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학교 내게 사랑을 가르치다 #1. 만나다, 날아오르다
부랴부랴 쓴 지원서를 접수시키고나서 간절히 가고 싶단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해외봉사는 커녕 국내봉사경력도 그렇게 많지 않은 내가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살짝 우려가 있었지만, 정말로 가고 싶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중, 고등학생 25명의 대원들과 필리핀 산이시드로 지역에 있는 25명의 학생들이 여행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 예찬론자다. 여행을 통해서 인생이 많이 바뀌었고 자신을 많이 돌아볼 수 있었던 만큼 이번 ‘여행’도 뭔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합격했습니다~ 함께하게되서 반가워요!”
그런 바람이 간절히 통해서였을까? 다음날 운이 좋게 선발이 되었고 이번 여행학교의 스텝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선발된 총 네 명의 스텝. 웃음기 가득, 진지할 땐 진지하고 남을 위해서 자신이 망가져도 좋다는 생각을 가진 혜진이. 그리고 예쁘고 성격 좋고 침착한 4차원 소녀 윤지, 진지하고 생각이 깊은, 어딘가 모르게 범상치 않은 든든이 태웅이. 여행 내내 서로에게 의지하며 동고동락한 아이들이다. 얼마나 성격들이 좋은지 서로 성격도 잘 맞아 여행 내내 즐겁게 봉사에 임할 수 있었다.
우리는 처음만난 순간부터 스스럼없이 친해졌다.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짜면서 서로 2주간 댄스연습도 하고, 고민도 하고 어떻게 하면 이 여행을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첫 번째 오리엔테이션을 맞이했다.
난, 25명의 학생 중 제주에서 올라오는 학생을 공항에서 픽업해서 하나투어 본사로 향했다. 하나투어 본사에서 실시한 오리엔테이션은 앞으로의 일정 소개와 서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현지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인사동에서 구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처음 만난 아이들은 아직 서먹서먹한 듯 서로 말 한마디 없고 호응도 없었다. 앞에서 인디언식 이름 짓기와 농담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과연 이 봉사프로그램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 스태프로서 더 큰 부담감이 생겨났다.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줘야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학생을 다시 공항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는 길, 제대로 진이 빠져서 몽롱해졌다. 불안감을 가득 품고 우리는 잘 되겠지하며 애써 웃음 지으며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했다.
2주간의 준비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여행 날이 다가왔다. 공항에 도착하자 스텝들이 먼저 와있다. 짤막하게 댄스를 연습해보고, 서로 준비한 프로그램을 맞춰본 후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게이트로 갔다. 굿네이버스의 이재용과장님과 김세원 간사님, 정보미 대리님과 아이들이 모여 많은 짐을 운반하고 그 작은 힘 쪼~금 보탰다고 짐을 옮긴 녀석들과 친해졌다. “쌤~쌤~”하면서 말을 거는 게 참 귀엽다.
아이들의 여권을 한데 모아 수속처리를 하고 짐을 부치고 탑승동 출발게이트에 섰다. 내가 맡은 4조 아이들의 짐과 인원수를 체크 하고나니 비로소 실감난다. 진짜 가는구나!
거대한 철덩어리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자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지구별 여행학교 사랑을 가르치다 #2. 산이시드로가 우리를 품다.
후덥지근한 열기는 한참이나 시원한(?) 우리나라와는 너무나도 달라 한동안 적응을 할 수 없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캐리어를 들고 버스에 간신히 올라타 호텔로 향한다. 이날 처음 만난 가이드님은 바로 조앤가이드님과 현지 직원들. 앞으로 안전하게 우리의 일정을 책임질 분들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일정을 책임질 죠앤입니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3박 5일간의 일정을 시작하게 될 텐데요. 여러분의 먹을거리, 여러분의 잠자리를 책임지고 필리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릴께요!” 똑 부러지는 인상의 죠앤 가이드님과 함께라면 필리핀의 일정 모두 문제없을 것 같다. 우리는 필리핀 마닐라 중심에 위치한 MAKATI의 호텔에서 묵었다. 새벽이 지나는 늦은 시간 우리 스텝들은 따로 모여 산이시드로 아이들에게 선물로 줄 과자 150개를 정성스레 포장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오자마자 식사장소로 모였더니 아이들은 피곤이 어디 갔냐며 아주 쌩쌩한 모습이다. 어째 나만 눈이 퀭해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것 같다. 과일들을 주섬주섬 주어먹고 커피한잔을 마시고 나서 조금 정신을 차리고 나니 괜찮아졌다. 이 녀석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하고 말도 없고 그래서 어떻게 하나 그렇게 걱정을 했는데, 에이씨 걱정은 무슨. 다들 너무나 잘 적응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오히려 내가 보살핌과 걱정을 받아야 할 판이니. 스텝으로서 너무나 쪽팔려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구나.
