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뉴욕에 왔을때 제일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하나는 뭐 누구나 한다는 쇼핑이고 또 하나는 예전에 전국일주했을때 처럼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맨하탄을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수 있을까? 하고 이것저것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 도화선이 된건 지하철에서 만난 포스터 한장이었다.

5월은 BIKE DAY.
그 사이트의 주소를 외워놓고 집에와 접속해보니, 5월에는 특별히 자전거 렌탈도 할인되고 중간중간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루트에 대한 소개가 방대하게 들어있었다. 안그래도 요근래 뉴욕의 5월, 비도 안오고 날씨가 참 착했는데, 이왕 이렇게 된거 맨하탄을 돌아보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 바리케이트를 스윽하고 열어보니, 햇살이 쨍쨍하다.
꿀을 발라낸 빵 한조각과 텀블러를 들고 나가려고 하니

"준영씨 오늘은 또 어디로 다녀오실껀데요?" 하고 주인 아주머니께서 물어보신다.
"저 잠시 나갔다 올께요, 오늘은 자전거로 맨하탄 정복하러가요~"라고 하니 아주머니가 준영씨는 참 계획적으로 여행을 잘 하는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드신다.

"하하 대단하긴요 뭘..." 하며 멋쩍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여느때처럼 날씨가 좋으니 버스 정류장 앞 공원에는 청설모도 많고 잔디도 푸릇푸릇하다.
 

내가 살던 집,


집 앞 풍경, 그리고 공원. 내가 자주 마주치는 Q16 정류장

일단 첫번째 목적지는 자전거 랜탈점이 있는 59st, 2ave이다. 59st역에서 내려 쭉 걸어들어가기로 했다. 이 렌탈점의 정보는 가이드북에서 얻은 정보가 아니라 홈페이지 홍보사이트에 자전거 랜탈점 목록이 있는데 그중에 있던 정보였다. 매달 뉴욕시는 새로운 체험거리를 매달 지정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그 공식 홈페이지가 생각보다 잘 운영되지 않을 줄 알았건만, 예상 외로 너무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각 렌탈샵과 할인율까지 거짓없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사이트 방문자가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어 유용했다.
그 중에서 난 25$ per day (하루에 25달라)로 표시되어있는 이 랜탈점을 선택한 것이다. 단 자전거의 반납은 6시로 해줄것. (뭐 그쯤이야 식은죽 먹기죠!)


오늘의 공식일정은 이로써 자전거를 타고 맨하탄 한바퀴를 돈 다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오르는 것으로 결정했다. 자전거로 맨하탄 도는 것은 맨하탄의 주위에 있는 자전거 도로를 쭉 도는 것으로 했다.



"안녕하세요 자전거 빌리러 왔어요~" 처음엔 좀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영어가 터졌다.
"좋은 아침이요~ 하루 빌릴건가요?"
"예 하루입니다"
"어떤 자전거로 할꺼에요?"
"아, 여기 앞에 있는 이게 좋겠네요"
"음. 그걸로 하고, 다른 부수기재는 필요없나요?"
"예 필요없습니다. 총 얼만가요?"
"예 25달러에 TAX 합쳐서 총 30달러 되겠네요"
"여기 있습니다" 하며 현금을 내밀었다.

"신분을 보증하기 위해서 신.용.카.드 부탁합니다"
"예? 신용카드요?"

갑자기 신용카드 얘기가 나오니 당황스러웠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체크카드는 안되요?" 재차 물어보니 체크카드도 안된단다.
이걸 어떻게 하지 하며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다가 마침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가 손에 잡혔다.

"이거는요?"
"음 이건 괜찮아요!"  어랏? 이것도 신용카드는 아닌데, 허용된다니. 뉴욕에서 주로 쓰이는 카드라서 그런가? 아무튼 또 잡히기 전에 앞뒤 따지지 말고 나가자!

