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서서히 떠나면서 바다내음은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우리를 따라 몰려오는 갈매기들과 시원한 바다.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좋다. 눈앞에 보이는 섬들은 다도해라는 말이 절대적으로 실감난다. 눈에 보이는 옹기종기 솟아있는 섬. 저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이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혼자 살아도 자연과 더불어 살면 전혀 외로울 것 같지 않은 푸르른 섬들의 향연이다.
배에 탄 사람들은 평생 맞을 바닷바람을 이곳에서 맞으려는 양, 얼굴을 바람에 뭍고 저마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트롯트와 절묘하게 조화되는 바닷길은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배가시켜준다. 우리가족은 섬으로가는내내 행복한 표정과 환호성을 쉴새없이 만들어냈다.
등대섬,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들을 서서히 거쳐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다보니 어느새 매물도와 소매물도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들어가는 입구에 정박하자마자 바닷물 깊숙히 보았다. 딱 봐도 너무나 깨끗한 바닷물과 눈에 보이는 물고기떼들. 그리고 깨끗한 해산물을 손질해서 파는 할머니들. 너무나도 아름다운 섬. 바로 소매물도다.
소매물도는 우리에겐 쿠크다스 CF 덕분인지 쿠크다스섬으로 매우 친숙한 섬이다. 이전 1박 2일에도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섬인데, 도착하니 매료될 만 하다 싶었다. 정상까지는 꽤 올라야 한다. 소매물도를 오르려면 반드시 여분의 식수와 편안한 운동화를 신을 것. 절대 하이힐을 신거나 식수 없이 가면 낭패다. 이곳의 물은 너무 귀해서 생수를 따로 사야하며 가격도 꽤 나간다. 게다가 물은 얼려팔기 때문에 바로 물을 먹을 수 없다는 것도 단점. 하이힐이 안되는 이유는 경사가 굉장히 높고 봉우리 하나정도는 넘어야 하는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20분정도 올랐을까? 소매물도 정상에 오르면 또 한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매물도의 전경. 물때를 맞춰서 도착했기 때문에 등대섬과 소매물도가 이어져있어 등대섬까지 갈 수 있다.
소매물도에 올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바로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보통 1시에서 5시사이에 열리는데 물때가 항상 다르기 때문에 매표소나 인터넷을 통해서 미리 맞춰가야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등대섬은 이곳에서 가장 하이라이트!
내려오면서 보이는 풍경도 너무나 아름답다. 중간중간 섬 아래 뚫려있는 동굴에서는 이곳에 몇일동안 머무는 사람들이 섬 주민의 배를 빌려 오기도 한다. 관광객으로 소매물도를 들렀을 때와 이곳에 머물며 소매물도를 들렀을 때와 볼 수 있는 스펙트럼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배를 타고 선상 낚시도 하고 밤에는 아름다운 별도 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 진짜 너무 좋다”
“말이 필요없다 여기”
이곳에 들른 많은 관광객들도 함박 웃음을 지으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등대로 이어지는 길에 몽돌들이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시원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많은 스쿠어다이버들과 제트스키를 타는 동아리들이 이곳에서 신나게 해양스포츠를 즐긴다. 사람들은 몽돌에 걸터앉아 바닷물에 발을 적시며 아이와 같은 웃음으로 노느라 여념이 없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이곳에서 쉬기로 하고 나와 아버지만 등대섬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과 등대섬에서 바라보는 소매물도의 모습은 정말 너무 좋았다. 이곳에서 족히 40분동안 멍하니 바람을 맞으면서 한껏 자유를 만끽했다.
“정말 좋아서 2번재 왔는데, 항상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날아갈 것 같아요” 라고 했던 아주머니는 전엔 가족들과 왔었는데 이번엔 혼자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날씨가 좋아도 좋고 나빠도 좋은 곳이 바로 이곳의 매력이라며 나중에는 꼭 한번 다시 오라고 당부하신다.
다시 항구로 향하며 봉우리를 오르고 선착장에 도착했더니 1시간이 남았다. 근처 해녀 할머니들이 파는 소매물도 표 마른미역을 한줄기 사고 다소 2만원정도라 비쌌던 멍게와 소주를 한잔 했는데, 이 멍게가 내가 먹던 멍게랑 차원이 다른 하얀 속살의 멍게였다. 먹을 수록 고소한맛이 느껴지는 소매물도 표 멍게는 꼭 한번 드셔보시란!
성수기의 배편은 대중없다. 원래 5시 30분에 출항하는 배편이었는데 사람들이 제때 나오지 않거나 하는 경우덕에 선착순으로 거제 저구로 떠나는 사람을 모집해서 먼저 보낸다.
그래서 재빨리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어라?”
어제 찜질방에서 봤던 학생들이 있었다. 야무지게 초등학생 남자 두학생이 등산복과 배낭을 매고 부모님 없이 씩씩하게 여행을 온게 참 대견해보였다. 아마도 형제인 것 같았는데 같은 색을 맞춰 입은게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분명 통영에서 왔을 터인데 거제에서 온 우리랑 비슷한 시간대에 여행 온걸 봐선 얘네들도 꽤나 부지런 한 여행자인 듯 하다.
그 학생들은 다시 통영으로 떠나고 우리는 저구로 떠나는 배를 타고 소매물도를 떠난다.
점점 멀어지는 소매물도.
점점 멀어지면서 나중에 또 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유난히 저녁이 가까워서 그런가, 아까보다 갈매기가 많다. 승객들 대부분이 새우깡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덕택에 정말 즐겁고 신기한 갈매기쇼를 관람한다.
갈매기 수십마리가 배로 달라붙어 과자를 낚아채는 묘기를 하면 배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느라 기나긴 탑승시간을 잊을정도였다. 부모님도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운이 좋게 돌고래떼를 보게 되었다. 저멀리 노을지는 곳에 줄지어 가는 돌고래 떼들. 우리는 또 환호성을 지르며 신기해했다. 소매물도는 우리에게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선물해주고 평소에는 잘 보지 못하는 함박웃음을 셋트로 주었다. 다시 아름다운 저구항에 도착하니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다. 마치 소매물도를 갔다 온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운 소매물도를 기억하며 낭만과 추억을 뭍고
떠난다.
소매물도로 가는 방법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 - 저구항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2011.9 현재) : http://tongyeong.go.kr/01about/05_01_06.asp
편도 : 14,300원
저구항 터미널
편도 : 11,000원
모두 성인기준입니다.
소요시간은 통영에서 1시간 10분
저구항에서 40분 소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