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3색 여행프로젝트 청춘은 흐른다.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여행을 한다는게 벌써 더 많은 청춘과 함께 하게 되고 각기 다른 색을 가진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번 여행에서 멋진 연주를 해준 리현이를 시작으로 이번엔 감성적인 영상을 담당하게 될 유미까지 비로소, 새로운 여행을 찾아 떠나는 청춘들이 교집합을 이루기 시작했다. 

혼자하는 여행을 줄곧 해오던 나는 함께하는 여행을 하면서 생각지 못한 다양한 기회를 마주하게 되었다. 안동을 여행할 때는 리현이가 자신의 특기인 아쟁을 연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고 그날 밤 자신이 즐기는 것을 고수하기 까지 맞이했던 어려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장구를 했었는데, 장구는 남자들이 많이 하는 악기인지라 여자인 제가 그런 차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다행이도, 그걸 일찍 깨닫게 되어 아쟁을 하기로 했는데 장구도 좋았지만 아쟁을 키면서 그 슬픈 곡조와 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가락이 정말 맘에 들었죠. 그래서 즐기게 되었고 지금까지 해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즐거우니까 한거죠 그렇지 못하면 계속 할 수 없었을꺼에요"


라고 말하는 리현이를 보며 우리는 대단하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에는 샛별이의 친구로 영상편집을 하는 유미를 소개받았다. 유미는 밝고 당찬아이었다. 처음 만난 우리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여행자' 스타일이었다. 

'이야 이 아이 진국이야!' 우리는 생각했고 유미가 우리 팀의 일원으로 활약하는것은 그리 오래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미의 포트폴리오 영상은 감성이 듬뿍담겨 있었다. 유미가 만들어 낼 영상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침 일찍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용산 발 KTX를 탑승했고, 난 천안아산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리현이가 살짝 지각을 하는 바람에 다음 열차편으로 오게 되어 남게 된 자리덕에 천안아산에서 편히 탑승할 수 있었는데 그냥 빈손으로 열차타기엔 모두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침 일찍이라 배도 고플 것 같아서 호두과자를 들고 탔는데 마침 팀원들이 준비한 아메리카노 커피! 햐.. 호두과자와 아메리카노는 정말 환상인데 잘됐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광주역. 오랜만에 다시 찾는 곳이다. 올해 여름 내일로 여행을 이곳부터 시작했었는데,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과 밟는 광주땅은 또 다른 설렘을 가져온다. 오자마자 우리를 싣고 달려줄 애마를 렌탈하고 바람이라도 쐴 겸 광주 U-Square 터미널에서 집으로 오는 표를 미리 예매해두고 곧 도착할 리현이를 데리러 다시 광주역으로 돌아왔다.


"아아~ 진짜~ 미안해요~" 리현이가 너무 미안하다며 어깨에 아쟁을 들고 나타났다. 덩달아 우리가 더 미안해지는걸?



아쟁을 싣고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일단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광주 송정역 앞에 들어선 송정 떡갈비가 오늘의 메뉴. 음식점에 들어서자 맛집답게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처음 나오는 고깃국이 심심한 입맛을 달래준다. 누가 봐도 에피타이저 수준이 아니라 거의 메인 요리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푸짐하게 나오는데, 이걸 후루룩 먹다간 하얀 쌀밥과 떡갈비를 먹지 못할 정도다. 그래서 뼈다귀를 쪽쪽 빨다 멈춰서 떡갈비가 나오길 기다린다. 잠시 후 싱싱해보이는 채소들과 떡갈비가 나왔다. 떡갈비 한점을 흰 쌀밥에 올려 상추로 싸먹는데, 아 진짜 이 맛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채소가 너무 싱싱해보여서 먹어도 먹어도 계속 먹고 싶다. 채소중에는 당귀도 함께 나오는데 식사를 마지막에 다 한 후 당귀로 마무리하면 입속에 맴돌던 고기의 잡맛을 없앨 수 있다는게 특징. 식사를 다 하고 나면 간단히 아이스크림도 제공되기 때문에 좋다. 종업원들도 인기 맛집 치고는 친절해서 참 보기 좋았다. 


