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가 맨하탄 상공입니다!”
라는 말이 나오자 마자 이제 뉴욕에 도착하는가 하고 알아챘다. 설레임속에 창밖을 바라보니 정말 맨하탄이 내 발 밑이다. 앗 저기는 그 유명한 공원? 아 저기는 그 뭐시다냐 그 무슨 그 삘띵!!~~ 이렇게 감탄을 입밖으로 줄구장창 내뱉다보니 비행기는 계속 하늘에 떠있다
'응? 왜 착륙을 안하지?'
방송에서는 저게 맨하탄이니까 구경해라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오늘 아침먹은 모든 용기는 역시나 내 트레이에 고스란히 모여있다.(일본에서 출국하면서 만났던 진상 대박인 동남아 부부는 내 양해도 구하지 않은채, 내가 복도 쪽에 있다는 이유로 내 트레이에 자기들 식판을 그대로 올려놓았었다)
비행기는 JFK공항이 워낙 비행 가동률이 많아 관제소에서 통제가 떨어져야 착륙할 수 있다고 한다. 이윽고 착륙허가를 받았는지 근 10분만에 착륙을 시도한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했다. 바퀴가 땅에 닿고 뜨는 느낌은 항상 좋다.
비행기에서 입국서를 다 썼기 때문에 이제 가서 인터뷰만 잘 하면 된다. 사실 서양땅을 밟아보는게 익숙치가 않다. 동양의 세계에서 20년간을 지내다 시퍼런 눈의 서양인들을 마주한다는건 아마 엘리자베스 키스가 19세기 서양물을 흠뻑먹다 허연옷을 입은 우리나라 국민을 마주했을때의 그 놀라움이 아닐까. 게다가 놀라움도 있지만 걱정도 태산.
미국 대륙에 입국하는 절차가 쉽지 않다고 해서 약간 쫄았다.
일단 내려서 짐짝처럼 두두두 심사대에 오르고 “16”이라는 직원멘트를 듣고 16번 홀로 간다. 내가 심사받기 전 한 남자가 뭔가 밀반입해서 붙잡혀갔는데 나한테 덤탱이 씌워지면 안되겠다 싶을 찰나 어떤 남자가 (필리핀계) 심사하다가 누구랑 같이 왔냐는 질문을 하는데 날 지목하는거다. 그래서 직원이 저 남자 아냐고 물어봤는데 그 남자가 자꾸 윙크하는데 토한다. 나는 난 저런 사람 모릅니다. 했다. 후한이 두렵진 않은데 왠지 쫒아올거같아 심사 받고 바로 뛰어야지 하는데 내 인터뷰 담당했던 흑인누나는 나한테 넘 잘해준다. 처음에 내가 “헬로~ 하와유투데이~(어이 안녕요~ 오늘 좀 기분은 좀 어떠신가? 요런 이런 뉘앙스다)”라고 해서 그런건지... 대화가 잘 풀린다.
“ 왜 왔어요? “
“저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할려구요~ “
“얼마동안?”
“ 45일정도.. “
“직업은?”
“학생이고 관광경영 전공해요”
“어? 정말? 와서 정보 많이 얻어가세요~ 저도 관광경영이었는데..그럼 어디어디 갈껀데요?”
“음 나이아가라폭포.. 보스턴... 되는대로 다 가볼려구요”
“정말 멋진친구네, 음. 기간을 얼마를 줄까...(잠시 고민하다가)... 최고로 많이 주겠어!”
하면서 여권에 10월까지로 도장을 쿵 찍어준다. 최대 6개월을 받은거다.
난 연신 땡큐땡큐 하고 해브어 나이스 데이~(오늘 좋은하루 되라~) 하고 나왔다.
왠지 잘 풀린다.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진 않네, 뻔뻔함으로 가장한 약간의 자신감과 우월감찬 표정, 파리가 윙윙거리고 교실을 활공하니 '젠장 오늘 듣기평가 망쳤잖아!!' 하고 불평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듯 싶었다.
