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6/2014 (Day 7) Torres del rio -> Logrono
기봉은 낮잠을 잔다고해서 냅두고 비올레타와 나는 밖으로 나섰다. 뭔가 낮술을 해야할 것 같은 .. 그런 날씨였기 때문이다. 마침 밖으로 나서니 시에스타다. 그래도 큰 도시다보니 몇몇 음식집은 문을 열어서 다행이었다. 토르티야를 간만에 먹어볼까 하는 비올레타를 따라 졸졸졸 따라간다.
맛있는 타파스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는 비올레타니 믿고 따라간다. 사진에 보이는 성당 주위로 광장이 펼쳐져 있다. 이 근처는 워낙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으니 이곳 중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간단한 또르티야를 주문하니 찍어먹을 올리브유와 빵이 나온다. 맥주는 당연히 시켰고...(;) 다들 자는 시간에 이렇게 맥주와 또르띠야를 먹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고 내가 왠지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웁스.. 취해가는건가)
아무튼 또르티야는 그냥 계란을 부쳐낸 것 같지만 정말 맛있었다. 안에 감자도 실하게 박혀있고 말이다.
약간 알딸딸하게 취해 광장을 돌아다닌다. 길을 걸으며 계속 마주쳤었던 독일 아주머니가 보여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는 이 마을에 맛있는 것도 너무 많고 아이스크림이 특히 맛있었다며 적극 추천해주셨다. 그치만 마침 갔던 아이스크림 가게는 시에스타라 문이 굳게 닫혀있다.
비틀비틀 길을 걸으며 돌바닥도 찍어보고 사람도 없는 골목들을 열심히 찍어본다. 이 큰 도시가 한순간에 조용해지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돌 바닥에 까미노 데 산티아고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들이 일러스트로 표시되어 있다. 반가운 레이나 다리도 있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길.
알베르게에 돌아와서 밀린 빨래를 하고 일기를 쓴다. 졸다가 일기를 쓰다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오후 5시. 오늘은 뭘 먹지? 이 생각부터 나더라.
부엌 상태를 살펴보려고 나갔더니 그곳에 마침 책을 읽고 있던 론이 운을 띄운다.
"오늘은 한국 음식이나 먹어볼까~아?"
음.. 원래는 빠에야나 먹으려고 했는데.. 빠에야가 아니고 한국음식이라.. 나는 조미료도 없고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데...
기봉이를 깨워 "야 우리 뭐 해먹냐" 했더니 기봉이는.. 그럼 수제비를 만들어먹자고 했다.
수우제에비이?
하기야.. 고기로 요리를 하려고 해도.. 생각해보니 에밀리가 베지테리안(채식주의자)이라.. 수제비 밖에 방법이 없다. 멸치도 없는데 어떻게 국물을 낸담...
엉클 론은.. 오늘은 한국음식을 먹는다며 기대에 부풀어 노래를 지어 부르고있다.... 점점 엄습해오는 부담감...
내 평생 수제비를 만든 기억은.. 중학교 때 코스프레 한답시고.. 코스프레 옷을 재봉틀로 박다가 배가 고파 실과 실습실에 잠입해서...
남은 간장과 밀가루를 가지고 비스무리하게 수제비를 만들어 먹은게 마지막이었는데..
간장?
간장은 비싸니까.
아하!
라면스프가 있었어
기봉이와 나는 서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수제비 만들 준비를 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