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런던에서 미역국 만들기에 이어 또다른 '어설픈'시리즈, 불고기 만들기를 포스팅해볼까? 저번 포스팅을 참고하여 소불고기 양념을 먼저 구입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http://monotraveler.com/361 참고
소불고기 양념이 제일 저렴한 곳은 런던 시내에서 차이나타운의 'Loon fung 마켓'이다. 이곳에서 불고기 양념 하나면 많은 양의 고기를 재워놓을 수 있다. 재료는 간단한데 양파, 버섯, 고기(Rump, Sirloin)을 준비하도록 한다. 일단 나는 얇게 썬 고기가 필요해서 그냥 스테이크 용 고기를 샀다 정확한 명칭은 (TESCO BEEF THIN CUT STEAKS)다. 나중에는 정말 써는게 귀찮아서 그냥 Stir fry meat 을 사서 해봤는데 사실 퀄리티로 따지면 전자가 훨씬 먹기 좋았다.
가격은 5파운드 (누가 영국고기가 싸다고 했는가) 정도로 사실 그리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아님, 내가 한국 상황을 모르는것인가. 고기를 준비하면서 급 한국이 그리워졌다. 그냥 가서 불고기 용 거리 주세요 하면 딱딱 썰어주시는데 말이지.
여기서 주목할 점은 MIXED MUSHROOM STIR FRY다. 이곳 영국은 다민족 사회이기도 하고 워낙 영국 본토 음식보다 다른 나라 음식을 좋아해서인지 이렇게 드래곤이 그려져있고 중국음식용 야채들이 잘 나와있다. 그것도 손질이 다 되어있다. 나는 불고기 용 야채를 양파를 제외하고 모두 Stir fly 용 야채를 사용했다. 구성물은 적당량의 버섯과 당근, 배추정도가 썰려있다.
불고기 양념 290g이면 1키로는 거뜬히 재울 수 있다. 사실 마법의 양념이라고 할 수 있다. 뭐든 이것만 뿌리면 친구들이 불고기를 먹고나서 소스를 빵에 적셔먹는 진풍경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얘 덕분에 유럽여행을 하면서 공짜로 숙박한 경우도 많았다.
자 우선, 열심히 먹기 좋게 고기를 썰어본다. 근데 이게 쉽지가 않네. 왜 썰리지 않는거니. 칼을 다시 슥삭슥삭 갈아본다. 생각보다 고기를 써는것은 중노동임에 틀림없다. 고기를 썰면서 또 한국이 그리워졌다.
나름 그냥 어찌저찌 자르긴 했다. 핏물을 원래 빼야하는게 맞나 싶기도 한데 소고기에 핏기가 없으면 맛이 없을거같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속을 강타해, 그냥 그러지 않기로 했다.
자 이제 고기를 투하한다. 꿀쩍꿀쩍. 찰흙 빚듯이 하는데 참 재밌다. 달달한 향기가 올라오니까, 아 문득 육회가 생각났다. 그냥 이대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곳 영국은 베지테리언이 굉장히 많은데, 난 아마 안될거야.
자 야채를 이렇게 다듬어놓고, 고기를 최소 한시간 재워놨으니 이제 친구들과 모임에서 스타가 되는 것은 식은죽 먹기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나는 스페인 친구들의 홈 파티에 초대되었고, 니네가 여태까지 먹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것을 맛보게 해주겠노라고 큰소리를 빵빵 쳐놓은 상태였다.
향긋한 냄새가 올라오자 친구들은 '이 아시아놈이 뭔 괴랄한 짓거리를 하나' 궁금해서 참지를 못한다. 나는 거기에 대고 연신 니네 이게 마약보다 더 맛있을거야 라고 했다.
한그릇, 두그릇이 비워지고 친구들은 스페인 빠에야, 치킨, 오믈렛을 제치고 불코키가 WIN 이라고 엄지척했다. 역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불고기 스타일!
그날 이후로 나는 이녀석들의 불고기 요리사가 되었고. 나의 불고기 재우는 실력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하여 유럽여행 내내 불고기 요리사가 되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