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빠져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제빵왕 김탁구인데요, 저번에도 밝혔지만 저는 현재 본방사수를 하고 있는 시청자입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건 뭘 하건간에 꼭 그 시간이 되면 집 거실에 떡하니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는 열혈시청자지요.
그런데, 이 김탁구. 트위터상에서는 탁구왕 김제빵으로도 불리는 이 드라마. 참 말이 많은 드라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막장코드가 있다라던지 배우의 연기가 부자연스럽다라던지 은근히 다른 시청자들의 견제를 당하고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찌됐건 제빵왕 김탁구는 모두에게 고마운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구요?
일단, KBS에게 고마운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시작할 무렵 드라마를 제작하는 삼화네트웍스와 KBS는 제빵왕 김탁구의 제작을 시작할 무렵 큰 차질을 빚게 됩니다. 원하는 만큼 배우섭외도 잘 되지 않고 선뜻 투자할 사람도 없어 포스터도 급하게 찍고 예고편도 급하게 찍고 어느하나 제대로 시작된게 없는 상태에서 출발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한 로드넘버원과 김남길을 필두로 시작한 나쁜남자의 초반 경쟁을 벌여야 하는 터라 이미 승리의 여신은 그 두 드라마가 차지할거라고 생각했고 모두들 낙심한 상태에서 드라마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름이 촌스럽다느니 절대 시청률 10%도 못 넘을거라는 이 드라마가 사고를 칠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역들의 눈부신 열연과 중견배우의 확실한 뒷받침, 자극이 가미되었지만 초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그 무언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 드라마는 아주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나름의 선방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SBS가 그 시기 월드컵 독점중계를 하는 바람에 결방이 된 시간의 시청자들을 때 마침 드라마로 그대로 끌여들여 주 시청자로 만들어 버리게 된 것이지요. 그 이후로 제빵왕 김탁구는 눈부신 시청률 상승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22회까지 진행된 지금, 아직도 말이 많습니다. 말이 많다는건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제빵왕 김탁구를 시청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데요, 아직도 막장이 남아있다던지 시대적 배경이 요란하다던지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다던지의 얘기들이 계속적으로 포스팅되고 기사가 나올 때 마다 이 드라마의 인기를 확실히 체감합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일명 '버린 카드'가 지금은 협찬사가 3곳이 더 늘었을 뿐더러 광고 수입 하나만으로도 흑자로 돌아선 제빵왕 김탁구의 제작사와 배급사는 김탁구가 정말 고마운 드라마가 아닐 수 없을 겁니다. 투자대비 최대의 효과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그리고 배우에게 고마운 드라마
중견배우들은 원래 잘했습니다. 아역배우들은 원래 기회가 많았구요. 배우가 이 드라마에 대해 고마워 해야한다는 점은 바로 캐릭터의 힘과 무시못할 일생 일대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중견배우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더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겠죠. 그러나 윤시윤,유진,이영아,주원의 이 네명의 배우는 초반부터 드라마의 불안요소였습니다. 그도 그럴게 다른 경쟁 방송사들에 비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배우들인데다가 흥행파워가 없는 배우들이거든요. 그러나 드라마가 지금까지 오면서 이 배우들, 점점 존재감이 강해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먼저, 윤시윤.
MBC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준혁학생으로 열연한 그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일명 새내기입니다. 준혁학생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터라 시청자들은 그를 배우 윤시윤으로 부르지 않고 준혁학생이라고 항상 불렀죠 "아~ 준혁학생 나오는 드라마?"
그런데 윤시윤의 행보가 아주 심상치 않습니다. 물론 드라마에서 아주 연기를 빼어나게 잘하기 바라는건 사실 무리일겁니다. 그러나 이미 윤시윤은 탁구가 되어있습니다. 이제 준혁학생의 굴레는 벗어나고 말 그대로 탁구가 되어버렸습니다. 강아지 같은 눈망울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 시청자들의 가슴은 찢어지고 울부짖으면 같이 울어재끼는 이젠 시청자들과 하나되서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 윤시윤입니다. 아마 그에게서도 하이킥에서의 대박을 이어나가 탁구에서 잭팟을 터트리면 그만한 기회가 없는 것이겠죠. 말그대로 흥행수표로도 불릴 수 있는 기회니까요.
그리고 유진.
그놈의 SES 굴레 참 많이도 이어왔습니다. 그도 그럴게 그녀가 처음 시작한 러빙유라는 드라마부터 사투리 연기도 하고 영화도 찍고 여러가지 활동을 한 그녀지만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매일 캔디같은 캐릭터인데다가 식상하기 그지 없는 그냥 그저그런 캐릭터였습니다. 어느정도 시청률과 영화 흥행면에서는 무난할 정도, 그리고 가수 출신 연기자로서는 연기력 논란이 별로 없는 배우입니다. 그러나 동시대에 같이 나왔던 윤은혜는 연기력이 그다지 뛰어나진 않지만 작품을 고르는 센스가 너무나 뛰어나다 보니 많은 흥행작품을 배출하게 되어 흥행면으로는 윤은혜를 따라잡을 수 없었지요. 그러다, 이번에 김탁구를 만나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바로 악녀로의 변신.