일단 다행이었다. 자전거를 가지고 나오면서 힘들게 얻은 자전거인만큼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아 오늘은 날씨도 너무 좋고 바람도 선선하니 자전거 타기 정말 좋은 날씨인것 같다. 일단 센트럴 파크를 가서 그 주위를 자전거로 돌아봐야 겠다.
역시 센트럴 파크는 걷는 재미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는 것도 너무 시원하고 좋다. 자전거를 씽씽달리며 센트럴 파크 초입부터 한바퀴를 쭉 돌기로 한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살짝 경험했던것 처럼 이곳도 바이커들끼리 만나면 서로 "How are U today"라고 하면서 인사를 건넨다. 인라인을 타고 있는 사람하고는 오늘 하루에 대해서 열심히 수다를 떤다.

한바퀴를 이렇게 도는데만 적어도 20분은 걸리는데, 사실 넉넉잡고 1시간으로 보는 것이 자전거를 타고 센트럴 파크를 가면 중독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센트럴 파크에서 한번쯤 자전거로 돌아보면 다시 한바퀴 더 타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또 한바퀴를 돌고, 또 돌고 그렇게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것이다.

그만큼 센트럴 파크는 중독성이 넘쳐흐르는 곳이다.
한 1시간을 라이딩하니 다리가 슬슬 아파와 Sheep meadow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슬슬 쉬면서 또 욕심이 스믈스믈 올라오는데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우물쭈물 어떤 이에게 내 사진을 부탁할까. 고민하다가 저 멀리서 꼬마아이와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음 왠지 저분이라면 부탁을 들어줄것 같아'라고 생각해 바로 쫒아가 말을 걸었다.

"Would you like to picture of me?" (괜찮으시다면 제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나요?"
"SURE!!" (당연하죠)

...
......

"But I wanna some 3times pose" (그런데 3가지 포즈를 취할거에요) <- 지금보니 참 말도안되게 말했구나...하하


"Yes~~~~~~~" 하며 웃는다. 아이구 고마워라.휴~
그렇게 나는 사진기 앞에 서서 3가지 포즈를 취했다.

"One ! Two ! Three! " 이렇게 하면서 3가지 포즈를 보여주면서 쇼를 했다.
"HAHA OK~~!!!" 하며 주문을 알아들은 듯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리고선 "사진 중앙에 위치하게 해주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자 찍습니다아!"

"하나! (찰칵!), 두번째에요! (찰칵!), 마지막!(찰칵!)" 세 컷을 앉아서, 입벌리면서, 서서
찍었더니만 "완전 모델인데요?" 하며 실컷 웃는다. 그리고 나도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그녀의 사진기로 아이와 함께 찍어주었다.

얼마나 유쾌하던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사진 예쁘게 찍어주셔서 감사!!


그렇게 사진을 찍고 100번가쪽으로 이동해서 서쪽으로나와 모닝사이드 하이츠쪽으로 자전거를 몰고 간다. 점심시간이 되면 배가 고파질께 걱정되어 베이글을 사기로 했는데 유명한 베이글 집이 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 이러면 되겠네, 모닝사이드 하이츠 쪽으로 갔다가 뉴저지가 보이는 허드슨강을 끼고 쭉 월스트리트 쪽으로 내려오면 되겠구나. 지도상으로는 불가능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모닝사이드 하이츠 초입에 있는 리버사이드 공원으로 들어가 쭉 내려가니 조깅을 하는 사람이 반 이상이다. 조심조심 자전거를 몰아 스트리를 하나씩 하나씩 카운트 하며 내려갔다. 쭉 내려가다 어느새 96st 에 닿았을때 다시 동쪽으로 자전거를 돌려 H&H Bagles에 도착.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누가 혹여나 가져갈까 눈칠 보며 기본 베이글 2개와 블루베리 베이글 1개, 마늘맛 베이글 2개, 휴대용 필라델피아 치즈크림을 사서 나왔다. 도합 5달러 정도 들었으니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베이글을 사가지고 나와 공원 벤치에 앉아 그 중 2개를 치즈크림을 발라 해치웠다. 고소하게 잘 발렸는지 퍽퍽한 베이글이 어느새 크림이 베어들어 연하게 느껴진다. 바라만 봐도 속이 든든한데, 먹고나니 더 든든하다. 고작 빵 2개였는데 말이다.