조별로 각자 배정받은 차에 올라타고 나서 서로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했다. 다들 다양한 특기와 이번 여행에 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엔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겠다는 기특한 아이도 있다. 이봐, 너희들 언제부터 그런 당찬 생각을 가지고 있었냐?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이쁜것들!!
오늘 일정은 산이시드로로 출발하여 초등학교에 머무는 아이들에게 활동적인 레크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이 여행을 준비한 굿네이버스의 필리핀 지부에 들러 이 사업에 대한 이야기와 소개를 듣고 함께 이동하는 일정이다. 필리핀 시내를 관통하여 외곽으로 벗어나며 가이드님의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필리핀은 마젤란 함대를 통해 발견되었던 나라로 대항해시대에 자주 등장하였으며 이후 45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낯설다. 왜냐니까, 이전까지는 서방세계를 동경한 나머지 나름 선진국이다 싶은 나라만 여행을 다녔기 때문이다. 판자 몇 개를 간신히 지탱해놓은 집들도 꽤 보이고, 강가에 누워있는 사람들 그리고 위험하게 차가 다니는데도 길가에 자리 잡아 낮잠을 자는 가족들. 내가 여태까지 보아온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여행지를 정하는 나의 사고에도 어느덧 편협함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동남아를 방문해본게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풍경을 지나고 지나 어느덧 굿네이버스 필리핀 지부에 도착했다. 필리핀 지부 안에는 환한 표정의 직원들이 연두색 예쁜 티를 입으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여기저기서 들어온 구호물자들을 처리하고, 정리하고 분배하는 본부. 간단히 직원의 소개와 필리핀 지부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우리는 멀리 산이시드로로 떠난다.
산이시드로는 아주 외진마을로 필리핀 마닐라에서도 약 3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 필리핀 현지인 친구도 잘 알지 못하는 마을이다. 평야를 지나자마자 도착한 산이시드로는 마닐라와는 사뭇 다르게 개발이 덜 되어있는 마을이었다. 신발을 신지 않은 아이들이 많고, 낙후한 환경이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인상 깊었던 것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정말 행복해보였다는 것. 농구를 하고 있는 청년들도, 공부를 막 끝마치고 나오는 하얀 교복의 여고생도, 형아 들의 농구경기를 지켜보는 동네 꼬마아이도 낮선 외모의 외지인의 ‘헬로’라는 인사에도 환한 이를 드러내며 웃어주었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맑은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그 어떤 보석도 이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우리가 가야하는 곳은 산이시드로 마을에서도 차량을 개조한 지프니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하는 초등학교다. 약 20분정도는 지프니를 타고 더 굽이굽이 들어가야 한다. 흙탕물을 철썩 철썩 헤쳐내서야 산길로 접어드는데 엉덩방아를 몇 번 찍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 지프니 뒤에 매달린 아저씨에게 “PAPA Are you OK?(아버지 괜찮아요?)”라고 물었더니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뒷자리 우리 지구별 여행학교 봉사단 아이들도 혹시나 적응 안 되는 지프니를 타서 불만이 있을까 싶었는데 다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떠있는 것 같았다. 지프니도 아주 재밌게 즐기고 있고 말이다.
녀석들, 이 말을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처음에는 그렇게 조용하더니만! 다 뻥이었어. 말도 잘 안하고 조용조용한 성격들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선생님들한테 장난도 치고, 오히려 우리보다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더 잘 적응하고 있으니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이뻐 죽겠다.
20분간 열심히 엉덩방아를 즐기자마자 우리를 태운 지프니가 산이시드로 초등학교에 도착하고 아이들에게 줄 선물들을 나르자 현지인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온가족이 나와 우리를 맞아주고 지구별 여행학교 녀석들은 산이시드로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아준다.