공항 내부 생각보단 작다
에어트레인을 타고 자메이카에 가려면 Station C에서 갈아타야 한다.(구로역 같은 개념)
에어트레인을 타고 자메이카에 가려면 Station C에서 갈아타야 한다.(구로역 같은 개념)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것은 전부 잔돈이 아닌 지폐(bill)들 잔돈을 받기 위해 진정한 뉴욕커가 되기 위한 한걸음인 스타벅스를 곧 죽어도 찾아내서 된장질을 하고 싶은 목적으로 이리저리 이잡듯 다니다가 드디어 발견했다
근데, 문제는 음료를 어떻게 시켜야 하냐?
....
"음....... 카페라떼 플리즈. 톨. 톨! "
"쏘리?(뭐라구?)"
메뉴판을 가르키며 "저거저거 there, there!!!"
...... "OK..."
스타벅스의 풍만한 흑인 직원은 알았다는 듯이 나에게 톨싸이즈 아주 뜨~~거운 카페라떼를 내줄 준비를 한다. 유심히 지켜보는데 이거 뭔가 이상하다. 난 아이스 카페라떼를 원하는데.
"Excuse me... I wanna Iced Caffe-latte"... (저기 미안한데 아이스 카페라떼야~)"
라고 하니 직원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만들던 커피를 쿨하게 버려버리고 아이스로 만들어준다. 역시 미국은 쿨해!
여기서 알았던 사실. 첨에 미국가면 난 모든 여직원이 하이얀 속살을 한껏 뽐낸 백인여자가 금발의 머리를 찰랑거리며 주문을 받을 줄 알았는데, 앞으로 45일간을 생활해보니 흑인과 스페인 이주민(스페니쉬)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닳았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3D 및 서비스 업종을 인종적 소외계층이 담당하는 일이었다.
라떼를 신나게 받아들고 공항을 좀 찍어보려고 카메라를 만지작 만지작, 렌즈 덮개가 안빠지는거다! 오마이갓!
신나게 꿇어앉아 빼는데 안빠진다 제길.. 그러고 내 옆에 내처지와 비슷한 옆 사람.. 스패니쉬인데 더 안타까운데 이분은 필터가 아예 깨졌다... 나는 그나마 나은 현실이라고 그분께“아유 오케이?” 한번 날려주시고.. 한숨 한번 쉬었다. 우리 둘다 카메라가지고 낑낑 대고 있다..
이게 뭐...냐...
그러다가 에이 그냥 자 하나 빌려서 빼는게 빠르겠다 싶어 포기하고 AIR TRAIN(공항에서 뉴욕지하철까지 가는 자기부상 개념의 열차)을 타러 가는데 찾기 힘들어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러나 이분은 전혀 다른곳(카풀 하는 듯 했다)으로 가주시고 나는 혼자 공항터미널을 신나게 순회공연 해주시더니 중간에서 하워드 비치역이랑 자메이카 역으로 나눠지는데 갈피를 못잡고 있다.
Airtrain은 타기전에 꼭 노선을 봐야 한다. 내가 퀸즈쪽으로 가고 싶다 하면 자메이카로 가야하고 하워드 비치역은 브루클린 쪽으로 가는 노선이다.
위에 보이시는가? 에어트레인의 모습, 그리고 노란색이 노선이다.
원래 자메이카로 가야하는데 하워드 비치역으로 갈뻔했다가(스테이션을 잘못 선택하면 그렇다. 뭐 이를테면 구로역에서 승강장 잘못타서 수원으로 가야하는데 인천으로 가는 듯한 그런 느낌) 다시 갈아타서 자메이카로 왔다.
그래도 지하철을 여기와서 처음 타보는거 치고는 진짜 잘 타는거다.
에어트레인의 운임비용은 5$, 이것은 머신을 이용해서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조금 필요하다. 에어트레인을 타고 나면 자연스럽게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을거면 지하철로 갈아타야하는데 이때 2$으 추가요금이 든다. 그럴바에야 약 몇 센트 아껴주는 5+2$ 티켓을 사면 훨씬 편리하고 이익이다.