맛있게 떡갈비를 먹고 나서 우리는 영산강을 따라 나주로 향한다. 차를 몰고 가니 비로소 가을과 겨울 언저리에 있구나 느낀다. 차디찬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갈대를 보니 아주 감성적인 강의 풍경이다. 영산강의 주변에는 평야가 드넓게 펼쳐져있어 시야가 탁 트인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더 즐겁게 여행할 수 있게 자전거도로가 새로 개설되어있다. 자전거 도로 양쪽으로 사람 키만한 갈대들이 자라있어 더욱 운치있다. 

강을 쭉 거슬러 올라가니 이윽고 승촌보가 나타난다. 승촌보는 딱 보자마자 쌀알이 떠오르는 모양을 하고 있다. 진짜 안내판을 보니 쌀알모양이란다. 근처에는 승촌보 및 4대강 홍보관이 있는데 홍보관에서 승촌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소개해주고 있다. 승촌보 홍보관 전망대에 오르면 승촌보가 멋지게 펼쳐져 있고, 오른편으로 보면 나주평야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자전거길도 잘 만들어져 자전거를 타는 여행자가 많았다. 






이곳이 얼마 안있으면 멋진 관광지로서 변모한다니 지금은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기대가 되는것은 사실이다. 


승촌보를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거처는 정해지지 않았다. 승촌보에 꽤 오래 머물다 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오빠 우리 어디서 자요?" 라며 리현이가 운을 뗐다. 

"아.. 정말 문제네... 우리 그냥 이 근처 마을에서 재워달라고 해볼까? 시골 인심도 느낄겸 말야" 라고 규환형이 답했는데 그게 우리의 가슴에 콕 박혔다. 

"와!! 우리 한번 해봐요!!" 모두 동의했다. 


무작정 지도를 검색해보니 이 근방 마을은 '노안면 학산리'라는 곳이었다. 차를 타고 노을지는 갈대숲을 달리다 보니 노안면 팻말이 보였다. 이윽고 마음속에 뭍어둔 우리네 시골풍경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할머니댁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듯 눈 앞에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풍경이 펼쳐졌다. 이제는 운행하지 않는 기차역인 노안역으로 향할 때 펼쳐지는 갈대숲은 정말 장관중의 장관이다. 우리는 차를 세워 노을지는 갈대밭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너~ 무 좋아요! 감탄사밖에 안나온다 정말!!"

노안면 학산리는 정말 나주여행에서 잊지 못할 곳이었다. 

우리는 마을회관을 찾아갔다. 지나가는 할머니께 이 근방의 마을회관을 물어물어 도착한 곳은 학산4구 마을회관. 마을회관을 들어가니 할머님들이 많이 앉아계셨다.

"할머니 저희 여행하는 대학생들인데요.. 딱히 갈데가 없는데 마을회관에서 좀 묵을 수 없을까요?"

두근대는 순간이다. 과연 허락해주실까?


할머님들을 아쉽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에고~ 미안헌데 이곳이 거시기 난방이 안되서 말여~" 

딱 보니 할머님들이 이불을 허리춤까지 올려서 계신다는거다. 우리는 "이야기 하시는데 방해드려 죄송합니다~"라고 하는데 할머님들이 

학산 5구 마을회관도 있다며 그곳으로 가보라고 했다. 꽤 시설도 좋고 괜찮다며. 


다시 할머님들과 할아버지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학산5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우리는 똑똑똑 인기척을 하며 기다리는데 할머니 한분이 얼굴을 빼곰 내미시더니 "무슨일이여?" 하신다. 

우리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이러저러해서 이곳에서 묵고 싶다고. 

할머니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셨다 "일단 들어와봐~!"


할머니가 잡아채듯 끌려 들어간 방에는 할머님들 열분정도가 앉아계셨다. 

"자 여기서 말혀~" 

우리는 자초지종을 할머님들께 설명을 드렸다. 할머니들은 우리의 자초지종을 들으며 여기는 어떻게 왔는지 왜 왔는지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같이 마음이 맞아서 여행다니는 대학생들인데요, 시골의 인심을 느끼면서 여행하고 싶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비장의 카드 리현이의 아쟁연주를 보탰다. 어르신들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리현이는 밀양아리랑과 진도아리랑을 맛깔나게 켰다. 

"할머니~ 이 곡 아시면 같이 노래도 불러주세요" 하면서 말이다 .


