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의 끄트머리, 4월에 제대하고 나서 부모님이 산뜻한 제안을 하나 하셨다.
"너, 관광학과니까 가이드나 함 받아보자. 가족 여름휴가 계획은 니가 다 짜보거라"

안그래도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서 말을 꺼내려 했었는데, 부모님이 선수쳐주셔서 생색도 못내고... 에잉, 아무튼 그렇게 해서 계곡도 산도 바다도 갈 수 있는 강릉권역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권유에 여행계획을 짜다가 보니 노하우까지 덤으로 생겨 포스팅을 했더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었다

(http://olpost.com/v/167452 여름휴가계획 다 알려주마)


최근 경부고속도로 일부구간의 표지판 디자인이 바뀌었다.
예전보다 더 앙증맞고 귀여운 느낌이다. 폰트는 윤고딕 500시리즈 정도 되려나?


일단,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해보기로 했다. 교통정보 어플리케이션으로 고속도로 상황을 보니 꽤나 수월한 것으로 되있으나 문막휴게소까지 4km 정도는 정체로 되있다. 휴가철인데도 불구하고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정도다.


다행이도 날씨도 괜찮은 편이었다. 전날에는 그렇게 구름이 잔뜩 끼어있더니 오늘은 비교적 화창한 날씨. 그래서 몸과 마음도 설렌채 그렇게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번 휴가의 일정은 이렇게 짰다.

1일차 (대관령 삼양목장(시간과 날씨를 봐서 유동적으로) - 속초(대포항) - 속초(찜질방) 
2일차 (정동진 - 강릉 - 양양 법수치계곡)
3일차 (양양 법수치계곡 - 대관령 삼양목장(유동적이기 때문에 빈 공간으로))

2일차는 다소 타이트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일정은 꽤 널널한 편이다. 2일차에 있는 법수치계곡은 장소 선정 후 트위터에서 직접 가본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 죽여주죠~"
라는 말 한마디에, 선정 보류는 곧바로 확정이 되었다.

영동고속도로를 가는 내내 차창밖의 하얀구름아래 옹기종기 지나는 차량들을 보면서 잠시 행복감에 젖어있다가, 휴게소 하나 둘 지나치면서 점점 휴게소를 찾게 되었다. 이번에는 괜찮겠지 괜찮겠지 되뇌이다 화장실 타이밍을 놓쳐버려 절정에 다다르는 사태가 붉어졌다.

참, 웃긴게 그 와중에도 트위터로 상황을 전했다
"....큰일났어요. 용변이 급한데 휴게소까지 25키로 남았어요"

바로 답멘션이 날라왔다
"큰거에요 작은거에요?"
내가 답했다.
"작...은거에요...근데.... 신나게 25km를 달려도 30분은 걸리는데 차...차가 막혀요"

절망적인 답멘션
"그럼... 싸서 말리세요"


항상 왜 급한일이 생기면 나에겐 위기가 찾아올까? 차는 계속 막히고 문을 열어 노상XX라도 할까 선택에 기로에 놓였으나, 다행이도 20분쯤이 지나 초절정에 달했을 때 모세의 기적처럼 차들이 정체에서 풀려나게 되어 일을 볼 수 있었다.


할렐루야! 문막 휴게소!!!

나에게 광명을 찾게 해준 곳은 문막휴게소. 화장실을 가기위해 화장실 위치 쯤 되는 휴게소 오른편에 내렸는데, 화장실은 왼쪽 끝에 있다. (이건 신의 장난인가..)

아무튼 화장실에서 모든 체증을 다 씻어버리고 시간이 벌써 늦은 오후가 되어가 휴게소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때문에 그 다음 일정인 대관령은 막날로 미루었다.


그간 돈까쓰를 먹어보지 않아서, 오랜만에 시켰는데 생각보다 휴게소 치곤 맛있네! 앞으로는 영동고속도로를 타면 문막 휴게소로 갈 것 같다. 경부고속도로는 항상 추풍령이나 금강휴게소를 들리곤 했는데,


문막 휴게소가 원주쯤에 있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강릉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릉의 날씨는 내륙의 날씨와 다르게 푸르렀고, 운치있었다. 갑자기 2005년에 홀로 강릉 왔을 때가 생각나네.


구름이 빨리 지나가는 걸로 봐서는 날씨는 유동적인 것 같다. 강릉에서 양양 하조대 쪽으로 향하는 신 동해 고속도로를 타니 왼편으로 펼쳐지는 대관령에는 구름이 잔뜩 끼었다. 오른쪽을 보면 푸르기 그지 없는데 말이다.

부모님은 도로가 너무 좋다면서 신나셨다. 신 동해 고속도로는 속칭 신 동해 아우토반이라고 불린다는데, 막힘없이 좋은 길이라 길이 끝나는 하조대까지는 무리 없이 닿을 수 있었다.

