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소비자는 이산가족이 되었나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이정도 만큼 ‘혁신’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이폰이 한국에 처음 공개 되었을 때 다양한 매체들이 집중적으로 이 ‘신문물’의 혁신성을 앞다퉈 보도했고 그것은 동종업계 보내는 'Warning Sign' 으로 인식되는데 이르렀다. 조선후기에 우리나라가 개항했을 때의 충격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이 신문물을 통해 그동안 아몰레드니, 햅틱이니 하는 새로운 기술만을 강조하던 삼성에 강력한 충격파를 주었고 이를 계기로 그들은 기존 노선을 수정하여 스마트폰 경쟁시장에 제대로 뛰어들게 된다. 이때부터 ‘혁신’은 스마트폰 전쟁의 무기가 되었고 ‘표준특허’는 이를 보호하기 위한 철창살이 되었다. 또한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무리는 어느 위치에 철창살을 설치할 지 중개하며 배를 불렸고, 결과적으로 이 전쟁을 통해 소비자만 이산가족이 되어 애플진영과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나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편의에 초점을 맞춰 구현되던 기술들과 혁신들은 지나치게 기업경쟁력과 이익을 위해 사용되었고 그 혁신과정조차 일명 ‘스펙’화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강 건너 불구경하던 사람들은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이 아닌 이상에야 조그마한 혁신에도 크게 감동하지 않게 되었다.



막강한 무기를 가진 테슬라의 ‘혁신적’인 중재 제안

이런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CEO 앨론 머스크는 가지고 있는 무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내준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며 중재에 나섰다. 전쟁을 벌이던 사람들은 의아해하면서 어떤 속셈인지 의심부터 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테슬라의 중재는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는 본래 기술혁신의 생태계를 바로 잡기위한 소리 없는 참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마치 기술계의 UN같이 더 이상 두고 보지 못하겠다는 거다. 물론 테슬라를 군수업체로 생각한다면 그들이 만든 무기가 널리 쓰이게 되어 공급자로써의 우위를 점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테슬라가 특허를 공개하며 ‘선의로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기에 난 그들이 이 전쟁에 참전하여 특허 생태계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진 테슬라의 영리한 중재

그래서 더욱 테슬라의 영리한 제안을 반긴다. 이 점에서 특허개방을 일찍 개방해야하는가 늦게 개방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논의하기보단, 적절한 시기에 개방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익을 위한 기업의 전략문제로 편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최근 특허에 대한 분쟁이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앨런 머스크가 이 영리한 제안을 하며 언급한 말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기술 리더십은 특허가 아닌 재능 있는 기술자를 영입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으로 결정 된다”



개방은 곧 동기부여다

글의 초반부에서 조선후기의 개항을 통해 들어온 신문물의 여파를 혁신적인 제품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에 빗대어 이야기 했었다. 개방은 즉 충격이자 동기부여의 요소다. 사람들은 또 한번의 개방으로 진정으로 기술이 어느 부분에 중심을 둬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즉 뼈저린 경험 후의 학습효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테슬라에서 얻은 무기를 가지고 자신에 맞게 개량하여 필요할 때 쓰려고 할 것이다. 총기소유의 개방으로 개개인이 총기 소유가 가능한 미국은 몇 번의 진통으로 총기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더욱 조심하려 한다. 이러한 학습효과는 다시 개인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게끔 동기부여를 준다. 예를 들어 지식산업도 개방의 개방을 거쳐 상층민에서 하층민으로의 교육, 나아가 네트워킹을 통해 오픈렉쳐 즉, TED나 숙명여대의 SNOW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 몇 번의 진통을 통해서 사람들은 학습효과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게 된 것이다.



앨론 머스크는 르네상스를 꿈꾼다

앨론 머스크는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일찍이 파악한 듯 보인다. 그가 창업한 회사만 보더라도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Zip2, 결제서비스 페이팔, 우주여행 로켓 개발 프로젝트 스페이스 X나 고속 교통수단 프로젝트 하이퍼루프 등 기술 통한 이윤 창출보다는 근본적인 특허의 방향성 즉, 기술혁신과 산업발전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경영적인 측면으로 전기차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통해서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며 덤으로 도요타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견제도 가능하게 되면서 소비자, 기업, 사회, 환경전반에 걸친 공생을 염두해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생이야 말로 앞으로 특허전략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그는 특허를 가진 후원자로서 메디치 가문처럼 기술혁신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르네상스 운동’을 일으킨 것이다. 특허를 개방함으로써 새로운 혁신가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동기부여를 주기 위한 것이다. 영리한 그가 앞장선 르네상스 운동의 목적이 분명하고 그 효과를 점쳐볼 수 있는 바, 이러한 이유로 나는 앨론 머스크의 ‘특허 개방’을 물개박수를 치며 반기는 입장이다. 




날짜

2015. 1. 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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