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날씨 엄청 좋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 맑다 못해 깔끔한 날씨. 아침 일찍 좀 제대로 된 밥을 먹어보자 해서 해물뚝배기를 먹었다. 사실 갈치를 먹고 싶었지만 가격이 장난아니고 해서 해물뚝배기를 먹었는데 전복도 같이 있고 제법 많은 반찬에 밥 한번 든든히 먹었다. 이 힘으로 성산일출봉 한번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되겠구나 싶었다. 사실 어제 잠을 자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나 준영인데, 내일 성산일출봉 일출이 언젠지 알아 봐줄수 있어?”
“응. 알아볼게.”
그 다음 친구가 알아보고 문자로 보내준 내용으로는 새벽 07시 02분에 일출이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서 보기가 힘들지 않겠냐는 답변이 왔다. 그러나, 일어났더니 날씨가 완전 좋다. 좀 더 빨리 일출봉으로 가면 일출을 딱 맞추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삼다수를 하나 사가지고 부지런히 오른다. 벌써 일출이 진행되는지 밝아오고 있는데 오히려 일출을 놓쳤다는 생각보다. 더 멋진 장관을 보게 돼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서서히 성산부터 한라산까지 명암이 바뀌면서 하늘이 열리는 풍경 얼마나 멋있는지 모른다. 예전에 수학여행 왔을때는 시간이 부족해서 일출봉도 오르지 못했는데 이렇게 오르니 새로운 광경이 숨어있을 줄이야, 시간도 딱 맞아서 운좋게 좋은 광경을 보게되었다. 날씨가 맑으니 저 멀리 한라산도 볼 수 있었다. 제주도에 온지 근 3일만에 한라산을 볼 수 있다니 운 한번 억세게 좋다. 아 제주도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다.
성산일출봉 정상에 오르니 분화구가 크게 뚫려있다. 그곳 정상에서 떡과 음식을 파는 할머니가 있는데 혼자서 좋아서 방방 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사진을 굳이 찍어주신다고 한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온정을 피하고 싶지 않아서 부탁 드렸다. 그러니 할머니도 좋아하시고 나도 기분이 좋았다.
“혼자 온 학생이 근래에 참 많네 즐거운 여행 해야해~”
할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하늘을 보니 태양이 아주 쨍쨍 비치고 있다. 오늘은 또 엄청나게 덥겠구만. 그래도 간만에 보는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라서 기분이 너무 좋다. 올라가는것도 기분이 좋았지만 내려오는 기분도 얼마나 좋은지 기분이 너무 좋아 핸들에 먹을 것을 잔뜩 사가지고는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종달리 방향으로 페달을 밟았다.
종달리의 해안이 제일 예쁘다
왠지 가벼워진 발. 남아도는 체력. 멋드러진 풍경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도 전부 작품으로 나온다. 아, 나중에 이곳으로 와서 멋드러진 호텔에서 숙박하면 얼마나 멋질가 생각해본다. 너무 풍경이 멋져서 인지 이곳저곳 호텔이 들어서 있다. 다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신나게 달리다가 종달리를 지나 어느새 세화쪽으로 가고 있다. 차도를 지나 다시 해안도로로 진입하기를 몇 번 저 멀리서 꼭 보고 싶던 풍력발전단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 강릉에서의 좋은 기억때문일까 풍력 발전기만 보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페달 밟은 발이 점점점 빨라진다. 빨리 닿고 싶은 욕심에서다. 그리고 이내 풍력발전단지에 도착했다.
풍력발전기를 보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댄다. 아 정말 보기 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안그래도 오늘따라 파아란 하늘인데 하얀 몸체를 드러낸 풍력발전기 아 이쁘다 이뻐.
근데 오늘따라 왠지 이상한 낌새 내 뒤를 누군가가 밟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까부터 종달리부터 따라오는 자전거 두 대가 있다. 세화초등학교를 지나서 그 언저리에 쉬고 있는데 갑자기 그 두명이 다가온다.
“아유 진짜 빠르게 다니시네요”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건다.
“예?”
“아 사실 저희가 성산부터 제주시로 가는 길을 몰라서 계속 따라다녔거든요 하하”
“아~~~~ 저는 두분이서 계속따라오길래 아까~부터 궁금했었어요 하하”
다행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휴
“대단하시네요 이 복장으로 쌩쌩 잘도 가시길래 아 정말 대단한 대학생이구나 했어요 하하 아직 군대 안가셨죠?”
“예~ 아직 안갔죠 사실 하하.”
“군대 가서도 잘 하시겄네 흐흐”
“헤헤 감사합니다.”
그 후로 김녕까지 그 사람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그간 지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중간에서 잃어버리고 나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딱 내가 나타났단다. 하하 아무튼 같이 김녕으로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김녕에 도착했다. 김녕해수욕장에서 나는 오늘 안으로 배를 타고 다시 목포로 가야 했기 때문에 바로 호텔 사이로 함덕쪽으로 떠났다.