각자 조별로 나누어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고무동력기 제작, 페이스페인팅, 체육활동, 풍선 만들기다. 나와 같이 함께하는 동료 여행학교 스텝인 혜진이와 윤지는 페이스페인팅과 풍선 만들기를. 태웅이는 고무동력기를, 유난히 활발한 우리 조는 체육활동을 하기로 했다. 태웅이는 아이들에게 능숙한 영어로 고무동력기 만드는 것을 알려주며 “구루구루 와라와라” 아이들을 주목하게 하는 언어를 쓰며 재밌게 진행을 했고 페이스페인팅과 풍선만들기조도 열심히 산이시드로 아이들과 함께했다. 지구별 여행학교 아이들은 세심하게 1:1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산이시드로 아이들에게 만드는 법을 도와주거나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었다. 서로가 너무 행복한 눈빛을 주고받는데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아씨~ 선생님은 우리조인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씩씩 심통이 난 우리조 재간둥이 학생 하나가 체육활동 준비를 하다가 산이시드로 아이들 얼굴에 캐릭터(라고 부르긴 그런, 솔직히 좀 엉망으로 그리고 있었다)를 그리던 나를 잡아 운동장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미 우리 조 아이들은 담당인 나도 없는데 접시에 사탕을 가득 담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고 있었다. 에고 미안해라. 그렇게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스콜이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쏴아아아아. 하늘이 순식간에 열리고 비가 쏟아지자 체육활동 준비했던 것들을 근처 민가로 피해놓는다. 손이 모자라 어리바리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나와 같이 운반해주고 물품들을 놓을 자리를 마련해준다. 비는 약 30분 동안 계속되었다.
비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빛은 하루의 감사함을 비에 담아 보내는 것 같고
비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은 하루의 행복을 비에 담아 보내는 것 같다.
비를 바라보는 강아지들은 눈만 살짝 들어 비를 주시하고, 닭 뒤를 따르는 다섯 마리 병아리들은 내리는 비에 살짝살짝 깃털을 적신다.
촉촉이 젖은 땅을 지나 강으로 흘러들면 하나가 되어 행복함과 감사함은 언젠간 다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고개를 들자 우리는 예정했던 체육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나오게 해서 조별 풍선 넘기기 놀이, 2인 계주 사탕 까먹기 대회, 숫자 앉기를 진행한다. 김세원 간사님의 깜찍한 개구리 율동을 시작으로 체육활동을 시작하자 경쟁은 경쟁인지 다들 엄청난 승부욕으로 체육활동에 임한다. 풍선 넘기기도 아주 박력 있게, 사탕 까먹기도 뒤에서 응원전이 벌어지고, 숫자 앉기는 서로 손을 잡고 하다 보니 저절로 지구별여행학교 아이들과 산이시드로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게임이었다. 풍선이 넘어갈 때마다 아이들은 희망을 넘겨 보내고, 사탕을 까먹고 숫자 앉기 게임을 하며 손과 손이 맞잡힐 때 아이들은 따스한 온기를 전해온다.
게임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전해주며, 귀여운 아이들과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추억을 만들어나가며 행복을 누군가에게 전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지구별 아이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는데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이었다. 나도 그랬다.
“아,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다~!” 산이시드로의 행복이 우리를 품으니 이렇게 따듯할 수가 있을까!
다시 지프니를 타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겸 만들어 놓은 고무동력기를 함께 날리고 해지는 노을 녘을 보니 마음이 행복해진다. 오늘 하루 누군가를 위해서 값지게 사용했다는 것이 이렇게 뿌듯한 일이었구나. 지구별 여행학교 아이들과 맞잡은 손에도 따듯한 온기가 스며들어온다.
지구별 여행학교 사랑을 가르치다 #3. 여행을 통해 나누는 사랑
“아이들이 벌써 출발했다고 하니까 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와 함께 하루 여행하고 숙소에 머물게 될 아이들이 벌써 떠났고 곧 도착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우리가 만나기로 한 푸닝에 도착하니 이미 아이들이 새하얀 지구별 여행학교 단체복을 입고 있다. 서로 짝을 정해주는 순간 아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 지구별 여행학교 아이들은 서로 손을 꼭 맞잡고 아이들과 함께 짝을 지어 지프니에 올라탔다. 아이들과 하는 첫 여행 어떠냐고 물어보니 이런다.
“제 짝꿍 너무 예뻐요~! 좋은 것만 해주고 많이 보살펴 줄꺼에요!”
우리는 푸닝 마을을 지나 지프니를 타고 식사장소로 이동한다. 아이들은 맛볼 기회가 별로 없을 부페식 식단,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맛난 음식을 서로 먹여주느라 난리다. 게다가 아이들 중에는 한국 가수를 아는 아이들이 몇몇 있어 휴대폰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운 식사시간을 할 수 있었다. 산이시드로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때 입에 잘 맞아?”
