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6/2014 Day 9 (Najera -> St domingo)
St domingo 마을 초입. 여기서부터 아스팔트가 깔려진 도로라, 조금 쉬고 출발하기로 했다. 워낙 일찍 출발해서 서두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나나와 보카디요, 물러터진 복숭아를 먹으면서 그늘아래서 쉬는데... 물러터진 복숭아가 젤 맛있다. 어째서 이렇게 맛있는건가!
너무 맛있어서 침을 질질흘리면서 복숭아를 먹는데 저 멀리서 낯익은 사람이 걸어온다. 나헤라에서 내 옆자리에 주무셨던 그 프랑스 아저씨! 크리스티앙이다.
아저씨께 큰 목소리로 "봉쥬르~"하고 반기니까 웃으면서 "헬로" 하심... (아아...)
-_-
아저씨는 누가 봐도 뭔가 되게 착해보이고.. 수도사같고.. 목소리도 차림새도 뭔가 성직자 포스가 물씬 느껴지시는데.. 아저씨는 이 마을에 대해서 간략하게 한마디 남기시고 우리를 지나치셨다.
"그...여기에 꼭 봐야하는게 있는데, 이 마을에는 닭 두마리에 대한 전설이 있어. 교회에 가면 운 좋을때 닭이 우는소리를 들으면 행운이 찾아온대"
그 닭의 전설이 뭔가 궁금해서 급 찾아봤다 (출처 : Camino Corea)
- 15세기에 독일 윈넨뎀 출신의 우고넬이라는 이름의 18살 청년이 신앙심이 깊은 부모님과 함께 산띠아고 순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머물던 여인숙의 딸이 그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여 사랑을 고백했으나, 신앙심이 남달랐던 우고넬은 그녀의 고백을 거절했습니다. 상심한 처녀는 그에게 복수를 하려고 은잔을 우고넬의 짐 가방에 몰래 넣고 도둑으로 고발을 했습니다.
재판소로 끌려간 우고넬과 그의 부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청년은 유죄 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지게 되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그의 부모는 산띠아고 성인에게 기도를 올리며 순례를 계속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서 “산띠아고의 자비로 아들이 살아있다”는 하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있다는 음성을 들은 기쁨에 찬 부모가 재판관에게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달려갔습니다. 마침 닭고기 요리로 저녁식사 중이던 재판관은 그들의 말을 듣고는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살아 있다면 당신들이 날 귀찮게 하기 전에 내가 먹으려 하고 있었던 이 암탉과 수탉도 살아 있겠구려.” 그러자 닭이 그릇에서 살아나와 즐겁게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재미있는 전설 덕택에 1993년부터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는 이 기적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었던 청년 우고넬의 고향인 독일의 윈넨뎀과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산또 도밍고의 재판관들은 우고넬의 결백을 믿지 않았던 것에 대한 사죄로 몇 백 년 동안 목에 굵은 밧줄을 매고 재판을 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전설과 전통 때문에 중세에 순례자들에게 여행 중에 수탉이 우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은 징조로 여겼습니다. 프랑스 순례자들은 순례길을 걸으며 닭의 깃털을 모았는데, 그것이 순례 중에 그들을 보호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폴란드인들은 순례 지팡이 끝에 빵 조각을 얹어서 닭에게 주고 했는데, 닭이 빵을 쪼아 먹으면 순례에 좋은 징조라고 여겼습니다. -
라고... 오호라.
닭의 기운을 받고 싶어 힘을 내 마을로 들어왔다. 마을의 광장으로 보이는 곳에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는데 바로 론과 비올레타였다. 길바닥에 철퍼덕 누워있길래 물었다.
"어라? 4km 더 간다고 하지 않았어?" 라고 물으니 오늘은 여기서 쉬겠단다. 이미 알베르게는 예약을 걸어뒀는데 우리가 가려는 알베르게 바로 맞은편이다. 우리도 원래는 이곳에 쉴 생각이 없었는데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말해 준 성당을 가보지 않고서는 아쉬울 것 같아 여기에서 머물기로 결정했다.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빨래를 하고 밖에 나오니 동네가 평화롭다.