기특하다며 귀여운 손주보듯 우리를 잠시 바라보시더니 할머니 한분이 우리가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마을 회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고 시방, 어떤 대학생들이 와서 재워달라는데 인상을 보니 나쁜짓을 할 애들은 아니고 와서 아쟁도 키고 그러는구만, 근데 우리 권한으로 얘들을 재울 수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연락항께 한번 와서 애들 얼굴을 좀 보소" 


조금이따가 회장님이 들어오셨다. 한참 우리의 얼굴을 쭉 보시더니 말을 이어나가셨다. 

자네들이 의심되는건 아니지만 최근 이 마을에 도둑이 들어서 집기를 가져간적이 있다며 섣불리 재울수가 없으니 자네들이 손주같아서 재워준다만, 신분증을 맡겨놓으라는 이야기를 하신다. 우리는 당연히 신분증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외지인이기도하고 어떤 방법으로 검증하기엔 이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각자 어느대학교에 어느전공을 하고 있으며 어떤 이유로 여행을 오게 되었고 뭘 배워가겠다 하는 약간의 면접을 거쳐야 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몇가지 인생에 있어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할아버지의 조카와 손주의 이야기를 하면서 직업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 어른을 공경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장장 30분동안 하시는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오래 들을 기회가 우리에게 얼마나 있을까. 모두 좋은 이야기이기에 새겨들었다. 


할아버지는 하루에 심신을 단련하기위해 운동을 나가시는데, 저 멀리 승촌보까지 2시간 정도 걸어 가신다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승촌보는 아주 좋은 이미지였다. 잘 가꿔지고 탁 트여있어서 운동하기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곳은 저탄소 마을로 지정된 곳이었는데, 인근 현수막마다 폐기물이 오는 걸 반대한다고 적혀있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폐기물을 에너지로 변환시켜 마을 자체에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에코 빌리지로 조성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1차적으로 폐기물이 마을에 모이게 되어 주민들이 반대하게 된 것이고 에코 빌리지 조성은 자연스럽게 추진되지 못했던 녹색성장 사업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녹색성장 사업이라 할 수 있는 4대강 산업은 순기능 부터 가져오게 되니 마을 사람들이 좋아했던것 같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자 마을 어르신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시고 우리는 방 정리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이 이곳에 온 우리가 걱정되는지 원래는 이부자리도 없던 마을회관 이었는데 어르신들이 집에서 이부자리를 하나둘씩 보내주셨다. 이것도 너무 감사했었는데, 더욱 감사했던건 저녁식사가 준비되어있으니 솥에서 꺼내먹으라 하시며 배추고깃국을 준비해주셨다. 게다가 김장한지 얼마 안됬다며 갓 담은 김치와 머릿고기도 주셨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잘 익은 감까지 후식으로 준비해주셨다. (와우!) 너무 너무 감사한 일이다 .동네 어르신들은 집에 돌아가셔도 손자 손녀같은 우리가 엄청 걱정되셨나보다. 한시간에 한번씩 마을회관에 들러 방은 따듯한지, 밥은 잘 먹었는지 계속 확인해주셨다. 늘상 같은 분도 아닌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그 추운 날씨에도 마을회관을 쉽게 떠나지 못하셨다. 


그날 저녁은 노안면에 공장을 둔 남도탁주와 어르신들이 주신 머릿고기로 배를 채웠다. 전날 떡갈비를 많이 먹어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준비해주신 고깃국은 다음날 먹기로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진짜 너무 감동했어요" 우리들은 넘치게 받은 정에 어찌할바를 몰랐다. 아무것도 없이 안면도 없는 외지인들에게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시고 아낌없이 정을 나눠주신 어르신들이 너무 감사하다. 중간에 시간이 비어 승촌보 야경을 보러 가면서도 어르신들을 만났다. 우리가 만난 어르신들 전부가 학산 5리의 주민 전부라 그런지 마스크를 낀 어르신에게 인사해도 어제 만났던 그 어르신이다. 우리를 보면 손주 생각이 나시는지 "우리 손주도 서울서 공부하는디.."하며 추억에 잠기시곤 한다. 





학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승촌보인데, 승촌보의 야경을 잠시 보러갔다. 쌀알모양은 천연색을 띈 조명에 의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날이 개어서 그런지 별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한 우리는 이 마을에 정말 잘 왔다고 느꼈다. 요즘 어르신들은 청춘과 소통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우리 청춘은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더 성장했다.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주위에 있는 어른들께 예를 다하며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인간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은 추웠지만, 마음은 따듯했다. 

우리 청춘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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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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