그녀가 여태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색다를 부분을 어필하기 위해서 꽤 많이 노력하는게 보입니다. 이제 유진은 완벽히 유경이가 되어버렸죠. 신유경의 캐릭터, 아역과 유진의 갭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게다가 트라우마를 나타내는 부분과 서인숙과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이제 더이상 가수출신 이라는 말 조차 떼어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물론 탁구보다 나이가 들어보인다는 말은 탁구가 워낙 동안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연기를 놓고 봤을때는 극의 흐름을 저해하기는 커녕 매 회마다 늘어가는 연기를 보여주며 유진이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청순과 야망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팔색조 같은 연기자 배우 유진이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이영아.
이영아는 여태까지 나온 배우중에는 연기를 제일 무난하게 그리고 귀엽게 잘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요즘 나오는 양미순 캐릭터의 귀여움은 남자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요. 그런 이영아도 사실 여태까지 대표작이 없던게 사실입니다. 연기를 못했다기 보단 확실한 캐릭터를 잡지 못했던 이유지요. 그런 이영아가 김탁구를 만나 완벽하게 양미순이 됩니다. 탁구를 향한 감정선의 변화를 잘 표현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원.
뮤지컬 배우로 시작한 케이스고 정극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초반에 강동원과 탑을 그대로 섞어놓았다고 해서 '강동탑'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초반에 약간 뮤지컬 발음톤때문에 연기력 논란이 약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완전하게 구마준이 되어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때론 탁구에게 연민을 보여주기도 탁구를 증오하기도 하는 두가지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페이스를 지닌데다가 일명 여자 시청자들을 황홀하게 하는 '기럭지'가 일단 받쳐주기 때문에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이번 기회로 주원도 성공적인 데뷔작을 가지게 되는 계기겠죠.
이 네명의 배우에게는 '제빵왕 김탁구'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더 큰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이 기회. 40%가 넘는 국민드라마에서 인정받는 것은 앞으로 연기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닌 만큼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심기일전이 이루어지고 있을겁니다.
작가에게 고마운 드라마
이 드라마에 나오는 '강은경 작가'의 필력이 정말 이번에야 말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연신 그녀에게 '신내림 받은 필력'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사실 강은경 작가는 많은 작품을 썼지만 흥행에 성공했다고 치는 드라마는 오 필승 봉순영, 달자의 봄, 호텔리어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드라마들은 사실 시청률의 고배를 마셨는데요, 그녀에게 있어서 김탁구는 그녀가 평소 보여주려는 세계관 '착한 사람이 승리한다'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자 작가 인생 제일 큰 전환점으로 점쳐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강은경 작가의 들쑥날쑥한 필력은 여기서 깨지게 되는 걸까요
시청자에게 고마운 드라마
시청자에게 고마운 드라마라는 이유는 바로 단 한가지입니다. '가족을 거실로 몰아넣는 힘' 유난히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 그리고 설거지 까지 멈추고 TV에 집중하는 어머니. 그리고 동생과 저까지 모든 사람이 오랜만에 거실에서 만났습니다. 보통 그 시각이라면 각자 한명은 드라마 보고 다른 한명은 컴퓨터를 하고 등등 대화의 기회가 한참 결여되어있었는데 오랜만에 온 연령층이 봐도 즐거운 드라마가 나온 터라 거실에서 끊임없이 드라마 토론을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참 오랜만입니다. 부모님과 이야기를 길게 이야기 한다는게 말이죠. 사실 이런 매개체 없이도 많은 대화가 필요한데... 그래도 고맙습니다.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것 자체가요.
세상살이에 고마운 드라마
각박한 세상 사건사고가 끊임없는 세상에 나름 휴머니티를 강조한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물론 막장 요소도 있긴 있습니다. 일단 초반의 출생의 비밀만 놓고 본다면 극의 흐름때문에 당연히 필요했겠지만 처음엔 19금 마크도 붙는 등 논란이 많았지요. 그러나 극의 중반에 다다른 지금, 탁구라는 한 인물의 끈질긴 도전과 사람을 하나하나 진심을 대하면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그런 장면들. 그리고 주위 등장인물들과 훈훈한 에피소드 들은 찌든 세상에 지친 시청자들의 세상살이에 한줄기 빛이 되어가는 건 분명한 듯 합니다. 탁구 한편에 눈물 한방울. 항상 일어나는 집안 에피소드죠?
마치며,
제빵왕 김탁구는 고마운 드라마입니다. 오랜만에 제가 본방사수를 지켜가며 보는 유일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김삼순,허준,주몽,대장금,선덕여왕 등등의 드라마 조차 본적이 없어요)
항상 소름이 끼치는건 극의 흐름이 장난이 아닙니다. 예고편? 그 예고편으로 다음 내용 짐작도 못하고요 항상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와 생각지도 못했던 에피소드가 나오는 것은 물론 우리가 간과할 뻔했던 조연들이 저의 주연급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공주댁, 의사양반 등)
그걸 봤을때 제빵왕 김탁구는 모든 출연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어느하나 소외된 사람이 없이 같은 비중으로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드라마가 어디 또 있을까요?
최근에 연장논의가 되었다가 '깔끔하게' 원래의 30회로 끝내겠다 하는 것도 극을 한층 흥미롭고 압축되게 표현하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8회도 재밌게 그려 내주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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