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지각이야!"
일요일 아침에 광역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단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오산에서 잠실까지 미친듯이 뛰어갔다. 출발시간을 겨우 맞춰 도착하니 같이 여행 갈 친구는 이미 도착해있고 나만 헥헥대고 있노라니 쪽팔림이 가슴팍부터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갑자기 왠 여행이냐 하면 이번 모니터링 투어건으로 영주 부석사와 소백산 자락길을 친구와 당일치기로 영주를 갈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좋은 기회를 함께 한 것이다. 오늘 같이 동행한 가이드님은 웃는 모습이 보기 좋고 긍정적인 인상의 가이드님이었다. 왠지 가이드님을 보니 오늘 일정은 꽤나 즐거울 것 같다.
사실 전날에 잠을 별로 못잤다. 당일 일정이 7시 부터 진행되는데, 혹 지각할까 노심초사하며 편히 잠을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잠실에서 영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아예 기절을 해버리고 말았다. 귀에 어렴풋이 가이드님의 영주 설명이 울려퍼졌는데, 친구가 받아적고 일단 여행엔 컨디션이 우선이니 잠을 청하기로 했다.
일어나니 다른 분들이 주무시고 나만 말똥말똥한 상태, 친구 왈 오늘 일정의 전반적인 내용과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어떤 곳을 지나치면 안되는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사실 영주 부석사는 이번 여름 내일로 여행에서 이미 방문했던 곳이다. 하지만, 여행사로 가는 여행을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다. 여태까지는 혼자서 여행하거나 프로젝트 형식으로 여행했던 '모노트레블러'로써 살아갔었으니까.
차는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9시 끝무렵 영주 부석사에 도착했다. 혼자 이곳에 오게 되면 영주역에서 내려서 버스정류장까지 택시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한번 더 타고 이동해야 하고 또 거기서 풍기를 거쳐 영주로 오는 좌석버스를 타는데 또 이 차비가 예상외로 비싸다. 그래서 부석사 한번 오는건 맘을 좀 먹고 와야하는구나 싶은데, 이렇게 부석사 입구까지 딱 데려다 주니 확실히 편하긴 편했다.
영주 부석사는 한국 화엄종(華嚴宗)의 근본도량(根本道場)이다. 676년(신라 문무왕 16) 의상(義湘)이 왕명을 받들어 창건하고, 화엄의 대교(大敎)를 펴던 곳으로,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라는 글로 중학교때 쯤 접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부석사에 가면 꼭 배흘림 기둥에 서서 사진을 찍어야지 싶었다. 은행이 거의 져가는 무렵이라 부석사까지의 은행나무길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었지만, 부석사에서 보는 소백산 자락은 여전히 멋지다. 특히 오른쪽 배흘림 기둥에 서서 보는게 아름답다고 옆에서 가이드님이 일러주신다.
뜬돌이라는 뜻인 부석은 무량수전 왼편에 위치해있고, 석탑 뒤로 올라가는 길 쭉 따라가면 조사당이 있는데, 지팡이를 집고 다니던 의상대사가 조사당 앞에 지팡이를 꽂았더니 꽃이 되었다는 선비화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이니 조심하자.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내려올 때 쯤 주말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정말 많이 붐볐다. 만약 사찰을 조용히 여행하고 싶다면 주중에 오는것이 정답일 듯 하다.
다소 쌀쌀한 날씨다 보니 부석사 입구길엔 오뎅이 한철이다. 그것도 풍기 인삼을 넣은 오뎅인데 오뎅국물도 정말 맛있지만, 막걸리도 정말 맛있으니 꼭 먹어보길 바란다. 영주 사과도 유명해서 부석사 근처는 모두 과수원인데 이곳에서 바로 나오는 사과를 한번 시식해보고 사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영주를 지나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풍기 인삼시장으로 우리는 여기서 중식을 했다. 친구가 찾아온 역전 앞 집에서 맛있는 인삼갈비탕을 먹었다. 잘 먹고 있는데 다들 청국장을 많이 시키는 걸 볼 수 있었다. 어랏, 알고보니 청국장이 '더' 유명한 집이었던 것이다. 우리 테이블 반대편에는 가이드님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어! 청국장 드시러 오셨나봐요?" ...
"아...아닙니다.... 가이드님 저흰 지금 갈비탕을 먹고 있는거거든요..." ...
다음에는 꼭 이곳에서 청국장도 먹어봐야겠다.
풍기 인삼시장은 장날이 아닌데도 굉장히 북적댄다. 지금은 상설시장로 바뀌었다고 쳐도 대성황인데 가이드님은 지금이 김장철이라서 그렇다고 이야기 해주신다. 우리는 배 부르게 실컷 먹고서도 꼭 풍기에서 먹어야 하는게 있었다.
바로 생강도넛츠, 풍기에서 유명한 정도너츠 집을 찾기 위해 초등학교를 지나 백방으로 뛰었다. 생각보다 도너츠 집은 멀리 있었다. 9000원으로 생강도넛츠를 비롯한 다양한 도너츠를 사가지고 버스를 향해 냅다 뛰었다. 또 지각생이 되면 안돼니깐!
버스에 올라타니 다들 이걸 어디서 샀냐며 난리다. 우리가 여기를 오기 전에 사전 조사 다 하고 온 결과이지요 흣흣!
오늘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소백산 죽령옛길이다. 죽령옛길은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라왕 5년(서기 158년) 3월에 비로소 죽령길이 열리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동국여지승람>에 ’아달라왕 5년에 죽죽이 죽령길을 개척하다 지쳐서 순사했고 고개마루에는 죽죽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있다‘고 전해지는 오랜 역사의 옛길로 이번코스는 오르는 코스가 아니라 내리막 코스다. 역시 센스있는 여행사!
죽령주막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1시간 30분정도 걸어 소백산역(희방사역)으로 도착하는 코스인데 가는 족족 길이 너무 예쁘다!! 게다가 힘들지도 않고 나무 이곳저곳에서 피톤치드가 빵빵!
군데군데 사과나무도 보이고, 귀를 기울이면 조그맣게 물이 흐르는 소리도 들린다. 거의 소백산역으로 다가갈 때 쯤 보이는 풍경이 장관이다. 특히 날이 저물때 쯤 아련한 색감이 아직도 머리속에 맴돌정도 오늘 여행의 백미가 아닐까 한다. 마치 어렸을 때로 시간여행을 한듯 시골에 온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다. 길 목마다 나무와 식물에 대한 팻말도 동화처럼 재밌는 죽령옛길. 그리고 소백산 역 앞에 있는 전원마을의 정취가 맘에 들었다.
오늘 여행코스를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여행사에서 뜻하지 않던 전통시장상품권도 받고 좋은 여행도 하고 고시공부하느라 지친 친구에게나 학교 생활 참 바쁜 내게 일상 리프레쉬를 할 수 있는 좋은 여행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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