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집 근처에는 항상 5일장이 열리곤 했다. 그곳에 가면 눈빛이 맑은 강아지도 있고 싱싱한 채소와 과일도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는 늘 할머니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고 떡볶이는 꼭 장날에 먹어야 맛있더라. 

내가 초등학교 시절, 아니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만해도 국민학교였으니 소위 '국딩'시절 머리속에 기억에 남은 장날의 풍경이었다. 당시 학교에 한 반당 학생수가 너무 많아 오전반 오후반이라는 개념이 남아있었던 터라 오전반 학생들은 항상 장날을 점심시간에 맞이하였고 내가 속해있던 오후반 학생들은 등교할 때 꼭 장날에 떡볶이를 먹고 수업에 들어가곤 했다. 

그러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머리가 점점 커질 무렵 아쉽게도 장날의 풍경은 점점 내게 멀어만 갔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고 군대를 가면서 한번도 장날을 맞이해 본적이 없다. 

북적북적하고 인심좋은 우리네 장날의 풍경은 이따금 여행에 갔을 때 만나거나 하는게 전부였었는데 운 좋게 즐거운 장날을 만났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대구에서 군 복무를 하고 육군임에도 우겨우겨 전역할 때는 꼭 군용기를 타고 집에가겠노라는 큰 포부를 갖고 2년간 복무를 하다가, 인트라넷으로 군용기 탑승절차를 밟아 결국 전역할 때 군용기를 타고 집에 돌아가게 되었다. 대구에서 오산비행장으로 가는 비행기. 짐칸에 같이 실려 집으로 설레는 맘으로 도착한 곳은 공군작전사령부이자 흔히 K-55기지라고 불리우는 송탄이었다. 이른 시간에 눈 앞에 보이는건 북적북적한 장날의 풍경.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집으로 가면서 갑자기 장날을 그리 좋아하던 옛 기억이 떠오르며 웃음을 지은적이 있다. 

간만에, 장날은 아니지만 다시 그 시장을 취재하러 가기로 했다. 내게 설렘을 주었던 그 추억의 시장은 그 사이에 TV에도 출연하고 꽤나 유명해진 시장이 되어 있었다. 그럴만한도 한게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아주 특별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 이 시장을 선택하기에는 후배의 공도 컸다. 

"아 시장을 취재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지? 광장시장? 경동시장? 으음.."
라는 질문에 과 후배 문혁이가 너무나 당연한 듯이 말했다
"형! 특별한 곳이면 당연히 송탄으로 가셔야죠!"
"아 맞다! 내가 왜 거길 까맣게 잊고 있었지???"
후배덕에 이 즐거운 여행기를 시작하게 됨에 감사의 말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송북시장을 일부러 선택한 이유는 전통시장이지만 '다름'에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없는 시장의 풍경이다. 그야말로 동서양이 공존하는 시장인셈. 까딱 잘못하다간 이곳이 한국이 맞나? 뉴욕 브루클린의 한 풍경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오늘 소개할 전통시장의 코스는 송탄 중앙시장 - 신장 쇼핑몰 - 송탄 송북시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송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육교사거리로 넘어가는 언덕 

원래 송북시장은 1953년에 개설되어 1965년에는 아침시장, 중앙시장은 저녁시장이라고 불리었다. 송북시장은 새벽부터 아침만 열고 닫았고 중앙시장은 저녁에만 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경계가 없어져 제일 큰 시장은 송북시장이 되었다. 대형마트 가격보다 더 싼 가격으로 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송북시장은 싱싱한 채소들도 슈퍼마켓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덤으로 상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육교에서 보이는 풍경, 고즈넉하고 어딘가 이국적이다



먼저 송탄 어느곳으로 도착하든 중앙시장부터 시장하면 적당하다. 고속버스를 타고 송탄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사거리를 바로 꺾으면 기차길 위 육교(고가)가 보인다. 이곳을 건너 육교 아래로 다시 들어가면 그곳에 중앙시장으로 흐르는 길이다. 송탄역으로 도착한다면? 역에서 나와 5.10번출구로 나와 쭉 걸어오면 바로 그 육교 아래가 된다. 육교 아래 육교햄버거를 본다면 제대로 온 것이 맞다. 



