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운 좋게 트위터 RT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이웃인 후레드군님을 초청해서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평소에 제가 해드린것도 없는데 음악선물도 받고 뭐든 받기만 해서, 어떻게 해야지? 막상 원두를 선물해도 드시지 못할 것 같고 해서 고민고민하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겨 다녀왔습니다. 안그래도 서울에 조금 볼일이 있어 살짝 올라갔기 때문에 저녁시간도 남았구요! 강연을 빌미로 후레드군님께 홍차라떼를 얻어 먹었습니다(퍽)
아무튼, '여행하면 성공한다'라는 조금은 신개념 강연. 경제나 자기계발에 관련된 강연만 갔었지, 여행과 관련된 강연은 한비야님의 강연밖에 들어본 적이 없는 제가 이 강연을 갔던 이유는 대체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어떻게 풀어갈지도 궁금했지만 다른사람의 여행 정의를 들어보는 것도 정말 값질 것 같아서 참여했습니다.
시작전에 이렇게 빵과 음료수를 주더군요!
강의는 경성대 김재기 교수님,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님, 전 문화재청장이자 명지대 교수님인 유홍준 교수님 이렇게 세분의 강연이었습니다. 사회는 MBN 아나운서인 김언경 아나운서가 맡아주었구요.
전반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김재기 교수님은 여행담론을 알파벳으로 풀어 설명해주셨는데, 여행은 거대한 프로젝트고 여행 하나를 놓고 관광, 오락, 휴식으로 묶어 설명할 수 없다고 운을 떼시며 여행에 있어서 우리의 자세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강연은 여행에 필요한 하드웨어(시간,비용,체력)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그리고 여행의 3가지 소프트웨어인 정보,언어,태도에 대해서 풀어나가셨는데 개인적으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설명에 인상 깊었습니다. 평소에 여행을 가기전에 어느정도 정보와 태도, 언어를 알고 간다면 그 나라 사람들의 겉면 뿐만 아니라 속까지 느낄 수 있거든요. 전반적으로 이러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인 접근법은 결국, 여행의 3단계(떠나기 전, 여행 중, 끝난 후)를 통해 논리정연하게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부가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그나라 노점상에게 우리는 물건 값을 깎으려 하고 그들은 우리에게 비싸게 팔려고 하는것은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바로 그들에게는 삶을 위한 하나의 싸움이고 우리에겐 어쩌면 그들의 삶을 무너뜨리기 위한 싸움이라는 것이지요. 양측의 생각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편견이 생긴다면 진정한 여행을 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 그게 바로 여행자의 태도라는 것이죠, 언어의 중요성도 마찬가지로 스펙쌓기 언어는 지식 습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창의성, 소통능력등이 길러지는데 언어도 그렇다. 즐기면서 여행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네이티브가 아니라도 적당한 언어를 배워가면 더 큰 소통과 교감이 가능해 진다는 이야기지요.
마지막으로 김재기 교수님이 여행은 ABCDEFG 라고 하셨습니다. Adventure, battle, communication, discovery, enlightenment, freedom, grace... 라고. 한줄로 표현해 낸다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여행은 여럿을 마주하는 모험 사이에서의 소통이고 자기 발견이다. 그 기회 자체가 정말로 소중한 것이니 만큼 자신이 하는 여행에 충실해라.
그 말로 받아들여졌네요.
그 다음 연사는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님입니다.
자신의 여행담을 풀어나가시면서 다소 장난스러웠지만 지루해질 수 있는 3시간을 잘 이끌어가셨습니다. 다만 아쉬웠던건 시간분배를 못하셨고, 전반적인 내용이 답습되는 듯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여행, 그냥 닥치고 떠나면 된다라고 하셨지만 그 또한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그러한 여행이 되는 사람이 있고 안되는 사람이 있는 만큼 사람들에게 일단 떠나보라고 조장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것이 그렇듯이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한 법입니다. 그렇게 여행을 했는데 '정말'무사했다면 그건 그사람의 운이 특별히 타고난 것이겠지요. 물론 저도 크게 준비를 하고 떠나는 편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준비는 하고 떠납니다. 그렇게 해서 마주하는 것들은 분명 더 값질거라고 전 믿는 쪽이거든요.
그 외의 부가설명(경험담)은 닥치는대로 무일푼으로 유스호스텔에서 일시켜달라고 했는데 일을 잘해서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느니식의 드라마틱한 경험은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불러왔어요. 제 주위의 강평도 마찬가지겠지만 전반적으로 조금 오류가 있던 연사설정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다만 그래도 얻을 수 있었던건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스토리 텔링으로 인해 조금은 '리얼리티'로 다가왔네요.