머신 앞에 서서 아주 당당하게 2$+5$ 티켓을 끊으려고 하니까 감사하게도 직원이 아주 친절하게 알려줘 무사히 맨하탄에 입성이다.(쫄지말자 영어 못하는 사람을 위해 항시 대기중이니까)
여기서 잠깐! 에어트레인은 처음 탈때 운임요금을 내는 형식이 아니라, 내리고 나서 갈아타는 시점에 돈을 내는 지점이 있다. 때문에 타기전부터 설레발 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기 위해 자메이카역에서 지하철을 타자마자 조용함이 미덕인 나라 일본에 있었다가 오니 적응이 영 안된다
여긴 뭐 지하철에서 떠들어도 아무말 안하고 크게 웃어도 패스, 아이팟 크게 켜놓는건 예사요 노래들으면서 크게 따라불러도 상관없다 지하철에 음료수 엎질러도 "웁스"라는 소리도 안내고 그냥 유유히 걸어간다 freely한 나라 미국의 단면이다.
그래도 좋은건 지하철에 잡상인이 아닌 공연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플랫폼 뿐만아니라 지하철 안에도 공연을 하는 사람이 많아 즐길거리가 확실히 많다.
가끔 개가 타기도 한다. 이건 뭐 도시전체가 놀이공원 같은 느낌이다.
내가 내려야 하는 역은 차이나 타운에 있는 canal st 역, 빨간라인 쭉 타고 오면 만나는 역인데 여기가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이날 바로 난 보스턴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저가형 버스인 풍화버스를 찾으러 가야한다. 편도 15$에 갈 수 있다는 말만 듣고 가이드북도 보지 않은채 캐리어 큰걸 끌고 낑낑대며 출구를 찾아 해맸다 생각보다 역 밖으로 나오는것도 완전 힘들었다. 알고보니 나올때는 다들 교통카드 안 긁고 EMERGENCY EXIT(비상 개찰구 - 지나가면 삐융삐융하며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지만 흑인들은 전혀 아랑곳 안하고 무임승차를 한다)로 보통 나오더라..
저질 영어로 근처 중국인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물어봤다(차이니스 여자애 급 당황 크리티컬)
"풍화버스 어딨니?"
"저~~기"
"알았어~" 하고 쭉 걸어가니 풍화버스 승강장이 보인다. 일단 여기까진 왔는데 세상에 내 꼴이 지금와서 보니 말이 아니다.
다리 긁혔지.. 무릎엔 피 줄줄 흘리면서 난 여기까지 왔던가.. 오늘 목적지가 뉴욕이 아니라 무려 보스턴이니 이러다가 돌아가시겄다.
눈물 훔치고 앞을 향해 개선장군처럼 나아가 풍화버스 승강장에서 티켓을 끊으니깐 3시 출발 티켓을 줬다.
내가 이 구린 뻐~스 하나 탈려고 이랬냐
승차권 참... 위조하기 좋게 생겼네
승차권 참... 위조하기 좋게 생겼네
응? 3시? 아이팟은 1시인데.. 알고보니 아이팟 시간이 이상했던 것..(다행이다) 어딜 여행하지 고민했는데 15분 후가 3시다. 짐을 트렁크에 맡기고 버스를 타고.......
난 죽어버렸다. (아주 그냥 졸도해버렸다)
이대로 보스턴까지 4시간을 달리는데 비행기에서 시차적응 못하고 있어서 거의 뻗었다. 밖의 풍경은 아예 기억도 안난다.
중간에 시끄러워서 눈떠보니깐 맥도날드에서 쉬고 있더라 그래도 차 안은 깨끗하고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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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니까 보스턴이다.
후와 정말 빨리 도착하는구나 했는데 밀려서 좀 늦었다.
이제 여기서 동아리 누나였던 지원누나를 만나기로 했는데 어떻게 한담? 일단 여기가 어디냐 물어보니 사우스 스테이션이라고 한다.
음, 그건 알겠는데 이거 영 전화는 어떻게 해야하냐...(이주 노동자 된 기분이다. 엄마 보고싶어!!!)
전화를 해야 하는데 전화기를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전화는 보이고, 당연하게 1달러 지폐를 꺼내들었는데 젠장 맞을 여기 50센트까지밖에 안들어간다. (아 돌아가시겠다!!)