육교 아래는 중앙시장이 위치해있다

육교 아래서는 포장마차들이 많이 서있다. 일부러 아침이 아닌 저녁 무렵에 이곳에 온 이유는 이곳 특유의 운치가 있고 북적북적한 풍경의 시장은 익숙해졌을것이니 조용한 시장의 분위기를 담아보고 싶었기도 했다. 게다가 신장쇼핑몰은 8시 이후에 튀김집들이 들어서고 활성화 되는 시간이 저녁시간이라 저녁으로 맞추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부터 시작한다. 시외버스 터미널 언덕을 건너면 서서히 져가는 노을에 육교가 더욱더 느낌있게 변한다. 황색으로 물들어가는 송탄의 풍경은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영어로 된 간판들이 즐비한 이곳부터 중앙시장이 조그맣게 들어서있다. 



중앙시장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중앙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게 외국수입 과자들과 제품들이다. 물론 청과류나 수산시장도 들어와 있지만 이곳에서 가장 특이한 점이 바로 이곳이다. 주위에 포장마차들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떡볶이같은 분식이 아니라 햄버거를 직접파는 포장마차들이 있다. 육교 아래 있는 육교햄버거집은 이곳에 있는 3대 햄버거집중의 하나로 꼭 들러볼 가치가 있다. 




경기도의 이태원 신장쇼핑몰


시장을 빠져나와 큰 거리가 눈 앞에 보인다면 그곳이 바로 신장 쇼핑몰로 역사가 꽤 깊은 곳이다. 6.25 이후 철길 위주로 판자촌이 형성되었다가 1997 년부터 관광특구로 시작되어 다양한 그릴가게, 외국인 전용 클럽, 피자가게등이 들어서 있다. 메뉴도 영어, 간판도 영어인게 눈에 들어온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도 대부분 미군들이 많다. 이곳에 파는 옷은 사이즈가 일반사이즈보다 더 크다. 

이 거리를 끝까지 쭉 따라 올라가면 K-55 기지가 나오는데 이곳 게이트 바로 옆에 미스진 햄버거가 보인다. 예전에도  한번 가본 곳으로 다른 패스트푸드점과 달리 계란을 부치고 옛날식으로 만든 햄버거로 연예인도 많이 들를 정도로 유명한 햄버거집. 미스리 햄버거, 미스진 햄버거, 육교 햄버거중에 하나다. 개인적으로 미스진 햄버거를 좋아한다. 





언제먹어도 맛있는 미스진 햄버거



 

햄버거를 든든하게 먹고 나와 다시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쭉 걸어가면 고기 부페인 미트홈과 구두가게가 나오는데 그곳 골목으로 들어가면 송탄 부대찌게로 굉장히 유명한 김네집이 나온다. 가끔 이곳에 들러 포장해 갈 정도로 자주 오는 곳인데 김네집의 김치는 언제나 너무 맛있고 아주머니들은 언제나 친절. 부대찌게는 눈물이 날정도로 맛있다. 그 어느곳에서 먹어도 이곳 만큼 맛있는 집은 없다. 너무 허름해서 분점을 내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도 확장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이 거리 근처에는 마치 외국인 거리인 듯 그릴냄새와 치킨냄새가 풍기는 거리가 있고 최소 30년된 만두집인 엘간 만두집도 있으니 꼭 들러볼 맛집이다.

 


그릴거리에는 고소한 냄새가!



다시 거리로 나와 부대로 들어가는 기차길이 보인다. 시장 중앙에 기차길이 있다는 것이 이곳의 특색. 근처 태화루는 유명한 짬뽕집으로 기차길 옆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중앙시장과 신장쇼핑몰까지 구경 했으면 쭉 걸어가보자. 지하철이 다니는 선로로 막 다른길이 나온다면 주위를 둘러보자. 



비상시에 운용되는 철길, 대부분 수송물자용이다

그러면 조그맣게 반대편 길로 갈 수 있는 지하도가 있다. 지하도를 나오면 송북시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인다. 지금까지 소개한 코스는 먹거리도 많고 유명한 것도 너무나 많아서 구석구석 많이 다녀봐야 한다. 3년쯤 돌아봐야 맛집 리스트를 뽑을 수 있을정도로 방대하다 평택 맛집 멋집에 관해서는 유명한 블로거 님이 계시는데 이곳을 들러보자(연준아빠의 블로그) 이곳에 이 부근의 모든 맛집이 총 망라되어 있으니! 