“네, 엄청 맛있어요!”
잘 먹어야 하는 아이들인데 가슴이 아프다. 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1박 2일간 정말 잘 지내야지, 많은 기억들을 심어줘야지 싶었다.
지프니로 뷔페까지 이동했는데 앞으로 이동할 푸닝온천은 사륜구동차로 한 번 더 이동해야한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굽이굽이 석회암지대로 들어서면 스펙터클한 엉덩방아가 기다리고 있다. 물살을 헤쳐가는게 너무 재밌다. 이 석회암지대 끝이 바로 우리가 즐길 푸닝온천. 따듯한 온천물에서 발을 담그고 아이들은 서로 물장구를 치고 서로에게 장난을 하며 너무나 신나한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네~
가만히 앉아있으니 물통에 온천물을 한창 담아와 내 머리위로 촤악 뿌리는 산이시드로 아이들. 거기에 또 복수를 하고 물장난을 하다 보니 ICE BREAKING이 따로 없다. 아이들이 잘 어울리지 못할까 내심 걱정했는데 우리 지구별 여행학교 아이들이 먼저 다가가 관심사를 공유하고 잘 보살펴주니 금세 형제자매로 변했다.
푸닝온천에서 따듯한 물에 온천을 하고 마닐라에 있는 호텔로 돌아오며 서로 손을 꼭 잡고 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오늘 밤에 있을 아이들과의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잘 진행되어야 할 텐데 내심 걱정을 한다.
마닐라 시내에 도착하여 삼겹살로 저녁을 하는데 삼겹살과 같이 나온 된장국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산이시드로 아이들 다행히 입에 잘 맞는가보다. 우리 스텝들도 저녁에 할 레크리에이션에 많은 힘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먹어둔다.
드디어 호텔에서 진행되는 아이들과의 레크리에이션 시작. 이번을 위해서 근 3주간을 연습하고 갈고 닦은 원더걸스의 Be my baby 댄스를 시작으로 아이들과 포크댄스, 동물이름 맞히기 게임을 2시간동안 진행했다. 다들 타이트한 일 정덕에 엄청 힘들어 할 것 같았는데, 다행이도 잘 따라 와주고 우리의 춤을 즐거워해줬다. 아이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하는 포크댄스를 통해 서로 스킨십도 하고, 조별로 동물이름 맞히기를 하면서 서로 깔깔대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그대로 싹 날아갔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이런 프로그램들을 정례화해서 우리 굿네이버스에도 정착시켜야겠어요~” 라고 격려해주시는 굿네이버스분들 덕분에 더 힘이 나는 하루였다.
게다가 우리 지구별 여행학교 아이들이 “선생님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재밌었어요!” 라고 한마디 해주는데 그 한마디가 왜 그리 힘이 나던지 안 나던 눈물까지 핑 돈다.
처음에는 아무 공통점도 없던 이 아이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 대해서 배려할 때 마음을 열어놓고 공유한다. 이것들이 지구별 여행학교에서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배운 자산이기도 하고, 우리도 진행하는 입장에서 볼 때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하루였다.
지구별 여행학교 사랑을 가르치다
#4. 산이시드로와 지구별 여행학교, 나를 가르치다
오늘은 지구별 여행학교의 마지막 일정. 산이시드로 아이들을 만난 게 바로 어제인데 벌써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푸닝온천에서 함께했던 시간, 그리고 버스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서로 셀카도 찍고 편지도 교환하던 지구별 여행학교 아이들이 벌써부터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먼저, 마닐라 시내를 관광하는 일정이다. 필리핀의 독립영웅 호세 리잘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리잘공원, 스페인의 식민지였을 때 초대 필리핀 총독인 레가스피를 위해 지어진 방어 요새인 산티아고 요새를 방문한다. 이러한 시내관광일정이 들어있는 것은 아이들 중 마닐라 시내를 방문해 본 아이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이시드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마닐라로 향하는 것이 매우 드물다고 한다. 리잘공원에 도착하여 아이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서로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며 못 다한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 말이 그리도 많이 남았는지 서로 연락처를 손바닥에 주고받기도 하고 쪽지를 주고받기도 한다. 아쉬움에 셀카도 한 번씩 찍어본다. 마지막으로 한국식 점심을 먹기 전에 간단하게 산티아고 요새를 돌아보고 아이들 손에 들려진 것은 펜과 공책 하나씩.
