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여행기는 철저하게 다이어리에 기반하여 복원합니다. :) 이러한 이유로 다소 반말이 혼재되어 있음을 양해부탁드립니다!
런던의 마지막날, 2년간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모두 끝이난다고 하니 너무나 아쉽다. 그래서 집밖으로 나와 이곳저곳 사진을 찍어본다. 함께했던 집.. 함께했던 정원.
사진상의 왼편은 아비셱. 오른편은 내 침대가 있었던 곳이다. 방 안은 이제 모두 처분해서 텅텅 비어있고, 주인아저씨는 우리가 집을 비우면 집을 전체적으로 보수한다고 했다. 이 플랏에서는 가장 큰 방이었지만 사실상 두명이서 쉐어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굉장히 저렴하게 지냈을 뿐만 아니라.. 좁아서 영어할 수 있는 기회야 언제든지 있어 좋았다.
마침 주인 아저씨는 옆집에서 정원을 가꾸고 계셨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2년간 너무나도 잘해주신 주인 아저씨. 이제 우리가 나가면 이 플랏은 아저씨의 부모님이 오셔서 지낸단다.
덩그러니 남은 간장. 저걸로 미역국도 잘 끓여먹었는데. 태어나서 자취라곤 한번도 안해본 내가 타국에 와서 혼자 이것저것 갖추고 지낸다는건 굉장히 큰 발전이다.
윗층 플랏메이트 다롄과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 집근처에 태국음식점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방문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롄은 유독 나를 잘 따른 중국친구인데, 영어가 조금 부족해서 서로 많이 도와주기도 했었다.
처음 먹어 본 태국 그린커리는 정말 내 스타일에 딱 맞았다. 오히려 이 맛이 그리워 그린커리를 찾아 먹을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이었다면 먹을곳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영국에서 좀 잘 먹고 다녔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다롄은 한국에 놀러올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 정말 재밌는 곳을 데려가야겠다.
그리고, 내 친한 친구 Leticia. 런던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 친구는 어학원에서 만나 1년동안 정말 친하게 지냈다. 고고학전공이라 관심사도 통했던데다가 Leticia의 남자친구는 폼페이에서 유적을 발굴하다 만났다고. 게다가 세계 길 콘퍼런스가 제주도에서 진행되었을 때 한국에 왔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둘은 올해 초에 결혼해서 이제 콤포스텔라에서 순례자 사무소에서 일한다고 한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간다고 말할때부터 늘 나를 응원해줬던 Leticia는 마지막 날 나를 배웅나왔다. 간단하게 맥주 두잔을 마시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런던에서 만났다. 그 사람들에게 많이 배웠고,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텐데..이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될거라고 믿는다.
Leticia와 마지막 한 컷을 찍고. 나는 이제 까미노로 떠난다. 그 시작은 바로 파리.
버스를 타는 것은 솔직히 고역이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기 때문이다. 다리를 편하게 뻗을수도 없는 좌석. 그걸 8시간 이상을 버텨내야 한다. 버스는 도버해협까지 닿으면 기다리고 있던 페리가 버스를 싣고 간다. 한시간 반정도를 페리가 싣고가는 동안 사람들은 피곤에 지쳐 널부러져 잠이 든다.
하지만.. 난 너무 밝은 조명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피곤한 눈으로 Gare du nord (파리 북역)으로 이동한다. 짐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역 지하에는 Left Luggage 가 있는데 잠시 짐을 두고 파리를 둘러볼 사람이라면 유용하다. 가격은 약 3유로 정도로 저렴. 이곳에 몸을 짓누르고 있던 짐을 두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사실 파리는 3번째 방문이라 여기서 뭔가를 볼 생각은 없다. 다만 가보지 못한 파리 남부쪽이나 슬슬 돌아보고, 파리를 중심으로 영상을 좀 찍어서 나중에 다큐멘터리로 남겨볼 생각을 하고 있다.
카우치서핑 호스트는 저녁에야 돌아온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시간은 떼워야 한다. 일단 유유히 돌아보자.
여전히 지하철에서는 버스커들이 많다. 파리의 버스커들이 다른 나라와 다른것이 잇다면 이렇게 중창단급(?) 버스커가 많다는 것이다. 굴속에서 노래를 부르면 쩌렁쩌렁 음이 퍼져나가는데, 그래서 더 웅장한 분위기가 난다. 이들이 불렀던 노래는 레미제라블의 OST였다. 왠만하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이들의 노래는 너무나 황홀해 계속 들으며 영상을 찍어뒀다.
오랜만에 보는 파리 지하철. 오랜만에 보는 레버돌리는 방식이다. (파리 지하철은 자동문이 아니라, 레버를 돌려서 열어야 한다)
그리고 도착한 Saint-martin canal. 아마 관광객중에 이 운하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아일랜드에서 만났던 프랑스 친구 Cassia 가 추천해줬던 곳. 이 운하설립의 목적은 깨끗한 물을 제공하여 콜레라나 질병들이 성행하던 시절 이를 막기 위함이란다. 와보니 운하는 멋졌지만 특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도시에 녹음이 많다는 것은 참 좋다.
운하 근처에는 이렇게 파리지앵 스러운(?) 가게들도 즐비해있어서 조용히 즐기기에 안성맞춤.
그러다보니 이렇게 파리지앵들도 많이 보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이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정말 파리의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는것 같아서 이번에는 저번에 먹지 못했던 크로와상과 커피를 마셔야겠다. 야외에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다음날 카미노로 간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