송북시장에 도착했다

송북시장은 오늘 소개한 시장중에 장날이 들어서면 엄청나게 붐비는 곳으로 진귀한 물건들이 많이 들어온다. 오늘은 장날이 아닌데다 저녁이라서 사람이 많지 않지만 조용히 시장을 둘러보는 맛이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기로 한다. 

쭉 돌아다녀보면 맛있는 젓갈들이 눈에 띄고 맛있는 국밥집과 청과류가 먹음직 스럽게 나와있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음식점 중에 한 분식집을 찾기로 했다. 맛소 분식집. 맛있는 소리라는 뜻의 맛.소 란다. 분식집의 외부에는 형형색색 개성있는 메뉴로 잘 꾸며져 있다. 날이 꽤나 추워서 따듯한 국물도 먹고 싶어 들어갔더니 안에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있다. 아이돌 사진도 눈에 띄고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원두의 냄새도 은은하게 나고 있다. 이게 무슨 분식집이야 싶지만 맛다. 분식집이다. 밥만 먹어야 하는데 오감을 만족시키는 이곳. 메뉴판 아래에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까지! 대체 여기 아주머니는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했다. 


당신이 정말로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지는 당신의 가슴과 직관이 이미 알고 있다 -스티브 잡스-




화려한 외관뿐 아니라 음식도 깔끔하게, 밥을 먹으면서 지식도 채울 수 있다



일단 꼬마김밥을 시켰는데, 딸려나오는 오뎅국물과 오뎅. 이건 오뎅탕이다. 김밥과 같이 정갈하게 준비된 국물을 마시고 있으니 아주머니가 대학생이냐고 물어본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

어디서 왔냐는 질문도 있었지만, 이것저것 비전에 대해서 어떨결에 이야기 하다 경험과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제일 아쉬운건 젊었을 때 공부 좀 더 할껄 이란 생각이었어요"
아주머니는 이곳에 와서 김밥집을 열면서도 TV를 보면서 꾸준히 공부한다고 하신다. 내가 경영학과에 다닌다고 했더니 장사하는 사람들도 재무제표 볼 줄도 알아야 하고 경영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오래간다면서 공부를 강조하신다. 

"책을 읽으면 간접경험이라도 하게 되잖아요. 그게 큰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빌게이츠 명언도 그렇고.. 아! 그리고 존경하는 스승님도 필요한 것 같아요. 스승님을 한분 멘토로 두면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잖아요. 전 요즘 배울게 너무 많아서 시간가는 줄 몰라요 너무 행복해요.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이 가면 너무 아까운거 있죠?"

아주머니는 나보다 훨씬 열정적인 삶을 살고 계셨다. 아주머니의 이런 자세들이 그 주위를 긍정적이고 열정적이게 만드는 법이다. 이곳에 적혀진 글귀들이 이러한 아주머니 인사이트의 산물인 듯 싶다. 김밥을 먹고 따듯한 커피까지 받아 마시면서 가게를 나설 때, 날은 엄청 추웠지만 마음은 너무나 따듯했고 머리는 열정으로 더 따듯해지는 듯 했다. 그래서 배도 불렀지만 정신적으로도 풍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머니덕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송북시장의 밤은 조용하지만, 이상하게 열기가 느껴진다




송북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군용항공기 소음정보


시장을 나서니 이 추운 날씨에도 리어카는 쉴새없이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은 차가운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고 어디론가 묵묵히 걸어간다. 집으로 가는 것일까 일터로 가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송북시장을 나서며 허름한 호떡집에 들러 호떡 한점을 집어 먹었다. 그리곤 아주머니와 또 이야기를 나눈다. "이곳을 취재오다니 잘했네~ 다른 곳보다 그렇게 큰 시장은 아니지만, 떡볶이처럼 따듯한 곳이거든" 




신장쇼핑몰에서 송북시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두가지 지하도 통로, 그리고 집에가기 전에 먹은 따스한 호떡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송북시장은 이국적인 풍경도 좋지만, 전통적인 우리나라 사람의 정신과 얼이 숨쉬고 있고 그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으니까 말이다. 

꼭 기회가 된다면 진귀한 먹거리, 진귀한 이야기거리를 찾아 오기를 바란다. 언제 어디서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어디서 듣지 못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들려주는 그런 시장이니까. 


 
연두색은, 여행 동선입니다. 주차공간은 충분히 갖추어져있습니다. 하지만 장날 여행시엔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지도에 1,2,3 표시는 신장쇼핑몰에서 송북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지하도들입니다! 참고하세요!



  

날짜

2011. 10. 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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