속이 좀 든든해지자 다시 자전거를 몰고 내려간다. 몰스킨 다이어리를 보면서 쭉쭉 내려가는데 공사중이라 막힌곳도 있고 길을 잘못들어 주차장으로 들어가기도 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 내려가니 어느새 42번가를 지나고 있다. 이제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계속해서 어떻게든 내려갈 수 있을거야 라는 신념까지 생겨버린터라 변덕스럽게 쨍쨍하다가 흐려지는 날씨와 길 못드는 위험정도는 어느정도 감수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며 '아 뉴욕의 날씨는 정말 변덕스럽군' 하고 바람에 맞서 라이딩을 하는데 저 멀리 아시아계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무슨 시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 지나가는 사람마다 전단지를 한장씩 나눠주는데, 궁금해서 한장 받아보니 티벳 독립에 관한 것이었다. 뉴욕시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과 티벳인들이 티벳 독립을 주장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하긴 그 당시 티벳 유혈사태가 있었던 시점이니 이해가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티벳이 반드시 독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라 고이 접어 가방에 넣었지만, 한쪽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는게 뉴욕시에는 여러인종이 섞여있고 중국인도 무시못할 만큼 많은데 한족과 티벳인들이 마찰을 겪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어느정도 라이딩을 하니 또 배가 고파 벤치에 앉아 나머지 베이글을 해치우는데 목이 말라 주위를 둘러보니 식수대가 보인다. 뉴욕의 수돗물은 믿고 먹어도 된다고 해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다시 출발하던 찰나, 인근에서 왠 헬기가 뜨고 내리고를 반복하길래 뭔가 해서 보니 관광용 헬기가 뜨는 곳이 근처에 있다. 헬기를 타고 맨하탄을 돌면 어떨까 궁금하다. 돈만 더 있으면 헬기도 타보는 건데 아쉽구나. 뭐 괜찮아! 나중에 성공해서 오면 되지 뭐 하하 !



어느정도가니 생각보다 맨하탄 라이딩이 그리 어렵지 않다. 자전거 도로도 잘 되있고 구비구비 쉬어 갈 곳도 잘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갔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미트패킹지역을 지나 Chelsea pier에 도착한다. 예전엔 부두였을 이곳이 2009년부터 발효된 부두 재개발 프로젝트로 스포츠센터로 탈바꿈 했다. 그 이후로도 57pier 등 근방에 위치한 부두들도 브루클린 브릿지에 위치했던 pier17처럼 탈바꿈 하고 있다.


여태껏 라이딩을 하면서 신경쓰지 못한 부분인데 자세히 보니 자전거 도로가 두갈래로 되어있더라. 하나는 인라인 스케이트용으로 하나는 자전거용으로였다. 생각보다 사람 중심적인 뉴욕시의 배려가 돋보였다. 아까는 식수대로 구비되어 있더니만, 조만간 이 부두들도 이렇게 사람 중심적으로 재개발 되겠지. 항상 그랬듯 예전의 명성을 기리는 메모리얼 전시관도 만들어 놓을테고 말이다.

어느새 라이딩이 힘이 부칠무렵 월스트리트를 지나 자전거 도로가 끝이 났다. 이쪽으로 계속가다 보면 오른쪽에 뉴저지의 상업지구인 호보켄이 보이고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페리 선착장이 나온다.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관광객 무리들의 표정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밝고 들떠있다. 여행을 하는 사람의 표정은 항상 밝은 것 같다. 여행을 하면 한층 기분이 좋아지는건 당연한 것이기에 내가 여행하는 이유중에도 밝은 기분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라는 항목이 있다. 설레임을 , 그리고 자유를 느낀다는 것은 몸에 아드레날린을 충전하는 것과 같다.