사람도 많지 않고..
평화로운 느낌의 마을이다.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말했던 성당.
이 성당안에는 볼 것이 정말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입장료도 따로 받는다.
마침 프란체스카도 도착해서 성당안으로 들어가 봤다. 잠깐 둘러보자고 했던 성당이었는데 규모가 커서 한참을 둘러봤다.
특히 이 정원은 정말 맘에 들었다. 정원에서 햇살을 쬐면서 거의 40분정도를 누워있었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준영! 거기서 뭐하고 있어?" 프란체스카가 물었다
"여기 그늘에 누워봐, 올리브 나무 소리만 들리고 아무것도 안들려.. 진짜 평화로워"
그렇게 둘이 누워서 그냥 그렇게 40분을 누워있었다.
(사진 : 성당의 분위기 - 옆으로 넘겨보세요)
그리고 실제로 살아있는 닭이 있는 우리. 오늘은 왜 안 우는거니 대체!! 왜! :p
성당은 옥상도 올라갈 수 있게 되어있다. 옥상 위에서 본 마을의 모습은 참 평화로웠다.
성당을 나와 시에스타가 막 종료된 마을을 돌아본다. 아까보다는 비교적 북적이는 모습.
왠지 느낌 있는 마을의 우물가.
성당 앞에 있는 산토 도밍고 성인의 판넬은 순례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동네를 휘젓고 다니다가 반가운 아저씨들을 만났다. 길을 다니면서 늘 hola를 외쳤던 이탈리아 아저씨들. 다들 우리를 보더니 꼭 사진을 남겨야 한다면서 이런 사진을 남겼다. 아저씨들 매일같이 마주치면 다리는 안아프냐고 걱정해주셨는데 그리운 아저씨들이다.
쉬면서 먹었던 상그리아. 처음 먹어봤는데 적당히 달달하고 좋다.. 아..아.. 취한다.
한참 신이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늘 뭐 먹을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별소식.
함께 걷던 마르타가 갑자기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에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미안..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오늘 돌아가기로 했어.."
원래는 이 동네에 있는 쿠킹스쿨 프로그램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우리는 마르타에 더 집중하기 위해 취소하고 함께 펠레그리노 메뉴(순례자 메뉴)를 함께 하기로 했다.
아 갑작스러운 이별이 조금은 아쉽다. 미리 얘기 해주면 참 좋았을텐데..
샹그리아를 한 잔 하고 나오는데 다시 만난 이탈리아 아저씨 무리. 이 이탈리아 아저씨들도 마르타와 함께 돌아가는 것 같았다.
"우리 마지막 사진 찍어야 돼! 너희들이랑 찍을꺼야!" 아저씨들의 막무가내.
"자 그럼 광장에서 찍읍시다!" 기봉이가 먼저 길바닥에 철푸덕 누워서 포즈를 취하니 다들 그 뒤로 진영을 만든다. 다들 하하호호. 내일 돌아가는 사람들 같지 않다.
같은 날,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을 처음으로 보내는 날이다. 그들의 유쾌함에 늘 즐거웠고.. 그래서 더 힘든 줄 몰랐는데..
앞으로는 더 익숙해지겠지.
그날 저녁 함께 모여 필그림 메뉴를 먹는다. 차가운 토마토스프(가스파쵸)와 돼지고기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서로 마르타를 보내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미소가 아름답고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대해줬던 마르타가 떠난다니 믿기지 않는다. 정이 정말 많이 들었는데..
"앞으로 이탈리아 오게 되면 얘기해! 나 비첸자에 사니까!"
안그래도 비첸자는 친구가 사는 곳이라 겸사겸사 꼭 만날 수 있기를. 뜨거운 포옹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
신의 가호가 마르타와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