양양을 빠져나와 다시 국도를 이용해서 속초로, 속초에서 미리 봐둔 찜질방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항구에서 회를 먹게되면 약주를 걸치게 될 것이고, 주차비도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어차피 이용할 찜질방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이동하면 훨씬 경제적일 것 같아서였다.

역시 예상대로 찜질방의 주차장은 생각보다 너무 넓었고, 우리가 가려는 대포항까지의 거리는 택시로 기본요금 쯤 되는 거리였다.

바로 건너편에 이마트도 있는데다가 속초해수욕장에서 찜질방까지 거리가 10분정도 걸리는 지라 위치상으로도 너무나 적당했다.

이마트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대포항으로 향하던 도중, 택시기사 아저씨는 대포항보다는 외옹치항이 값이 더 싸고 맛있다며 권유하셨다. 워낙 난 이 곳을 많이 찾아와서인지 모종의 브로커식의 권유로 받아들였는데 부모님은 외옹치로 향하기를 바라셔서 외옹치로 일단 향했다.

그러나, 외옹치 항의 회는 생각보다 비싸긴 했다. 회의 질이나 양 면으로는 동명항 부근이 제일 좋다고 하는데, 외옹치와 대포항은 사람이 너무 많아져 예전 같은 인심을 잃은지 오래라고...


그래도 항구의 분위기는 좋았다. 더더군다나 주차도 무료로 할 수 있어 잠깐 대포항으로 건너갔다가 와도 무방할 거리였다. (걸어서 5분 소요) 어쨌든 이곳까지 왔으니 회를 한점 먹고 가기로 했다.


그래도 회는 싱싱하고 맛있었다. 서비스도 괜찮고. 하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철저한 사전조사가 아니었다면 조금은 낭패보기 쉬운 구조였지 싶다.


외옹치항을 지나 5분만 걸어가면 바로 나오는 대포항. 대포항으로 향하며 보이는 외옹치항은 작고 아담한 느낌이다. 그에 반해 도착한 대포항은 부산의 자갈치 시장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다.


대포항은 사실 회를 먹으러 간것이 아닌, 새우튀김을 맛보기 위해서 찾았던 곳이다. 분명 대포항에 대한 안좋은 소문 좋은 소문 다 듣고 가서 무덤덤했는데 생각보다 관광객이 적지는 않다. 회를 먹으려면 저 위에 있는 영생호가 그나마 저렴하고 인심이 좋다고 익히 들었으니 한번 검색해보고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대포항의 큰 장점은 회를 먹을때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사실 횟감 부분에 있어선 잘 모르겠다. 우리 가족이 여기서 제일 만족했던 것은 반건조 오징어를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것과 새우튀김일 뿐이다.


역시나 새우튀김은 그 많은 곳중에서도 이곳이 제일 사람도 많고 유명했다. 물론 다른집도 새우튀김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이 많은 집에서 튀김을 먹어야 그나마 신선하다. 계속해서 튀겨내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곳은 눅눅해진걸 다시 튀기곤 할 것이 분명하다.
(http://olpost.com/v/331962 속초 대포항 맛집, 소라엄마튀김) 을 참고해보자.



그렇게 소라엄마튀김을 포장해서 인근에 있는 속초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분명 7월 마지막주의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피서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새우튀김과 맥주를 들이키고 동생은 물놀이에 정신이 없다.

아, 나도 마음을 비우고 저렇게 물장구 칠때가 언제인가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해봤다.


속초해수욕장을 나서서 다시 찜질방에 돌아와 노곤한 우리가족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한껏 풀어댔다. 첫 숙소를 저렴하게 찜질방으로 선택한 것도 참 괜찮은 것 같다. 도시에 있는데다 관광지랑 멀지도 않고, 찜질방에선 청초호 전망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야경도 멋지고 넓고 좋았다. 밤에 왠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뭔가 했더니 중국인 단체관광객도 묵으러 오기까지.

오랜만의 강릉여행이라 그런지 마음이 새롭다. 꼭 그날의 행복이 떠오르네.


--------------------------------------------------------------------------------------------------------------------------
TIP

1. 속초부근에서 회를 먹으려고 하시는 분들이라면 동명항 > 외옹치항 > 대포항 순이다.
    굳이 대포항에 가야한다면 '영생호'의 평판이 그나마 좋다.
2. 속초 시내에 찜질방을 부대시설, 위치면으로 판단한다면 속초 해수피아가 제일 좋다
    7000원이고, KT회원이면 반값 할인이 된다. (SHOW)
    이마트 걸어서 3분거리, 해수욕장 걸어서 10분거리, 대포항까지 걸으면 40분정도.

3. 강릉권역을 여행할 시 빠르게 이동하고 싶다면 신 동해 고속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고속도로는 양양 하조대까지 이어져있다.



날짜

2010. 9. 16. 17:05

최근 게시글

최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