선착장을 돌면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선착장, 그리고 그 곳을 쭉 돌면 고가 도로가 나오는데 그곳 근처에 East river park가 있다. 잠시 쉬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4시가 되었다. 시간 참 빠르구나. 생각만큼 여기까지 오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그만큼 곳곳에 쉬어갈곳이 많아서겠지. 저 멀리 보이는 브루클린 브릿지에 노을이 지고 있는 모습도 예쁘고 강물이 찰랑 거리는 것도, 분위기가 묘하게 좋다. 그 풍경을 즐기다가 왼쪽편에 있는 브루클린 브릿지와 워싱턴 브릿지가 노을이 지니 너무 멋지다. 낭만 포인트가 넘쳐나는 구나 아주.



6시까지 반납까진 2시간 밖에 남지 않아 계속 있을수는 없고 다시 항구에서 나와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다. Pier 17을 지나 항구밖을 나오는데 천사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가 보였다. 50센트를 넣으면 춤을 추는 퍼포먼스인데 사람들이 50센트씩을 넣으면서 너무나도 즐거워한다. 나도 그 광경을 넋놓고 즐기고 있다가 보니 장애인이 멀리서 휠체어를 끌고 오는데 그 천사가 원래는 돈을 집어넣어야 움직이는데 장애인이 다가오자 갑자기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장애인도 즐거워 하며 같이 춤을 춘다. 춤이 끝나자 천사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뭔가 작은 선물상자를 꺼내더니 장애인 손에 따듯하게 쥐어주었다. 그 선물이 무엇이든간에 이 얼마나 따듯한 광경인지, 천사는 단순한 퍼모먼스를 하는게 아니었다. 행복을 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뉴욕을 떠올리면서 빠르고 차갑다는 도시적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렇게 따듯함은 이곳저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더라. 훈훈함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항구를 떠나 자전거를 타고 다시 UPPER쪽을 향해 달린다.



열심히 달리고 있었을까 넋놓고 있을동안 내가 계속해서 따라다녔던 자전거 라이더 무리를 이탈했다. 그래서 갈길을 가겠다고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흑인 가족이 아예 도로를 쫙 점거하고 걷고 있었다. 난 별 생각없이 빵빵 거리면서 비켜달라고 정중히 호소하며 달리는데도 이사람들이 길을 만들어주려는 시늉을 하는 듯 하더니 다시 길을 확 막는 바람에 난 급정거하며 동시에 몸이 붕 떠서 그대로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내 몸에 있던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를 하늘 높이 든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아찔해져서 하늘을 멍하니 쳐다봤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한건 바로 주위에서 조깅하고 있던 백인들. 두세명이 다가와서 괜찮냐고 재차 물어보니 내가 아직은 정신이 들어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전 괜찮아요(I'm OK)"를 연발하면서 애써 쿨한척을 해본다. 어쨌든 그렇게 일어났기는 한데, 그 흑인 가족은 뒤에서 우당탕탕 사고를 치뤄도 뒤도 안돌아본다. 그들을 앞질러가는데도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까 천사를 보고 마음이 한껏 훈훈해졌는데, 참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는구나 하고 다시한번 느낀다.


온몸이 멍든채로 정신없이 라이딩을 계속 했다. 그런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을 줄이야, 지도를 보지 않고 무작정 강가를 가려던 계획은 마지막에 나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고야 말았다. 자전거 무리가 없으니 철저히 내 판단에 의해서 가고 있는데 42번가를 지나서 계속 내달릴 무렵, 어느샌가 자전거 도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난 속으로 아 잠깐 끈겼다가 나오나보다 하고 계속 앞으로 달렸다.


어? 도로가 사라지네?


바보같이 상황판단을 잘못했다. 이게 어디로 가는 길인지 확인도 안한채 길이 없어지니 차도로 달렸는데 저 앞에 터널이 있었고 터널에서 다시 멈췄어야 하는건데 차들과 함께 터널에 같이 들어가 버린것이다.


