥 나가는것도 아니고 인형모자를 쓰고 나간답니다.

상상해보세요. 남자애가 -_- 인형모자를 쓰고 발랄하게 홍보한다는게..
이게 은근 고역입니다. 게다가 애기가 또 보고 저거 사달라고 떼쓰며 울어재끼면...전.
죄인이 되는거지요...흑흑



3. 알바를 하면서 이모저모 황당 사건들


3-1 초짜인데 손님이 맛을 물어볼때

알바에 투입된지 딱 3일되는날, 손님이 이 아이스크림이 무슨 맛이냐고 물어봤을때 제가 대답했던게 기억이 납니다.
 

"저기요 그린티랑 민트초코렛 무슨 맛이에요?"


"아 손님 ^^ 그거 녹차풀맛이랑 치약맛이에용~"


....
시작하자마자 짤릴뻔했습니다


원래는 이런저런 대사가 있어요 아이엠샘같은 경우 "화이트마카다미안 베이스로 한 밀크아이스크림으로서 초콜릿 다미안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제품입니다" 같은...


3-2 지인이 찾아왔을때,

솔직히 조금 더 퍼주고 싶잖아요. 근데 제가 일하는 곳에 고등학교 선생님이 1년만에 오셔가지구 파인트 용량에 쿼터용량을 꽉꽉 채워넣다가


....
짤릴뻔했습니다.....


3-3 손님의 무리한 요구 BEST 3

3위. 강릉가서 먹을꺼니까 4시간 포장해주세요
"손님 최대시간이 2시간이에요..."
"시끄럽고 4시간 해달라니까요?"

속마음 : 이봐 강릉가서 사먹으면 되잖아!!!!!

2위. 아이스크림이 뭐가 이래 비싸? 다 필요없고 1000원치만 주쇼
"손님 기본 사이즈가 1500원이에요, 컵으로 매출을 세아리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쫌! 1000원치 싸라면 싸줘!!"

속마음 : 아저씨 여기가 떡볶이 집인가요?


1위. 저기요 체리쥬빌레에 체리 빼고 주세요

.................... 죽는다 너!!!

먹을꺼야 말꺼야? 10초안에 대답해

더 대박 2탄
"엄마는 외계인에 하얀부분만 주세요"

"저겨 하얀부분도 초콜렛인데요?"


3-4 희안한 손님

가끔 알바생도 사람이라 웃음보 터질때가 있습니다. 외모 비하가 아니라 가끔 너무 희안한 복장에 희안한 말투로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제가 마주한 그분은 젊은 분인데 머리를 V자로 세우고 드래곤볼 팔찌를 끼고 오셨어요. 손님이 왕인데..

아이스크림을 푸다가 너무 웃긴거에요.
그래서 손님한테 웃는걸 보여선 안되겠다 싶어 아이스크림을 푸다가 주저않아서 입을 막고 웃었네요. 손님한텐 "죄송합니다 손님 재채기가 나와서요 라고 하구요"



4. 알바하면서 훈훈했던 기억

제가 알바를 하면서 훈훈했던 기억은 제가 아이스크림을 드릴때마다 박카스 한병을 주시는 여자분이 있었어요. 하루는 박카스를 하루는 비타민제를 이렇게 주셨는데 그때 1주일마다 오는 그분이 활력을 불어넣어주셨었네요.

그리고 외국인들이 많은 수원역사점이라, 일본인 미국인분들이 자주 오십니다. 그날 유난히 손님이 많았는데 하도 자주 오시는 분들이다보니 집에서 애지간하게 외워놓은 표현들로 무사히 응대했던 기억이 나네요.


5. 용량을 확인하세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도 베스킨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좋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을때 항상 베스킨을 찾곤 하는데요, 한번은 서울 모 점에 간적이 있는데 제가 파인트를 시켰습니다.
제 기억속의 파인트라면 3가지 아이스크림에 요구사항에 따라 4가지까지 담아줄 수 있고, 그람수는 332g이었는데, 분명 파인트인데 이 아르바이트 생은 310g을 담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파인트 332g인데 정량 담아주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라고 문제제기를 해서 사과를 받고 더 받았던 기억이 나요,

혹시 모르니 용량 확인하는 습관을 꼭 가지시길 바랄께요, 아시다시피 싼 아이스크림은 아니잖아요! 아마도 그 알바생은 저를 MS(미스테리쇼퍼 : 평가를 위해 손님을 가장해서 오는 사람들)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6. 베스킨에 대한 이모저모


제일 많이 질문하는건 베스킨 아이스크림은 왜 31가지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사실 그보다 몇배는 더 많은데, 라인업이 되는게 있고 없는게 있습니다. 매장마다 다 다르구요. 만약 원자재값이 상승하거나 수입이 불가능해지면 없어지는 아이스크림도 있습니다. 제가 일했을때는 밤 원자재가 상승해서 밤맛 아이스크림이 빠졌던 기억이 나요.

아이스크림을 팔지 않을때 알바생은 뭘 하나요? 알바생들은 보통 텁정리라는 걸 합니다. 손님들이 아이스크림을 봤을때 가장 이쁘게 보이기 위해서(DP용이죠) 아이스크림을 긁어내고 다듬는 작업을 말해요. 은근히 힘들답니다.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꺼내서 교체하기도 하지요.

베스킨 알바생들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나요?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희가 먹을 수 있는건 간혹 못먹게된 아이스크림이나 작은 스푼으로 맛보기 하는 정도밖에는 안돼요. 매니저님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답니다. 모든것은요.

베스킨 아이스크림 단가 되게 싸다던데요?
네 맞습니다. 부정할 순 없어요. 한 통당 제가 알기로는 몇만원 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계셔야 할게 여러가지 부가비용이 합쳐졌다는거지요?



7. 알바생의 일생일대 최대 거짓말


    "정량보다 많이 담아드렸습니다 손님!"
    ....


    ... 고...고작 2그람 더 담아주고..... -_-.... 어쩔 수 없습니다. 어쨌든 더 담아드렸잖아요.


    .... 그럼... "정량보다 덜 담아드렸습니다!" 할 순 없죠. 흑흑




마치며,

베스킨 알바를 하면서 처음은 힘들었지만 나중에 갈수록 자진해서 제 파트 타임도 아닌데 미리 출근해서 도와주고 설거지하고 그랬었네요. 제가 마지막으로 했던 판매 아르바이트기도 해서 나름 의미가 컸습니다. 손님을 대하는법도 많이 배웠고, 동료들과 회식도 하면서 동료애도 다지고 했었어요. 분명 힘든일이지만 나름 의미있는 아르바이트 였던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르바이트생을 조금 인간적으로 대한다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을거라고 자부합니다! 사랑 해주자구요! 전국 베스킨 알바생들 화이팅! 




이 곳에 있는 사진은 2004년 푸른곰이 찍어준거랍니다

카테고리

d a i l y l i f e

날짜

2010. 9. 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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