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일이 되면 조용히 가족과 생일을 보내곤 했습니다. 영국에서 처음 맞는 생일도 주변 친구들에게 알리지는 않았어요. 룸메들과 조촐하게 보내려고 마음먹고 있었죠. 그런데 친하게 지내던 파니(프랑스 친구)가 일끝날때 쯤 전화가 오더라구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 생일인거 페이스북보고 알았는데 잠깐 나와서 와인이나 한잔 하자라고 하더군요.
이 친구는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를 하다가 인턴겸 영어공부 겸 런던에 온 친구로, 저와 같은 학원을 다닌지 꽤 되었고 지금은 학원 코스를 끝내고 엔젤역 부근(상당히 잘 꾸며진 동네이며 잘 사는 동네)의 앤티크 샵에서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친구도 마침 인턴근무 시간이 끝나서 그녀가 아는 핫 플레이스인 <킹스크로스 역>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 정보없이 무작정 킹스크로스 역으로 가서 친구를 만났지요. 정해진 시간에 친구를 만나 저를 이끌고 갔던 곳은 영국의 유명 패션스쿨인 세인트 마틴 학교였습니다. 이 학교 1층에는 레스토랑이 하나 자리잡고 있는데 이렇게 와인바도 같이 하고 있더라구요.
간단하게 생일 축하를 하면서 화이트와인을 시켰는데 비커에 나오는 재밌는 풍경이. 일종의 디캔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네요. 이런저런 영국생활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중간에 무슨 사진을 하나 꺼내는데 첫눈이 올 때 엽기사진을 찍었던 걸 인화까지해서 뒷면에는 키스자국(?)까지 남기고 메세지를 써줬더라구요. 너무 고마워서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영국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속까지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에 저는 향수병이 덜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친구들은 하루에 한번씩 문자를 주고 받고 있지요. 그럴때마다 가끔 유럽을 다시 가고 싶은 충동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힘들때 그렇게 챙겨주는 친구가 있으니 온라인으로도 위로를 많이 받곤 합니다. 앞으로 영국에서의 생일이 한번 더 남았네요. 그땐 어떤 인연을 또 만나게 될 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