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혼자 여행을 해왔던 터라 어찌보면 다른 사람은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도중 만난 멋진 기회, <지구별 희망여행>에 다녀왔다. 정말 깨닳은 바가 많았던 이번 희망여행. 희망여행이 무엇이냐 하면, 지구촌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취지로 만들어진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일전에 해외봉사로 필리핀 지구별 희망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이 필리핀 현지인임에도 불구하고 집 밖으로 벗어날 여유가 없는 형편인 아이들을 데리고 그나라의 수도 마닐라를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내겐 매우 낯설었다. 여유가 없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 경험의 폭이 작아진 채로 닫혀진 세계를 사는 기분은 어떨까 많이 생각해봤다.


한 차례의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나는 여행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배울 수 있었고 앞으로 국내에서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주 '세렌디피티'하게도 그 기회가 찾아왔다. 아동복지센터에 소속된 아이들을 데리고 직업체험도 하고 체험활동을 지원해주는 이번 국내 희망여행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한 희망여행이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겪어오고 그게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산다. 자원이 풍족한 지역은 자원이 소중한 것을 모르고 살고, 당연히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 라이프스타일 조차도 이상하지 않다고 느끼고 살고 있다. 나 역시 부모님 두분 다 계시고 부족함이 없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나와 반대인 상황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지구별 희망여행은 그것을 여지없이 깨주는 기회였다. 이번 봉사활동의 특별한 점이라고 하면 그때는 눈빛으로 소통했지만 지금은 말로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해야겠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평택이라는 도시. 면적으로 따지면 서해를 끼고 있는 곳이기에 굉장히 넓고 크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수도권과 가까운 북평택이고 배정받은 아동센터는 집에서 한시간정도 더 가야 서f평택에 위치한 아름드리나무 아동센터. 문을 열자마자 반갑게 맞아주시는 인상 좋은 부부. 아동센터를 자력으로 운영하고 계시며, 1층 아파트를 전체 다 아동센터로 운영하고 계신 대단한 분들이다. 그간 봉사활동을 가면 교회와 연결이 되거나 별도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가정집이 이렇게 아동센터를 대신하고 있어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부부는 아주 편하게 맞아주시며 아이들의 성향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자세하게 말씀해주셨다. 


담당하게 된 평택 아름드리나무 아이들은 정말 천사같은 아이들이었다. 모난데없이 너무나 착하고 선생님을 잘 따르는 그런 아이들이었다. 뭐만하면 "선생님도 같이해요~" 잘라치면 "선생님도 우리랑 같이 자면 안돼요?" 밥 먹을라치면 "선생님 같이 먹어요"하는 그런 착한 아이들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호의를 베풀어주고 웃음짓는 아이들. 우리는 그때부터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탁구와 함께 떠나는 지구별 여행학교 되시겠다!





첫째날은 체험학습 위주로, 제빵왕 김탁구로 유명한 청주 수암골로 가서 벽화마을 체험도 하고 제빵실습도 한다. 안산과 인천 등지에서 모인 아동센터 아이들이 함께 희망여행을 하기 때문에 질서가 흐트러질까 걱정이 많았지만 아이들 나름대로 규칙도 질서도 잘 지킨다. 


수암골이라.. 나름 여행을 많이 해봤다고 생각한 나도, 이곳에 와본건 처음이다. 제빵왕 김탁구 촬영장을 들어가자마자 진행되는 빵만들기 체험, 아이들의 오밀조밀한 손으로 반죽을 빚어내고 노력과 정성과 호기심이 들어간 그 반죽은 이내 빠른시간에 구워나온다. 그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느껴졌던것은 아이들의 가슴에 울려퍼지는 제빵왕 김탁구 공연팀의 신나는 난타공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지땀을 연신 흘리며 공연을 끝내고 나서 힘들텐데, 구워진 빵을 나눠주고 아이들이랑 인사하는 공연팀을 보고 분명 나와 비슷한 나이대인 청년들일텐데 굉장히 열정적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센터 아이들도 그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 저 사람들 정말 힘들텐데 열심히 하네요"라는 말을 해주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열정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아 뿌듯했다. 







내부에는 이렇게 세트장이 꾸며져있고!










아이들은 각자 빵만드는 실습을 하면서 난타 공연을 함께할 수 있다.











청주 수암골에서 만날 수 있는 국수집에서 짜장면을(?)!








아이들이 직접 그리는 수암골 벽화








수암골은 실제로 이곳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가이드를 하고 계신다









점심으로 영광의 재인에서 나왔다는 국수집에서 자장면을 먹고 인근 벽화마을로 유명한 청주 수암골로 향한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나온 팔봉제빵점 위쪽으로 가면 지역 주민들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고 벽화를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늘 센터 아이들이 할 것은 바로 청주 수암골의 빈 담벼락에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 이미 스케치 된 연필 선을 따라서 아이들이 직접 고른 색으로 벽을 하나하나 칠해간다. 땡볕을 피할데가 없고 후덥찌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열심히 색을 칠한다. 고래 세마리가 있으면 한마리만 칠해도 될 것을 세마리 모두 칠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뿌듯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이 배정받은 그 담벼락을, 자신에게 부여받은 할당된 공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앞으로 몇년이 지나고도 아이들이 색칠한 그 담벼락은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의 노력이 어른들에게 관광객들에게 전해질것이다.  







제빵왕 김탁구 극중에 나오는 팔봉제빵점이 실제로도 있었다.












직접 표준을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다. 때가 덥디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이렇게 휴대용 선풍기 킷을 준비한 KRISS!








벽화를 모두 그리고나서 마을 주민 가이드가 직접 설명하는 수암골을 둘러보고 나서 인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우리 생활에서 주로 쓰이는 표준에 대해서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두어시간 체험한 후 우리는 안성으로 떠났다. 안성 삼죽면에 위치한 허브마을. 허브를 가지고 하나의 테마 공간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허브 스파도 즐길 수 있고 펜션형 숙박시설도 있는 마을로 체험할 것이 정말 많다. 길을 산책할때마다 어디선가 허브향이 솔솔 난다. 그렇게 좋은 곳에서 우리는 신나게 바베큐 파티를 한다. 나는 연신 목살과 삼겹살을 굽고 아이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강당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그 체력들은 다 어디서 나는지 대단도 해라. 바베큐 파티를 하고 아이들의 신나는 장기자랑과 레크레이션을 하며 센터별로 대항을 했다. 점수는 약간 낮게 나와서 입선에 그치긴 했지만 아이들은 그런 승부에 연연하기 보다는 저녁에 어떻게 더 놀까 궁리하는 것 같다.  역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편에 계속>





날짜

2012. 8. 26. 07:00

최근 게시글

최근 댓글