“자 이제 여러분 서로 아이들과 편지를 써보도록 하겠어요. 공책에 산이시드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해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아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쓱싹쓱싹 연필소리가 들려온다. 그림을 예쁘게 그려주고 얼마나 할 말이 많은지 지구별 여행학교 아이들은 공책 한바닥을 금세 비워낸다. 산이시드로 아이들 또한 타갈로그어로 된 편지를 적어 우리 아이들에게 건넨다. 뜻은 모르지만 서로 느낌은 통했는지 멋쩍은 웃음을 보낸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산이시드로로 향하는 3시간. 어젯밤 레크리에이션 덕분에 잠을 얼마 못 잤는지 다들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잠에 빠져든 모습과 서로 맞잡은 손이 얼마나 예쁜지…….
아이들이 서로 헤어지면 꽤나 울겠구나 싶었다.
3시간 후 해가 저물어가는 산이시드로에 도착해서 버스에 내리자마자 가족들이 마중을 나와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벌써부터 눈시울이 시뻘게진다. 단지 1박 2일간 만났을 뿐인데 아이들은 닭똥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우리 여행학교 아이들이 준비해 간 선물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포옹하더니 서로 놔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 아이들은 다시 산이시드로로 돌아가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좋은 기억뿐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여행이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불안했다면 좀 더 단단해지게,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었으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할 일이 하나 더 남아있다. 산이시드로에서 더 들어가면 있는 어퍼핀토르. 쓰레기 매립지 위에 사는 마을에 가서 구호물품을 지급하고 산이시드로 아이들 중 이곳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집에 가서 가정방문을 하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퍼핀토르에 사는 아이들은 훨씬 열악했다. 간신히 햇빛을 가릴만한 천막에서 에어컨도 없이 생활하고 TV는 딱 한 가구. 쓰레기 냄새가 올라오는 그런 마을이다. 물도 오염이 되어있기 때문에 월. 수. 금 굿네이버스에서 물탱크가 정해진 시간에만 올라오는 그런 곳이다. 나는 우리 조에 소속되어 있었던 시스카미아의 집으로 갔었는데 이곳 또한 천막을 두개 붙여놓은 그런 곳이었다. 그래도 시스카미아는 정말 긍정적으로 바르게 잘 자라고 있었다. 바로 어머니의 영향도 없지 않아 있는데, 어머니가 바로 굿네이버스에서 활동하시는 분으로 이곳 어퍼핀토르를 담당한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시스카미아는 어머니를 그렇게 자랑스러워한다고. 그저 예쁘게만 바르게만 자라다오. 시스카미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곳을 떠나 다시 공항으로 달려가야 한다.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시스카미아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산이시드로를 떠나는데 마음이 아프다. 마음 깊이 그들이 더욱 사랑으로 단단해질 수 있기를. 짧다면 짧고 기다면 길수 있는 이 시간이 기억에 깊숙이 남아있기를.
산이시드로에 있는 굿네이버스 데이케어센터에 구호물품을 보내드리고, 다시 차에 올라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조앤 가이드님이 아이들이 쓴 편지를 하나하나 펴보면서 해석을 해주셨다.
‘맛있는 먹을거리와 처음 자보는 호텔 너무 좋았어요. 잊지 못할꺼에요 감사합니다.
“정말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저를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잊지 못할거에요”
아이들은 저마다 편지를 가슴에 꼭 품고 필리핀으로 떠난다. 3박 5일간의 추억과 함께.
“얘들아 3박 5일간 어땠어?” 라고 물으니 이내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선생님. 아이들을 위해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선생님! 여행을 하면서 정말 친해졌는데 아쉬워요.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우리 지구별 여행학교 아이들 중에는 정말 말 한마디도 안하던 아이들이, 숫기가 없어서 머뭇거리던 그런 아이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서 입을 열고 마음을 열고남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어 돌아왔다.
스테프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2일 뒤 나는 다시 해외에 나와 있다. 갑자기 로밍 전화로 전화가 울렸다. 띠리리리
“여보세요?”
“선생님 저 OO에요! 보고 싶어요!”
짜식.
너 처음 봤을 때는 말도 잘 안하더니 이제 막 덤빈다잉?
덤벼도 괜찮아.
너는 내 스승이니까. 네가 여행을 통해서 나에게 알려줬거든 사랑을 나누는 게 뭔지, 그리고 마음을 여는 것이 뭔지 알려줬으니까.
고맙다. 얘들아.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