터널에 들어서니 왠 승합차 문이 스으윽 열리더니 "멍청한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왔냐"하면서 깔깔대는 흑인 무리들의 야유, 그리고 할머니 승용차에서 나오는 온갖 욕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태가 심각했다는걸 그제야 눈치챈 나는 일단 자전거를 번쩍 들어 가로 빠져나왔다. 가슴이 순간 두근거렸다. 이대로 가면 아예 교각에 들어서고 Exp way 라고 써있는 것 보니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는 고속도로 초입이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다시 빠져나가려면 방법은 딱 하나 역주행 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세상도 참 무심하시지, NYPD는 곤경에 처한 날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 "아저씨 차라리 저한테 물어보기라도 하시지요 왜 당신은 거기에 있냐고..."

그 단 한가지의 방법은 30분의 한숨쉼과 동시에 하나의 결정에 의해서 실행되었다.
일단 내 주머니에는 네임펜이 있었고 종이가 있었고 먹거리를 싸기 위한 테입이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건 자전거의 반납은 6시라는 것! 그리고 그 6시는 이제 20분도 남지 않았다.

난 ..
자전거 렌탈비를 더 지급하고 싶지 않아!!!!!!

그 생각에 바로 무모한 역주행을 하기로 했다.
I'm sorry를 처절하게 쓴 종이를 등 뒤에 붙이고 눈 질끈감고 10여분간의 역주행이 시작되었다. 내 목숨을 걸었다.

여기저기서 경적소리와 욕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눈 질끈, 마음을 확 닫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내 조국 대한민국에게 무한하게 죄송해하며 목숨을 건져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자전거 렌탈비를 더 내고 싶지 않다는 자린고비 정신 하나로 내질렀다.

그리고 결국은 성공했다.
벤치에 자전거를 뉘여놓고 상처투성인 무릎과 자전거 기름칠로 범벅된 내 흰 티셔츠, 누가봐도 홈리스 행색이다. 살아 나온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길만 잘 찾았으면 그런 수모를 겪지 않았을텐데, 정신을 제대로 가지고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다.

자전거를 힘겹게 타고 가까스로 5분전에 반납하고 힘든몸 가누기 어려워 집으로 그냥 갈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가겠다는 계획을 엎어버리기엔 이제 뉴욕 체류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강행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해서 34번가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한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오늘따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왜 이리도 높아보이는 걸까, 꼴 좋다 장준영.
쉬는 내내 그곳에 왜 갔을까 하는 자책을 쉴새 없이 한다.

날이 조금씩 저물어 갈 무렵 이때 야경을 보면 다양한 색을 볼 수 있을듯 싶어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입장했다. 102층이나 되는 이 건물의 엘리베이터, 오래되어 조금은 구식이지만 아직도 잘 작동한다. 최고 전망대까지 올라가려면 Extra charge(추가요금)을 내야하지만 야경을 보기 위해 많이 가는 일반 전망대를 택했다. 



철창살이 야경을 보기에 방해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을 안전하게 해주는 동시에 카메라 지지대 역할을 잘 해주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은 너무나도 추웠다는 것, 내 복장이 자전거 여행한답시고 반바지에 반팔에 걸칠것도 변변치 않은데 다른 분들은 다 두껍게 입고 왔더라. 한 할머니는 "Crazy Boy~~" 하면서 춥지 않냐고 물어봤다. 난 괜찮다고 누차 말했지만 솔직히 엄청 추웠다. 날이 저물어 가자 추위는 더해졌다.


그래도 야경은 정말 예뻤다. 예상대로 다채로운 야경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고, 추웠지만 그곳에서 몇시간을 버텨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사진. 목걸이는 인사동에서 산 행운의 휘파람 목걸이.
 여행다닐때 항상 차고 다니면 항상 위기에서 날 구해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 하루만 있으면 뉴욕여행은 마무리를 해야한다. 캐나다 나이아가라를 마지막으로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한 액땜이었을까, 이제는 이렇게 고생하고 느끼는 여행을 당분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가슴이 저려온다.


INFORMATION
http://www.bikemonthnyc.org/ Bikemonth에 대한 정보


전체 라이딩 코스.


라이딩할때의 주의점, East 34th st에서 자전거 도로가 갑자기 끊깁니다. 여기서 중심가를 들어가지 않으면 저처럼 수모를 격으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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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0. 8. 3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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