함덕으로 가면서 다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가 중간에 잠시 쉬자 하고 지도를 펼쳐들었더니 다행이 3시쯤에 있을 배시간은 맞출 수 있을거 같다. 이제 함덕, 조천만 지나면 드디어 255km의 대장정이 끝나는 셈. 이제 오늘이면 다시 정들었던 이곳을 떠나야 한다. 함덕쯔음 갔을까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온다. 분명 모르는 전화번혼데? 그냥 속는셈 치고 받아보기로 했다.
“어 안죽고 살아 계셨네요?!!!! 다행이다!”
“어 누구세요?”
알고봤더니 예전에 정선 화엄약수터에서 만났던 그 가이드다. 전화한다고 했더니 정말로 전화했다. 오늘부로 그 관광객들을 공항에 대려다주고 오는 길이라며 짬을 내서 전화했단다. 어찌나 고맙던지 여태까지 받아본적 없는 놀라운 안부전화다. 서로 그렇게 안부를 전하고 전화를 끊으니 참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정말 티끌없이 착한사람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이 전화에 힘을 얻고 다시 출발했다.
저 멀리 해수욕장이 보이는거 보니 벌써 함덕이다. 함덕 깊숙이 가는 것보다 바로 조천으로 출발한다. 다시 내리막으로 가버리면 오르막을 오르기가 쉽지 않아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함덕을 지나 40분쯤 달리니 벌써 조천이 나왔다. 아 이제 거의 다 왔구나 잠시 이곳에서 주전부리를 먹고 가자 싶어 이곳저곳 살펴봤더니 괜찮은 컵 떡볶이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어서 그곳에서 떡볶이를 먹고 조천에서 유명해진듯한 팥앙금이 들어간 빵이 있길래 4개정도를 사서 먹었다. 꽤 괜찮은 맛이다.
조천을 지나 왼쪽으로는 멋드러진 한라산을 끼고 신나게 달린다. 길을 가는 동안에 갈대밭 사이에서 한라산을 그리는 할아버지도 있고 반대편에서는 시계방향으로 자전거여행을 도전하는 것 같은 여행자도 만났다. 그리고 나를 앞질러가는 토끼머리띠를 한 신기한 청년까지. 거의 제주도에 다 도착해가는 것 같다. 저 멀리 표지판에는 이제 제주시까지 남은 Km 숫자가 어느새 한자리 숫자다.
조천을 지나 햇살을 맞아가며 출발한지 거의 30분쯤이 지나 드디어 제주시에 도착했다. 갑자기 늘어가는 차량들 그리고 북적북적한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보니 다시 제주시에 들어왔다는게 실감이 난다. 지도를 보며 굽이굽이 들어가 힘들게 하이킹 베이스 캠프를 찾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왔다!
“아저씨이~~! 저 무사히 왔어요!!”
“어 학생! 생각보다 정말 빨리 왔네요!?”
“예~ 진짜 즐거웠어요 하하”
“얼굴보니 많이 시커매졌네요 흐흐”
아저씨와 3박 4일만에 봤더니 반가워 죽겠다. 아저씨께 나를 데려다 준 바람이를 다시 갔다 주니 왠지 찡한 마음이 들어 사진을 몇방 찍고 제주도 자전거 일주 증명서를 받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혼자 터벅 터벅 걸어 나오면서 근처 시장에 들러 이곳저곳을 비교하다가 맘에 드는 귤 가게에 가서 한라봉을 구입했다.
‘간만에 제주까지 왔는데 부모님께 한라봉이라도 보내야겠다’ 대충 내가 지리산에 갔을 때 받을 수 있겠지.
배가 슬슬 고파와서 짜장면 집에서 짜장면을 한그릇 먹고 천천히 제주항으로 걸었다. 차로 오는건 정말 가까워보였는데 걷다보니 1시간째 걷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게 분명 제주항이 맞는거 같은데 한시간 만에 제주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고 승선했다. 뿌뿌. 다시 제주를 출발한다. 저멀리 사라지는 제주를 보며 추억을 곱씹어본다. 아 정말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도. 사실 이번 제주도 일주는 명승지 위주로 했기 보단 해안을 중심으로 자연을 만끽하며 일주를 했다. 명승지야 예전에 수학여행으로 한번 와봤기도 하고 해서 과감히 제할건 제하고 여행을 했지만 정말 보람찬 여행이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것을 보았다. 제주도에서 오랜만에 청춘의 즐거움을 느꼈다. 얼굴은 예전보다 아주 시커멓게 변했지만 마음은 정말 깨끗하게 변하고 돌아왔다. 멀리 제주도를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다음에는 꼭 누군가와 같이 와봐야 겠다. 기다려라 제주도!
제주 일주동안의 노곤함을 달래기 위해 목포에 도착하면 도착하자마자 찜질방부터 찾아야겠다. 섬과 섬을 지나 저 멀리 유달산에 불빛이 반짝이는거 보니 벌써 목포에 닿았다. 유달산을 보니 예전에 정선에서 만났던 버스기사 아저씨 얘기가 떠오른다 “아 목포가면 유달산이 밤에 또 그렇게 장관이지”. 라는 말
말대로 밤에 유달산이 정말 예쁘다. 목포항에 도착해 찜질방으로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예쁜 루미나리에(지금은 빛의 거리)를 보며 감탄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시 목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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