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 가지마 이봐 어딜 가려는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비의 추적임.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내일 아침 난 여느때와 같이 커피를 내려먹을 것이고, 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건 똑같다. 하지만 이제 그게 뉴욕을 떠나는 첫 시발점이 될 테고, 이제 당분간은 추억속에서 그리워 해야겠지.

비오는 거리를 걷는 동안 여러생각이 오간다. 목적지인 MOMA PS1은 본관인 MoMA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아닌데, 비가 오는 궂은 날씨탓에 오늘은 감성적인 사람들이 꽤나 미술관을 찾았다.

퀸즈에 있고 조금은 외딴 미술관이지만 동네 호기심 많은 꼬마들이 찾는 조그마한 그들만의 플레이스. MoMA PS1은 비오는 날 더욱 기억에 각인되었다.


MoMA PS1은 MoMA 출입 티켓만 있다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곳이다. MoMA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드는 생각이, 미술을 실험하는 곳이라는 생각. 큰 공장에서 예술가들이 이것도 만들어보고 저것도 만들어보고 다양성과 창조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 대표적인 이유는 건물 전체적인 분위기가 말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 MoMA PS1에서의 아기자기함을 가진 조그마한 전시물과 실험적인 설치예술을 비롯해 마치 자연이 빚어준 것 같은 비는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뭔가 이제는 이곳을 정리하는 기분이 드는 오늘, 45 Road-Court House Sq 역으로 가서 7번전철을 기다린다. 그리고 항상 그랬던 것 처럼 비오는 날 까페에 앉아 조금은 쓸쓸하고 아쉬운 마음에 사람들에게 떠나기전 엽서를 써본다.


중국에 있는 친구, 멀리서 나를 그리워해줄 군대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 보스턴에서 날 재워줬던 가족 부부. 사실 10장으로는 내 친구들에에게 보내는 엽서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내가 여행을 하면서 도움을 줬던, 그리고 개인적으로 특별히 그리운, 그리고 멀리서 고생을 하고 있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엽서를 썼다. 중요한건 10장을 하루에 몰아썼던게 아니라 정말 그때그때 생각 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7번 전철 안에서 덜컹거리는 리듬과 함께 썼다. 이렇게 얘기하면 조금은 엽서에 그리움이 녹아있을까?

엽서도 조금은 특별하게 34번가에 있는 중앙 우체국을 통해서 부쳤다. 부디, 이 엽서들이 잘 도착하기를, 더불어 마지막으로는 나에게 보내는 엽서도 보냈다. 그곳의 느낌을 전달하고 변하고 있는 나를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건 엽서 말고 또 있을까? 손때묻은 엽서는 또 많은 손때를 뭍혀가며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겠지.

엽서를 다 붙이고 나서 비오는 거리를 걷는다. 아무생각 없이 잡히는 데로 걸었다. 어짜피 이제 걸어볼 곳은 다 걸어보았고 이곳에서 느끼고 싶은 것들은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한다. 잠시동안이었지만 난 뉴욕을 눈물나게 사랑했고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열심히 보듬었다.


뉴욕에서의 마지막 선물.
소호에서 기웃기웃대면서 동생을 위한 아디다스 백을 샀고,
지원누나가 부탁한 냉장고 부착물을 샀고, 나를 특별히 아껴준 사람들을 위해서 I♥NY 티를, 나에게 많이 도움을 줬던 친구에게 5Ave에서 직접 산 기프트 카드와 42번가에서의 스타벅스 한정 원두, 그리고 우리가족을 위한 허쉬초콜릿 한봉지. 쇼핑을 하고 나니 벌써부터 마음은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렇게 마지막 이곳을 떠나기전 선물을 구입하고 보니, 정말 이곳을 떠나는게 맞긴 하구나.

됐다. 치우자.
이제 짐정리를 하자.

내일은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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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0. 8. 3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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