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마지막 일정은 도심으로 나가기로 했다. 아쉬운맘에 용호와 같이 갈까 하고 넌지시 물어봤지만 그날 저녁에는 아는 형들과 함께 클럽에서 모이기로 했다며 같이 방콕 도심 투어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타지에서 한국인 그것도 동갑내기를 만나 정말 잘 통해서 같이 여행다니면 재밌겠다 싶었는데 아쉬웠다. 오늘 방콕을 마지막으로 캄보디아로 떠나게 되는데 혹시 시간이 되면 보자고 했는데 끝끝내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요구르트 덕후인 나는 요거트를 사서 홀짝대며 택시를 탔다. 오늘 갈 곳은 마분콩이 모여있는 방콕 시암시내 시내에서 멀티플랙스 몰을 간단하게 돌아보고 궁극적인 목표는 손통포차나라는 곳을 찾아가 그곳의 명물 뿌빳퐁커리를 먹는 것이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영어도 곧잘하셔서 재밌게 갈 수 있었다. 농담반 진담반 아저씨 이거 미터기로 하면 돈 많이 나오니까 멀티플랙스 돌지말구 그냥 입구 가까운데 세워주세요 저 돈 없어요 했는데 아저씨가 웃으면서 걱정말라고 근처에 내려주고 슁 가버릴거라고 농을 던지신다.
멀티플랙스 쇼핑몰은 그냥 별 다를것 없는 그 쇼핑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다. 근처 마트에서 기회만 되면 계속 요구르트를 마셔댄다. 이러다가 탈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정말.
간단하게 시암을 돌아 본 소감을 말하자면, 사람 구경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는 것.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더 화려한 사람들이 많았고 카오산로드에서 보던 사람들과는 완전 다른 차원의 말끔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랬다. 태국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빈부격차가 많이 크게 느껴졌다.
손통포차나를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고 프럼퐁이라는 역에서 내려서 쏘이 24(soi 24)로드를 쭉 따라 내려가다가 왼쪽에 위치해있다.가격은 생각보다 많이 비싸다. 적어도 혼자 먹을때 500바트 이상은 줘야한단다.
오늘을 위해 이를 갈고 왔다. 아끼고 아끼고 난 돈을 오늘 방콕의 마지막 만찬에 다 쏟아 붓겠다는 마음으로 와서 뿌팟퐁커리를 시켰다. 그람수로 나가는데 생각엔 천바트는 나올 줄 알았는데 한국돈으로 당시 15000원정도에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볶음밥까지 더해서 시켰는데 사근사근하게 잘 주문해서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서비스도 굉장히 잘해주고 음료수도 등뒤로 공짜로 주시고 도망가셨다. 이거 황송할 따름인데...
음식은 예상대로 정말 맛있었다. 새우덕후라 그런지 새우가 들어간 볶음밥은 무조건 환장하고 먹는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또 한번 찾아오고 싶을 정도로 꽤 맛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열심히 뿌팟퐁커리를 잘하는 집을 찾고 있다.
포차나 앞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들어오는 길. 비가 다시 추적추적 내린다. 아침까지만 해도 화창하고 좋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우기를 택해서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클럽은 연신 쿵짝쿵짝 쉴새 없이 노래를 트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은 일찍 자야하기에 숙소로 들어간다. 내일 5시에 일어나 국경으로 가는 카지노 버스를 타러 간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내일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캄보디아를 가게 된다니, 게다가 정보도 너무 없어 포이펫 국경을 잘 넘을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그날 숙소에는 용호는 이미 놀러가고 없었다. 여행자는 항상 스쳐감에 익숙해야되는 법이다. 숙소에 돌아가서 나에게 잘해주는 직원에게 가서 넌지시 다시 이 숙소로 돌아올 예정이고 내일 잠시 캄보디아에 다녀올 것 같은데 캐리어를 놓고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괜찮다며 자신이 보는 곳에다가 놓고 가라고 일러준다. 단돈 6000원짜리 숙소인데도 나름대로 잘 선택한 것 같다. 물론 이글을 보는 사람이 이 숙소를 찾아서 내 글을 맹신해서 예약하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자는데에는 정말 관대하기 때문이다.
그날도 숙소에서 일찍 잠에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모두가 밖에서 즐기고 있는 듯 하다. 덕분에 잠에 드는데 방해요소는 없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