마지막 연사는 전 문화재청장이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하신 유홍준 교수님의 강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세분의 연사중에서 제일 중심을 잘 지키시고 여행에 대해서 편견없이 잘 풀어내신것 같았습니다.
김재기 교수님의 여행론에서는 우리가 많이하는 패키지 여행이 진정한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습니다.(제가 이해를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집을 떠나는 거 자체가 여행이고, 조금이라도 여행에서 무언가를 얻어왔다면 그거면 잘 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써는 굳이 혼자하는 여행이라던지 패키지 여행이라던지 구분할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했었고, 김어준 총수님의 강연에서는 준비없이 떠나라는 가열찬 종용이 내심 많이 걸렸네요.
그러나 유홍준 교수님의 강연은 전에 있던 두분보다 짧았지만 와닿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일단, 패키지 여행이라도 필요해서 가는거라면 좋다라며 중심을 유지하시고, 시간이 부족할 때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방법이라던지 그나라의 여행을 즐길때는 앤티크 샵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껴라, 건축이나 미술사를 익혀간다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커질 것이다. 등등의 여행중의 '얻는 것'에 크게 초점을 두셔서 조금은 넓은 여행관을 말씀해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교수님의 나이로 짐작해보아 30대 중반에 첫 해외여행을 다니신건 당연합니다. 여행 자유화는 1989년이 되서야 개방되었으니까요. 그렇게 따졌을때 아무래도 머리가 조금은 지식으로 차있을때 여행하셨던 것들이 사물을 볼 때 굉장히 많은 느낌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얼마나 즐겁고 좋은 여행을 하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덧붙이신 말중에 하나가, History 보다는 Story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어떤 영어원서는 History of.. 로 시작하면 조금은 딱딱하고 Stroy of 로 시작하는 역사책은 잘 풀이 되있으니 여행서적으로 한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건 제가 몰랐던걸 알 수 잇는 뜻깊은 기회였네요.
아무튼, 긴 강의 내용을 요약한다면 이렇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강연을 마주한 사람의 입장으로서 앞으로 잘 되라는 의미에서 적당한 비평도 남겨야겠지요.
일단 강연 자체의 기획성은 굉장히 좋았으나 '여행하면 성공한다'라는 주제부터가 조금은 강연 내용과 동떨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행에 성공하는 것이지. 여행하면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몇분은 분명 여행하면서 자기계발하는 것을 생각하고 오신분들도 계셨을텐데 이 강연은 How to travel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 안에서 자신의 여행법을 설명해준것에 지나지 않죠. 게다가 전 '성공'이란 말을 좀 싫어하는 편에 속합니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라면 왠지 그 초심을 잃는다는 느낌에서입니다.
여행하면 성공한다! 보다는 여행하면 행복하다! 라는 말이 조금은 인간적이고 따듯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고,
마지막으로 진행에 대해서 아쉬웠던 부분은, 시간 분배가 매끄럽지 못하고 진행측의 맺고 끊음 '강단'이 약해서 진행이 루즈했습니다. 결국은 1시간이 지연되었구요. 모든 분들이 서울에서 오는 분들이 아닌 만큼 중간에 많이 떠났고 강의를 듣다 '뻔한'이야기었구나 하고 나가신 분들이 조금 계실테지요. 그래서인지 도서이벤트 추첨때도 호명되는 분들이 거의 안계시더라구요. 그 이유는 시작은 창의적인 강연었으나 갈수록 조금은 진부한 강연내용으로 바뀌었기 때문일거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시간의 부족 덕분에 자신이 준비를 한 강연을 다하지 못한 유홍준 교수님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대목이 종종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토론때 틈이 나면 계속 늦은시간까지 기다려준 청중들에게 더 알려줄것이 없나 뒤적거리는 모습을 보니요. 차라리 유홍준 교수님의 개인강연이 훨씬 낫지 않았나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네요.
2시간의 다른 연사보다 단 40분의 유홍준 교수님의 강연이 저하고는 훨씬 잘 맞았습니다.
제가 강연장을 떠날때도 누구보다도 부스에 먼저 나와 청중을 맞을 준비를 하시는 유홍준 교수님을 보고 또 한번 안타까움을 느끼며 떠났네요 (연사중 한 분과의 뒷풀이가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아쉬움이 남아 더 알려주고 싶어했던 유홍준 교수님이었을까요? 그랬다면 다행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부분을 조금은 시정해서 더 좋은 강연을 만들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서 제 생각은 변함없이 여행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거 이상의 정의는 없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