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국에 있을때 가장 놀랐던 것은 길거리에 개나 고양이가 없고 왠 여우가 도처에 깔려있다는 점이었다. 길가다가 이틀에 한번꼴로 여우를 만난적이 있다. 사실 이 여우는 굉장히 골치거리인데, 괴담으로 사람 집에 침투해서 아기를 할퀴었다거나 하는 문제들을 풍문으로 듣곤 했었다. 


우리집 정원에는 내가 집에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여우가 근처까지 다가와 똬리를 틀고 일광욕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내 룸메 아비쉑은 언제나 내게 말하길, 이게 다 옆집 할머니가 여우에게 먹이를 주기 때문일거라고. 


그만큼 여우가 많다. 런던에서 하도 여우를 많이 보니 그냥 귀엽다 하고 말 정도가 되었으나, 사실 내게도 굉장한 골치거리로 낙인찍힌 일이 있었으니 바로 밖에 빨래를 말려놓으면 이녀석이 하나둘 물어가버린다는 것이었다. 양말 한쪽이 없어진건 비일비재했고 내게 딱 걸린 적도 있었다. 게다가 털갈이 시즌에는 옷에 여우털이 잔뜩 붙어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쳐다보지마! 나 짜증날라 그러니까!


그리고 녀석들은 밤마다 정원에서 대차게 그르렁댄다. 그것도 밤새도록. 잠에 예민한 나는 이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그랬기에 늘 창문을 두드려 녀석들이 조용해지지 않으면 창문을 열어 그냥 내쫒았다. (처음에는 여우를 두려워했는데 이제 그냥 대놓고 발길질)


아무튼 오랜만에 킹스맨을 보는데, 에그시가 경찰차를 쫒는 장면에서 여우가 나오는데 괜히 반갑기도 했고,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여우는 2년간 계속 비슷한 시간에 찾아왔었다. 생김새가 비슷한걸 봐선 같은 녀석일듯한데.. 



이름이라도 붙여줄 걸 그랬나보다. 






날짜

2015. 5. 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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