동전 볼줄도 몰라서 Dime이 얼만지 막 헤멘다. 전화를 해서 뭐 이상한거 누르니 외국인이 받는데 아무래도 상담원인듯 뭐라 샬라샬라 한다 난 급 당황해서 "나 코리안이라 못알아 들어 짱나게!!" 이랬더니 "아유 코리안?" 하더니 왠 한국 아줌마를 바꿔주는데 이 아줌마도 문제인게 디파짓(착수금)을 걸고 전화하래는데 난 수신자 부담 하고 싶다니까 디파짓을 자꾸 하란다.
나 디파짓할 돈도 없다구!!!!! 젠장 그냥 돈 내구 할란다.
그래서 이제 잔돈을 바꿔야 하는데 적당한 영문표현이 생각 나지 않는다.
그래서 기껏 생각해 낸게 “ 1달러를 25센트 4개로 체인지 해줄수 있어?” 다.
(Can I change this 1$ to 4 quarter? 이랬다)
가게 두군데를 돌았는데 “그런거 못해준다 딴 가게 가서 얘기해봐” 이런다
아 열불 터져 벌써 저녁 8시 다 돼가는데!! 나 이러다 고아 되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다가 이놈의 짠돌이 결국 맥도날드에서 그냥 커피 사먹었다.(진작 이럴껄)
음. 1.39달런데 은근 맛있군, 어쨌든 25센트 동전이 생기긴 했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25센트로 택도 없는듯 25센트 더 넣으란다 근데 마침 아까 스타벅스에서 받은 잔돈 다임 2개가 있고 1센트 5개가 있어서 집어넣고 전화했더니 반갑게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지원누나는 동아리에서 아들과 엄마 관계) 어디야!! ”
“ 누나 나 미아 될거 같아 전화도 간신히 걸었어요 ㅠ 살려줘”
“ 나 거기서 5시부터 기다렸는데 방금 다시 왔단 말이야...”
“ 내가 그럼 섬머빌(지원누나 사는곳)로 가면 되나요???”
“ 아니야 다들 여기 너 기다려!! JFK역(보스턴에도 이 역이 있음)으로 와! 15분 뒤에 거기로 갈께”
“ 엄마 나 지하철 타는건 자신 있어요!! 곧 갈께요”
아 살았다. 여기서 죽지는 않는구나 ...
다운타운 업타운은 책을 통해 잘 구분하니까 어쨌든 JFK,UMASS역에 도착했다. 레드라인을 타고 가면 되는 그곳은 내리자 마자 어둠이 엄습했다. 엄마가 오는거가 맞겠지? 그렇게 기다리다
아들!! 하는 반가운 목소리
드디어 살았다.
반가운 누나의 목소리!!! 오랜만에 보는 누나는 정말 건강해 보여서 보기 좋았다. 나를 픽업해주러 나온 형님과 함께 만남의 장소로 갔다.
나는 집으로 가는줄 알았는데 그날 승일씨라는 분이 생일이라 마침 파티가 진행중이었는데 다들 날 기다리는 거다.
엄마는 그간 내 이야기를 해놨는지..
사람들이 “얘기랑 다르잖아!!”를 연발한다.
내 얼굴이 썩긴 썩었다 그간 밤샘작업과 노고가 겹쳐서...
아무튼 그날 파티에서 소개를 하고 정말 가족같고 행복한 분위기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맛난 음식을 실컷 먹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그분들 정말 너무 좋은 분들이었다. 내가 축복 받았다고 생각할 정도 정말 백년 만년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지원엄마의 룸메 형 누나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여기 와서 안건데 여기도 머리 자르는게 비싼지 다 직접 자르시더라...
아참 여기 치즈케익 와방 맛있다 눈물 나 눈물 나
보스턴에서 누나네 룸메 부부가 내준 거실, 쇼파를 펴니 침대가 되었다
(진짜 너무 고마웠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이런 호의를.. 어쩌면 난 이런 환대가 그리웠을지도.. ㅠㅠㅠ)
* 오늘의 이동
저기 보이는 존 에프케네디 공항에서 자메이카 센터로(빨간 루트)
멀리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지하철... 허벌나게 많네 진짜
보스턴에 도착하자 마자! 다시 세 정거장을 갔다
(여기서 잠깐, 업타운은 현재 위치에서 시내 외곽, 다운타운은 시내 중심쪽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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